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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믿기지 않을 만큼 따뜻해졌다.
동네 놀이터에는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뛰어 노는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전날 화요일까지는 눈발이 히끗히끗 날릴 정도로 추웠다.
하루 사이 기적 같이 변한 날씨에 아이들도 신났다.
햇볕 아래 노는 1, 2, 3호를 보니 그간 추위에 눌렸던 내 가슴이 저절로 펴졌다.
온도를 보니 화씨 74도, 섭씨 24도란다. 전날까지 영하를 오갔던게 믿기지 않았다.
간혹 오픈카의 지붕을 걷어 달리는 차들도 보였다.
한겨울 문 닫았다 연 아이스크림 가게도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놀던 기분 살려서 햄버거 먹자는 아이들 뜻대로 해줬다.
그런데 갑자기 속이 거북하고 두통이 있다는 2호가 햄버거를 다 먹지 못했다.
결국 전날 저녁을 먹지도 못하고 아침도 거르다시피한 2호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등굣길에 나섰다.
전날에 이어 따듯한 아침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등굣길, 나는 그림자로 출연.
아직 길가 나무들은 앙상하다.
잔 나무 가지에선 새순이 돋아 나니 동네가 금세 초록으로 덮힐 것이다.
수선화는 이미 꽃이 활짝 피웠고 더러 지기도 했다.
아직 손대지 않은 잔디밭 여기저기에 민들레도 솟아났다.
정원을 손 볼 재료 포대가 집집마다 쌓여있다. 이제 이대로 봄이 오나 했다.
하교길엔 아이들이 재킷을 벗어 재꼈다. 긴팔 셔츠도 덥다 싶었다.
토요일 내린 비가 일요일 까지 이어졌다. '3일 천하'로 끝난 화창한 봄 날.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병원에 간 2호는 독감 판정을 받고 사흘간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됐다.
우중충한 토요일 1호는 남은 초콜릿을 녹여 넣은 '초콜릿 팬케익'을 만들었다.
아픈 2호 안쓰러운지 옆자리를 지켜 주는 3호. 어쩌면 슬쩍 '빈대 붙어' 티비를 보는 건지도.
3호는 선물로 바꿀 수 있는 '엄마표 마일리지'를 적립했다.
동화책을(읽지는 못하지만) 보면서 지정해 준 글자 숨은 그림 찾듯 찾아내 옮겨 적었다.
비도 오는 데다 아픈 2호룰 두고 집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난 아이들이 집에서만 주말 이틀을 보냈다.
오늘 월요일 아침, 예정대로 1호와 3호만 등굣길에 올랐다.
셋이 가던 길, 하늘 마저 우중충 한게 괜히 울적해진다.
집엔 야외 의자를 펼치고 앉은 2호 혼자 남았다. 산책 좀 하는건 괜찮을까?
하던 고민을 바로 접었다. 흐렸던 하늘이 눈을 쏟아낸다. "헉 이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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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댓글
커피토끼
2018-04-16 14:34:32
날씨가 참 예상외로 움직입니다. 오하이오님 감기는 다 나으셨구요?
2호가 훌쩍 키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애기들은 아프면 또 훅 - 크던데, 2호가 더 크려나요...
빨리 나아서 씩씩한 2호로 금방 돌아오길 바랍니다.
오하이오
2018-04-16 14:46:52
감사합니다. 저는 거의 다 나았고요. 둘째 아이에게도 큰 탈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요즘 이곳 유행하는 감기 같습니다. 말씀처럼 아프고 나면 훌쩍 컸던 것 같고요. 아마도 이번에도 또 클 것 같아요. 다만 이 비현실적(?)인 날씨가 언제 멈출지, 한숨이 나오네요.
shilph
2018-04-16 14:40:21
에고 어여 낫길 바랍니다. 애들이 아프면 부모님들은 마음이 아프지요.
