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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판데믹에 3,000불 버짓으로 굴러가는 세컨카 구하면서 배운 것들

논문왕 | 2022.01.26 11:07:1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안녕하세요.

 

마일모아에 언젠가 도움이 될만한 글을 써야지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보통 다른 분들이 더 잘 아시니까 (라는 핑계로) 몇년째 눈팅만 하다가 이번 경험은 비슷한 글이 없는 것 같아서 간단하게 기록을 남겨봅니다.

 

사진도 없고 먹고사니즘의 문제로 최대한 간결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이 있으면 차후에 더 자세히 남길게요.

 

=

 

상황: 이사 후 출퇴근용으로 세컨카가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영끌해서 집을 산 관계로 현금유동성이 별로 없고, P2님이 딱히 탐탁해하지도 않아서 (가장 큰 이유는 기존에 커뮤터를 가장해서 산 모터사이클을 팔지 않고 차를 사겠다고 하여…읍읍) 버짓은 3000불. 사실 번듯한 1호기가 있는데 P2님이 출퇴근용으로 쓰십니다. 

 

환경: 지역은 북가주입니다. 이사한 집은 작은 차고가 있어 간단한 자가정비가 가능합니다. 차량 정비 경험은 없는데 간단한 전장 작업경험은 있습니다 (백업카메라나 블박 자가설치 가능한 정도). 돈도 별로 없지만 현업에 치여 시간이 조금 더 없네요. 그래서 너무 시간 들어가는 일은 포기했습니다.

 

목표: 처음에는 음악축제님 글에 뽐뿌를 많이 받아서 (Tercel을 구해보자!) 갬성있는 모델을 구해서 취미삼아 정비하면서 타볼까 생각도 있었지만 - 수퍼차저 미니 모델이나 올드 사브를 눈여겨보다가 - 잠깐 리서치해보고 금방 포기했습니다. 취미생활로 하기엔 준비가 안되어 있어 스트레스가 심할것 같고 무엇보다도 당장 굴러가는 차가 필요해서요. 그래서 차종 상관없이 2-3년간 최대한 말썽없이 굴러갈 차량을 구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시장: 일단 요즘 차값이 너무 비싸요. 새차나 연식 낮은 중고차뿐만 아니라 오래된 굴러만 가는 차 구하려고 해도 예전보다 확실히 비싸고 좋은 매물은 초고속으로 팔립니다. 이렇게 낮은 버짓으로 차를 찾을 때는 일반적인 딜러에서는 구하기 힘들고요. 아주 거칠게 말해서 크게 두가지 소스로 차를 구할 수가 있는데요.

  1. 개인거래

  2. 경매

개인거래는 생각하시는 그대로이고, 저는 craigslist와 facebook marketplace를 이용했습니다.

경매는 보험회사 (사고차량), 압류, 기부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경매되는 차량들입니다. 

 

과정: 초반에는 연말이라 여유시간이 조금 있어서 경매를 통해 굿딜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보험회사를 통해 나오는 차량들은 iaai나 copart가 큰 경매 사이트들입니다. 차종별로 상태별로 검색하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주들은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라이센스가 없으면 직접 비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이럴때는 브로커를 이용해서 비딩을 해야 합니다. 사고가 경미하거나 기부를 통해 경매에 나온 차량 위주로 비딩을 시도했는데 금방 포기를 했어요. 이유는 일단 차량 상태를 완벽히 파악하기 힘들고 (경매차량이 근처에 있다면 직접 방문해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업으로 하는 분들이 많아서 저같은 풋내기가 뭘 제대로 구할 가능성이 낮겠더라고요. 그리고 브로커 비용과 경매사이트 비용 토잉피 등등 다 따져보면 비용이 상당합니다 (예를 들어 2000불 낙찰이면 결국 최종 비용은 3000불 이상이 됨). 주마다 다른데 타이틀이 salvage가 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도 알아봐야 하고요. Salvage는 판매할때도 그렇고 보험가입도 제약이 있고요.

