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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뉴욕 #3

사리, 2014-09-27 02: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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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뉴욕 #3


“야!” 라고 엉겁결에 한국말이 튀어 나왔다. 

뭔과 굉장히 당황스러운 순간에는 한국말이 툭 튀어나온다. 그 사람이 멈춘다. 

앙칼지게 불러 세운 이상, 남몰래 키워왔던 호연지기를 꺼내 보여야 할 때이다. 

“니가 구웠니? 니꺼야?” 짜증과 분노를 담아, 이번엔 영어로 니킥을 날려본다. 


3초전. 

스테이브릿지 1층에 있는 식당에서 나는 토스터기 앞에 집나간 서방 기다리듯 빵이 구워져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기다림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토스터기 앞에서 다 구워진 빵 나오는 것. 그게 그렇게 길게 느껴진다. 

“툭”이라는 소리가 나오면서 식빵이 튀어나오는 순간, 드디어 내 접시로 담으려던 찰나,

대각선 방향에서 어떤 중국 젊은 여성이 걸어오더니만 토스터기에 나온 빵을 지 접시로 휙 인터셉트를 한다. 

다시 말에, “툭”하고 빵이 쩜프를 할 때 갑자기 어디선가 한 사람이 나와서 쩜프를 하는 식빵을 낚아채 간 것이었다. 

저런 기상과 절개와 베포는 도대체 어디서 배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눈뜨고 당하는 게 바로 이런 건가 싶어 갑자기 어안이 벙벙하고,

내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드웨스트지역에서 왔을 것 같은 엑센트를 쓰는 백인 아저씨 둘도 당황해서는 “왓!?”이라고 읊조린다. 


그 순간이었다. “야!” 라고 한국말로 우선 세워놓고,  “니가 구었냐? 니꺼야?”라고 물었던 것은.. 

대단한 반격이 있을 줄 알았다. 적어도 기 싸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야”라고 부른 순간

저 식빵을 뺏기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었다. 

주변 사람들의 쳐다보는 황당함과 짜증이 묻어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잠깐 주변을 둘러보더니만 사태 파악을 하고는 “쏘리쏘리”라며 지 접시 위로 유괴해갔던 내 식빵 두쪽을 내 접시로 돌려준다. 

안도감. 식빵이 돌아왔다는 것도 그랬지만, 어쨌든 “싸우겠다”라는 의지를 천명한 건데 싸우지 않고 넘어간게 천만 다행이지 싶었다. 


승자의 관대함과 단호함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뻔뻔하면서도 무언가 “갑”의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GRE공부하며 “내평생 admonish”라는 말을 쓸 일이 있을까? 싶었던 그 단어가 이 상황을 묘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이었다.

“빵이 먹고 싶으면 여기에 줄을 서서 니꺼 니가 구워 먹는 거야. 훔쳐먹지마”


밥을 먹고, 산책을 시작했다. 

아, 여기가 뉴욕타임즈 건물 근처였구나.. 버스터미널 같지 않고 무슨 이민국 같은 이름이었던 포스오소리티는 저렇게 생겼구나…

현금이 단 1불밖에 없으니 돈 좀 끄집어 내놔야지 하면서 체이스 은행에 들려 현금도 좀 뽑고 

어디론가 바쁜듯 무심하게 잰걸음을 걷는 사람들 사이로 산책자가 되어 본다. 

걸어도 땀이 안나는 곳에서 산책을 하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적도의 햇볕을 때려맞으며 5분만 걸어도 등판에 땀줄기가 흘러내는 싱가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곳에서 유일한 산책은 쇼핑몰에서 에어컨 맞으며 걷는 것이었으니.. 


샤워를 하고, ‘그나저나 오늘은 무얼한담… 누티니 콘서트만 보겠다고 생각했지 다른 건 하나도 모른채 왔잖아’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당장 오늘밤은 어디서 자야하는지도 문제였다. 여기서 하루 더 포인트 결제를 해볼까? 

호텔 검색을 해본다. 포인트로 자는 것보다 돈으로 따지면 더 싸게 햄프턴인이라는 곳이 나왔다. 

싼 돈은 아니다. 내 평생 하루 숙박비로 내본 적이 없는 돈이기도 하지만. 하루 더 참아보자는 마음으로 결제를 했다.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고 싼 가격으로 찾아 구입한 건데, 예약하고 찾아보니 내가 지금 묵고있는 호텔의 바로 뒤. 

한 블록에서 둘이 서로 등을 마주대고 있는 건물이었다. 

“그러니깐.. 여기가 무슨 서울역 앞에 여관촌 같은 건가…” 싶다. 


