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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의 미국표류기

포도씨, 2019-07-01 19: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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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관한 얘기는 자세히 적지 않았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1편>

 

나는 그때까지 공부만 했다. 할줄 아는 다른게 있는지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그냥 남보다 앞서 나가는게 당연했고 그래서인지 또래들보다는 약간 이른 나이 스물아홉에 결혼을 했다. 철없을 때라 사랑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남들처럼 번듯이 살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원하는 결혼이 아니지만 결혼비용은 대주마시던 부모님은 선심쓰듯 천만원을 전세금으로 쓰라며 던져 주셨고, 직장다녔던 와이프가 어째 융통했는지 돈 천만원을 보태 전세2천만원으로 봉천동 용호빌라 101호 원룸, 그곳이 우리가 가출같은 출가를 한후 꾸린 단촐한 신혼집이었다. 장인장모님 시골에서 올라오셔도 하루자고 가시란 말을 못했다. 그때부터였을까 궁핍한 내처지가 서글프고 뒤돌아서 등지고 내버려둔 부모님에 분노하고 내팽개쳐진 나자신에 좌절하기 시작했나 보다. 나보다 늦게 결혼했지만 양가로부터 듬뿍 축복받은 선배형의 집들이에 들렀다가 흠칫 놀란 후에 갓 태어난 딸램이와 와이프가 반겨준 집이 그렇게 좁게 느껴지던건 착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변변찮은 벌이의 박사과정학생이었고 부모님께 연락하여 손벌일 상황도 아니고 줄도 빽도 없던 나는 나만 믿고 고생할 가족을 제쳐두고 교수라는 꿈을 꾸어도 될것인지 고민을 그 즈음 시작하게 되었던것 같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티내지 않으려 졸업식때 더 활짝 웃었지만 박사모를 쓴 나는 두살배기 딸을 안고 있었고 내옆에는 뒷바라지 고생한 와이프가 환하게 웃는 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그녀도 웃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해외로 포닥을 가나 국내 어디연구소라도 취업을 해야 하나 선택의 고민을 덜어준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한다리 건너 알던 선배의 소속실험실을 한참전 졸업하고 유학길에 올랐던 선배가 미국에서 창업을 했는데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고 취업비자를 지원한다는 후문이다. 썩 좋은 조건은 아니라서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던 터라 별 인연이 없던 나한테 까지 소문이 닿았다. 그래 가서 쥐죽은듯 3년만 더 고생을 해서 돈이라도 모으든지 뭐 안되면 해외에서 취업경력이 있으면 한국에 기업에서 취업하거나 대학에서 겸임교수라는 것도 있으니까 더 낫지 않을까. 집사람은 주저했지만 나는 지금보다야 더 낫지 않겠냐며 나만 믿으라 했다. 전세금 이천을 빼서 없던 세간살이를 이리저리 나누어 주고 비행기 표도 샀다. 그때는 세상물정 몰라서 비행기표도 내가 사야되는 줄 알았다. 남은 돈으로 환전을 하고 만6천불을 들고 엄마한테 전화한통으로 미국간다 더 잘사는 모습보여드리겠다 통보하고 흐느끼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세식구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서 세식구가 호텔에서 몇주 살다가 돈도 아낄 겸 원배드 아파트를 계약하고 둘러보니 가구까지 포함되었다는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부부침대 매트리스 이불가지와 밥솥 밥그릇 그리고 귀국하느라 급매라며 아껴탔다던 쏘나타를 덥석 사고 나니 이제 남은 몇백불로 뭘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이제 돌아갈 비행기 삯도 없었고 사장님 겸 선배님은 열심히만 하면 영주권을 곧 신청하자고 그리고 창업한지 얼마 안되서 조금만 회사사정이 나아지면 곧 월급을 올려줄거라고 했다. 그리고는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6개월만인가 이백불을 보너스로 주셨다. 한달에 두번 넉넉치는 않지만 한국환율로 계산하면 그래도 작지 않은 돈이지 않냐며 애써 와이프를 안심시키고 선배님이자 사장님의 두터운 신임을 한몸에 받아 늦게 까지 열심히 일했다. 그때 즈음 이었나 교회에서 한국 사람과도 만나고 친해지고 공원에서 영화처럼 고기도 구워먹으면서 미국도 살만한 곳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TV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다고 했다. 선배님은 우린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그 해를 넘기기 전 어느 날 출근한 회사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선배님의 보이스메일은 이미 다 차서 더이상 메세지를 남길수 없으니 다시 전화하라고 안내했으나 몇번이고 다시 전화해도 메세지는 남길수 없었다. 와이프의 채근에 어쩔수 없이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허리가 아파서 이제 병원에 다녀야 된다고 하셨고 어머니는 무릎이 아파서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 했다. 나는 별일없고 잘 있다고 했고 집사람과 딸도 영어가 어느정도 늘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전화요금 비싸다는 핑게로 전화기 너머로 그렇게도 전하고 싶은 사연을 울음이 새나올까 또 하겠다며 서둘러 끊었다.

