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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병원은 한인 인구과 인디언 또 히스패닉 등의 마이너 인종 인구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 하는 카운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번 달부터 코비드 환자를 보는데 거의 대부분 히스패닉 환자분들입니다. 방호복 입고 벗고 거기다가 아이패드 통역 기계까지 주렁주렁 달고 들어가서 이야기 하다보면 일반 환자보다 시간이 배는 걸립니다. 거기다가 코비드 혈장 치료/Remdesivir 치료 동의서까지 영어/스패니쉬 버전으로 받아서 시작하려면 시간은 배로 걸립니다. 둘다 환자를 리서치에 등록해서 치료를 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답게 서류가 주렁주렁 달립니다. 같은 수의 환자라도 훨씬 힘듭니다. 히스패닉 인구가 아무래도 서비스 직종이나 건설 등등 위험도가 높거나 마스크를 쓰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탓인지 많이 걸려옵니다.
같이 일하는 백인 NP 하나는 자기 다음 주면 손자보는데 환자보다는 코비드 걸리기 싫다고 보험이 없어 병원 응급실에서 투석 치료부터 받는 히스패닉 환자가 오니 코비드 검사부터 냅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인종차별적인 내용 같아서 지적하고 싶었지만 참습니다. 병원에 오는 모두가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으니 모두 검사하겠다고 이야기 했으면 저도 동의하고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었던 내용을... 히스패닉이라 더 위험(?)하기 때문에 검사를 더 한다라는 내용은 제가 생각하기엔 너무 위험한 발언인데 전혀 개의치 않고 이야기 하더군요.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뷰포드 쪽에 다인종 상품을 파는 마켓으로 유명한 곳에 갔습니다. 생선을 사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멀찍이 떨어져서 기다리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히스패닉 가족이 다가옵니다. 최대한 떨어지려고 거의 도망(?)가 봅니다. 순간... Racial profiling을 했던 NP가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나는 그렇게 행동했던 그 분의 행동을 안 좋게 생각하고서는 나 또한 racial profiling을 하고 있지 않나 반성했습니다.
살다보면 어디까지가 편견이고 선입관이고 어디까지가 경험에 의한 본능적인 몸사리기인지 참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 거 같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인 이태석 신부님이 울지마 톤즈에서 보여주셨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흑인 아이의 찢어진 두피를 꼬매주시면서 까매서 잘 안 보인다고 타박(?)하시는 모습에서 저는 그 분에게 진정한 인간다움을 느꼈습니다. Suture를 할 때 노안이 왔을 이 신부님이 참 제대로 꼬매기가 어려웠을 거 같다는 생각과 함께... 완전 천사표마냥 너 아프지 내가 빨리 안 아프게 꼬매줄께 하는 비현실적인 내용보다. 현실적인 고난(?)을 그냥 인정하고 그래도 끝까지 그 아이를 챙겨주시는 모습에서. 참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짧았지만... 이 신부님의 사람을 생각하는 자세를 조금 느낀 거 같다는 생각이 든 거 같았어요. 신부님의 짧은 말씀 속에서 사실 어떤 인종적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본 거 같기도 합니다.
몇 일 전 암환자인데 패혈증으로 위험했다가 많이 좋아진 환자분이 자기 퇴원 안 시켜준다고 저랑 argument를 합니다. 저는 랩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가며 열심히 설명해 줍니다. 내가 어떤 검사를 기다리고 있고 어떤 수치가 좋아져야 하는지... 소용 없었습니다. 자기는 이런 fucking hospital의 죄수가 된 기분이랍니다. 그러면서 제 말을 잘 못 알아듣겠다고 그게 제 launguage barrier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쏘아 붙입니다. 이 모든 건... 옆에 서 있던 원어민! 간호사가 다 보았구요. 전 이태석 신부님 같이 되려면 멀었나 봅니다. 어떻게 f워드를 쓰고 나에 대한 개인적 모욕을 할 수 있느냐 이야기 하고 감정 식히러 병실 밖을 잠시 나갔다가 들어왔습니다. 그 분 말이 이어나가고 자기가 미안하긴 한데 내 나이가 몇 인데 f워드도 못 쓰냐 그러고 또 따지십니다. 더 이상 말 섞어봤자 좋지 않을 거 같아 제가 내일까지 병원에 입원하고 계시란 것은 의사로서 드리는 조언이고 그게 맘에 안 드시거나 동의하지 않으시면 그냥 against medical advice로 떠나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나와서 분을 삭이며 원어민! 간호사랑 이야기 합니다. 자기한테도 어제부터 그랬답니다. 의사들은 가끔은 간호사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상상도 못할 거라 이야기합니다. 참... 간호사 선생님들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날. 다른 간호사 샘 대동하고 회진 돕니다. 이러 저래 설명하고 수치 등등 다 좋아졌으니 이제 퇴원해도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저도 어제 일에 꼬였는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제 환자분이 제 language barrier 때문에 못 알아듣는다고 하셨으니 여기 이 간호사 선생님은 원어민이고 제 말을 다 알아들으시니 필요하시면 간호사 선생님이 부연 설명해 주실 거라고 설명합니다.
네... 저도 뒷끝작렬한 거 압니다. 저도 사람인데 참 때로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태석 신부님만치 훌륭하신 분이 될 순 없지만 참 흉내는 내고 살아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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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댓글
KoreanBard
2020-07-03 13:56:14
고생 많으십니다.
