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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한국 아이들의 시설 이야기

대니 | 2018.08.04 16:14:2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어제 마모 미시간 지부에서 나왔던 얘기 중에 "한국 아이들의 시설 이야기" 관련해서 주제를 던졌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원래는 이런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에서 제 가족이 겪었던 일 때문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특정 업체를 비난한다거나 이 글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생각이 아니라는 점 먼저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제 아내와 아이들은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 중에 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인지라 에너지 넘치는 5살 아이를 집 안에서만 데리고 있을 수 없어 수영을 가르키기로 했습니다.

마침 주변 어린이수영장에서 버스만 태우면 그곳의 선생님이 옷 갈아 입히고 수영 가르키고 씼기고 다시 옷 갈아입혀서 다시 버스 태워 보내준다고 했답니다.

이런 것이 처음이라서 좀 불안해 하긴 했지만, 아이도 혼자서 버스를 타고 가고 싶어하고 수영장측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하고 해서 한 번 보내봤죠.

먼 곳에 있는 곳은 아니라서 여차하면 아내가 바로 갈 수 있게 거의 대기 상태로 있었구요.

 

도착할 때 쯤이 되어서 전화를 했고 잘 도착했다는 말을 들었고,

수업이 시작할 때 즈음에 전화를 걸어서 아이는 잘 들어갔는지를 물어봤고 잘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수업이 시작하고도 좀 지났어야 할 시간에 수영장에서 전화가 옵니다. 아이가 계속 울고 있다고... 5분쨰 울고 있다구요.

원래 그러던 애는 아니지만, 아이니까 그럴 수 있죠. 처음 가는 곳이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니까요.

 

갔더니 앞서 전화를 받았었고 또 전화를 했던 직원이 애가 울고 있어서 못 들어갔다고 했더랍니다.

애는 옷 조차도 갈아입지 않았었고 버스에 타던 그 모습 그대로였죠.

알아서 다 한다던 약속 중에 지켜진 것은 버스에서 내려서 수영장 대기실(?)에 가도록 안내해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도착한 후 "저쪽에 있다가 다른 애들 들어갈 때 들어가" 한마디 이후로 아무런 관심을 못 받은 것이죠.

이에 대해서 해당 직원에게 말뿐인 사과... 들어갔다고 했잖느냐고 물었을 때 "제가 옷 갈아입고 들어갔다는 말은 안 했는대요"라는 말을 듣고는 기분이 많이 나빠지긴 했지만, 아이도 계속 울고 있고 환불도 해준다고 해서 환불만 받고 나왔다고 합니다.

 

나중에 집에 도착해서 아이의 말을 들었더니 차에서 내린 후 기다리다 다른 애들 따라서(어떤 특정한 아이가 아닌 그저 "다른 애들") 들어가란 말 이외에 누구도 관심을 안 줬고 내내 앉아만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내는 밤새 속이 상해서 잠도 못 잤다고 합니다.

다음날 찾아가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다고 CCTV를 요청을 했고 함께 돌려보며 한참을 울었다고 합니다.

해당 업체 사장님이 나와서 얼마 전에 갑자기 최저임금을 안준다며 6명의 직원이 고발을 한 후 갑자기 그만 두는 바람에 인력이 많이 모자라다고 하면서 거듭 사과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메일로 CCTV 화면을 받아서 저에게도 보내줬는데, 코덱이 안 깔린 것인지 파일 자체가 그런 것인지 FF가 안되는 1시간짜리 동영상을 회사에서 보게 됐습니다.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습니다. 내내 먹먹한 마음으로요...

대기실에는 비상구가 하나 있었고 밀고 마음만 먹으면 알람이나 어떠한 안전장치 없이 나갈 수 있는 구조더군요. 그 앞에서 지키고 있는 직원은 없었구요.

많은 직원들이 대기실을 오고 갔지만 누구 한명 아이에게 말조차 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나중에... 수업이 시작했어야 될 시간도 지나서... 아이는 울기 시작합니다.

아는 사람도 없으니 크게 울지도 못하고 서러움이 복받쳐 흐느끼는 울음이었어요.

소리가 들리는 동영상이 아니다보니 알 수는 없었지만... 한참을 눈물을 훔치는데 아무도 모르더라구요. 어른과 아이 열댓명이 있는 대기실이었습니다.

나중에서야 대기실에 있던 엄마 중 한 분이 알아채고는 앞쪽 접수대로 아이를 데려다 주고 그 곳에서 전화하는 모습이 보인 후에 동영상은 끝났습니다.

 

여기서 저와 제 아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과를 받고 환불을 받는 것 이외에는 없더라구요.

수영장측이 딱히 법을 어긴 것도 아니니까요.

관련 기관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신고를 한다해도 무엇으로 해야될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유치원 같은 교육기관도 아니니까요.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언론에 제보하는 것인데...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얻는 것은... 없겠죠.

그래도 내 나라 내 아이의 나라인데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거창한 이유를 내세우고 개인적인 복수심에 불타올라서 제보를 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보를 한다해도, 그 이후에 일들을 미국에서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럽더라구요.

이기적인 이유로 일을 크게 만들지는 않기로 합니다. 크게 만들었을 때 아이도 계속 이 일을 기억해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내는 그저 빨리 잊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저도 그러도록 노력하겠지만, 아이에게는 어떤 경험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어요.

앞서 얘기했던 안내하던 직원이 찾아와서 사과한다는 말을 듣고는 아이가... 그 사람 용서해주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이 가장 가슴 아픕니다. 부디 아이에게 큰 상처가 아니고 곧 잊혀지기를 바래봅니다.

 

의미 없이 길기만 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곳과 어울리지 않는 글인만큼 지우라고 하시면 지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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