 

취업비자를 갖고 있던 나는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으려면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세식구 돌아갈 비행기삯도 안되는 모아놓은 돈을 일단은 착수금으로 성공률 99.9% 의 영주권 변호사에 입금하고 알량한 박사학위를 내새워 미국국익에 반드시 도움이 될거라며 스폰서없는 영주권을 진행시키는 동시에 어디든 취업할 곳을 찾아다녔다. 아파트 렌트비가 밀리고 오피스에서 뻘건 글씨의 편지가 몇번 왔을 즈음 비교적 가까운 2시간거리의 도시에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더듬더듬 프리젠테이션했던 나를 씨을대학교라며 좋게 봐준 대만계미국인 매니져가 학력에 비해 약간 낮은 포지션이지만 괜찮다면 다음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 그날 저녁 우리둘은 딸을 재웠고 그리고 울었다. 눈물이 마를 즈음 와이프가 임신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또 울기 시작했다. 나는 약간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더이상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잠깐 집밖을 나와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아래 나혼자 있는것 같았다. 애가 둘이 되면 온가족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 얼마일지 계산해 보고 그리고 언제 한국에 갈수 있을지 계산해 보았다. 그러자 나도 깜짝 놀랄만큼 순식간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나는 달없는 밤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다.

 

 

 

 

<2편>

 

서울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대학을 낀 조용한 도시였다. 새로운 곳이라 애를 맡길 만한 사람이 없어 내가 휴가를 내어 큰 애를 보살피던 그 때 외딴 병원에서 집사람은 외롭게 수술대에 올랐고 둘째가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남자아이였다. 홀로 수술대에 오른 집사람 보기가 미안하기도하고 없는 살림에 둘다 건강해서 기쁘기도 해서인지 덜 닦인 피뭍은 애를 보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그 작은 몸을 부르르 떨며 온힘을 다해 우는 그 애를 보며 처음보는 동생몸에 뭍은 피에 놀라 우는 딸을 보며 온가족이 울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어서 행복해지기로 결심했다.

 

두번째 직장은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대우가 괜찮았고, 운이 좋아서인지 나빠서인지 직속보스가 바뀌거나 몇번의 부서 재편을 통해서 월급도 오르고 실력이랄까 경력이랄까 어느정도 인정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채 두해도 지나지 않아, 어떻게 하다 알게된 나보다 연배는 높지만 비슷한 처지의 김 모 박사님, 박 모 박사님을 보고 있자니, 직장월급받아 돈모아서 집사고 차사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는 힘들겠구나하고 판단하게 되었다. 

 

이럴바에야 한국에 돌아갈까? 한국에 돌아가려니 이젠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최근 3년내 논문이 없어 교수직에 신청조차 힘들것 않고 한국기업에 취업하자니 내새울만한 경력이 있는것도 아니고 들어간대도 모아둔 돈이 없으니 부모님께 손벌려야 할 상황이라 내 결정은 자연스레 미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를 돌아가지 못하게 진정으로 막은 것은 한국에서 다들 떡하니 교수며 연구원이며 한자리들 꿰차고 있는 선배, 동기, 후배들의 평가가 두려웠던 내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약간의 부침과 몇번의 고비가 있었으나 학위덕분에 다행히 그리고 남들보다는 빨리 영주권을 손에 쥘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영주권을 받으면 학생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나도모르게 적립되었던 국민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을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와이프도 결혼전에 직장을 다녔기에 내몫보다 훨씬 많은 국민연금을 갖고 있었다. 나는 우리부부의 국민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고 미국에 온 이후 가장 큰 목돈이랄만한 돈을 만지게 되었다 오랜만에 큰돈을 만지게 되자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수많은 것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런 생각도 잠시간의 사치였을까. 어느날 TV에서는 연일 주가가 폭락한다고 했다. 이번엔 미국이 아니고 유럽이 문제라고 했다. 그리스가 문제라고 했다가 이탈리아, 포르투칼, 스페인도 문제라고 했다. 주가는 내리고 집은 숏세일로 팔리고 심지어 중고차값도 내렸다. 나는 이번에 또 회사가 망하면 그래도 영주권이 있어 다행이라고 그리고 국민연금으로 받은 돈으로 비행기 탈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에 한국으로 돌아가도 핑게거리가 있어서 그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밑바닥을 봤으니 더 나빠질 수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3편>

