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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대기업에서 1년 일해본 소감

복숭아 | 2023.12.12 08:38:3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전 회사에서 잘리고 이 회사 면접 꼬이고 난리쳤던게 벌써 1년전이네요.ㅎㅎ

시간 참 빠릅니다.

 

첫 직장을 대학으로 잡아 코비드까지 겹쳐 거기서 거의 6년을 일하며,

언젠가는 대기업에서 일해보고싶다 라고 소망했는데,

감사히도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고, 그 후기입니다.

현 회사는 Fortune 30에 들어가고 직원수가 180k가 넘는데, 저는 제일 작은 변두리 오피스에 유일한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있습니다.ㅋㅋ

 

 

1. 모든게 다 security, 그리고 시간이 걸림 

바로 전 회사는 스타트업이었고 작았으니 모든게 빨리빨리 진행됐는데,

여긴 뭐만하면 security문제로 하나하나 다 결재를 받아야하고, 하나하나 다 컨트랙터/직원들이 매달려 approval해주고,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심지어 저는 데이터를 다루니 데이터베이스들에 access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도 access request 요청해놓고 기다렸다 일하고 그런게 있네요.ㅎ

첫날 랩탑 셋업에만 3시간이 걸렸고요. 

다른 팀 새 동료가 들어왔는데 데이터쪽 셋업이 필요해 제가 도와주고있는데, 엄청 답답해해요..ㅋㅋㅋㅋ

이걸 제가 다 겪고 이제 나름 settle되서 적응이 되었다는게 참,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ㅋㅋㅋ

 

2. 사실 회사를 먹여살리는건 frontline 

저희회사는 headquarter, 밑에 division 몇개, 각자 밑에 region 몇개씩 이렇게 나뉘어져있고 저는 regional 오피스에 있습니다.

그리고 region이 제일 현장이랑 가깝고요.

보면 사실상 일을 하는건 frontline tech들이고, 저희같은 오피스직들은 그냥 앉아서 데이터 돌리고 분석하는게 끝.

division과 HQ는 더하죠, 그냥 그 자료들 다 모아서 분석하고 비교하고 문제점 던지고, 그냥 얘기만 하죠.

사장님은 그냥 앉아서 direction만 주는데도 돈 제일 많이 받는다는거.

(그래도 사랑해요 사장님(?)ㅋㅋㅋ)

그 반대로 현장에 나가서 힘들게 일하는 frontline들이 돈 제일 적게 받는게 참, unfair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3. 정말 조그마한 부분들을 파는 오피스직들

정말 세세한 부분들을 다루는 포지션들이 많습니다.

저도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frontline tech들의 PTO 제출 시간을 모아서 payroll과 비교해서 뭐가 잘못 입력된건지, 우리가 뭘 더 잘할수 있을지 보는건데,

정말 세세하게 보더라고요.

그 외에도 "음? 이 사람은 이렇게 짜잘한 일을 10몇년간 했단 말이야?" 하는 포지션도 여러개 있어서 신기했어요.

어릴때 엄마아빠한테 "엄마아빠는 회사에서 무슨일을 하는거야?" 하면

"넌 설명해줘도 모를걸?" 이라고 했던게 이해가 갑니다.ㅋㅋ

 

4. 데이터베이스가 개판

저희회사는 그나마 나은거라던데, 

아마 대기업들의 고질적 문제 아닐까 해요.

하루에 들어오는 데이터만 수천만개일테니 이게 한번 잘못 저장되거나 꼬이면 고칠 방법이 없는거같더라고요.

그래서 데이터가 여기저기 분산되어있거나, 어디있는지 모르거나, 매칭이 안됩니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아무도 몰라요.. 사실 저희 오피스내에선 물어볼 사람이 없어요.. 저만 유일한 데이터 애널리스트니까요..^^...

다른 region에 물어봐도 "응 원래그래" 라는 대답뿐.ㅋㅋㅋㅋ

근데도 어떻게 테이블들을 join해서 되긴 하니까 회사는 이걸 고칠 마음이 없고,

이러나저러나 비즈니스는 잘 굴러갑니다. 신기해요.;; 

 

5. 일을 이렇게 해왔단 말이야? ;;

제 포지션이 저 하나밖에 없는 이유가, HQ에서 많은걸 consolidate하려고 합니다 사실.

그래서 데이터 직군들도 많이 위로 올라가고 있는데 유독 저희 region이 division으로 많이 올라갔고

(면접 꼬였을때 저를 뽑은 매니저님이 division으로 올라가느라 제 합격 결과가 미뤄졌었던거 ㅋㅋ)

저 말고는 여기서 16년을 일한 제 팀메이트가 있었는데, 이분이 주4일 출근이 너무 싫다며 handyman한다고 나갔습니다 ㅠㅠ

그래서 이분 일들을 takeover했는데.. 음..

automate 될수있던것도 굳이 manual로 돌리고있었고, 고쳐야하던것도 안고쳐놓고.. 해야하는 일이 요만큼밖에 없고..

그래도 일은 잘 돌아갔더라고요. ;.; 신기했습니다. 

 

6. benefit은 솔직히 could be better...

대기업 치고 베네핏은 좀 약한거같긴 합니다.ㅋㅋ

특히 공짜밥이라던지 구내식당이라던지 이런거좀 있었으면.. ㅠㅠ 혹은 마적단답게 항공/호텔과 연계해서 할인코드같은것도 있었으면..ㅋㅋㅋ

나쁘진 않은데, could be better입니다..ㅋㅋ

 

 

특이하게 저희 오피스가 유별나게 사람들이 착하고 좋은거라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즐겁게 다니고 있습니다. 

보스도 아주 flexible하고, 제가 뭘 하려고 하든 다 밀어주고, 

동료들도 다 너무 살갑고 아기 얘기 많이 하고.ㅎㅎ 

저는 finance 부서에 속해있는데 저희팀에서만 올해 3명 출산하고 내년 저도 출산이네요.

그정도로 상당히 family-friendly해서, 다니기 아주 편합니다.

속한건 finance지만 유일한 데이터 애널리스트다보니 모든 부서들의 reporting을 제가 하니까 배우는것도 많아서 너무 좋고요.

저희는 아직까지 대규모 layoff는 없었고 저 들어오기 바로 직전에 근속10년이상 나이 60세 이상인 분들을 희망퇴직 시켰다는데,

앞으로도 대규모 layoff 없이 몇년간 잘 다니면 좋겠네요.

 

Consolidation 때문에 사실 저희 region은 더이상 데이터직군을 뽑을 생각도 없고 저를 승진시킬 생각도 없는거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기 때문에 여기 있는게 제일 나아서.. 몇년만 있다가 이직을 하던지 division으로 올라가려고요.

그전까지 저희 오피스에 정이 너무 많이 들거같아 큰일입니다만 ㅠ.ㅠㅋㅋ 

일도 좋고 사람도 좋은건 정말 제 행운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잘 다녀야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오늘도 출근 20분전에 겨우 일어난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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