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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성격이 다른 부부가 함께 주식투자를 하면 생기는 일

잭울보스키 | 2022.04.08 00:31:4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보너스 : The Progression of Our Net Worth.

 

안녕하십니까 ?  

 

서북미 어쩌다 자연인 잭 울보스키입니다.

 

아내는 성격이 해맑고 명랑하며 순진합니다.  그래서 남의 말도 이것저것 계산하기보다 팔랑귀처럼 잘 믿고 성격이 급한 편이라 바로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반면에 저는 차분하고 현상을 분석하는걸 좋아해서 이것저것 따지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저의 게으름도 한몫합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부부가 함께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가끔 코메디 같은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합니다.   얘기를 쓰다보니 별거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쑥쓰럽지만  지난 30여년 주식투자를 하며  늘어난 저희 부부의 투자 자산 증가 그래프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 1화 : 급 공손해진 아내

 

두어달 전 어느 새벽. 재택 근무를 하는 아내가 셀폰을 들고 이층 침실로 올라와 아직도 자고 있는 저를 마구 깨웠습니다.

“ 여보 !!! 빨리 일어나.  아마존 스탁 지금 계속 내려가는데 팔아야 할거같아.  여기 유튜버 얘기하는거좀 봐봐 “

 

그러면서 셀폰을 제 눈앞에 갖다 댔지만 아직 잠에서 덜깬 저는,

“ 그러다 또 올라가겠지 뭐.  그런 스탁들은 파는게 아냐.  그냥 놔둬. 그리고 그런 사람들 말 다 곧이 곧대로 들을 필요없어. ”  하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불만스럽게 물러갔던 아내가 몇분후 다시 올라오며 더욱 다급해진 목소리로 ,

“ 이 사람 얘기하는것 좀 들어봐.  이번엔 진짜야. 그 사이에 더 떨어졌어”  하길래

 

“떨어지는날  파는거 버릇되면 안좋아. 올라가는날 파는 습관을 들여야지. 그리고 지금 팔면 세금도 많이 내야 돼 “ 하며 또 다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할 수없이 다시 퇴각했던 아내가 얼마 못가 다시 침실로 들이 닥쳤습니다. 세번째입니다.

“ 그동안 더 떨어졌어. 조금이라도 팔자” 하며 일어나라고 성화를 합니다.

 

눈을 감은채 생각해 보니 이번에도 안 일어나면 아마존 스탁이 문제가 아니라 아마존 부족처럼 기본만 가린채 길거리로 내 쫒길 것 같았습니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컴퓨터 앞에 앉아 투덜대며 셀 버튼을 눌렀습니다. 저는 여전히 불만스러웠지만 아내는 팔고난 후에도 계속 떨어지는 주가를 보며 팔기를 잘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런데 장이 끝난후 애프터 마켓에서 갑자기 아마존의 주가가 엄청나게 수직으로 치솟았습니다.  그때까지 본중에 가장 최대폭으로 올랐습니다.  이제까지 잘 가지고 있다가 하필 우리가 판 날 이런일이 생기다니… 허탈했습니다. 그날이 2월 3일 이었습니다.  장이 끝난후 아마존 스플릿한다는 뉴스에 급등한겁니다. 잠자는 사람 강제로 깨워 주식팔았는데 결과가 이러니 평소에 늘 명랑하고 긍정적이던 아내도 충격을 받은듯 했습니다.  게다가 남들에게 다 팔라고 했던 그 유튜버는 아마존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며 아내는 배신감에 분노했습니다.

 

“ 거봐. 유튜버들 말 듣고 함부러 주식거래 하는거 아니라고 했잖아.  계획에 없던 세금 내게 생겼네..” (오래전에 산 주식이라서 LTCG 이 제법 있습니다.)

 

창피하기도 하고 제게 미안하기도 했던지 아내는 급 공손해졌습니다. ㅎㅎ  실로 오랫만에 갑의 위치에 올라서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철없는 아내의 실수를 용서해주는 한없이 너그러운 남편입니다. 풀이 죽은 아내가 좀 안돼보이기도 했구요.

 

“괜찮아.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잘 해보려다 그런거잖아.  나중에 떨어지면 다시 사면 돼.  손해 보고 판것도 아니고 .”

그날 저녁 풀이 죽은 아내를 위해 아내가 좋아하는 Vietnamese Cashew Pineapple Chicken 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 그리고 그날 판 아마존 주식은 한달여 후에 판 가격과 거의 비슷해 졌을 때 판 만큼 다시 사들였습니다. ㅎㅎ

 

제 2화 : 님아 내 어카운트는 건드리지 마오 !!

