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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정보-기타]
백신에 대한 오해

edta450 | 2020.05.10 07:16:0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예전에 다른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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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인간이 만들어 낸 탈 것 중에서 가장 안전한 축에 속하는 물건이다. 대충 사고가 날 확률이 백만번 탑승에 한 번 꼴이니, 자동차나 기차 등등과 비교했을 때 절대 사망자 수나 주행(비행)거리당 사고율이 비교도 되지 않게 안전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행기 사고를 자동차 사고보다 훨씬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비행기 사고는 났다 하면 수백명이 죽는 ‘대형사고’가 되기 마련이고, 그 사고난 비행기에 타고 있다면 자기가 어떻게 한들 죽을 수밖에 없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일게다. 즉 엄청나게 낮은 확률이지만, 통제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공포가 과대계상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비행기 사고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 물론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가지 않는 것'을 택한다면, 분명히 이 선택은 (교통사고로 죽을) 위험을 줄여주거나 아예 0으로 만든다. 하지만 어쨌든 가야 하는 길이라면? 비행기 대신 자동차나 기차나 배를 타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사고 위험을 높일 뿐이다. 이쯤에서 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은, (막연한 공포는 이성의 끈으로 잘 동여매놓고) 비행기를 타는게 가장 좋은 초이스라면 그냥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정 마음에 걸린다면 여행자 보험을 하나 들든가.

 

이쯤 되면, 세간의 입씨름을 낳고 있는 소위 '예방접종의 위험성'이 딱 이와 마찬가지 경우가 된다.

 

우선 제대로 된 분석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떤 (제대로 된) 의사도-심지어 현재 쓰이고 있는 백신을 몇 개 만드신 내 옛날 보스도-예방접종이 100%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자. 모든 의료행위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약에 부작용이 있듯이, 백신에도 부작용이 있고 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백신이 듣지 않는 사람도 있고,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도 있고, 백신에 과민반응해서 큰 탈이 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약은, 통계적으로 효능이 부작용보다 크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예방접종의 부작용이, 비행기 사고보다도 훨씬 공포를 과대계상하기 좋은(그리고 현대에 들어서는 이익을 과소평가하기 좋은) 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것이다. 일단 예방접종이라는 것 자체가, 건강한 사람이 아플 걸 대비해서 미리 투여한다는, 일반적인 약과는 정 반대의 컨셉이라는 점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 약은 아픈 걸 낫게 하기 위해서 먹는거고, 그 아픈 게 낫는다면 어느 정도의 부작용(그 약이 항암제냐 두통약이냐에 따라서 감당할 수 있는 부작용이 천지차이이긴 하지만)이 생길 걸 각오하고 먹지만, 백신의 부작용은 멀쩡한 사람이 아프게 된 케이스이니 일단 심리적인 허용 수준이 엄청나게 낮다. 사실 제너가 우두를 자기 아들에게 심던 시절에는 정말 백신의 안정성이라는게 없다시피(...)했지만, 천연두라는 것이 정말 죽을 수도 있는 질병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의 '마마'가 천연두이다)이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risk가 큰 대신 benefit도 큰 상황이었던 것이, 현대에 들어서 여러 의료환경의 개선(그중의 1번이 예방접종 그 자체, 그리고 항생제)에 힘입어, 예방접종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risk를 감당하기 힘든 의료행위가 되어 버린 셈이다.

 

자, 그럼 그 이유가 뭐가 됐던지간에, 당신이 당신의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현실적으로 접근을 해 보자. 도대체 예방접종을 맞고 진짜 크게 사고가 날 확률은 얼마인가? 미국에서 vaccine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보상을 받은 케이스가 대충 지난 22년간 2천5백건이 조금 더 된다. ( http://en.wikipedia.org/wiki/Vaccine_injury ) 1년에 100건이 조금 넘는 셈이다. 해마다 미국에서 4백만명에 가까운 신생아가 태어나고, 스케쥴대로 예방접종을 다 맞으면 대충 첫해에만 10번에 가까운 주사를 맞게 되는데, 그러면 주사 한 번의 부작용으로 보상을 받을만한 피해를 입을 확률은 대충 비행기사고와 비슷하거나 살짝 높은 수십만분의 일 수준이 된다.

 

반면에, 현대사회에서 전염병에 걸릴 위험성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높다. 홍역(measles)은 당신이 아이와 함께 저 아마존 정글을 탐험했기 때문에 걸리는 게 아니라(...) 애를 데리고 사람 많은 데 놀러갔기 때문에(디즈니랜드가 말 그대로 홍역을 치렀다!), 아니면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갔는데 몇 시간전에 병원을 방문한 홍역에 걸린 다른 어린아이 때문에(홍역 바이러스는 공기중에서도 수 시간 살아남는다), 심지어는 학교에 갔다가(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경우, 홍역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경우 감염확률은 90%(!!)에 육박한다) 걸린다. 지구 최고 수준의 방역/역학조사능력을 보유한 (이거 구라인게 판명됨) 미국에서도, 공중에 떠돌아다니는 홍역 바이러스를 실시간으로 캐치해서 소탕할 수는 없거니와, 일단 PCR부터가 NCIS처럼 실시간으로 안 나옵니다. 어쩔; 이미 몸속에 퍼져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법정전염병급 병원균을 피해없이 몰아내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홍역이 영유아에게 합병증을 동반할 가능성은 30%에 이른단 말이다! 뭐 큰 후유증 없이 살아난다면야 예방주사 맞은 것처럼 면역은 생기겠지만. 몸으로 때워서 배웠어요의 좋은 예

 

 

원래 비행기 얘기로 돌아가자면, 당신의 자녀에게 예방접종을 맞추지 않는 것은, 위에서 말한 비행기의 비유에서 '아예 안 가는 것'이 아니라(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 비행기가 위험하다며 지금이라도 바퀴는 떨어져 나갈 것 같고 브레이크는 밟히다 말다 하고 엔진은 당장이라도 퍼질 것 같은 고물차를 타고 대륙횡단을 하겠다고 나서는 꼴이란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antivaxer 부모 밑에서 자라서 매년 온갖 돌림병에 고생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안타깝다).

 

예방접종의 당위는 여러 차원에서 발생하고, Herd immunity를 유지해서 예방접종을 맞을 수 없는 사회구성원들을 보호하는 것과 같은 윤리적인 당위성도 분명 있다.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국가, 아니 전 세계적 차원에서의 일관성있는 의료행위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이타적인 목적을 걷어내도, 예방접종은 당신이랑 당신 자식 좋으라고 맞는거다. 당신의 아들딸들은 앞으로 80년 9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존재들인데, 무슨 대단한 걸 먹이고 입히고 할 게 아니라, 그냥 남들 수준의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심어주는 게 그들에 대한 최선의 투자라는 걸 생각해 주시라. 그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수십만분의 일 수준의, 내가 탄 비행기가 추락하는게 아닌가 하는 수준의 특정할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공포는, 잘 배워서 사리분별 잘 하는 당신 스스로의 이성의 끈으로 잘 묶어두시고.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 뿐이다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Franklin D. Roosevelt

 

ps. 백신의 benefit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risk가 아무리 작아도 의학적으로 해당 의료행위는 실익이 없고, 실제로 더 이상 감염의 위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맞을 필요가 없어서 명예롭게 ‘퇴출’된 백신이 있다. 위에서도 말했던, 인간이 박멸한 '아마도 유일한' 질병, 천연두(smallpox)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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