 

내가 좋건 싫건 세상은 변하고 그 변하는 세상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익혀왔던 지식은 너무나 고상하고 우아해서 세상사는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구나. 대가리 먹물께나 들었다는 가방끈 좀 늘어졌다는 내가 할줄 모르는게 그리고 세상에 대해 모르는게 왜 이렇게 많은지 온 가족을 데리고 자신만만하게 미국으로 올때 믿었던 내 자신감의 근거는 무었이었는지 생각해 봤다. 머리속에는 먼 바다에 출렁이는 파도와 조류에 갈곳을 잃은 뗏목이 그려질 뿐이었다. 나는 혼자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갓난애까지 딸려서 살림이 늘어나니 원배드 아파트는 더욱더 좁아졌다. 아래층에서는 인도아저씨가 뛰지말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투배드로 이사가려니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 임대료는 오르고 집값은 내렸다. 차라리 이돈이면 집사서 모기지를 내는 게 낫지 않을까? 수중에 국민연금으로 받은 돈이 있으니 이런 앙큼한 생각이 들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 당시 집을 사면 한시적으로 세금을 공제해준다고 했다. 일단 내 연봉으로 살수 있을 가장 비싼 집값을 알아보니 오십만불로 프리어프루블 레터를 주었다. 국민연금으로 받은 돈이 있지만 내 상식속의 일반적인 20% 다운페이(=십만불)로는 턱없이 부족할터였다. 집사는 걸 포기하고 조금 더 변두리 아파트를 알아보는데 집으로 날라온 우편함에 3% down, 5% down, 3.5% First Home Loan 등 생각외로 많은 모기지 옵션을 소개한 찌라시가 눈에 띄었다. 3%면 만오천불이라 할만한가?라고 생각했다. 일단 전화를 걸었다. 3% 다운페이하면 나머지 97% 빌려주는거 맞냐? 나는 크레딧은 좋고 오십만불짜리 프리어프루블 레터가 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알아듣는데 시간이 약간 걸리는 영어로 맘에드는 집을 사는 걸 축하하며 오퍼는 넣었는지 언제 클로즈 할건지 물었다. 나는 에스크로며 타이틀 컴퍼니, 클로징이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들었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실망한듯 했지만 어쨋거나 그분은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바이어 에이전트를 통해서 오퍼를 넣고 수락하면 그 후에 연락을 달라고 친절히 안내를 해주었다.

 

