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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뉴욕 #4

사리, 2014-09-28 21: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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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스러운 인간인지라 시차 적응은 적응이 안되는 일이다. 올빼미로 살았어도 시차가 바뀌면 그게 그렇게 힘들다. 

오기전부터 몸살기운이 있었는데 너무 만만하게 봤나보다. 아침이 많이 무겁다. 

아침 산책을 나서려고 로비를 나갔더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오늘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거라는군… 로비에 있던 직원이 말해준다. 

이 상황에 무슨 용기인지 부슬거리는 비 사이로 잠시 걸어본다. 

누군가 그랬다… 미국만 오면 그렇게 우산 안쓰고 비를 맞고 걷게 된다고. 


느즈막히 아침겸 점심을 챙겨먹고 비 오는데 무얼할까 생각했다. 모마에 가볼까… 

대학 들어가고 나서부터 배낭여행을 시작하면서 하지 않은 것중의 하나는 이른바 “명소”에 가는 일이었다. 

태국에 20번 넘게 갔어도 아직 왕궁과 사원은 가본적도 없다. 

씨엠리업에서도 통틀어 13일인가 있게 되니 겨우 마지막 하루를 앙코르 와트에 간 정도이다. 

남들 가는 명소에 안가는 게 쿨해 보였나…?라고 생각해보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그냥 죽치고 돌아다니다가 마음 끌리는 곳에서 동네사람들이랑 하루 종일 서로 딴 얘기 하다가 오는 게 제일 재미있었다. 

나는 한국말하고 상대방은 라오스말하고… 태국말 하고… 베트남말하고… 


모마에는 2010년 1월인가에 간 적이 있었는데, 팀버튼 전시 때문이었다. 

아는 분 모녀가 한국에서 오셨고 뉴욕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팀버튼 전시에 간다고 해서 엉겁결에 따라간 거였다. 

그리고 그 전시가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그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림에 대해서는 무식쟁이인지라, 그냥 지나가며 보다가 좋은 그림 앞에서는 넋놓고 한참 서 있는 정도. 

열여덟살 때로 기억하는데, 마흔이 되면 렘브란트 그림을 따라서 여행 한 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스물두살 때에는, 18세기 영국의 시계공 - 위도 경도에서 경도를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존 해리슨의 발자취를 따라서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먼 나이라고 생각했던 마흔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괘씸하게 볼 수 있겠지만요ㅎㅎ)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져 왔고,

렘브란트와 존해리슨을 묶어서 그 궤적을 따라가는 여행은 꼼꼼히 준비해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충 이 그림이 몬드리안이네, 모네네, 미로네, 피카소네, 호퍼네, 고흐네 정도는 대충 구별하는 정도. 

그러나 모마에는 딱 두개만 내 눈으로 보고 오면 그걸로 족할 것 같았다 - 물론 너무 흔하디 흔하게 유명한 것이지만 말이다. 

하나는 고흐의 별헤는 밤이고, 하나는 에드워드 호퍼의 주유소. 

현대카드 무료입장덕을 보고, 벌뗴처럼 몰려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드디어 보았다. 

별헤는 밤… 이게 진짜 작품일까? 대게 미술관에서는 정말로 유명한 작품은 진짜인 것처럼 모조품을 걸어 놓는 경우가 사실 허다하다. 

드디어 이걸 보았다고!!라는 감흥 보다는, 이거 진짜를 전시했을까 짭퉁을 전시했을까라는 의심부터 들게 된다. 

발터 벤야민이 기술복제 시대에 “아우라”가 사라졌다고들 하는데, 아우라를 사라뜨린 건 “기술”복제가 아니라, 

복제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바로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이게 “고흐의 별헤는 밤”이라는 원작과 원본, 진뚱이라는 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라기 보다는,

고흐의 별헤는 밤의 진뚱 원작과 원본이 있다고 증명된 “모마”에서 보게된 

(걸려 있는게 진뚱인지 모르고, 진뚱은 보관실에 있을지 모르지만) ‘별헤는 밤’이 주는 아우라이니, 아우라라는 결 자체가 한참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에드워드 호퍼… 물론 호퍼의 가장 엣지있는 작품이라는 나이트 호크는 시카고 미술관에 있지만 

책으로 봤을 때 나이트호크만큼이나 “뻑이 갔던 것은” 바로 주유소였다. 어쨌든 두 작품에서 30분이상씩 아우라 원적외선 좀 받아봤다.

