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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

달라스초이, 2023-01-22 21: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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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엄마를 따라 강릉 중앙시장에 장을 보러가면

지하 어물전 설설 끓는 가마솥에 산 문어가 춤을 추며 삶아지고

머리보다 좀 높은 빨래줄에 매인 붉어진 문어가 줄지어 손님을 맞이했다.

 

 

명절 차례상 제물로 어물과 육고기가 빠질수 없기에

중앙시장을 몇 바퀴 돌아 제수거리를 장만했다.

 

엄마 양손에 봉투 서너개, 내 양손에 봉투 서너개가 움켜쥘쯤

엄마는 나를 감자전 파는 할머니에게 데려갔다.

 

 

지금은 먹자골목이 된 어느 시장구석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주름과 웃음마저 주름이 된

해사한 할머니 한 분이 연탄불 앞에 앉아 감자전을 만드셨다.

테이블이라야 사과박스 엎어놓고

간장종지 하나 덩그러니

 

한 장에 100원인지 200원인지 숫자마저 바래져 버렸지만

천 원이면 잔돈을 거슬러 주시는 할머니의 손길을 애써 뿌리치고도

엄마와 나는 양껏 감자전을 먹을 수 있었다.

 

감자는 할머니의 조막만한 손으로 쓱쓱

그러나 야무지게 갈아지고

검은 철판에 기름을 두른 뒤 아무것도 넣지 않은 간 감자가

동그랗게 쏟아졌다.

 

색감을 위함일까?

잘린 부추 몇 가닥이 감자전 위로 흩뿌려지고는

뒤집개로 훌척~

 

잠시뒤 김이 오르는 말랑말랑한 감자전 접시가

엄마와 내 앞에 놓였다.

흐물흐물 입 속에서 사라지는 신기한 감자전

씹을 필요도 없이 뱃속에 따스하고 온화한 기운이 들어찼다.

 

 

일요일 아침.

가족보다 먼저 깬 내가 무얼 해먹을까 고민하다

갑자기 감자전 생각이 툭 ㅡ

 

잠에서 깨어 무심히 먹고 있는 

아들 원호는

이 감자전을 아빠만큼 간절히 기억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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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댓글

미국멋쟁이

2023-01-22 22:08:52

"달라스초이" 아이디보고 바로 클릭했네요 ㅎㅎ 글솜씨가 너무 좋으세요. 몇십년후에 아드님도 아빠의 감자전을 간절히 그리워할것 같습니다. 

달라스초이

2023-01-22 22:14:03

감사합니다. 아들에겐 이 감자전이 동기부여가 부족할것 같아요. ㅎㅎ

에반

2023-01-22 22:54:16

으앗 강릉 출신이신가요?? 달라스 계시는 강릉분 흔치 않은것같은데...ㅎㅎ 오늘도 참 따스한 글 잘 읽고 가요~

달라스초이

2023-01-22 23:39:23

네. 강릉 초이입니다. ㅎㅎ

솔담

2023-01-22 23:03:11

감자전~하면 엄마의 모습과 추억이 떠 오르시겠네요.

이젠 원호군과 새로운 감자전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시면 되겠네요..사려깊은 원호군이니 분명 아버지와의 추억을 간직하리라 믿네요..아님 옹심이라도..

오대리햇반

2023-01-23 06:06:57

짧은 글이지만 상황을 어쩜이리 생생하게 잘 묘사하시는지 달라스초이님 덕분에 시간여행하며 추억에 젖게 됩니다. 

같이 강릉중앙시장 가서 감자전 한 접시 먹은 기분이네요ㅎㅎ

예전 외할머니께서 정지에 쭈구리고 앉아 해주시던 알밴 양미리 조림도 갑자기 그리워집니다. 

달라스초이

2023-01-23 08:56:02

아. 양미리 정말 맛있지요. 제철에 알밴 양미리.. 조림도 맛있지만, 구이도 아주 좋치요. 씹으면 알이 오도독.. 오도독 씹히죠.

지구별하숙생

2023-01-23 07:54:03

2018년 초, 마침 그 몇개월전에 집도 사고 한국 평창에서 동계올림픽도 열리고 해서 와이프가 직장동료들을 잔뜩 초대하는 바람에 제 고향음식 감자부침개를 열댓장 부쳐서 다른 음식과 함께 대접했던 기억이 나는데 저는 제가 부치면서도 맛있어서 감탄하곤 했는데 의외로 동료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더군요. 맛있게 보이려고 애호박도 채썰어넣고 평창이 속해있는 강원도 음식이라고 홍보(?)도 적잖이 했는데 동그랑땡, 잡채가 한국음식중엔 가장 인기있었고 치킨너겟 같은 핑거푸드가 반응이 좋았던걸로 기억합니다. 필리핀, 미국, 캐나다, 한국 등 국적이 제법 각각이라 운동회때 사용하는 만국기를 걸어서 각자 조그만 국기를 들고 기념사진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전 와사비 푼 간장에 감자전을 먹어본적이 와사비랑 잘 어울리는지 궁금하네요. 