 

다음으로 찾아본 곳은 정부나 관공서 등에서 이용하던 차량을 공개 경매하는 경우입니다. 퇴역하는 경찰차 같은 것을 구할 수 있습니다 ㅎㅎ public auction 검색해 보시면 근처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두군데 시도해 봤는데 역시 좋은 물건은 초고속으로 가격이 상승해서 포기. 전문적으로 가져가는 분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다음은 이렇게 경매에서 차를 구한다음 파는 전문 딜러/브로커들을 통해 구하는 경우입니다. 위에 설명했듯이 업으로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to flip it). 어떤 딜러들은 경매에서 구입후 자체 인스펙션 후 적당한 가격을 붙여서 팝니다. 내가 뭘 사는지 안다는 가정 하에 경우에 따라 괜찮은 딜이 될 수도 있는데 저는 마땅한 차를 못 구해서 포기. 

 

주의할 점은 어떤 딜러들은 낙찰받고 등록만 한 다음에 파는데, 소규모로 하는 분들은 일반 중고거래 사이트에 별 설명 없이 올려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싸다 싶은 차들은 알고보면 경매 사이트에서 낙찰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 상태를 잘 모르니 굿딜일수도 하지만 망한 딜일수도 있지요.

 

여기까지 알고나니 경매에서 차를 구해 스트레스 없이 타는것은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개인간 중고거래로 목표를 바꾸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옥션 프로세스를 보고 나니 경매장을 거친 차들을 알아보기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결과: craigslist와 facebook marketplace 통해 네대의 차량을 테스트했습니다 (연락은 물론 훨씬 많이 했지만, 굿딜은 초고속으로 나가요). 구입은 마지막 네번째 차량이고요.

 

  1. 2006 Hyundai Santa Fe, 130k miles

차를 보러 가서 하부를 보니 누유가 의심되는 흔적이 있고 최근 캘리포니아 smog test를 한번 떨어졌다가 다시 패스한 전력이 있어서 (판매자는 정직한 편이고 차를 잘 모르는 듯, 떨어진 결과도 보여줍니다. 알아보니 visual inspection상 누유의심으로 떨어졌더군요) 스킵했습니다. 판매자는 외국인이었고 귀국을 위해 급매하는 경우였는데, 이 차를 보러 가서 알게된 점은 캘리포니아의 경우 3-6개월 정도 일정으로 놀러/일하러 와서 SUV같은 차량 구해서 국립공원 등지 신나게 돌아다니고 귀국하기 전에 팔고 가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장점은 급매인 경우라 가격 흥정이 쉬운데, 단점은 보통 차량 정비에 크게 신경을 안쓰는 경우가 많아 리스크가 크고, 주인이 많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유가 아니었으면 구입했을수도요.

 

  1. 2011 Smart Fortwo, 120k miles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귀여운 차라서 좀 멀지만 시간내서 테스트하러 갔습니다. 개인 차량이었고 차량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에어백 경고등이 켜있더라고요. 차량 주인 태도가 뭔가 석연찮아서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은 알아도 에어백 경고등 켜진걸 몰랐다고?) 아쉽지만 거절하고 돌아왔습니다. 에어백 점검하고 경고등 끄는 일은 별일 아닐수도 큰일일수도 있는데 DIY가능한 작업이 아니고 스마트 서비스(=벤츠 서비스) 가격이 비싸서 제 목적과 맞지 않아서요.

 

  1. 2007 Subaru Outback, 130k miles

스틱이었는데 저는 수동운전이 가능하고 예전에 스바루 두대 몰았는데 좋은 기억이라 확인하러 갔습니다. 아웃백은 인기모델인데 시세보다 확실히 쌌어요. 판매하는 분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옥션에서 나온 차임을 쉽게 알 수 있었고요. 테스트해보니 30마일 넘어가면 하부에서 알수없는 꽤 큰 소음이 나서 (휠 베어링? 아무튼 뭔가 axle에서 나는 마찰음) 포기했습니다. 테스트 드라이브 후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보니 옥션에서 낙찰받은 차이고 차량 정비 안했고 상태 모른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고요.