퓨쳐리즘이라든지 혹은 포스트모던 미술들을 보는 건 가끔 재밌지만 대게는 속에서 화가 치미는 때가 있는데

그래서 월마트 약품칸 구경온 사람마냥 후루룩 봐버리고… 그외 피카소와 미로 작품을 좀 더 보고… 

어쨌든 어제 그제는 귀가 호사였다면 오늘은 눈이 호사인 날이다. 


촌스럽지만 작품들이랑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쎌카를 찍기엔 쑥스러운 나이이고, 누구 말마따나 “쎌카는 이쁜 여자애들이나 찍는 거야, 너 같은 인간은 언감생심이야”라는 어떤 친구의 신경질 섞인 잔소리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남한테 찍어 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고…

궁리를 하다가, 굳이 이 큰 얼굴 나올 필요는 없지. 겸손하게 신체 일부분과 사진을 찍어 보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

새끼 손가락에 표정을 그려 넣어 사진을 찍어 봤는데… 이거 꽤 재밌다. 

어디가서 맨날 이러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 제 전매특허임! 


미술관에서 생각보다 시간을 엄청 많이 썼다. 벌써 해가 기울려고 한다. 

아침보단 얇아진 비를 맞으며 걷는게 길. 건너편에서 팟벨리 샌드위치 가게가 눈에 딱 띤다. 

아침 먹고 아무것도 안먹고 있었는데… 팟벨리라니! 

코스웍 시절… 가끔 팟벨리에서 먹는 따뜻한 샌드위치가 눈물 나게 고마울 때가 있었다. 뭐 이유는 구질구질하고 신파이니 그냥 넘어가보고 ㅎ…

“팟벨리다!” 라고 소리를 치는 순간 길거리에서 음악이 나오는데, 에릭 허친슨의 “Oh”라는 노래다.

이것도 코스웍 시절에 꽤 귀에 꼽고 다녔던 음반이었는데! 무단횡단하는데 옆차도 안보고 피리부는 사나이 따라가는 것마냥 정신줄 놓고 따라가본다. 

귀에는 “oh!”가 계속 들리고. 


늦은 점심겸 저녁을 먹고, 오전에 체크아웃한 숙소에 맡긴 짐을 찾아야했다. 

오늘은 또 다른 숙소.. 첼시에 있는 컴포트인. 뉴욕 오기 전에 무심코 BRG 신청했다가 된 곳. 

숙소로 가는 길, 펍에서 구스 아일랜드 에일을 드래프트로 팔고 있단다. 해피아워!

시카고 영향권(?)에 살았던 이로서 구스 아일랜드 드래프트를 안먹는다는 건 수치로운 일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펍에 드러가 낮술을 시킨다. 역시 술은 낮술이 최고. 

매주 금요일 오전에 수업이 끝나면 혼자서 맥주 두세개 정도 낮술을 먹었는데, 그게 일주일에서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바텐더에게 주문을 하고 곱게 따라진 술잔이 내어오는데,

펍스피커에서 “oh~ oh~ oh~ I~~~~ I was a city boy, riding ~~~” 

으하하하. 브루노 마스의 If I knew가 나온다. 브루노 마스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

지난 겨울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이다. 특히 친구들과 모여서 술마실 때에는 “이 노래 들어봐”라면서 얼마나 틀어재꼈던가! 

차안에서 혼자 틀고 목청껏 따라 부르다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죽을뻔도 했던 노래다. 


새삼, 눈도 호강하고 귀도 호강하고, 입도 호강하는 요 며칠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몇달은 버틸 수 있으라고, 예방주사 맞는 거다라고 생각해본다. 

