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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더운 여름 오버히트의 추억, 그리고 악몽의 소환 (#베스타 #카스타, #포드레인저, #또오버히트?)

음악축제 | 2023.07.29 16:12:1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1.

차가 고장이 나고 그게 무슨 증상이다 라는걸 인지하기 시작했던건 국민학교때 같아요.

가장 어린 기억은 2학년때인가 3학년때인가, 음악학원을 다녀오고 있었는데, 그 음악학원 상가건물이 언덕위에 있었거든요, 저를 픽업하시고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아버지께서 '어 차가 이상하네' 하더니 길가에 차를 받쳐놓고, (그 차는 기아 베스타였습니다) 의자를 위로 열어 엔진을 이리저리 보시더니 어디가서 물을 한통 담아오셨지요.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갔습니다.

아마 그 순간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그 차는 결국 보링을 한번 했었지요. 엔진보링이라는걸 아버지한테 처음으로 설명을 들었는데, 그게 어떤 개념인지는 더 나이가 먹어서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왠지 그차를 올드카 갬성으로 타고 싶어서 찾아보니 너무 없는거에요.. 좀더 알아보니 엔진의 열관리설계를 잘못해서 달리는 도중에 불이난 적도 제법 있고.. 하여튼 다 폐차하거나 수출하거나 해서 국내에는 기아 베스타의 씨가 말라버렸다는 사실... 가끔은 원박스 승합차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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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버님께서 업무용+자가용으로 타시던 스타렉스가 매연검사에 불합격하면서 (03년식 터보 flanger 식 모델) 수도권대기환경보전법(맞나요?)에 의해 LPG 개조와 DPF 갈림길에 섰을 때, 저는 제 짧은 지식으로 LPG 개조가 좋겠다는 의견을 말씀드렸고, 차는 조용해졌지만 극악의 연비 (평균 4-5km /l)로 에쿠스보다도 연료를 많이 먹는 차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쉬운대로 한 3년인가 타다가, 혼자 타는데 기름만 너무 많이 먹는다 하시기에, 마침 이제 꼭 스타렉스를 운용하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어 그 차를 팔고 그 돈으로 사왔던 차가 기아 카스타입니다.

LPG 들어가는 차인데 나름 7인승 스테이션 왜건에 3열 접으면 짐공간도 제법 나오는 그런 차였어요. 전고가 조금만 높았으면 SUV로 불렸을만한 그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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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데... 카스타 아시는 분이면 보이시겠지만 외관이 왠지 모르게 다릅니다.. 휠도 17인지 싸제휠 들어가 있었고 04년 차량 주제에 풀오토 에어컨도 들어있었고..

 오래되어도 나름 폼나는 차였는데..

여름휴가 가다가 사단이 났습니다.

김포에서 내부순환로를 통과해 양평-홍천을 지나 속초로 가는 일정. 내부순환로의 어느 터널을 지나는데 아버님이 말씀하십니다.

"에어콘이 좀 이상하네? 프레온 가스가 빠졌나?"

(생각해보면 여기서 멈추고 차를 확인했어야 합니다. 잘 달리던 차에서 갑자기 에어콘이 안나오는건 뭐가 단단히 문제가 있다는 의미 )

그리고 좀더 시간이 흘러 양평으로 가는 6번 국도. 아버님께서 갑자기

"어 온도가 왜이렇게 높지?"

대쉬보드를 보니 계기판 수온게이지가 이미 H위로 꺾인 상황, 급히 차를 대봅니다.

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견인차를 부르고, 인근 보험사 협력점으로 입고.

조금 살펴보시던 정비사 분 말씀에 "문제가 더 클수도 있는데 일단 서모스탯 고착이 되었네요. 어디 멀리 가시는 길인가요?"

휴가 간다 말씀드리니 잠시 고민하시다가 하시는 말씀이 "일단 서모스탯 교환으로 문제가 해결될수도 있는데, 열을 한번 받아서 한번 끓어올랐던 상황이라 부품에 변형이 왔을수도 있어요. 조금 운전해보시고 안되겠으면 다시 돌아오세요."

 

정말 오랜만에 계획한 가족휴가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기서 포기를 했어야 고생을 안합....)

한 30분은 잘 달렸거든요. 근데 갑자기 엔진온도가 확 오르기 시작합니다.

차를 대고 열어보니 라디에이터가 또 보글보글..

잠시 가족끼리 상의를 하다가, 그래도 물을 끝까지 채우면 30분은 달리겠구나 하는 생각에 근처 마트에 가서 2리터들이 생수를 잔뜩 샀습니다. 