아파트 계약기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주말부터 애를 업고 손을 끌며 집을 보러 다녔다. 차가 한대밖에 없어서 와이프가 회사까지 라이드 해주고 어린이집도 데려가고 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걸어갈수 있을 거리에 집을 보러 다녔고, 그러다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분의 소개로 중국인 에이전트를 만나게 되었다. 오십만불에 가까운 집을 사기보다는 경제력을 감안해서 (3% down은 43만불이 최대인걸 나중에 얘기해주심) 조금 눈을 낮춰서 저렴한 타운하우스를 권해 주셨고, 그분 추천으로 몇집을 더 본 후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타운하우스에 오퍼를 넣었다. 처음 넣는 오퍼다 보니 그분 에이전트인생 최초로 $100를 어니스트머니로 체크 써주며 거의 리스팅 가격에 오퍼를 넣었고 집주인은 오퍼를 바로 수락했다고 했다. 3% 다운페이 모기지 회사에 연락을 해서 그 당시 2%대 광고하던 이율과는 달리 5%에 가까운 이율에 모기지를 받았고, 그러던 와중에 클로징할때도 돈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집세금도 미리 내야 한다는걸 알게 되었으며 집보험도 내야하고 타운하우스는 HOA도 매달 내는 걸 자세히 알게 되었다. 중국인 에이전트는 집값을 올려주는 만큼 셀러에게서 클로징 크레딧을 받았고 마지막에는 자기 보수를 깍아서 클로징 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지만 나는 너무나 무지했고 무모했으나 중국인 에이전트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첫집 구매를 성사시켜 주었으며 그 인연으로 그 이후의 집 매매도 그분이 전담하고 계신다. 결국 회사다니며 그 동안 모은 현금과 부부의 국민연금일시금, 셀러의 크레딧, 에이전트의 리베이트 등을 합해 약 이만불 안되는 돈으로 클로징을 며칠 넘겨가며 겨우겨우 사십만불짜리 타운하우스를 시세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구입한 때가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날이었다. 이사비용이 없어서 연말에 몇날 몇일을 승용차로는 몇번을 왕복하며 자잘한 살림살이를 옮기고 마지막에 트럭을 빌려서 부부가 분해한 가구를 다 옮기고 나서 소변에 붉은 피가 섞여 나와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나는 내색을 하지는 않고 혼자 조용히 며칠을 끙끙 앓은후에 이듬해 조용히 출근을 했다.

 

 

 

 

<마지막편>

 

집을 사고나서 좋은 것도 잠시, 매달 나가는 모기지와 유틸리티 비용을 생각하면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회사에서 받는 연봉이 뻔하다보니 더이상 졸라매기는 힘들고 이러다간 모기지만 갚다 인생이 끝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경제는 서서히 회복이 되어가고 있었고 그 와중에 엑스보스로 부터 연락이 와서 조금 더 높은 연봉을 준다는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퇴직한 회사에서 미처 처리못한 스톡옵션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퇴직일로부터 90일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휴지가 된다는 스톡옵션. 다녔던 회사가 작은 회사라 상대적으로 스톡옵션이 많았는데 주식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 입사후 건드리지 않고 고스란히 내 계좌에 남아 있었다. 퇴사후 몇가지 안내를 따라서 처분을 하니 생각보다는 어마어마한 돈을 만질수 있었고 퇴직시 받은 미지급 휴가 등을 합하니 꽤 큰 돈이 생각지도 않게 들어오게 되었다. 새차를 살까하다가,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비슷한 직장인 처지의 몇몇 박사님을 생각해내고, 직장월급받아 돈모으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아예 없는돈이라 생각을 하고 차를 할부로 사는 대신 그 당시에 주목받았던 주식, 구글과 아마존을 샀다. 그 후로 몇해 동안 계속 오르는 주가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양적완화니 이자율이니 뭐니 말은 많았지만 미국 경제는 나아지고 있었고 집값도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 약 5년 후 집을 팔고 남은 차액과 주식의 일부를 팔아서 백야드도 있고 쓰리카 가라지에 전망 좋은 뷰를 가진 싱글패밀리홈을 샀다.

 

오랜만에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비행기표 예약할테니 한번 다녀가세요. 화푸시고 이제 한번 오실때도 됐자나요. 이젠 애들도 실제로도 많이 커서 화면하고 달라요. 할머니 할아버지도 보고 싶어하고요. 저도 그렇고 집사람도 많이 뉘우치고 그래서 한번 모시고 싶어서요.  내 간곡한 부탁과 비행기표 예약까지 끝냈다는 거짓말에 마지못해 엄마는 아버지 몰래 여권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통화 후 오래지 않아 그렇지만 실제로는 오랜만에 많이 늙은 아버지를 만날수 있었다. 휠체어를 타니까 줄도 안서고 빨리가고 좋더라. 아버지는 서비스 좋아졌다고 나를 칭찬하신건지 대한항공을 칭찬하신건지 애매한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그렇게 남들처럼 그랜드 캐년도 가고 세도나도 가고 라스베가스 가서 분수쑈도 봤다. 아버지는 손자의 태권도 도장에 가서 한시간동안 묵묵히 손자의 태권도를 지켜보시고, 어머니는 손녀의 교실에 발룬티어 가셔서 과제물 카피도 손수 도와주셨다. 아버지는 집안 구석구석을 휴대폰 사진을 찍으셨다. 가서 계속 볼려고 그러지. 미국 집은 구조가 요상하네 허허. 그렇게 한달여를 지내시다가 휠체어를 이용해서 줄안서시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셨다.