메일이 와 있다. “에디팅한 원고 아침까지 받아 볼 수 있게 해주라”라는 메일이 와 있다. 

마감은 하루 더 남았는데 한 번 더 손을 보고 싶어서 내가 작업하는 부분을 하루 빨리 달라는 요청이었다.

밤에 들어와서 마지막 작업을 해서 보내려고 했는데, 이런 망할… 

우선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햄프턴인에 맡기고 프리페이드 씸카드도 사고 점심 먹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원고 정리하고,

체크인을 좀 일찍 해달라고 부탁하고, 들어가서 마무리해서 보내두고 생각하자는 마음이다. 


위의 계획에서 짐까지 맡기고 씸카드를 사러 갔다. 티모빌 하루 3불짜리 선불 요금을 살 생각이었다. 

티모빌 간판을 단 가게에 들어갔다. 

“저기, 나 티모빌 프리페이드 심카드를 사려고 왔는데요…”

“오 그러니? 얼마 동안 쓸 생각이니?” / “한 5일 정도만 쓰면 되는데…” 

“너 어디서 왔니?” 


where are you from? 난 그렇게 이 질문이 듣기가 싫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는지 항상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공항에서 왔는지 얘기해야하나, 내 ethnic group의 “지리적 고향”을 이야기 해야하나,

아님 내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을 말해야 하나…

하지만 그나저나 저 사람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가 왜 궁금해한단 말인가. 무슨 상관이라고…. 


물론 미국적인 맥락에서, 나 같이 자명하게 동아시아 사람이라는 얼굴을 한 사람들에게 저 질문은 종종 인종차별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이에게도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으면,

캘리포니아라고 대답을 하면, 물은 사람은 당황해 하며 “where are you originally from?” 혹은 “I mean, where your parents came from”등

“원산지”를 묻는 것이고, 그러기에 아시안들은 이땅에서 영원한 이방인 상태로 취급 받는 그런 질문. 

그렇게 수 많은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저 질문에 대해서 분노하면서 말하는 것을 한껏 이해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느끼는 인종차별이라는 것이 나한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온 것은 아닌 게 자명하니깐… 


아마 백인이었다면(?) 대답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티노 엑센트가 묻어있는 질문이어서 그냥 살짝 들었던 짜증을 누르고는

“한국에서 왔다”라고 정답을 알려주었다. 몸이 물리적으로 있었던 곳은 싱가폴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남자, 가관이다. “그런데 왜 영어 잘해?”란다. 

이 질문에는 도대체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는지 머리속에 사전에 세팅된 “정답”은 없었다.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말해주니 고맙긴 하다만, 영어랑 프리페이드 심카드는 그렇게 큰 관계가 없을 것 같은데….?” 


주변에는 나보다 험악하게 생긴 두 남자가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다투고 있고,

그냥 이 어정쩡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었다. 

“나는 아이폰4를 쓰고, 그냥 3G 데이터를 쓸 수 있는 그런 심카드였으면 좋겠어.. 3불짜리 요금이 있던 것 같은데…”

“심카드는 20불이고, 요금은 하루에 5불씩 5일해서 25불이야. 45불에 세금이 붙어서…” 


50불? 차라리 한국서 가져온 SKT 전화기에 하루 9천원짜리 데이터 로밍을 쓰는 게 낫겠다 싶었다. 

어차피 통화나 텍스트는 필요한 게 아니고 데이터만 있으면 되니깐. 

게다가 티모빌 프리페이드 심카드 온라인 주문하면 공짜고 가게에서 사면 10불이면 산다는 걸 뻔히 아는데… 


“너무 비싸네! 그냥 안살래”하고 가게를 나오는 순간, “헤이!!”라고 불러 세운다. 

“그럼 심카드 10불에 줄게! 그리고 너 전화기가 뭐야?” 

분명 3초전에 아이폰 4고 3G라고 말했는데… 다시 대답했다. “아이폰4이고 3G 쓰는 거야” 

“아 3G!!! 3G 요금은 싼 게 있어. 하루에 3불해서 15불, 세금 합쳐서 27불 정도 나오는데 25불만 내고 가져가!”

옆에 있던 다른 사람과 티격태격하던 직원도 갑자기 “엄흐나! 너 운이 좋구나. 프로모션이 딱 있어. 지금 구입하면 5일 요금만 내고 10월 초까지 쓸 수 있다고~”


갑자기 이게 다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원래 25불 정도에 살 생각이었으니 알겠다고 했다. 샀다. 

