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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몇가지 짧은 생각들

마일모아 | 2019.04.02 13:58:5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1.

 

지난 번 회원가입 기간이 종료된 후에 @쌍둥빠 님이 ‘이번에 가입하신 회원분들 숫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 물어오셨습니다. 확인후 말씀을 드리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네요.

 

2019년에 가입하신 분들 숫자는 대략 1,500 분이구요. 현재 마모 게시판에 회원으로 가입하신 분들의 총 숫자는 8,572명입니다. 물론, 이 중엔 아이디만 만들어 놓고 활동이 없으신 분들도 계실 것이니 이 모든 분들이 active한 회원이라고 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거부"에 들어가신 분들이 500명 정도 되는데 제가 거부한게 아니구요. 이 분들은 이메일 인증을 하지 않으신 분들이에요.) 

 

MM 8572.jpg

 

 

게시판 회원 8,572명.

 

이 숫자가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비교를 해봐야겠죠?

 

우선, 4/1일 기준 네이버 카페 스사사의 회원 숫자는 732,001 명입니다. 스사사에 비하면 마모 사이트는 회원 숫자만 놓고 보자면 1.17% 정도입니다. 미국 교포, 유학생들의 미미한 정보, 잡담 사이트라 불려도 딱히 반박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2011년 2월 4일 게시판 회원제가 도입된 이후 몇 년간 마모 게시판 생활을 함께 해오신 분들에게는 상전벽해와도 같은 큰 변화임에도 틀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입하신 순서대로 회원 번호를 매겨본다면 @개골개골 님이 대략 100번 정도이구요. 2012년 1월에 가입하신 papagoose님은 220번 정도입니다. 200-300명이 서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 정도로 친하게 지내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사이트가 말도 못할 정도로 커져버린 것이죠.

 

다른 비교의 대상으로 제가 “포도원” 글을 작성한 것은 2014년 2월 18일인데요. 그 시점 게시판 회원은 지금 찾아보니 대략 3천명 정도가 되네요. 그 때와 비교해서도 사이트가 3배 가까이 커진 것이니, 많은 분들이 마모 게시판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느끼시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모두를 아는 시골 마을에서의 삶과 옆에 지나가는 사람이 누군지 알리도 없고 신경 쓸 일도 없는 도시에서의 삶은 분명히 다를 것이니 말입니다.

 

2.

 

물론, 게시판 회원 숫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그 자체가 게시판에 올라오는 정보나 글이 “ㅉㅈ” 해지는 것을 담보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운영자인 저의 운영 미숙에서 비롯된 현상이구요. 이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립니다.

 

지금은 cliche가 되어버린 깨진 유리창 이론 (broken window theory),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리창이 하나가 깨졌는데 그 유리창을 방치하게 되면 ‘여기선 그래도 되는군 ㅋㅋ’ 하는 심리와 행동을 불러오고 결과적으로는 다른 유리창들도 계속 깨질 수 밖에 없다는 이론인데요.

 

게시판의 잡담을 깨진 유리창이라고 부른다는 것에 어폐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바입니다만, papagoose님의 지적이 사실을 일정 부분 적시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제 기준에서 판단할 때 선을 넘었다 생각하는 글, 댓글, 그리고 벚꽃놀이 꽃구경하는 날도 아닌데 아침 10시부터 술한잔 자신 어르신들처럼 다른 회원분들에게 불쾌감을 주시는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다시 말씀드립니다. 기준은 “제 기준”입니다.

 

3.

 

‘마모 사이트에 더 이상 정보가 없다. 이제는 마일, 여행 정보는 거의 올라오지 않고, 신변 잡기적인 내용만 올라오고 있다’라 느끼시는 분들 많은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 저도 안타깝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일, 포인트의 제상황이 변화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농사일이 바쁘고 일이 많을 때에는 눈코 뜰 사이 없이 나가서 모 심고 잡초 뽑고 해야 하지만, 일이 없는 한겨울 농한기에는 이왕 모였으니 마을회관에서 고스톱이라도 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고스톱을 치다 보면 고스톱 그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타짜분들도 생길 것이구요. ;; 

 

그런 점에서 grayzone 님께서 정리해 주신 최근 개악 사례는 여러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먹고 죽을려고 해도 줏어먹을 마일리지가 없거든요. 설령 그간 종잣돈처럼 모아 놓은 마일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이 쉽지 않아서 폼나게 쓰는 것은 더 힘들구요. 후기와 여행기를 써 볼려고 해도 이미 올라온 후기, 여행기 이상을 쓸 수가 없어요 ;; 

 

4.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일 흉년은 마모 게시판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예전에 검색을 하다가 디씨에 올라온 글을 하나 봤어요. 마모 사이트와 한국의 여러 카페들을 비교하는 글이었는데 마모 사이트와 마모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점잖은 사람들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저도 마모에 계신 분들 한 분 한 분 모두가 다들 선하시고 점잖으신 분들이고, 본인이 가진 재능을 남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시는 귀한 분들이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점잖음 또한 특수한 상황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계속하고 하고 있습니다.