달라스초이

2023-01-23 08:54:20

훗 ㅡ 와사비 푼 감자전은 아들의 선택이라... 저는 별로 ㅎㅎ

jeje

2023-01-23 08:15:24

아련한 옛추억의 한소절을 생각나게 하시는 글.... 너무 좋아요. 솜씨가 좋으신가봐요. 옆에 누드 김밥도 만드시고...

달라스초이

2023-01-23 08:54:42

아. 누드 김밥은 아내의 솜씨입니다. 

오하이오

2023-01-23 15:54:18

저도 어릴때는 엄마 따라서 시장에 자주 갔습니다. 저는 감자전 대신 '순대'를 먹었습니다. 시장 가자고 하면 순대 먹으로 가는 줄 알고 따라 다녔습니다. 나중에 커서 혼자 갔는데, 순대 가게도 없어지고 그렇게 커 보이던 시장이 정말 손바닥 만한 동네 시장이었더라고요. 

어머니 고향이 강릉이고, 본이 강릉인 최씨이기도 한데 혹시라도 달라스초이님께서도 제 어머니와 같은 이력을 지니시지 않았나 하는 추측에 괜한 반가움이 드네요. 게다가 마침 설 명절, 더불어 어머니 생각하기에 좋네요. 잘 봤습니다.

 

참, 맨 아래 사진 2장은 안 보이네요. 등록 후 삭제하신 듯 한데 혹시 실수 였다면 점검해주세요. 

capture.JPG

 

달라스초이

2023-01-23 23:25:44

제가 사진을 많이 올려보지 않아서 실수했네요. 다시 올려봤습니다. 어머님이 강릉 최씨 시군요. 저에게는 고모뻘 되실것 같네요.  앞으로 오하이오님이 남같아 보이지 않겠는데요. ㅎㅎ

Monica

2023-01-23 16:53:28

오히려 옛날에 검은 철판에 건강하게 맛나게 구웠는데 요즘은 다 논스틱 팬이겠지요?  

쫀득한 식감을 좋아해서 맛있을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감자전을 먹어본적이 없는거 같아요.  아마도 전분 때문에 쫄깃한 식감이겠죠?  양념 간장에 찍어 먹고싶네요.  ㅎㅎ

깐군밤

2023-01-23 20:02:32

겉바속쫀!

그런데 떡처럼 부드럽게 쫀득한 그런 정도는 아니고 갈린 감자로 인해 자글자글(?)한 텍스쳐도 있고 그렇습니다 ㅋㅋ

글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네요 ㅋㅋ

달라스초이

2023-01-23 23:34:15

만들어 보세요. 초간단 레시피예요. 껍질을 깐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잠시(1-2분) 두면 위로 물이 나와요. 한 두스푼 정도 덜어내시고,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지져주시면 되요. 감자 특유의 감칠맛과 쫄깃함 식감이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 양념 간장을 잘 만드는것은 모니카님에게 달렸네요. ㅎㅎ

Dugod

2023-01-23 17:54:38

강판에 감자 가는거 쉬워보여도 엄청 귀찮고 힘든데 대단하세요!  믹서에 갈아버리면 그맛이 안나거든요...

너무 좋은 아빠시다.  :)

달라스초이

2023-01-23 23:36:15

ㅎㅎ 좋은 아빠라서가 아니라 그냥 제가 요리하는걸 좋아합니다. 좋은 아빠도 되고 싶네요. ^^

비건e

2023-01-23 23:50:12

저 감자전 엄청 좋아해요. 아버지가 해주는 감자전..... 음 이상하네요.ㅋㅋㅋ 역시 달라스초이님처럼 자주해야 기대하고 맛있겠죠 ㅎㅎ

포틀

2023-01-24 07:42:56

감자전이 너무 먹고 싶어 믹서기로 갈아 해먹은 적이 있는데 역시 강판에 갈아서 먹는 그 맛이 안나긴 하더라구요ㅎㅎ

강릉은 아직 한 번도 못가봤는데 앞으로 가게 되면 달라스초이님이 생각날 것 같아요 :)

달라스초이

2023-01-24 20:53:27

SEAMARQ.jpg

 

미국에 있는 동안 강릉은 정말 더 대단한 관광지가 되었더라구요. 커피거리, 정동진, 에디슨박물관, 경포, 대관령 양떼목장..KTX가 연결되고 터널로 산을 뚫어 더이상 대관령 구비구비 99 고갯길을 넘지 않아도 강릉은 너무 쉽게 갈 수 있는 도시가 되었어요. 경포에 예전에 있던 현대소유 동해관광호텔이 허물어지고, 그자리에 현대에서 씨마크 호텔이란 곳을 지었는데..  미니멀리즘을 개념으로 넘나 아름다운 호텔을 만들었어요. 미국서 여럿호텔을 다녀본 저도 깜짝 놀랄정도로 훌륭한 호텔이예요. 여기 마모분들도 기회되시면 한번 꼭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숙박은 좀 비싸서, 1층에서 차나 맥주한잔 마셔도 됩니다.)  ㅎㅎ 갑자기 제가 강릉홍보 대사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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