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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아직 해는 중천을 좀 지났을 뿐입니다.

달라스초이 | 2023.04.04 09:58:3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PD 수첩 서민의 든든한 동반자? 은행의 배신을 보고>

 

 

아들을 학교에서 찾아 집으로 향했다. 날은 화창했고, 아들은 밝았다.

하지만 나는 침울했다.

집에 도착해 차 안의 거라지 오픈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아빠! 거라지 도어가 망가졌나봐?”

나는 알았다.

전기가 끊어졌음을…..

 

 

전기회사에 전화를 했지만 시간은 벌써 오후 4.

입금을 하더라도 내일이나 전기를 연결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직장에 있는 아내에게는 솔직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온 아내는 어두웠다. 아니 창백했다.

해가 지기 전 서둘러 저녁밥을 지었지만 밥상을 차릴쯤

어둠이 몰려왔다.

하는 수 없이 촛불을 켰다.

아이들은 어울렁 더울렁 초가 비추는 그림자를 보고

생일케익 마냥 즐거워 했지만 밥상엔 어둠이 스며들었다.

나의 마음에도 어두움이 스며들었다.

 

 

 

 

아내가 샤워도 안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Bathroom은 암흑이었다.

 

 

사업을 말아먹고, 한인 은행에 돈을 빌리러 갔다.

$1만불을 빌리는데 요구하는 서류는 한 꾸러미다.

그마저도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이를 갈았다.

 

 

나의 지금 크레딧 카드 신용한도는 십만불이 훨씬 넘는다.

아멕스의 노리밋까지 더하면 계산 할 수 조차 없다.

은행에서는 전화와 메일이 온다.

돈을 쓰라고.. 서류도 필요 없단다.

Line of Credit 으로 내가 봐도 저리인 금리로

돈을 빌려가란다.

하지만 나는 정작 돈이 필요 없다.

 

은행에도 충분한 잔고가 있고, 부채는 없으며,

현재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통해 넉넉한 유동성을 만들고,

주식계좌에도 충분한 금액이 있다.

언제든 내가 원할 땐 내 스스로의 돈을 융통하면 되게 되었다.

 

 

오늘 저녁상을 받고 소주 한 잔을 하며 방송을 본 탓도 있을 터이다.

방송에 등장한 코로나를 거쳐간 많은 자영업자의 모습을 보면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내가 필요할 때 은행은 내 옆에 없었고,

내가 필요 없을 때 은행은 한참이나 나랑 친한 척을 한다.

 

 

이 논리 역시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졌지만,

방송 속 등장한 인물들이나 이런 환경을 처음 겪는 사람들이라면

모멸감과 생의 줄을 놓아 버릴듯한 느낌이 들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글이 방송에 출연한 그들에게 닿을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꼭 이 말을 드리고 싶다.

저 하늘에 뜬 태양은 이제 갓 중천을 지났음을..

아직도 해가 지려면 한참이나 남았음을..

그리고도 밤 하늘에 그대들을 밝힐 별자리가 많이 남아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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