제 아내도 간호사인데, 나이 드신 분들 중 은근히 타인종 깔보는 환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괜히 필리핀, 한국 간호사 들어오면 못 알아듣는 척 하고, 백인 간호사 와야지 진료 받는 환자들도 있고요.
동양인은 또 괜찮은데 대놓고 흑인 간호사 깔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구요.
히스패틱 분들을 피하게 되는 것이 편견이라고 하기는 그런 것이
백인들에게 전염률이 높은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으면 우리가 그들을 안 피했을 까요?
또한 한국인에게 높은 확률로 전염된 바이러스가 있었다면, 평소처럼 친구들이랑 만나기 꺼림찍 했겠죠.
지금은 사태가 사태이니만큼 몸을 사려야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여튼 고생 많으십니다. ㅠㅜ 에구구
인생은아름다워
2020-07-03 14:06:11
좋은 깨우침 입니다.
백인들에게 전염률이 높은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으면 우리가 그들을 안 피했을 까요?
히스패닉이나 흑인등 (minority) 를 profiling 한다고 그것이 무조건 인종차별이 아닌데 그렇게 받아 들이게 되는 first reaction
... 그리고 백인을 profiling 하는건 전혀 인종차별이라고 생각이 안 드는것은 깊은 마음속엔 백인우월주의가 조금이나마 있어서 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oooh
2020-07-03 14:02:14
저는 피뽑는데 미국 간호사들 들어오면 한숨 부터 나옵니다.
틀림없이 바늘은 3-4번 찔러 델 꺼거든요.
이제는 피 뽑아야 되면, 한국간호사 혹은 필리피노 간호사 부터 찾습니다.
제가 지방이 좀 많아 혈관이 지방 속에 너무 꼭꼭 잘 숨어 있나 봅니다.
macgom
2020-07-03 14:08:33
수고많으십니다.
또, 이런 편견을 가지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조차 하시는게 대단하신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종차별' 이라고 하기보단 위험수치가 높/낮음을 그 인종의 습성으로인해 구분하는것인데 이건 인종차별은 아닌거 같아요.
코로나 초기때, 동양사람들에대해 이유없이 비인간적으로 인종차별을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인종차별이 아닌 단지 동양사람들이 중국에서 퍼진 우한바이러스를 옮아올 위험성이 더 많으니 좀더 조심하고 멀리하려고했던 미국사람들도 많았던걸 반대로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hack2003
2020-07-03 14:28:25
편견이 아니라 요새 히스패닉들이 많이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에반
2020-07-03 14:53:06
통계적인 결과로 도출된 유의미한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편견이라 볼수있을까요..
유저공이
2020-07-03 14:53:12
저도 요즘 black lives matter때뮨에 시사랑 역사를 통해 다시 배웠습니다. 예전에 흑인 거주 지역에서 몇년동안 일하면서 제 나름대로 이들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새삼 제가 틀렸다는걸 느꼈습니다. Tulsa에서 있었던 잔혹한 근대사 및 죄없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당했던 사건들 보고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검정 비닐 장갑을 끼고 일하는데 Contactless senser가 달린 디바이스들이 인식을 못하더군요. 혹시나 화장실에서 세면대 센서에 갖다 대니 물이 안나오더군요.
이런 소소한것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제품 개발 테스트에도 배제 되어 흑인들이 사용을 못하는 제품이 시중에 사용되는 이런 현실이 안따까울뿐입니다.
belle
2020-07-03 18:01:41
검정 비닐 장갑은 좀 다른 이야기 일 거에요. 예전에 화장실 핸드드라이어로 머리 좀 말려 볼까 했는데 작동이 안되더라구요.
알고보니 센서가 물리적 거리를 보는 게 아니라 빛의 반사를 이용하는 거라, 검은 색에서는 반사가 안돼서 인식이 안된 거였어요.
그래도 흑채수준의 까만색이 아니면 왠만하면 동작하지 싶어요.
SAN
2020-07-03 16:27:32
힘내세요.
저도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는 인간들은 인종 불문하고 도망간 다음 째려봅니다. 원글님도 그 분이 하스패닉이라 도망가신 건 아닐겁니다
미시건멍키
2020-07-03 16:54:44
히스패닉 뿐만 아니라 통계적으로 저소득층(흑인 백인 히스패닉 불문하고)이 코비드에 더욱 취약계층인듯 합니다. 직접 출근 안해도 되는 화이트칼라 직업은 대부분 백인과 동양인이죠. 이번 일이 미국의 양극화의 극단을 더욱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자말자 논란은 영어로 이루어지지 히스패닉 사회에선 거론되지 않는가봅니다. 히스패닉 가족들은 대개 안 쓰고 애들 다 데리고 다니더군요 ㅠㅠ 인종 차별이 아니라 미국에서 실질적으로 교육과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집단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2020-07-03 17:27:00
개인적인 편견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아요. 다만 그게 틀림이 아닌 다르다는 걸로 이해되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울타리 님 글 읽고 있으면 이런 슬기로운 의사상활에 나오는 마음 따뜻한 의사선생님들과 오버랩 됩니다.
rlambs26
2020-07-03 17:30:52
사실 내가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훨씬 건강한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많은 레이시즘 관련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가장 위험한 경우가 "내가 무슨 레이시스트"라며 관련된 메세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어차피 인종이 아니어도,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봅니다. 그러니 그것을 인정하고 내 생각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