도망치듯 가게에서 나와 심카드 낀 전화기 리부팅을 했다. 왼쪽 상단 통신사 이름이 뜨기 시작한다. 당연히 티모빌이 뜰 줄 알았는데…

앵? 앵? 듣도 보도 못한 Univision 이라는 회사 이름이 뜨고,

스페인어로 된 텍스트메세지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게 다 무슨 상황인가… 

갑자기 반찬 나오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 펜스테이션 근처에 식당부터 가자는 생각이 든다. 

2009년 첫해, 같이 집을 쓰던 하우스메이트는 내가 뉴욕에 간다고 하자

“뉴욕에 가면 꼭 오징어곱돌을 먹으세요. XX라는 식당인데…”라고 했다. 

그 식당은 어디에 있죠?라고 물었더니, “흐음… 그냥 걸어다니다 보면 어느새 그 식당이 눈앞에 있을 거에요”라고 대답했다. 

속으로는 뉴욕이 무슨 종로만한 것도 아니고, 얘는 무슨 생각으로 저러나 싶었다. 

그때 공항에서 기차 타고 내려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데, 정말로 내 눈앞에 그 식당이 나타났다. 

엇, 이거 진짜잖아?… 그도 그럴게 나도 다른 친구들에게 XX식당에 오징어곱돌밥을 먹으라고 하고

위치를 물어올 때마다, 그냥 걷다 보면 나올 거야..라고 대답했는데 똑같이 3명의 친구가 그 대답으로 식당을 찾은 마법 같은 게 있었다. 


그 식당이 특별히 맛있다기 보다는, 그냥 그때 그 마법같은 기억 때문에 어쩌다 보니 뉴욕에 올 때마다 먹게 됐다.

특히 입으로 소리 내어 “오징어 곱돌밥”이라고 발음을 해보면 “곱돌”이라는 부분에서 유난히 입이 오무라 들면서

묘한 입술에서의 텐션이 나기 때문에, 저 밥을 주문하고 또 먹는 걸 좋아했다. 


주문을 마친후, 이 통신사의 정체를 알아내야 했다. 

느릿느릿한 데이터 속도로 꾸역꾸역 찾아내어보니, 티모빌에 뚜아리를 틀고 파는 작은 통신 사업자 같았다. 

웹사이트 회원가입을 하려고 인증번호를 요청했더니스페인어로 된 문자를 보내준다. 

es 라는 말이 대충 보니깐 be동사의 is 같고, 다른 말들은 자음 모음의 구성이 되어 있는데

뜬금없는 알파벳 배열과 숫자가 섞인 걸 보면 이 부분이 인증번호일꺼야라면서 추리를 시작하여 겨우 회원가입 성공. 


어카운트 진입 확보. 어카운트 정보를 열어보니…

내 심카드는 10여일 전인 2014년 9월 14일에 개통이 된 심카드이고 

한달 45불짜리 요금을 현금으로 내 놓은 상태이며

데이터는 1기가를 쓸 수 있고, 국내통화및텍스트는 무제한 무료이며,

놀랍게도 중남미 국가에 100분의 무료 통화가 있었다. 

이거… 라이프마일즈 고객 상담센터에 전화라도 해야하나… 싶은 마음이다. 


대충 상황을 정리해보니, 중남미계 이주자들이 주로 쓰는 선불 서비스 회사인 것 같다. 

하지만… 왜 개통이 먼저 되어 있으며 그것도 45불짜리 요금으로 되어 있는가였다. 

직원은 분명 프로모션이라 10월초까지 쓸 수 있다고 했는데… 프로모션이 아니라 한달 요금을 내둔 것이었다. 

심카드가 공짜라도 45불 요금제를 미리 내놨는데 25불에 팔았다고? 이거 말이 안되잖아…

갑자기 그런 의심이 들었다. “이거.. 돈세탁일지 몰라…”


오징어곱돌밥을 먹고 나서 계산하려는데 들어오는 아저씨가 “나경원 의원이 밖에 있어!”란다 

하…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그 사람이 나를 아는 건 아니지만 뭔가 끊질긴 악연이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이상하게 그 사람 모르게 나 혼자 엮이는 일이 몇번 있었는데… 여기까지. 하여간 계산을 끝나고도 가게에서 나가지 않고 그냥 가만히 좀 있는다. 


호텔로 돌아와 체크인을 하고, 이제부터 노동의 시작. 겨우 다 끝내니 저녁 여섯시 반. 한국 시간으로 아침까지 끝내서 보냈으니 다행. 

기껏 와서, 이 돈을 내고 자면서, 나돌아 다니기 좋은 시간에 일만 했구나 싶다. 


할 일 없는 사자처럼 숙소에서 나와 거리를 어슬렁 거리다가 타임스퀘어로 갔다. 