 

  1. 2009 Nissan Versa, 125k miles

Versa는 예전에 렌트해서 운전해본 기억에 별 특징없이 그냥 무난하게 굴러가던 차로 기억합니다. 중고 일제 컴팩트카 가격이 만만찮은데 가격이 좋아 테스트하러 갔습니다. 처음 3년은 렌트카였고 지난 9년은 1-owner. 주인이 일상생활용으로 굴리던 차라 이런저런 자잘한 문제들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파워트레인은 주기적으로 관리된 듯 부드럽고 실내도 깔끔했어요. 사고흔적도 없고요. Nissan의 서브컴팩트답게 별 전장이 없고 단순한게 장점이 되더라고요 (크게 고장날게 없다는!). 연식 마일대비 느낌이 괜찮아서 바로 데려왔습니다.

 

수리 및 정비:

  1. A/C가 안된다고 차주가 말해줬어요. 냉매 채웠는데 3달을 못버텼다고. 이것은 DIY할수없고 환경에도 안좋아서 근처 샵에 가서 점검받았습니다. 다행히 컴프레서나 기타등등 문제는 아니었는데 작은 leak라 어디서 새는지 확실하지 않기에 냉매에 dye넣고 나중에 다시 A/C안되면 재방문해서 고치기로 했습니다. 이게 스탠다드인것 같더라고요. 엔진오일도 겸사겸사 교환.

  2. 운전석 파워 윈도우 고장. 스위치 누르면 모터 돌아가는 소리는 나는데 움직이질 않더군요. 레귤레이터 문제로 짐작해 이베이에서 레귤레이터 주문, 배송받고 날잡아서 도어 트림 뜯었더니 단순히 창문 유리가 레귤레이터에 잘 고정되지 않아 생겼던 문제였습니다. 자동차용 테이프와 에폭시로 고정해서 해결하고 레귤레이터는 리턴.

  3. 펜더 벤더 사고로 왼쪽 펜더가 살짝 찌그러지고 헤드라이트 고정 브라켓이 깨져서 헤드라이트가 제 위치에 고정이 안되고 좀 처져 있었습니다 (바디샵 안가고 핸디맨 친구가 대충 고쳐줬다고 ㅋㅋㅋ 전주인이 이런데 별로 신경 안쓰는 타입) 그냥 탈까 하다가 너무 못생겨서 ㅋㅋ 어셈블리 새로 주문할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이래저래 집타이로 재고정하고 폼테입으로 여기저기 받쳐주니 대충 덜 어색하게 되었습니다. 이정도면 당분간은 만족, 언젠가 너무 거슬리면 교환 예정입니다.

  4. 후방카메라. 안전을 위해 필수라 생각해서 백미러에 스크린 내장된것 아마존에서 중고모델 싸게 사서 DIY. 잘 됩니다.

  5. 배터리 단자 청소. 갑자기 차가 시동이 걸리다말다 해서 배터리 문제인줄 알았는데 꺼내보니 배터리는 작년초 교환한 새거더라고요? 대신 단자에 녹이 많아서 전극이 접촉불량이 된 문제였습니다. 청소로 간단히 해결.

  6. 휠 커버. 전 주인이 색깔도 다른 짝짝이로 대충 껴놓은게 너무 거슬려서 아마존에서 30불에 4개 해결.

  7. 캐빈 필터 교환. 

 

이 정도 작업을 끝내니 출퇴근에 문제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한달째 출퇴근 중인데 문제없이 잘 굴러다닙니다. 3000불 세컨카 구매를 나름 미니 프로젝트 삼아 진행했는데, 딜러가서 편리하게 구입했을 때보다 발품팔아 고생해서 구입하고 손때를 묻히니 (똥차라도) 정이 더 가네요. 요즘같이 차값이 미친 시대에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해서 조금 뿌듯합니다 ㅎㅎㅎ 이 과정에서 알게된 것들이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공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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