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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판 탐구생활] 드릴을 이용해 기타 쳐보기

Fender, 2023-02-08 19: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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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텍사스 달라스 지역은 지난 주 강추위로 학교와 직장이 4일 정도 클로즈 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클로즈에 가족들과 집에만 있게 되었네요. 예상하지 못한 긴 휴식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드릴을 사용하다 문득 옛날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는 1998년으로 돌아갑니다. 당시 함께 살던 막내 삼촌이 소장하고 있던 비디오 테이프 중 나인하프위크라는 비디오가 있었고 그 옆에 노란색 커버로 된 어떤 비디오 테이프가 있었는데 저 나인하프위크와 같은 장르인줄 알고 호기심에 틀었던 이 비디오가 제 인생을 바꾸게 됩니다. 웬 머리 긴 남자들이 락 공연을 하는 비디오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는 라이브 콘서트 였어요. 그냥 틀었던거라 밴드 이름도 몰랐는데 인트로 곡에서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가 갑자기 드릴을 가져와 연주를 했습니다. 와 무슨 드릴로 기타를 연주하나 싶어 충격이었고 음악을 모르던 제가 봐도 와 이 사람 기타 정말 잘 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비디오를 그 자리에서 끝까지 보게 됩니다. 그 밴드 이름은 Mr. Big이라는 밴드였고 기타연주했던 사람은 Paul Gilbert라는 연주자였습니다. 이렇게 락 음악과 기타에 호기심이 생겨 그 이후로 집에 있던 삼촌의 수 많은 락 밴드 씨디들을 가리지 않고 듣게 됩니다. 

 

아무튼 이렇게 시간이 조금 흘러 결국 기타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드릴 연주가 너무 인상에 깊었던 나머지 1999년 드릴을 사서 따라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인터넷이 활발하던 시기가 아니었기에 당장 드릴을 어디서 사야하나 싶어 동대문으로 갑니다. 그래서 아저씨들께 물어 물어 공구를 많이 파는 거리로 가서 가장 저렴한 7만원짜리 중고 드릴을 사옵니다. 집에 와서 드릴에 피크를 어떻게 연결해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어떻게 해도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비디오에서 봤던 장면은 드릴 앞에 긴 막대기로 피크가 연결 되어 있었는데, 당시 드릴을 처음 만져봤기에 드릴의 구조도 모르고 피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아이디어가 없던 상황이라 결국 포기 하게 됩니다. 

 

지난 주 집에서 쉬며 드릴로 집안 고쳐야 할 것들 고치는 도중 갑자기 이 드릴을 이용해서 다시 도전해보자 싶어 짧은 시간 깊이 연구에 들어갑니다.

연주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고 분석하고..

 

D5.jpg

 

1. 먼저 기타피크 4개를 위의 사진과 같은 모양으로 겹겹이 쌓아 고릴라 강력 본드로 붙여줬습니다. 그리고 드릴을 이용해 가운데 구멍을 뚫어줬습니다. 본드가 마르길 기다리는데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합니다. 본드 작업 후 하루 뒤 잘 말랐는지 확인하려 책상에 갔는데 피크가 몽땅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무슨일인가 싶어 알아보니 5살 딸이 아빠 피크가 이상하게 되어 있어 자기가 모두 손으로 떼어놨답니다...OTL 힘들게 붙여놓은걸 딸이 친절히 다시 분리시켜놨네요. 그래서 다시 작업하고 하루를 기다립니다.