 

모셔다 드리고 집에 와서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카톡이 왔다. 늙은이들 밥해대니라 며느리 수고했다 덕분에 좋은 구경하고 잘왔다 그만하면 됐다. 이제 죽어도 눈감는다고 풀었으니 잘 살라하셨다. 카톡을 보는 순간 정말 펑펑 눈물이 나서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와이프도 울고 영문을 모르는 애들만 걱정스레 조용히 우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좋건 싫건 세상은 변하고 그 변하는 세상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먼 바다에 출렁이는 뗏목이 아직도 표류하며 떠있는것은 아버지가 매어놓은 닷줄이 혼자 버티며 자리를 지키냈던걸 나만 몰랐구나. 

 

 

 

 

 

 

<성원에 대한 감사> 

응원과 감사의 말씀에 일일이 댓글달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일로 잠깐 옛생각이 나서 써보았는데 생각외로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부끄럽고 놀랐습니다. 한국떠난지 오래된 핑게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엉망이라 너무 부끄러워 약간 다듬었습니다. 저보다 더 고생하신 분들도 많으시고 아직도 고생하시는 분들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자랑하려고 쓴글은 아닌데 읽으시고 불편하신분들 계시면 죄송합니다. 일천한 글 읽어 주셔서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10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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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mpo

2023-04-20 21:32:34

이사후에 소변에서 피가 나왔단 부분에서 눈물이 났네요. 우리 부부도 같은 경험이 있어서요. 글 잘읽었구요. 이젠  좋은일만 남으신거같네요

복숭아

2023-04-20 21:54:30

앗 이 글이 2019년 글이었고 심지어 제가 댓글을 달았었네요;;

읽다가 또 눈물이 났어요.

모든게 다 성장통이구나, 원글님에 비하면 내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감사하다 싶습니다.

이제는 더더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길 바래요 :)

오늘하루

2023-04-20 22:10:50

이전 글이었군요.. 너무 안타까운 맘으로 글을 읽으면서, "오늘따라 왜 이런 글들이 많이 올라오지.."  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해피엔딩으로 종결되어서, 한 번도 뵌 적도 없는 분이지만, "너무, 잘 되었네요.."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내셨으니, 앞으로는 글의 마지막의 해피엔딩의 진행형을 계속해서 누리시며 보내기를 바라겠습니다.

지지복숭아

2023-04-20 22:39:05

눈물이주루룩 ㅠ 

10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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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도다 2024-05-02 772
updated 114310

2023년 11월 현재 한국행 위탁수화물 규정은 어떻게 되는지요?

| 질문-항공 10
손만대면대박 2023-11-13 948
updated 114309

그리스 여행하다가 지갑 잃어버린 후기

| 후기 26
두유 2024-05-03 2089
updated 114308

그럴리야 없겟지만 은행이 파산 한다면 어찌 되나요?

| 잡담 54
알로하 2020-03-19 5997
updated 114307

일본 어디까지 가봤늬 - 요코하마 관광코스 추천 (먹는 것에 진심인 편)

| 정보-여행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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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김가루 2021-10-27 9472
updated 114306

(타겟) Hyatt (하얏트) Double Night Credits Promo (up to 10 nights)

| 정보-호텔 29
Globalist 2024-04-25 2963
updated 114305

게시판에서 새롭게 알게된 편리한 기능 (+질문)

| 잡담 6
슈티글 2024-02-25 1146
updated 114304

고속도로에서 차 사고가 났어요. 무얼 해야 할까요? (토탈 예상)

| 질문-기타 60
달콤한인생 2024-05-01 3871
updated 114303

사용해 보고 추천하는 Airalo 데이터 전용 전세계 esim

| 정보-여행 169
블루트레인 2023-07-15 13004
updated 114302

[업데이트: 인어났어요]//[원문]아플 비지니스 250,000 오퍼 (20K 스펜딩 조건)

| 정보-카드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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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golian 2024-04-28 2623
updated 114301

경주 힐튼) 부모님 모시고 2박 전략 지혜를 구합니다. (특히 가보신분들 답글 부탁드려요~)

| 질문-호텔 28
우주인82 2024-04-3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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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ture X pp 라운지 게스트 무제한

| 정보-카드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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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 2024-02-22 4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