고꾸라질 것 같은 느낌이 오거나, 땅으로 꺼져버린다는 생각이 들면,

별 헤는 밤 앞에서 느꼈던, 주유소 앞에서 느꼈던,

헤드윅이 가르쳐 주었던, 누티니가 들려 주었던,

팟벨리와 허친슨의 찰나에 느껴버렸던,

구스아일랜드와 브루노 마스의 찰나에 떠올랐던,

그 순간으로 단디 붙잡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심정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맥주를 마시고, 가방을 챙기고, 첼시의 컴포트인에서 체크인을 하고. 

오늘 숙박비는 공짜였기 때문에… 호기롭게 택시를 탔다. 

“Terminal 5라는 공연장에 가주세요.” 

21 Pilots 라는 사람들의 공연인데.. 내 취향은 아니고 좀 십대 취향이긴 하지만 한번 공연은 보고 싶었다.

티켓은 없었지만.. 미국에서 이런 공연이 있을 때마다 티켓 못구해도 그 앞에서 어슬렁대면,

친구가 못온 사람들이 던져주는 표와, 암표상이 파는 싼표를 구하는 건 알만큼 아는 통빱이다. 

다시 말해, 예약을 안한 것은, 그렇게 꼭 보고 싶은 공연이 아니었고 얻어 걸리면 보겠다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터미널 파이브가 무슨 곳인지 몰랐는데.. 이게 무슨 잠실종합경기장 같은 곳인가… 

뉴욕에 있는 백인 청소년은 여기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공연장을 뱀처럼 뚜아리로 둘러싼 줄은 끝이 없었는데, 뉴욕의 인종 구성비와 걸맞지 않게 정말로 거의 백인이 대다수. 

게다가 청소년 혹은 20대 초반 아이들. 

참고로, 내가 가장 미워하는 인구 집단 ㅎㅎ 

저 아이들이 갑자기 예전에 TA 들어갔던 수업에 학생들처럼 보이기 시작하면서 맥이 쫙 빠져버린다. 

학부생은 학부생이 아니라 “학부개”라고 불러야 정확한 호칭이다라며 이를 갈기도 했었던 ㅎㅎ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미드웨스트의 전형적으로 순한 아이들이고 나이스 했지만

왕왕있었던,

가끔 평생 나 한번 차별 받은 적 없고 특권은 내꺼지만 난 특권이라고 생각안해라는 자세가 몸에 베인 소로리티 걸들,

나는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나는 남자야 그리고 세상을 좀 알지라는 것이 베인 프래터너티 보이들은 두통 그 자체였다. 


표고 나발이고 공연이고 나발이고 그냥 발걸음을 옮긴다. 

비는 그쳤고, 꽤 근사하고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 걸어가다 보니 다시 타임스퀘어가 어느덧 나온다. 

그리고 그냥 더 걸어서 메디슨 스퀘어까지… strand bookstore라고 했던가?

큰 중고 서점이 있다던데… 하면서 더 내려가본다. 


꽤 근사한 서점이었다. 

십대 청소년 아이들이 유리창에 진열된 the faults in our universe를 보더니 “존 그린!!”하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한 두달전 하도 청소년 애들한테 유명하길래 사서 봤는데, 문장은 꽤 기발했지만 얘기는 좀 부대끼길래 아는 청소년 아이한테 주었다. 

“안녕 헤이즐 원작인거죠?”라고 하면서 그 청소년 아이 참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서점을 올 이유는 있었다. 

올 초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굉장히 흡족해하며 읽었는데 딱 한 가지가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아주 훌륭한 작가인 김연수가 번역을 했기에 기대를 하면서 봤는데… 

한국에서 나오는 책들의 “번역”에 대해서 절대로 탓을 하지는 않는다. 