전광판과 전광판보다 더 많은 사람들. 걸어걸어 티켓박스까지 가게 된다. 

“요샌 무슨 공연을 하나…” 더듬어 본다.


본디 뮤지컬 보는 걸 창피해 한다. 대사를 노래로 말하는 게 그렇게 민망할 수가 없다. 

그래도 뮤지컬이어도 안 민망해 하면서 볼 수 있는 게 두 개인데, 시카고랑 헤드윅 앤 앵그리인치. 

십여년즈음 뮤지컬 회사에서 있던 선배는 어느날 국립극장으로 날 불러냈다. 

당시 미국의 시카고 공연팀이 와서 내한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목에 “STAFF” 이라는 명찰을 걸어주더니만


“들어가서 아무데나 앉아. 누가 어디 소속이냐고 물으면 ‘조명크류에요’라고 대답해. 

조명은 사람이 많아서 누가누군지 모르니깐. 그리고 크류라고 대답하는 게 핵심이야. 스탭이라고 안해. 내부 암호같은 거야. 

들어가면 자리가 비는 곳은 커플과 커플이 앉아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빈 자리가 있으면 그 자리는 안팔렸을 확률이 높아. 대충 눈치봐서 거기 앉아. 

그리고 만에 하나 걸리면… 넌 나 모르는 거다. 명찰 주워서 들어왔다고 해.” 라면서 도둑입장을 시켰었다. 

뭐… 하면 안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 스릴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스릴 넘친 상황에서 스릴있는 뮤지컬을 봤으니 안 재밌을래야 안재밌을 수가 없었다. 


판매 리스트에 ‘헤드윅’이 보인다. 꺄홀!

오래된 헤드윅 팬이었다. 원래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이었다가 독립영화로 제작되어 한국에 2002년에 개봉했던 이 작품. 

2000년대 초반, 홍대가 지금처럼 망가지지 않고, 각종 예술가들이 어슬렁 거리던 시절에 홍대에서는 이미 헤드윅이 유명했었다. 

영화판에 기웃대던 친구들은 “갱장한 놈이 나왔대. 헤드윅이라고…”라면서 소문이 돌았고, 2002년 개봉했을 때 개봉날 개봉관에서 친구들과 단체 관람했었는데 그 충격이 대단했다. 

냉전과 정치,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음악을 저렇게 묶을 수가 있더니. 

그 당시 홍대바닥 아이들에게 원작자이자 감독이자 배우인 존 카메론 미쳴은 선지자였다. 


나 또한 미쳐서 영화관에 갔고, 점차 인기를 얻어 영화를 콘서트로 보기 시작하며 이른바 ‘떼창’하는 애들이 늘어났다.

당시 도쿄에 갔을 때 시부야의 타워레코드에서 국내 미출시됐었던 헤드윅의 뮤지컬 사운드트랙 앨범과 로이 하그로브의 앨범을 봤을 땐

하루 2만 5천원짜리 숙소에 사는 주제에 한장에 35000원하는 씨디를 두개나 샀고 하루 종일 귀에 꼽고 다녔었다. 

존 카메론 미쳴이 다시 무대에 나오는 건 아니지만,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나와 앤드류 레널스가 주연으로 나온다니!!

그 바닥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기갈이 장난 아니고 끼를 쩔게 떠는” 앤듀르 레널스가 존 카메론 미쳴의 기갈을 이어 받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 

앤드류 레널스도 그동안 TV드라마에서 장난 아닌 기갈을 보여줬으니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값으로 할인 받았지만 그래도 비싼, 75불짜리 티켓을 사서 극장에 줄을 선다. 

국내에서도 조승우 등 걸출한 배우들이 헤드윅 주연을 맡아서 조드윅 송드윅 등 신드롬을 만들어 냈지만 한국판 헤드윅이 재밌지는 않았다. 

저 기갈과 끼는, 퀴어 문화가 오랫동안 쌓인 게 있어야 하는데, 조드윅과 송드윅 등은 몸에 그런 기갈과 끼가 착 붙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헤태로 남자가 연기하는 퀴어의 한계와 퀴어 컬쳐의 역사적 두께(?) 때문일 거다. 

저 정도의 기갈과 끼가 몸에 베인 배우들은 국내에는 이태원에 트랜스젠더 클럽인 트랜스에서 공연하는 “언니들”뿐. 


맨 앞에서 세번째 자리. 

공중에서 앤드류 래널스가 헤드윅 머리를 하고 재림하시듯 등장했을 때, 정말로 미친듯이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개 박수는 이미 오토매틱으로 쳐진다. 