... 그나저나 거기 날씨 왜 저러는걸까요? 날씨 변화로는 오레곤주가 좀 굉장한데, 이건 뭐 비교불가네요 ㄷㄷㄷ
오하이오
2018-04-16 14:49:12
고맙습니다. 모레 부터는 학교 가도 된다고 하니 그때는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 정말 요즘 날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변화무쌍하네요. 히터와 에어컨을 하루 이틀 사이에 바꿔 틀어야 하다니....
백만을향하여
2018-04-16 15:08:00
그러게요.. 이웃동네인 미시간도 날씨가 어찌나 변덕스러운지.. 일욜아침에는 freezing rain으로 온 세상이 얼음으로 뒤덮혔더랬죠..
오하이오
2018-04-16 16:29:21
어구, 거기에 비하면 여긴 조금 따뜻한 것 같긴 하네요. 다행히 눈이 내려도 바로 녹는 정도라서 한겨울 처럼 얼음이 깔리진 않았어요. 그래도 날마다 온도차가 심해서 그게 그것 일것 같긴 하네요.
JM
2018-04-16 15:11:47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오하이오님.. 날씨가 참 변덕스럽네요. 제가 살고 있는 달라스도 어제는 40도를 찍었다가 오늘 오후는 79도네요 ㅠㅠ;
감기걸리기 딱 좋은 날씨이긴 하네요.
오하이오
2018-04-16 16:31:40
감사합니다. 마음을 놓고 이제는 봄이려니 했다가... 당한 기분이 많이 드네요. 늘 따뜻할 것만 같은 그곳의 온도차도 심하네요. 춥거나 더운 것 보다 일교차가 점점 참기 힘들어지네요. JM 님께서도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JM
2018-04-16 21:57:18
네, 감사합니다.
밍키
2018-04-16 15:19:25
저도 오하이오의 봄을 믿지 못하고 있어요 ㅋㅋㅋ
2호 얼른 낫길 바래요~~~
오하이오
2018-04-16 16:32:24
일찍 깨달으셨네요^^ 그래도 그래도 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둘째는 오늘 내일 지나면 나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서울
2018-04-16 16:51:54
그렇쟎아도 궁금하던차에 행복바이러스 귀염둥이, 1,2,3호 소식이네요. 2호가 빠진 아이들 등교모습이 뭔가 어색하네요, 2호가 빨리 낳아야할텐데!!! 아프고나면 많이 또 자라있겠죠! 조금 천천히 커줘도되는데...
오하이오
2018-04-17 06:45:32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게요, 학교 가는 길 내내 두녀석만 보고 가자니 좀 어색하긴 했습니다. 저도 이번 감기가 질기긴 하던데 아이들이라 회복이 더 빠를 것 같긴합니다. 말씀대로 앓고 나면 훅 커져 있을 것 같아요.
돈쓰는선비
2018-04-16 17:16:12
겸둥이 3총사, 빨리 복귀하길 소원해요.
미국 살면서 많은 꽃을 보지만 이름을 몰라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지 못한 적이 많습니다. 가끔 올려주시는 꽃 사진을 보면 배워갑니다. 감사해요!
오하이오
2018-04-17 06:46:55
감사합니다. 아이들이라 회복을 빠를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도 꽃이름 아는게 몇개 없어서... 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샌프란
2018-04-16 17:24:34
그 사이 애들 마이 컸네요
오하이오
2018-04-17 06:47:28
예, 돌아 보면 훌쩍 커 져 있네요.^^
Mrs.Darcy
2018-04-16 18:45:31
2호가 부쩍 큰 거 같아요~ 얼른 낫길 바랍니다~~ ㅎㅎ
오하이오
2018-04-17 06:47:55
고맙습니다. 크는 아이들이라 회복도 빠를 것 같아요.
Monica
2018-04-17 08:18:04
요리하는 남자 좋아요..ㅎㅎㅎ
날씨 정말 미쳤죠. ㅠ.ㅠ 오늘은 춥네요. 빨리 봄같은 봄이 오길.
오하이오
2018-04-17 09:39:51
하하! 정말 시원하게 쏴주셨네요. 딱 맞는 말씀 같습니다. 날씨가 미쳤어요! 제 저질 체력 탓에 이 미친 날씨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