그리고 달리다가 열 오르면 멈추고 리필, 달리다가 열오르면 멈추고 리필, 끓지 말라고 60키로로 서행 서행...

그렇게 양평에서부터 2시간이면 갈 거리를 4시간을 걸려 겨우겨우 속초에 도착하고, 들어가는 바로 입구에 있는 카센터에 차를 맡겼습니다.

진단은 헤드변형. 헤드를 바꾸거나, 리웍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하고 수리비도 그 차량의 잔존가치에 비하면 너무 비쌌었죠. 한 80만원 나왔던가.

한국은 대중교통이 괜춘해서 휴가 자체는 괜찮았어요. 만석닭강정도 먹고, 맛집 잘 돌아댕기고 재미있었는데...

생각지 않게 아주 비싼 휴가비를 냈습니다.

그러고 그 차 3년 정도 더 잘 타셨으니, 아주 나쁜 수리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3년후에도 폐차 아니고, 한 다리 건너 아는 분께 고철비 수준만 받고 넘겨드려서 그분도 한동안 잘 타셨던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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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엊그제 일입니다.

무지 더웠죠. 저희동네는 한 97도 정도? 더 더운 동네도 많아서 명함 못내밀거긴 한데..

소나타 팔고 들여온 트럭 (포드레인저 2001)이 말썽을 부렸습니다.

4기통 2.3리터 엔진이 직전 모델의 4기통 2.5리터를 대체하는 다운사이징인데, 배기량은 200cc 줄였는데 DOHC로 바꾸고 열효율을 높여서 출력을 향상시켰다고 해요.

(열효율을 높였다=열관리에 더 예민한 엔진이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냉각계통 압력을 1.2바 정도로 높인 가압형 엔진이라 냉각수 온도가 110도 중반까지 넘어가고, 그래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전자식 서모스탯을 사용하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 고장나고, 서모스탯 케이스에 전자부품과 서모스탯이 어셈블리로 들어가 있어서 부품값도 비싸다고 하네요..? (ㅜㅜ 이런건 사기 전엔 보이지가 않습니다..)

 

암튼 와이프가 좋은 차를 몰고 나가서, 제가 트럭을 끌고 DMV와 카운티 오피스에 일보러 한 12마일정도 거리를 가는데, 에어콘이 눈에띄게 약해지면서 걸레썩은 냄새가 유입되는겁니다. 이전에는 맡아보지 못한 낯선 냄새.

에어콘 약해지는 증상 경험해봤으니 촉이 왔죠.

차를 대고 후드를 열어보니 에어컨 컴프레서 쪽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옵니다...

Holy Mackerel!!

얼른 DMV 일보고(번호판 반납이라 3분컷) 다시 돌아와서 회로를 풀가동해봅니다.

에어컨 컴프레서가 문제인 경우가 최선이겠죠. 일단 A/C를 끄고 엔진을 가동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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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대쉬보드의 temp gauge는 정상이네요.

어떻게 어떻게 집까지는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까지 그 뜨거운 날에 에어컨도 못열고 창문열고 45mph로 안전주행 슬금슬금..

다행히 잘 돌아왔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ㅜㅜ)

집에 오자마자 OBD II 찍어봐야죠.

collage.jpg

코드 없고, 펜딩 코드 없고, DTC clear 이후 이상기록 없고, 라이브데이터에서 흡기온도, 엔진온도도 정상이고.

일단 엔진 오버히트는 아니었던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요? 페북에 글을 올려 친구들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경험 많으신 미국할배가 전화주셨네요. "집까지 잘 왔다니까 엔진은 괜찮은거 같고, 컴프레서에 무슨 문제가 있나 한번 잘 봐바. 근데 혼자 수리할 생각은 하지 마라 에어컨이니까."

그래서 일단 시동을 켜고, 좀 시차를 두고, 에어콘 스위치를 용감하게 넣어보기로 합니다.

clutch.jpg

그 검정색 액체는 컴프레서를 결합할때 같이 넣는 윤활유겠지요? 뭐가 문제는 문제인듯 해서 당분간 에어컨은 안 켤 예정입니다.

제가 차알못이고 또 이쪽 수리는 (감히 생각도 안해본) 지식이 짧은 분야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거 붙잡고 시간보내다가 P2님에게 혼날까봐 걱정도 되고...

어쨌든 현재로서는 컴프레서 또는 컴프레서 클러치 문제로 보이네요. 편도 4-5마일의 짧은 출퇴근 거리지만 요즘 엄청 더운데, 이걸 어떻게 타고다니나... 싶습니다.

 

그래도 엔진이 뻗은게 아니니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기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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