게다가 그렇게 CD를 들어대서인지 가사가 술술 입에서 나오기 시작… 

하지만 기갈의 측면에서 보면, 존 카메론 미쳴이 한 수 위인 것 같지만, 앤드류 래널스도 완전 훌륭했다. 

게다가 10월부터는 덱스터의 주인공 마이클 홀이 주연으로 나올 거라는데…

그 정말로 상남자 같이 생긴 사람이 저 역을 어떻게 할까가 미친듯이 궁금해진다… 그거 보러 다시 뉴욕 와야한다고?… 에이, 그러면 파산이야!


온몸에 아드레날린 맛사지를 받고 길을 걷는다.

입에서는 그렇게 10년 넘게 좋아했던 노래, wig in the box가 절로 나온다.


On nights like this, when the world's a bit amiss
And the lights go down across the trailer park
I get down, I feel had I feel on the verge of going mad
And then it's time to punch the clock…


사진 1-2.JPG

사진 2-2.JPG사진 3.JPG사진 4.JPG사진 5.JPG


20 댓글

쌍둥빠

2014-09-27 02:59:16

1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반전 시위 하러 오셔서 중국, 남미와 세계3차대전 일으키실 뻔 하신듯 =3=33=33333

사리

2014-09-28 00:13:11

대전을 일으키기엔 제가 너무 소심하네요 ㅎㅎ

duruduru

2014-09-27 03:58:02

제가 요즘 LGBT 해석학으로 queering 하는 일에 엮여 있는지라, 볼 이유가 하나 더 생기네요.

사리

2014-09-28 00:14:20

오! 무슨 일을 하시길래 그런...
Lgbt나 퀴어 이론쪽에서 나오는 건 좀 많이 어려워서 제 머리로 공부는 힘에 부치더라구요 ㅎㅎ

duruduru

2014-09-28 00:29:47

무조건 봐야 한다니까요~!

사리

2014-09-28 22:03:26

알겠슴돠

기다림

2014-09-27 04:49:25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글입니다.

그 심카드는 돌아가실때 25불에 다시 파셔도 될것 같네요. ㅎㅎ

사리

2014-09-28 00:15:02

이 생각은 못했네요! 어제 좌판 좀 열 것을...

edta450

2014-09-27 06:48:31

돈세탁 ㅋㅋㅋ

뭐 아마 줏어서 파는거겠죠? 아님 혹시 장물이거나 ㄷㄷ

능력자

2014-09-27 08:43:30

한국의 구두방에 되파는 상품권 같은 것 아닐까요? ㅋㅋ 

사리

2014-09-28 00:15:38

ㅋㅋㅋ 장물 ㅋㅋ

블랙커피

2014-09-27 10:01:17

저는 NPH가 헤드윅역 할때 꼭 보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여서 아쉬워 했었네요...

사리

2014-09-28 00:16:31

그분 천재소년 두기 맞죠? 전 그양반이 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는데 되게 잘했나봐요 ㅎㅎ

narsha

2014-09-27 13:38:48

티모빌 간판달고 저런 물건을 판다는게 놀랍네요...

뉴욕에 살면서도 헤드윅이란 쇼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함 봐야겠어요.

그나저나 마지막 사진이 아리송하네요...

사리

2014-09-28 00:17:57

마지막 사진은 헤드윅 무대에요. 공연 시작하면 사진 촬영 금지라서 ㅎㅎ
영화로 먼저 보시고 마음에 들면 한번 시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Hakunamatata

2014-09-27 15:57:45

이번엔 엄지먼저 올리고 박수칩니다^^
진짜 엮어서 에세이집 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ㅎ

사리

2014-09-28 00:19:12

전 이번에 엄지발꼬락 들고 박족(?) 해봤어요 ㅋㅋ
제가 감사하죠...

해아

2014-09-28 04:40:29

"그거 보러 다시 뉴욕 와야한다고?… 에이, 그러면 파산이야!"


이런 걸 잠시나마 생각이라도 하실 수 있는 배포가 부럽습니다. 내키면 싱가폴, 알라스카, 뉴욕..


사리님의 다음 어쩌다 시리즈는 어딜까요? 우슈아이아? 레이캬비크?

사리

2014-09-28 22:02:47

다음 시리즈는 경제적 형편상.. 없지 않을까요? ㅎㅎ


아님 어쩌다 이주노동..시리즈? 

해아

2014-09-29 04:31:33

흑. 그렇다면,

혹시 사리님의 (유리치기님 같은) 노동여행기 어떠세요?


흥미진진할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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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겨울 포르투갈 간단 여행기 (사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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