번역하는 일에 대한 처우가 번역에 대한 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번역은 “질”을 따지기 전에 그 자체가 “자비로운 선행”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수 작가가 번역했다니 내심 기대가 엄청 됐는데… 소설 자체는 훌륭했지만, 번역에서 좀 아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중산층의 남자나 교양있는 여자가 화자일 때에는 번역이 좋은데

카버의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실직자 남자나 워킹 클래스 여자가 화자일 때에는 번역이 너무 “곱다.” 

예를 들어 시골의 워킹클래스의 저학력인 중년의 아주머니가 “다탁”이라는 말을 쓰는… 

그래서 카버의 원문은 어땠을까가 너무 궁금했었는데, 이북으로는 팔지 않았다.

아쉽게도 헌책은 없었지만 지하층 가장 한 구석에 카버의 작품집이 있어서 두어권 집어 들고

작가의 성이 C인 곳에 왔으니 온 김에 존 치버의 책도 한 권 집어 본다. 


쌀쌀한 공기게 코끝에 맺힌다. 

맥주 한잔에 윙이나 한 조각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메디슨 스퀘어 앞쪽에 노점들이 있다. 

브루클린 로컬 에일 한잔과 코리안식 핫윙을 두어조각 시켰다. 

맥주는 맛이 없고 윙은 이상했다. 


숙소로 들어가 카버의 책을 펼쳤다. 

그런데…

토가 나오기 시작한다.

설사도 나오기 시작한다.

온몸에 열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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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댓글

뉴나나

2014-09-28 22:27:46

일빠! 1편부터 읽었는데 이제야 댓글을 답니다. 너무 잼있게 읽고 있어요..덕분에 파올로 누티니도 알게 되었네요..^^

모마는 가 본적이 없는데, 제법 좋은 그림들이 많군요. 고흐, 샤갈, 클림트 등의 그림도 있다니....

사리

2014-09-28 22:55:43

재미있게 읽고 계시다니 다행이에요.. 사실 게시판에서 찍히고 나서는 이런 글 올리면서 "왜 저딴 거 올려...?" 라며 재수 없어 하시는 분이 있을까봐 좀 걱정이 되긴 하거든요...
클림트 그림은 지난 번에 보니 어퍼이스트쪽인가요? 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있는 지역에 작은 갤러리에 유명한 작품이 몇 있더라구요... 그 갤러리를 재밌게 봤었습니다.
고흐나 샤갈 그림은.... 너무 좋죠? ㅋㅋㅋ
시카고 미술관이 이런 부분에선 더 압도적이었어요. 현대미술쪽은 모마보단 약하지만 중세미술품까지 합쳐보면 제 취향엔 시카고미술관이 훨씬 더 좋더라구요... 나이트호크는 시카고미술관에 있고 샤갈의 그 유명한 작품인 (제 기억이 맞다면) 눈내리는 마을은 생스기빙 전후로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서 전시돼요 ㅎㅎ

사리

2014-09-28 22:58:57

아참. 에릭 허치슨 앨범도 들어보세요. 여름날 낮에 운전하며 들으면 참 좋아요 ㅎ

기다림

2014-09-29 03:33:28

아프시지 마요....

 

지금은 삶의 현장으로 자리로 돌아가셨겠죠? 혼자 있을때는 이 몸뚱아리 건강이 최고에요.

 

맛난것 드시고 운동도 좀 하시고 하세요.

 

저도 어제는 Trio 연주회 다녀왔어요. 귀에 생음악을 들어주니 좋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연주하는데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리스트가 계절에 맞는 모자를 쓰고 연주하니 좋네요.

아이들도 확실히 봄여름가을겨울을 들으며 그게 그 계절에 잘 맞는다고 아우성이네요.

 

그런데 연주는 왜 겨울, 봄, 여름, 가을로 되는지 궁금해 지네요.  ㅎㅎ

사리

2014-09-29 06:50:49

이 글은 아까 나리타공항 라운지에서 올렸고 지금 막 싱가폴에 도착했어요 ㅎㅎ 다시 일상이죠...
달력보면 날씨가 겨울부터 시작하니 겨울부터 한 건 아닐까요 ㅎㅎ

monk

2014-09-29 03:37:26

오랜만에 보는 멋진 미술 작품들이네요. 

