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떠나는 스페인 여행, 여덟째날(몬세라트 3)

Dreaminpink 2015.04.24 12: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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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떠나는 스페인 여행, 여덟째날(몬세라트 3)-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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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호안(San Joan)으로 오르는 초입에서 저 멀리 산호안 전망대가 눈앞에 보입니다. 가장 짧은 등산로이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이 루트를 찾구요 사실 옆에 있는 귀하신 분만 아니였다면 과감히 몬세라트의 최고봉 산 헤로니(Sant Jeroni)로 갔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관광객도 보이고 길도 험하지 않아서 별 걱정없이 등산로를 걸어 올라갑니다. 순례자의 길이라는 말 그대로 산 정상까지 돌 덩어리 군데군데 솟아 있는 산길이라 몬세라트를 찾으실 때는 꼭 편한 운동화를 신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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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힘들어지는 산행에 잠시 숨을 고르려 쉬면서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이렇게 웅장한 몬세라트 돌산이 주는 산세를 볼 수가 있어요. 조금만 발을 헛딧으면 끝을 알 수 없는 절벽인데.....저 경치를 보니 왜 가우디가 이곳에서 자신의 건축 영감을 얻어 갔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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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이 험난한 산중에 웬 들고양이??? 아주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앉아 있는 야옹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와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환상적인 날씨에 따스한 오후 햇살을 즐기려 올라온 걸까요?....여기에 웬 고양이냐며 신기하지 않냐고 뒤따라 올라오던 귀하신 분에게 물어보려는 데 표정이 심상치가 않으십니다ㅡㅡ^...이 길의 끝이 당장 나오지 않으면 고양이고 뭐고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표정 그 자체!!! 이럴때는 그냥 건.드.리.면.안.된.다.는 걸 잘 알기에 그저 조용히 가던 길을 재촉합니다....느리나마 계속 따라와 주는 것만도 감지덕지 하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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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꾸준히 걷다보며 마주친 암벽 위의 한 산악인. 암벽 등반이라고 하기엔 정말 아무 장비 없이 로프 하나 매고서 그가 오르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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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거기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가보지 않은 산길을 하염없이 걷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가늠할 수 없는 산 정상을 향해 묵묵히 오르는 저 등반가처럼 우리 모두도 각자의 인생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아웅다웅 하고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IMG_1569.JPG산 호안(San Joan) 전망대에 드디어 도착했어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따스한 오후의 햇살과 몬세라트 산이 선물해 준 멋진 경치를 즐기면서 간단히 준비해 온 간식을 즐기거나 쉬었다가 다시 푸니쿨라를 타러 내려가는데요....사진 속 작은 성당 너머로 돌산을 끼고 계속 이어진 순례자의 길이 도저히 여기서 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힘겹게 올라온 귀하신 분에게 더 올라가자고 말할 용기는 감히 없네요. 그래서.....조심스레 다가가서 "여기서 쉬고 있으면 내 얼른 정상까지 갔다가 올게...."라고 했다가 마시던 물통을 당장 집어 던지실 것 같은 표정에 흠칫 놀랍니다. 이미 표정으로 '왜 여기까지 데리고 왔냐, 이렇게 힘든거 알았어 몰랐어?....내려가면 죽었어!!.....뭐 이런 종류의 무언의 메세지를 전해 주시는데 예상치 못한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뭐라고??? 여기까지 왔는데 끝을 봐야될 거 아냐!!!"


캬.......역시 우리는 의지의 한국인, 진격의 한국인,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계속 계속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귀하신 분은 따라오면서도 계속 욕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냥 무시하고 묵묵히 걸어 올라갑니다. 1월의 스페인 그리고 몬세라트는 반팔을 입고 올라야 할 정도로 따뜻한 날씨예요. 머리카락 사이로 기분 좋은 땀방울이 흘러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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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그래도 여기는 길이 잘 닦여 있는 편이예요. 아주 잠깐이지만 문명의 이기가 빚어낸 흔적 위에 잠시 여유를 부리며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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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산 호안(San Joan) 절벽 위의 저 작은 성당은 무기한 폐기 되었다고 하는데요, 성물이 보관되어 있을 거라는 소문 때문에 나폴레옹에서부터 히틀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약탈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ㅠㅠ 하지만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절벽 아래로 펼쳐진 멋진 풍광으로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몬세라트를 찾지요...

