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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주년을 맞아 충동적으로 시카고 여행을 제안했더니 P2께서 매우 좋아하십니다. 4년전 여름에 다녀갔던 시카고가 워낙 좋기도 했고, 비행기로 2시간밖에 걸리지 않으니 3일 정도의 일정도 부담스럽지 않았고요. 원래는 독립기념일 주말 3일간 시카고에만 있으려 하다가 밀워키가 차로 2시간인걸 발견하고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합니다.
원래는 털려다가 못 턴 싸웨 크레딧 100불을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계획이었는데, 이왕 기념 여행을 떠나는거 10주년 기념 근사한 호텔 가보자는 생각에 리츠칼튼 시카고를 예약했습니다 (35K 숙박권 + 58K 포인트). 마모에서 몇몇분이 남겨주신대로 플랫을 달아도 업그레이드는 없더군요 (메일까지 보내서 정중히 결혼기념일임을 어필해도 no soup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침 일찍 체크인 시켜주고, 완전 lake view까진 아니어도 미시간 호와 Navy pier쪽이 어느정도 보이는 방을 줘서 감사했습니다.
NOVA의 리츠칼튼에 이어 두번째로 방문한 리츠칼튼 호텔인데, 확실히 NOVA 지점보다는 많이 호사스럽더군요. 방도 좀 더 넓은 느낌이고요.
와이프는 어메니티가 딥티크인게 포인트라며 굉장히 좋아했는데 브랜드 이름도 처음 듣는 저로서는 사실 이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향은 좋더군요^^;
호텔 입구에서 20미터 옆에 현대미술관도 있습니다. 갈까 말까 하다가 이번에는 가지 못했네요. 여기 바로 옆에 놀이터도 하나 있는데 정말 놀이기구들이 충실하고 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저희 아이도 자주 가서 놀았습니다.
루프탑 바는 로비와 같은 12층에 있습니다. 워낙 주변이 고층빌딩에 둘러싸여 있어서 뷰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야외에서 술 한잔 하기에는 분위기 좋았습니다.
2018년에 어지간한건 다 해보고 가서 이번엔 조금 여유있게 다녔습니다. Architecture boat tour 한번 하고, 이곳 특산품인 deep dish 피자와 핫도그, italian sandwich 맛보고, 밀레니엄 파크랑 박물관 하나 다녀오고 정도로 끝냈던 것 같네요. 마모에서 몇번 추천을 본 purple pig도 가봤는데, 놀라운 맛에 더더욱 놀라운 가격!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세명이서 배가 반쯤 찼는데 거의 90불 나왔다는...). '한번쯤 가보는 건 좋은데 두번은 안갈것 같다'가 저와 P2의 공통된 소감입니다.
밀워키 여행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1. Harley Davidson Museum, 2. Brewers 홈 구장인 American Family Field (구 Miller Park) 방문.
제 20대때의 로망인 Harley Davidson 바이크는 지금 봐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20대 초반에 동생 뒤에 헬멧 없이 매달려 가다가 경찰이랑 추격전 한 이후 오토바이랑은 담을 쌓고 살았는데, 진지하게 한 대 주문하고 싶어지더군요. 지금은 어렵겠지만...혹시 돈 좀 모으면 그땐 모르겠네요 ㅎㅎㅎ
맥주의 도시에 왔으니 Brewery도 들러 봅니다. 독립기념일 당일이라 많은 곳이 문을 닫았지만 다행히 Mob Craft는 점심때부터 문을 열더군요. 저희는 아침을 늦게 먹어서 맥주만 작은 잔에 두잔씩 먹었는데, 주변에서 시키는 피자 등의 안주도 꽤 괜찮아 보였습니다.