 

저희는 Taxable Joint,  제 앞으로 TIRA, Roth IRA, 그리고 아내는 아직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457b, 와 Roth IRA. 이렇게 총 5개의 어카운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식 : 본드+현금 비율을 80:20 으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스탁이 오르고,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좀 더 매수하다보니 현금 비중이15% 대로 떨어졌습니다.  마켓도 불안하고 , 아내도 불안해 하고, 무엇보다도 가까운 시기에 목돈을 쓸일이 생길지 몰라 현금 비중을 30%로 리밸런싱을 하기로 아내와 합의를 했습니다.  

 

1단계로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과 fund, etf를 공평하게 15%씩 파는걸로 가정하고나니  각자 가지고 있는 어카운트당 마련해야 할 현금액수가 정해졌습니다.

2 단계로 각 주식마다 그동안의 퍼포먼스, 세금, 워시세일 여부, 등등을 고려하여 팔아야 할 % 를 세부 조정하였습니다. 그동안 주로 사기만 하고 판 적은 별로 없는데다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모은 주식이라 뭘 팔아야 할지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나마 제가 가지고 있는 어카운트나 조인트 어카운트에 있는 주식들은 별 문제 없이 넘어갔는데 아내의 어카운트를 들여다 보며 어느 주식을 더 팔고 , 덜 팔아야 할지 정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이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본인이 애지중지 자식처럼 키워온 주식들을 제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게 못마땅했나봅니다.  급기야는 자기 어카운트는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건드리지 말라고 선언하며  마련해야 할 현금 액수만 말해달라고 합니다.  저희는 집 안팎 모든 대소사를 함께 의논해서 정하는데 이 문제는 아내가 뜻밖에 강경합니다.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불안했지만 지난번 아마존 사건때 반성하고 배운게 있었으니 신중하게 잘 하겠지 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ㅎㅎ

 

부부가 이렇게 함께 주식을 하니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사실 아내가 투자에 관심을 가진건 몇 년 되지 않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며 요즘은 슬쩍슬쩍  시장현황도 체크합니다 .  그 전에는 제가 경제나 주식투자, 사회, 정치 문제에 관해 얘기를 해도 관심도 없었고 뭔 소리인지도 몰라서 대화가 막힐 때가 종종 있었는데 주식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경제를 공부하다 보니 정치와 사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눈을 뜨고 , 자연적으로 부부간의 대화의 수준이 높아졌습니다.ㅎㅎ  무엇보다도 말이 통하다 보니 아이들이 떠난 빈집에 공통의 주제가 생기고 대화가 늘었습니다. 

 

이 부분은 별로 불만이 없습니다만 아내는 아직도 여기저기 투자관련 유튜브를 많이 봅니다. 그걸 또 제게 재방송을 하는데 솔직히 피곤합니다.  요즘은 개별주식보다 섹터에 관심이 많아 가치주와 배당주, 경기 방어주 숏텀 본드를 사야한다고 제게 강의를 합니다. ㅎㅎ

 

제 3화 ; The Progression of Our Net Worth.

 

지난 30여년간 투자랍시고 해오다 보니 지난 시절 일들이 떠오르는군요.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만 해도 주식 거래를 하려면 가정용 전화선을 이용하여 2400 bp dial up modem 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한건당 7불 얼마인가 하는 수수료를 내고 거래를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나마 인터넷 접속이 안돼서 전화로 직접 피델리티에 주문을 넣고 허겁지겁 직장으로 출근 한적도 자주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직장을 통해 투자를 할 때 Savings bond 를 매월 샀었는데 그당시는 채권을 우편으로 직접 집으로 보내줬습니다. ㅎㅎ 나중에 만기가 되어 그걸 한다발 들고 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바꿨는데 은행원이 전담으로 오후내내 계산하다 나중에 자기 퇴근해야한다고 내일 다시 오라고 해서 그 다음날 찾으러 간 적도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빠없이 커가는 어린 조카를 위해 따로 savings bond 를 사 모았는데 나중에 그애가 운전을 할 나이가 되었을 때 그걸 팔아 중고 코롤라를 한대 사고 대학교에 들어간후 그차로 파트타임 일을 다니며 돈을 벌며 졸업을 한 일도 생각납니다. 물론 닷컴 버블은 잊을수 없는 충격이었구요.ㅎㅎ

 

아내와 저의 어카운트의 밸런스를 비교해가며 은근히 경쟁하던 일도 재미있었습니다.