IMG_1584.JPG산 호안(San Joan)을 지나서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산타 막달레나(Santa Magdalena)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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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길이 좁아지고 험해지는 것이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귀하신 분 매순간 제대로 자신의 한계를 오르내리며 인내의 극한을 경험하고 계시네요....앞서서 걸으며 가슴 졸이는 저에게도 인내의 한계에 달한 귀하신 분에게도 이 길이야 말로 정말 순례자의 길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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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눈 앞에 펼쳐진 아찔한 광경에 절로 신음 소리가 나옵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절벽길을 걸어 내려오니 돌 산 사이에 말도 안되는 경사로 올라야 하는 돌계단!?!?!?! 

여기에서 결혼 후 처음으로 들었네요. 귀하신 분의 짧고 굵은 욕설. 


".......이건 뭐야!? X발........."


그와 동시에 갑자기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예 분명 저 노래가 들렸던 것 같아요.....이쯤되니 이제는 악으로 깡으로 입니다....저도 힘들고 귀하신 분은 뒤에서 자꾸 욕을 하시고@.@......사실 욕이라기보다 절규에 가까운 몸부림에서 나오는 신음 소리같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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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을 다 오르면 뭐 이런 식의 돌길+비탈길+말도 안되는 경사가 한동안 이어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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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정말.....힘은 드는데 포기할 수 없는 건 이렇게 멋진 경치때문일까요?.....이래서 등산 좋아하시는 분들 산을 오르시는 거겠죠?(사진을 잘 보시면 오른쪽 절벽 한 가운데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여요. 정말 암벽 등반가들에게 사랑받는 몬세라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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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 하여 Santa Magdalena 이르기 직전에 뒤쪽 절벽 정상에 오른 여성을 발견합니다. 도대체 저긴 어떻게 올랐다지?.....하던 찰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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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뭥미?....고양이에다 이제는 개까지?!?!?!....믿기 힘드시겠지만 저는 난생 처음으로 몬세라트에서 개가 돌 절벽을 오르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쯤되니 저 개가 사람도 오르기 힘든 이곳을 어떻게 올라왔으며 왜 저기 있는건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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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르는 여정이 결코 쉽지 않았던 만큼 본능적으로 꼭 인증샷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에 카메라에 담습니다. Santa Magdal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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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 Jeroni나 Santa Cova에 비해 볼거리는 많지 않지만 그저 남들 안가는 곳 한번 가보겠다는 쓸데없는 오기로 정복한 산타 막달레나(Santa Magdalena) 정상입니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잠시 걸터앉아 다리가 저리니 내려갈때 엎고 가라는 끔찍한 생떼를 부리시는 귀하신 분을 타독거리며 몬세라트가 선사하는 멋진 절경을 감상해 봅니다.

IMG_1612.JPG작은 돌탑 두개 살포시 쌓아놓고 툭툭털고 일어납니다. 이제 내려 가야죠.....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허벅지가 종아리가, 온몸이 쑤실지 모르지만 몬세라트가 길었던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여서 얼마나 다행인지요ㅋㅋ...이렇게 멋진 경치와 그것을 보기 위해 잊지못할 경험(?)을 허락해 주었으니...아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여행지일 것 같습니다. 고생하고 힘들었던 여행일수록 기억에 오래 남아 시간이 지나서는 미소지으며 떠올릴 수 있다고 하는데 감히 마모 회원님들께 조언을 하나 드린다면.....Santa Magdalena는 가지마시고 그냥 Sant Jeroni나 Santa Cova로 가세요. 굳이 산을 사랑하는 분이시라면 말리진 않겠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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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저의 겨울에 떠나는 스페인 여행기 마지막 사진입니다. 산다는 것도 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 처럼 쉽고 편할 때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저렇게 현재 진행형으로 힘겹게 오르는 길이겠지요?




*에필로그....


2015년 1월, 겨울에 떠났던 스페인 여행. 

이제와서 알게 된 것인데 9박 10일의 여정이였지만 뉴욕에서 마드리드로 갈때 Overnight flight을 탔던 관계로 실제 여행한 것은 8박 9일의 일정이였네요....