 

D1.jpg

 

2.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이었습니다. 피크와 드릴을 이어줄 막대기는 볼펜대를 사용했고, 볼펜 앞에 심을 제거후 그 부분에 피크를 놓고 나사로 피크와 볼펜대를 고정했습니다. 집에 볼펜들이 대부분 좋은 것들이라 와이프한테 안쓰거나 안좋은 볼펜 달라고 해서 와이프가 주는 볼펜마다 이건 안된다 다른건 없냐 계속 이랬더니 아니 왜 자꾸 주는 것마다 안쓰고 다른걸 찾냐며 뭘 하려는지 계속 물어봐도 흔히 말하는 등짝 스매싱이 두려워 (제 와이프는 등짝을 때리는 사람은 아닙니다) 차마 "드릴로 기타 치려고"라는 말은 못하겠어서 어디 쓸곳이 있다고만 어물쩡 거리며 계속 넘어갑니다. ㅋㅋㅋㅋㅋ

 

D2.jpg

 

3. 나사를 이용해 피크를 잘 고정 시켰고 볼펜대를 드릴에 접합시켰습니다. 1차 테스트를 해봤는데 한 10초 정도 연주하면 위에 사진에서 나사와 볼펜이 연결되어 있는 보라색 부분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분리되어 버리는 일이 생겨 저 부분을 본드로 다시 굳혀주었습니다. 

 

D4.jpg

 

D6.mp4

이건 작동 영상

 

D8.mp4

이건 연주 편집본

(본문에 첨부 리밋이 2M라서 연주 중 드릴 나오는 부분만 올릴 수 있는 용량으로 편집해서 올려봅니다 ㅋ어떤 느낌인지 보셔야 같이 재밌을 것 같아서요)

 

4. 짜잔! 완성입니다. 옛날 비디오에서 봤던 드릴로 연주하는 곡은 Daddy Brother Lover and Little boy였습니다. 이 곡의 중간에 기타 솔로에서 드릴로 연주하는 부분이 나와요. 연주를 해보니 아쉬운 부분이 생기네요. 폴 길버트가 사용한 드릴은 마키타 브랜드의 드릴이었고 제가 사용한 블랙앤데커 저렴한 드릴과는 성능에서 차이가 나는듯 했습니다. 드릴이 돌아가는 속도라고 해야 하나요? 제가 사용한 드릴의 회전 속도가 조금은 느린듯하여 아쉬웠고, 둘째는 드릴 스위치라 해야하나요? 그것을 놓았을때 원 곡에서는 뒤에 드릴 속도가 줄어드는 잔향 같은게 있는데 제 드릴을 스위치를 손에서 놓자마자 바로 드릴이 스탑되서 드릴 특유의 소리가 잔향없이 바로 사라져서 곡의 드릴 연주 마지막 부분을 똑같이 표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손이 아닌 드릴로 연주를 하니 그 특유의 소리와 분위기가 나름 비슷하게 연출되어 꽤 비슷한 연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소원 하나 풀린 그런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오랜만에 헤비메탈을 연주하니 밖에서 듣던 아내가 괴로워합니다 시끄럽다고. 아내는 클래식 피아노 하는 사람이라 락 음악을 특히 싫어합니다.. 결국 못참고 너무 시끄럽다며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드릴로 웬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걸 보고 배를 잡고 웃습니다 웃겨죽겠다고 드릴로 뭐하는거냐고...ㅋㅋㅋㅋ

 

짧은 시간이었지만 옛날 드릴 사겠다고 동대문 돌아다녔던 기억부터 이 곡 너무 어려워서 연습하다가 포기했던 기억, 폴 길버트가 한국에 솔로 내한공연 온다고 해서 어렵게 티켓 구해서 혼자 공연도 가고, 낙원상가에서 사인회 한다고 해서 당시 사용했던 폴 길버트 시그니처 기타 가져가서 싸인 받았던 기억 등 혼자 옛날 생각에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연주 영상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고 그랬는데 파일이 커서 전체 연주 영상을 여기에 공유할 방법이 없네요 ㅋ

 

Paul Gilbert -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 Demonstration (Mr Big) - YouTube

 

이 영상 1분 30초에 보시면 폴 길버트가 드릴로 연주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거 따라한거였어요ㅎㅎㅎ

 

옛날 고등학교 당시에 좋아하던 수 많은 뮤지션들이 이제는 고인이 되기도 하고, 머리 흔들며 에너지 넘쳤던 사람들이 백발의 할아버지들이 되어있는걸 보면서 저도 나이가 많이 들었구나 실감합니다 ㅠ 얼마 전 고인이 된 제프 벡을 보며 다음 차례는 에릭 클랩튼인가 싶고..