제 인생의 bucket list 아이템 중 하나가 MLB 30개 구장을 다 가보는건데, 이렇게 또 한 야구장이 리스트에서 지워집니다. Brewers와 Cubs와의 경기였는데, 주차장에 써있는 "General $15, Weekend and Cubs $20"라는 문구도 그렇고 컵스 유니폼으로 꽉 찬 관객들도 그렇고 여기가 Brewers 홈구장인지 Cubs 홈구장인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저희야 어디 팬도 아니니 그냥 즐거웠네요:)
덧) 밀워키에서 시카고로 돌아가는 길에 이상하게 경찰차가 곳곳마다 보입니다. P2가 구글링을 했고, 그제서야 아침에 하이랜드 파크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알았습니다. 머물던 곳에서 불과 몇십분 거리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더군요.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소식에 쫒기듯 저녁을 먹고 늦은 밤 비행기를 타면서도 언제쯤 이런 소식을 안 듣게 (하다 못해 덜 듣게) 될지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부디 올해는 이런 불행한 일이 더 벌어지지 않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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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댓글
엘스
2022-07-07 06:36:40
Mob craft 다녀가셨군요! 저의 최애 술집입니다 ㅋㅋ 사진을 잘 찍으셔서 맥주가 더 맛있어보이네요
Jester
2022-07-07 17:53:59
아주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정말 술맛 괜찮았습니다. 특히 더블 초콜렛 케이크 IPA였나? 그 진한 초콜릿 향을 잊을 수가 없네요ㅎㅎ
hohoajussi
2022-07-07 18:22:32
안그래도 조만간 시카고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후기 감사드립니다. 역시 시카고 다운타운은 정말 예쁘네요.
Jester
2022-07-07 22:29:56
어지간한 곳은 다 가본것 같은데 시카고만큼 건물들이랑 야경이 이쁜 도시는 없는것 같습니다:)
아날로그
2022-07-07 18:37:16
한달에 한번씩 장보러 가던 시카고네요. 여름 시카고는 미국 내 그 어느 도시보다 시원하고 볼것 많은 것 같아요. 후기 감사합니다
Jester
2022-07-07 22:31:45
사는 곳이 습한 버지니아라 그런지 청량한 공기가 정말 좋더라구요. 보트 투어 가이드가 얘기하길 "피닉스에 살던 분이 여행 와서 보트 투어 하고 바로 시카고로 이사왔다"고 했는데 이해가 갑니다^^;;
아날로그
2022-07-08 05:50:19
그 피닉스 분 이야기에서요 ㅎㅎ 근데 겨울 시카고는 길고 춥고 특히 바람이 너무 강해서 사는게 진짜 힘들어요.
Jester
2022-07-08 17:30:39
낮에 120도까지 올라가는 피닉스 사시다가 그런 겨울 겪으면 돌아가고 싶을거 같아요 저라면 ㅎㅎ 피닉스는 출장으로 좀 다녀봤는데 1-2월에도 반팔 입고 다닐 수 있더라구요
올드보이즈
2022-07-07 23:57:39
딥티크 300ml짜리 로션이 어메너티로 방에 있었던거면 그게 포인트가 맞긴 맞네요. 200ml이 거의 60달러에 팔리고 있네요.
Jester
2022-07-08 17:29:50
와우. 로션이 거의 향수 가격이네요;; 와이프가 놀란게 이제 이해가 갑니다 ㅎㅎ
WinWin
2022-07-08 00:02:26
저도 곧 시카고에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려 하는데 좋은 후기 잘 보았습니다. 하이랜드 사건은 참 마음이 아프네요. 총기사건은 잘 익숙해지지 않네요.
Jester
2022-07-08 17:29:16
감사합니다:) 일정에 따라 다르시겠지만 제가 들른 곳들에서 Navy pier랑 Hancock 타워 전망대 (야경) 정도 추가하시면 3일정도는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처음 시카고 방문했을때 푸드 투어를 했는데 피자, 핫도그, 피자, 후식 등등을 조금씩 맛볼수 있게 해주는게 좋더라구요. 그런것도 한번 해보셔도 좋을거 같아요
WinWin
2022-07-09 23:56:17
오 그런 투어도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엘라엘라
2022-07-08 08:32:55
시카고 여행 찾아보다가 발견한 재미있는 여행기네요. 밀워키 구경도 잘 했습니다.
릿츠칼튼 뷰가 넘 아름답다고하던데 듣던대로네요~ 딥디크라면 여자들이 좋아할만하죠!
아, 메리엇 숙박권 추가 가능 최대 포인트가 15K 라고 알고 있는데, 35K 숙박권에 58K 포인트 사용하셨다니 신기하네요.
혹시 몰라서 방금 시도해봤는데 전 꽝입니다.ㅠㅠ
Jester
2022-07-08 17:08:26
으억...죄송합니다. 글을 정확히 쓸걸 그랬습니다. 1박은 48K라서 숙박권 + 13K top off 했구 1박은 포인트로만 45K 내서 토탈 58K 였습니다.ㅠ
엘라엘라
2022-07-12 22:49:43
아 그렇군요!! 좋은 시기에 잘 다녀오셨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