처음엔 그저 마모 회원님들께 제가 경험한 것들을 통해 앞으로 스페인을 여행하실 많은 분들께 정보가 되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마음에서 써내려 가기 시작한 여행기가 어느덧 26편이나 되었네요...별것 아닌 구질구질한 여행 이야기를 참 징하게도 이어서도 썼다 나무라셔도 워낙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보는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니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도 JFK에서 LH 비행기가 출발이 지연되어 FRA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환승편을 놓칠까봐 가슴 졸였던 걸 생각하면 아찔하구요....여행을 준비하면서는 뉴욕의 혹독한 겨울에 익숙한 나머지 스페인 그것도 만만한 것이 아닐거라는 의심을 가졌던 이 동양인 커플에게 스페인의 겨울 날씨는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고, 비록 짧은 여행 기간이였지만 마드리드, 톨레도, 그라나다, 프리힐리아나, 론다, 세비아, 바로셀로나 그리고 몬세라트까지 어느 도시 어디를 가든 즐길거리 먹을거리, 볼거리로 넘쳐나는 곳이 스페인였던 것 같네요. 하루만에 마드리드에서부터 렌트카를 몰고 톨레도를 거쳐 그라나다까지 이르는 살인적인 스케쥴에도 낯선 곳을 향하는 설레임, 알 수 없는 막연함 두려움이 섞여 그저 들떠있었고,(예...자녀가 있는 3~4인 가족이라면 이런 스케줄은 절대 비추입니다^^;) 밤하늘의 별들도 머물고 싶어한다는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과, 웅장함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던 론다의 누에보 다리, 그리고 로맨틱했던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과 대성당에서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무엇보다도....스페인은 Zara와 Tapa의 나라로만 알고 계시는 귀하신 분과 함께한 여행이라 일 년 내내 따뜻한 지중해 햇살과 구름 한점 없는 짙푸른 하늘 아래 하루 무려 5~6끼를 즐기며 삶의 여유를 노래하는 스페인 사람들, 그리고 우리 입맛에도 잘 맞고 종류도 많아서 먹을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던 스페인 요리와 술이 여행 내내 오감을 자극해 주었던 경험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번 여행했던 곳보다는 늘 새로운 여행지를 찾게되는 저희 커플에게도 스페인은 꼭 한번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행기를 맺으며BM시절 런던과 로마에서 몇년간 살아 본 저와 귀하신 분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이런 분들에게 꼭 스페인 여행을 강추합니다.


1. 런던이나 로마 같은 유서깊은 도시들도 좋지만 그런 곳들은 좀 많이 상업화 된 느낌이다. 난 좀 투박하지만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잘 지켜내고 있는 여행지가 좋다.

2. 날씨에 기분이 많이 좌우되는 편이다. 비가 오거나 특히 겨울에 지겹게 눈을 자주 봐야하는 지역에서 살아서 눈만보면 경기를 일으킬만큼 싫다. 

3. 외식할때 Seafood 전문 맛집들을 우선적으로 찾고 평상시에 맛있고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먹는 것을 광적으로 즐기는 편이다.

4. 17유로에 환상적인 와인 8잔, 신선하고 맛있는 Tapas와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의심스럽다. 

5. 유럽은 항상 여행지 Bucket list에 있지만 기본적으로 물가가 만만치 않다고 느껴진다.

6. 가족과의 여행이라 여행지를 선택시 깨끗하고 안전한 곳, Ghetto한 곳이 덜 한 나라, 도시를 우선시 한다.  

7. 축구를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 일행은 쇼핑 보내고 그 시간 홀로 과감히 캄프누의 함성에 몸을 내던질 의향이 있다.  

8. 마을마다 지역마다 축제가 많은 곳을 여행하는 것을 즐긴다.

9. 무엇을 하든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편이다. 여행도 다양한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이 섞여 있는 곳들이 좋다.  

10. 나름 알뜰하게 SPG포인트를 쟁겨뒀다. 하지만 어디에다 써야 잘썼다 소리 들을지 고민된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어...이거 내 이야기인데 혹 나랑 한 집에 사는 사람 이야기인데 하시는 마모 회원님들이 계시다면 다음 여행지는 스페인으로 한 번 가보시는게 어떨까요? 단언컨데....절대 후회 않으실겁니다. ㅋㅋ

겨울에 떠나는 스페인 여행기 여기에서 마무리 합니다. 아....또 가고 싶네요 S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