 

마모 게시판의 너그러움은 카드 회사가 베풀어주는 풍성한 사인업 보너스에 기반을 하고 있고, 다른 사람이 두 개 먹더라도 내가 먹을 것 하나 정도는 남아 있다는 천조국의 규모가 주는 풍요로움에서 나온 것이지 마모 회원 자체가 한국인 평균치를 넘어서는 품성과 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텐데 앞으로 곳간에 쌓인 것들이 줄어들어가고, 곳간에 들어오는 쌀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바뀌어갈런지. 이게 큰 두려움입니다. 인터넷에 수두룩한 망해버린 커뮤니티가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을 테니까요.

 

5.

 

grayzone님의 글에 댓글로 남겼지만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의 하나는 마적질 전도의 윤리성입니다.

 

비유 하나를 들어도 될까요?

 

제 요즘 심정이 어떠냐면요, 대학원생 찾아다니는 바이오 분야 교수 같아요. (바이오 분야에 계시는 분들에겐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ㅠㅠ) 

 

예전에는 학생만 열심히 하면 연구비도 쉽게 따고 학위 마치면 교수도 상대적으로 쉽게 되고 그랬어요.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박사 마쳤다고 해서 그 누구도 교수 자리 보장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경우에 따라 박사 마치고 5년짜리 포닥을 막 2개씩 해야 하고 하잖아요. 그런데 내 연구실 굴리겠다고 (대학원의 현실을 전혀 설명하지 않은채) 대학원 오라고 학생을 꼬시는 것은 이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거든요.  

 

제가 보기에 요즘 마일계가 딱 이래요.

 

5/24 도입되기 전, 3-4년 전만 하더라도 정말 부부가 1년 딱 열심히 하면 마일 100만 마일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어요. 4인 가족 한국행 비지니스 탑승도 (개인의 상당한 노력과 발품이 들어가지만) 못할 것이 아니었구요.

 

그런데 지금은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4인 가족 이코노미 왕복 뽑아내기도 만만치가 않아요. 샤프로 6만 마일 먹고, AA 카드 Citi에서 하나 만들고 바클레이에서 하나 만들어서 12만 마일 정도 만들고, 그리고 델타 카드 두어장 해서 12-13만 마일 뽑아냈다고 해봐요. 한국에 한 두 번 정도 다녀오는 것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은 뭐랄까 대학원생에게 ‘대학원 가면 학비도 면제시켜주고, 생활비도 일부 지원해줘’ 이러면서 꼬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거든요. 인생을 걸어보라고 할 수가 없어요. 마일 게임보다 더 재밌는 게임은 없다라고 자신있게 말을 못하겠어요. '무작정 따라하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그래서 요즘은 대문글에 글을 잘 못 올리겠어요. 대문글에 글을 올려서 굿딜이라고 하면 카드 사인업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exposure가 늘어나니까요. 그 이유로 꾸준히 지속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블로그 마켓팅의 기본이고, 영어권 블로거들은 하루에도 여러번 글을 올려요.

 

근데 이렇게 하기에는 계속 양심에 찔려요. 뭔가 허황된 꿈을 심어주는 것 같아요. 대학원 오라고 꼬시는 교수같아서요. 나만 잘 살겠다고 하는 것 같아서요. At your own risk라고 disclaimer를 달아도 마음이 편치 않아요. 그래서 요즘은 고민이 많아요.

 

6.

 

요즘 게시판 나가시는 분들 많으시죠.

 

마모를 떠난 분들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아무런 보상도 없이 자기 시간내어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를 나눠주셨던 분들인데, 주인장보다 더 이 공간을 아껴주셨던 분들인데 제가 감히 서운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거든요. 저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어요. 내가 썼던 글을 다 지우고 나가시는 그 심정, 그 서운함, 그 마음 제가 다 알 수 없기에 미루어 짐작하고 미안할 뿐이에요.

 

하지만, 심정은 이해하면서도 그리고 내 책임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은 공간을 함께 했던 누군가가 떠나면 마음이 참 아프더라구요. 점만 찍힌 글들이 게시판 한 바닥을 다 채우면 정말 마음도 머리 속도 점점점 .... 이 되어버리구요.

 

그래서 저부터 좀 맘이 편해지고 싶어서 작성한지 1년이 넘은 글의 경우 본문을 삭제/수정하더라도 맨 위로 토잉이 되지 않도록 게시판 프로그램을 수정했습니다. (댓글을 달면 글이 위로 토잉되는 것은 동일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마모에서 떠나시는 분들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떠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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