 

늙어가지만 옛날에 이루지 못한 꿈을 지금이라도 이루며 사는 것도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이네요! 

 

12 댓글

냥창냥창

2023-02-08 19:59:48

우와 @ㅇ@ 대단하십니다 이걸 집에서 직접 해보는 분들이 있을줄은... (저 고딩때 밴드 기타리스트는 그냥 손모가지(?)로 했던거같아요. ㅇㅇ아 그래도 니가 기타는 진짜 잘 쳤었다...) 그와중에 따님 너무 귀여운것... 아빠 피크까지 챙기다니 효녀다... 

Fender

2023-02-08 20:03:51

대부분 그냥 손으로 하죠...ㅋㅋㅋ저도 이번에 하면서 나도 참 또라2구나 싶었습니다..ㅋㅋㅋㅋㅋ

정혜원

2023-02-08 20:09:08

멋집니다!

소바

2023-02-08 20:30:18

멋진 연주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기타는 펜더가 아니시네요 ㅎㅎ Mike lull에서 기타가 나오는지는 몰랐습니다. 홈페이지 가보니 아직도 생산은 하나보네요 mike lull 없는 mike lull이라니..ㅠㅠ

hawaii

2023-02-08 20:38:57

글 제목을 보고 이게 대체 뭘지 상상이 안 갔는데, 멋지네요!

Opeth

2023-02-08 20:44:30

와 딱 폴 길버트 생각하며 들어왔는데 반갑군요

blu

2023-02-08 20:52:43

그와중에 마적단 아니랄까봐 볼펜은 할리데이인에서 가져오셨군요 ㅋㅋ

Mr. Big은 제 최애 밴드인데 반갑네요.

직접 드릴 피크까지 만드신게 멋집니다!

 

후지어

2023-02-08 21:30:30

락 음악 팬으로서 이런 글 너무 좋아요. 님의 탐구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브런치

2023-02-08 22:26:21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이제 다음으로는 이빨로 (Jimi Hemdrix) 그리고 등뒤로 (Stevie Ray Vaughan) 하실거죠? ㅎㅎ

달라스초이

2023-02-09 00:49:55

와우~ 한 동네에 이렇게 멋찌게 매니아 생활을 하고있는 분이 계셨군요. 멋찐 연주와 추억회상까지 대단했습니다. 기타는 문외한이고 듣는것만 좋아해서 예전 공연장 가서봤던 Metallica 공연, 들국화 공연, 부활 공연에서 너무 신났던 기억이 나네요. 성인판 탐구생활은 계속 되겠지요?

Fender

2023-02-09 17:54:21

모두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소바 제가 가지고 있는 펜더 기타는 너무 빈티지라서 이런 곡에 어울리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았구요, Mike Lull이 베이스기타로 유명한 회사긴 하죠. 여기서 만든 기타 사용하는 사람은 저도 못봤습니다. 기타도 너무 잘 만들어요. 수십대 기타를 사용했지만 유일하게 팔지않고 계속 사용하고 있는 기타 입니다. 2000년 모델이니 벌써 23년이나 되었네요.
@브런치 어스틴에 있는 SRV 동상 앞에가서 사진은 찍어 봤습니다 ㅎㅎㅎㅎ
@달라스초이 메탈리카 공연 가셨다면 예전에 한창 메탈리카 전성기 때 가셨을텐데 너무 좋으셨겠어요 지금은 다들 너무 늙어 예전 같지 않던데..그래서 투어 오는 것도 가기가 좀 꺼려지더라구요 ㅎㅎ할아버지 메탈밴드 같은 느낌이라 ㅠ다음 탐구생활은 무엇을 해볼까 고민해보겠습니다..ㅋㅋㅋㅋ

무지렁이

2023-02-09 19:19:18

와우!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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