시골살이에 문화라는 것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보니 샤갈 대신 샤넬이 먼저 떠오르고, 모네와 마네가 헷갈리며, 모마와 마모의 혼돈을 겪던터라...ㅎㅎ

뉴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사리님의 멋진 글덕분에 뉴욕에 다시 가보고 싶어졌네요. 기달려라, 뉴욕아...

사리

2014-09-29 06:51:39

모마를 얘기할 때 계속 너무 낯익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이유였군요!!

반니0102

2014-09-29 04:36:09

사리님 명성은 이미 들어 알고있었지만,

이번 뉴욕여행기를 통해 팬이 된것 같습니다!!! 글을 너무 재밌게 잘 쓰시는 것 같아요 :)

사진도 굿굿굿!!! 

사리

2014-09-29 06:52:23

제가 명성이 있었다니... 깜놀! 나쁜 소식 전문이라는 명성만 알고 있었어요 ㅎ

내큼

2014-09-29 04:45:13

사리님..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필력이 대단하세요.. ^^ 팟벨리에선 저도 Oh! 얼마전 미국 촌구석으로 이사왔는데 (신랑은 아니라고 극구부인ㅋㅋ) 여기 팟벨리가 없어요. 흑흑.. 저는 예전에 고흐 엄청 좋아했었는데 실제로 시카고 미술관에서 보고 생각보다 너무 어둡고 텁텁해서 좀 실망했던 느낌이.. 그동안 그림책에서 사진으로 보는 것은 나름 화면보정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모마에서 별 헤는 밤은 언젠가 꼭 보고 싶네요..^^ 팟벨리 많이 많이 드시고 즐거운 여행하세요!! ^^

사리

2014-09-29 06:53:14

필력이라는 말 들을 때마다 민망하고 쑥스럽고 그러네요... 그냥 인터넷 게시판용...이랄까요 ㅎㅎ

해아

2014-09-29 04:46:04

사리님. 덕분에 그리웠던 Moma 구경 다시 하네요. 감사합니다.

그중 고흐의 별헤는 밤 (The Starry Night) 보니까 별의별 생각과 감상이 다 떠오릅니다.

그냥 떠오르는 시 (찾아서) 하나 붙여보고 물러나렵니다.

사리님 글에는 이런 분의 싯구를 댓글로 나란히 달아놓을 만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자가 직접 기재한 제목은 '별헤는 밤'이라고 합니다.)


별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중략)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사리

2014-09-29 06:58:34

일 마일에 추억과

일 마일에 사랑과

일 마일에 쓸쓸함과

일 마일에 동경과

일 마일에 시와

일 마일에 어머니, 어머니


부모님 비즈니스 발권해드리고 텅빈 잔고를 보며 이런 시를 썼었드랬죠 ㅎㅎ

차도남

2014-09-29 07:16:58

첫 번째 작품이 제가 매일 집에서 보는 샤갈의 '나와 마을'이네요. 아내가 미술을 전공해서 직접 보고 그린 모작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걸어 놓았는데 아직 말도 못하는 아들 녀석이 관심을 가지고 가끔식 손으로 가르치면서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제 마음은 '제발 미술만은 하지마라' 이네요. 

사리

2014-09-29 07:18:55

으하하하. 제발 미술만은 하지마라라니 ㅋㅋㅋ
다음 5편에는 미술 작가인 친구 얘기가 좀 들어갈 예정인데요. ㅋㅋ

Hakunamatata

2014-09-29 16:30:58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 혹은 찰나에 했던 생각들을 정말 세심하게 잘 묘사하시는거 같아요~
진짜 왕부럽부럽!!
사리님 덕분에 올겨울 잠시 시카고 갈 땐 꼭 미술관에 가볼꺼같아요^^ 감사감사~ㅎ
사진, 손가락 하나는 전매특허라고 하셨으니 전 다음에 손가락 두개로 포인트만들어 찍어봐도 되겠죠??ㅎㅎ
또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해요!

