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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읽기 거북할 수도 있는 글
아래에 대장내시경 비교글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납니다.
미국 경험입니다. 제가 박사과정 3년차에 갑자기 피똥이 나왔습니다. 변을 살펴보는 습관이 있어서 볼일 본 후 궁금해서 살펴봤는데 정확하게 말씀 드리자면 변에 피가 코팅되어 나와서 변기 안에서 다시 녹아 퍼지는 형세더군요. 이 정도면 위장은 아닐거고 대장 정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두려움이 생기더군요. 주변에 젊은 나이에 안 좋은 일이 생긴 경우도 봤고 해서 프라이머리 닥터를 찾아 갔습니다. 의사가 가족력 있냐를 포함해 몇가지 더 묻더니 그냥 괜찮을것 같다고 집에 가랍니다. 나는 괜찮을것 같다가 아니라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래서 꼭 검사를 해야겠다고 매달렸습니다. 그 의사 분이 정 그렇다면 시그모이달, 직장까지만 보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안된다 무조건 대장 내시경 시켜 달라고 졸르니 연신 이건 오버슈팅인데 라시며 결국 진단서를 끊어주셨습니다.
학교 소속 병원에 예약을 잡았습니다. 추천해 주는 약을 전날 저녁에 물에 타 마시고 오라 합니다. 그래서 충분한 양을 구입해 정해진 시간에 파워에이드를 섞어서 마셨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탈수가 올 수도 있으니 그리고 그냥 물에 섞어 마시면 역하니 이온음료에 타서 마시는 것을 추천하더라구요. 설명서에 보니 대략 1시간 정도 되면 배가 부글 거리며 신호가 온다고 합니다. 반응시간 동안 기다릴 겸 스타크래프트 2를 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해서인지 2시간 반이 지나도 부글 거리지가 않았습니다. 세시간 되도 신호가 없어 다음날 검사 못하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되는 마음에 추천 용량 한번 이상을 더 마셨어요. 그런데 약 30분 후부터 갑자기 배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비우는 정도가 아니라 가만 있으면 줄줄 세는 수준이라서 화장실을 5분 단위로... 잘려고 누우면 계속 세어 나와서 새벽 세시 넘게까지 잠을 못잤어요. 후배가 7시에 차 태워주러 온다 했는데... 중반에는 정말 유물 같은 것들이 나왔어요. 십년 전에 먹었던것 같은 새까만 (짜파게티인지?) 구부러진 면발 조각이 장에 어디 끼어서 못 빠져 나오다가 이번에 빠져 나왔는지... 거의 석탄화가 되어서 나왔구요. 후반에는 장에 있는 뮤커스까지 아주 그냥 싹 긁어 나온것 같았어요.
결국 아침에 해골 형세로 후배를 만나 겨우 병원에 도착했고 검사를 마쳤어요. 간호사가 이것 저것 체크 하더니 탈수 증세 있다고 하더라구요 ㅋㅋㅋ 어제 그 고생을 했는데 몸에 남아 있는 물이 전혀 없었을 거에요. 탈수기에 돌려서 탈탈 털은 그런 기분이였으니. 다행히 결과는 아무 문제 없게 나왔어요. 의사가 야채를 좀 섞어서 먹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더라구요. 그 당시에 혼자 살고 귀찮아서 고기 많이 구워 먹었거든요. 야채도 없이. 그게 원인이였던 듯 해요.
한가지 정보를 드리자면 한국은 프로포폴 반에 노란 수면 마취제 반을 섞구요 (프로포폴이 비싸서 그런건지...) 미국은 그냥 100% 프로포폴 쓰는것으로 들었습니다. 제가 노란 약을 쓰면 수면 마취가 잘 안되서 엄청 고생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후에 한번 한국에서 위 그리고 대장 검사 받을 당시 100% 프로포폴 해 달라고 하니 안 해주더라구요. 필요할 때만 쓴다고.. 결국 깨고 나니 얼마나 괴로워 비틀었는지 온 몸이 멍든것 처럼 아팠고 간호사 분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프로포폴 더 넣었어요 라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마취때 도대체 뭘 했길래....
이상 쓸데 없는 금요일 잡담이였습니다. 참고로 증거 사진 올립니다. 어머니와의 카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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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댓글
똥칠이
2019-10-25 18:44:44
1등?
일단 깨끗하셔서 다행입니다
Monica
2019-10-25 18:48:25
Oh the irony...
백만사마
2019-10-25 20:33:19
아이디가 제 대장 내시경이랑 어울리네요 ㅋ
정혜원
2019-10-25 19:22:37
저도 몇년전에 하기는 했었습니다만
의사분들에 따라서는 대표적인 과잉검진 이라고도 하는데
참 판단하기 어렵네요
백만사마
2019-10-25 20:34:45
네 가족력 없으면 그렇다고 하네요. 특히 한국은 건강검진이 병원의수익사업이 되어서요.
빨간구름
2019-10-25 20:16:39
오오. 글을 아주 찰지게 잘쓰시네요.
더럽고도 호기심 생기게..
"녹아 퍼지는 형태" .... 묘사의 달인이십니다.
묘사가 아주 독창적이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중독성 있어요.
작가로 임명합니다
백만사마
2019-10-25 20:35:32
일 하다 쉬는 동안 써 내려가서 읽다보니 오타도 많네요. 와이프에게 혼나요. 더러운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02년군번
2019-10-25 20:52:35
정확히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같은 시츄에이션 이였습니다.
저도 같은 코팅변을 여러차례 본후 같은 해골몰골로 가서 대장내시경을 한후 결론은 야채마니먹어라 였습니다. ㅋㅋ
백만사마
2019-10-26 08:42:04
혼자가 아니였군요. ㅋㅋㅋ 야채 많이 먹읍시다. 오늘 점심도 샐러드~
논문정복
2019-10-25 23:39:47
그럼 그피는 치..치질인가요?
백만사마
2019-10-26 08:42:39
아니요 치질이면 치가 바로 퍼지죠. 굳을 틈이 없으니까요. 올라갈수록 굳어서 검정색으로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동방불빠이
2019-10-26 05:16:37
저도 같은 이유로 30대에 한국에서 두번 정도 대장내시경을 받았는데, 40대 중반이 되어 이제 미국에서 한번 체크 하려니 제 주치의도 똑같이 50대 이상이 가이드라인인데라면서 계속 게기십니다 ㅎㅎㅎ 아마도 한번도 졸라 봐야겠습니다. 보험에서 100% 커버 한다니 받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만사마
2019-10-26 08:43:44
네. 꼭 졸라 보세요. 대장암이 사실 진행 속도와 단계가 워낙 규명이 잘 되어 있어서 그렇긴 해요. 그래도 한번 보고 나시면 좀 낫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