 

쑥쓰럽지만 저희 부부 30여간 주식투자로 늘어난 자산 그래프를 쉐어 하고자 합니다.

 

networth graph 2.JPG

 

 

SNP500.JPG

 

첫번째는 기록상으로 처음 투자를 시작한 93년 5월부터 2022년 4월 현재까지 투자 자산의 증가 그래프입니다. (실제로는 2년 정도 더 일찍 시작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같은 기간 S&P 500 지수 챠트입니다.

 

증가패턴이 아주 비슷하죠 ?  2000년도 닷컴 버블때, 그리고 최근 6-7년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거의 패시브 지수펀드에 투자를 해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나 아내나 투자에는 별 재능도 없고 재물에도 큰 욕심이  없는데다  공무원으로 은퇴를 하면 연금으로 노후는 보장이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에 그냥 남들 하는대로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서 꾸준히 투자를 한게 전부입니다. 

 

둘다 주식 챠트를 볼 줄도 모릅니다. 알면 좋을 수도 있지만 모른다고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까막눈은 아니고 호기심이 나서 조금 공부를 했더니  RSI, SMA, EMA, MACD , VIX이런게 뭔지는 알고있는 정도지만 투자를 하는데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미국이 망하지 않는한 사라지지 않을 대형 우량주나 지수 펀드에 DCA 로 사 모으는데 그동안 별로 팔일이 없었으니 굳이 챠트를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랜기간 투자를 해오면서 주식 거래를 할때 그냥 마켓 오더를 했었는데 어제 30년만에 처음으로 호기심에 리밋 셀 오더를 넣을 정도입니다. ㅎㅎ

 

제가 여기에 극히 개인적인 자산 증가 그래프를 올리는 이유가 몇가지 있습니다. 

 

1.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저나 아내나 투자에 재능도 지식도 없는 저희 같은 사람들도 꾸준히 투자를 하다보니 노후에 7자리 숫자의 투자 자산을 가지게 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내나 저나 주식투자라면 실력이 둘다 반푼이 입니다.  그나마 반푼이 둘이 합쳐 간신히 하나가 된거 같습니다.

 

2. 그래프에서 보시듯이 2000년대의 닷컴 버블때나 2008년 금융위기때 남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자산의 감소를 겪었지만 그때는 어떻게 대처할 줄도 모르고 언젠가는 올라 가겠지 하는 믿음으로 그냥 놔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당시에는 그렇게 크게만 보였던 손실액이 자산의 규모가 커진 지금 되돌아 보면 아주 미미할 정도입니다.  마치 어린시절 동네앞 개울이 강처럼 크게 보였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가보면 아주 작은 실개천에 불과 했던것과 흡사합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포트폴리오의  밸런스가 잠시 줄어들었어도 먼 훗날 되돌아 보시면 별게 아니었음을 아시게 될거니 우울해 하시거나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3. 주식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오랜기간 장기투자를 하다보면 시간과 복리의 잇점으로 자산이 어느순간 많이 불어나 있음을 아시게 될겁니다. 그 시점이 되면 자산의 증가율은 같더라도 자산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증가액은 과거의 몇배, 몇십배가 됩니다. 제 그래프의 오른쪽끝으로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는 이유입니다. 투자성과가 더 좋아서가 아닙니다.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는겁니다.

 

4.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보면 지금 만큼의 지식이나 정보만 있어도 투자를 좀더 잘 하여 지금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산보다는 훨씬 많아졌을 수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때는 그 시대 그나이에 맞게 사회 초년생으로 어린 아이들도 키우고 집도 사고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기 때문에 투자를 공부할 시간까지는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재테크 붐이 크지도 않았구요.  누구에게나 삶의 프라이오리티가 있고 저희에게는 투자를 해서 자산을 크게 늘리는것 보다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것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투자 결과가 마음에 안드시더라도  조급해 하시거나 초조해 하지 말고 투자에 몰두하여 다른걸 놓치는게 있는지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5. 이 글을 올리며 혹시 자랑하는걸로 보일까봐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저희보다 자산도 많으시고 투자실력도 뛰어나신 분들이 많아 부끄럽기도 하고 주제넘다 싶어 망설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저희 같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도 조금씩이나마 30년 투자를 하면 이정도는 된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으면 여러분들은 저희보다 훨씬 더 잘 하실수 있다고 100% 확신합니다.

 

6.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꿈꾸기보다는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여윳돈으로 투자를 하시고 잠시 마켓이 침체되어 있어도  불안해 하시기 보다는 언젠가는 오른다는 믿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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