사리

2014-09-29 22:58:14

손가락 하나 찍은 사진 보더니만 뽐뿌질한 친구놈이 니 얼굴이 산만한데 손가락하나로 가당키나 한 거냐며 정색하며 화를 냈어요.... 얼굴 크신가봐요...?? ㅋㅋㅋㅋ

Hakunamatata

2014-09-30 04:11:13

ㅎㄷㄷ... 그렇지만 전.. 산!만하진 안아욧!!! ㅋㅋㅋ

사리

2014-09-30 10:13:19

배꼽사과 드립니다....

Hakunamatata

2014-09-30 11:48:45

배꼽만한 사과를 주신다고요?
당도가 높은가요??ㅋ
제가 먹는게 까탈스러워서... =)))))))

Kailua-Kona

2014-09-29 20:20:23

사리님의 글을 1편부터 읽으면서 역시 글장이란 타고나는 건가보다 했습니다. 저도 가끔 여행기 같은 쓰려다보면 명칭도 기억이 안나고, 가끔은 순서도 헷갈리고, 명칭들 검색하다가 시간이 더 가버린다는... 그래서인지 참 부러운 사람중에 하나가 바로 글을 조리있고 재미있게 쓰시는 분이지요..
저도 싱글일때, 참 혼자서 여기저기 전세계를 많이 다녔는데요. 저도 약간 반골 기질 비슷한게 있어서 명소를 찾아가서 사진찍는 일은 하지않고, 동네 구경이나 로컬식당에서 밥을 먹곤했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경험, 다른 관점을 갖고 보겠다는 뭐 그런 의지들이 있었죠. 결혼 후엔 여행의 성격이 달라지더군요...
아무튼 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글을 읽고나니 제가 살고 있는 시카고가 좀 자랑스러워 지네요...어서 연간 회원권이 익스파이어 하기전에 한번 더 가봐야겠네요...

사리

2014-09-29 23:01:27

예전엔 기억력이 정말 사진기 기억력이었는데 이것도 날로 가면서 노화인지 퇴화인지 많이 망가져서 힘들어요... 소시적엔 교과서 나온 훈민정음이 외계어 같고 신기하기도 해서 딱 한번 보고 싹 외워버렸었는데 말이죠 ㅠㅠ 지금은 집주소도 잘 못외워서 매번 메일 찾아봐야해요...
시카고 사신다니 부러워요.. 전 미국 대도시중에 시카고가 제일 마음이 편하고 좋아요... 돈이 많으면 시카고에 집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ㅎㅎ 제가 돈 잘 벌 일은 죽었다 깨나도 없겠죠 ㅎ

narsha

2014-09-30 12:52:40

읽고 또 읽어도 뒤 돌아서면 까먹는 전 무엇보다 사리님의 사진기 기억력 부럽네요.  남들 공부할 때 슬슬 놀며해도 머리속에 한큐에.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한 것 같아요.^^


사리

2014-09-30 22:45:59

생긴거는 동네 제일가는 노비인데 겉보기 등급과 전혀 다르게 하도 골골 대서 쓸모가 없어요... 

별로 안불공평해요 ㅎㅎ 게다가 이제 기억력도 주루룩 내리막길이라... 

narsha

2014-09-30 14:59:00

저도 starry night그림 좋아해서 매일 곁에 두고 보고 있습니다. 사리님 글 읽고 오랜만에 돈 맥클린의 Vincent (starry starry night) 노래가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 데스크탑에선 됐는데 셀폰에선 유튜브가 안 돌아가네요. ㅠㅠ 공부좀 더 해야겠습니다.

사리

2014-09-30 22:46:55

:) 

이번 여행에는 노래가 유난히 많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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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 2022-10-30 56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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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공지 19
마일모아 2021-02-14 78148
  공지

게시판 필독 및 각종 카드/호텔/항공/은퇴/기타 정보 모음 (Updated on 2024-01-01)

| 정보 180
ReitnorF 2020-06-25 180027
updated 114149

마모분들 최애 텀블러 브랜드& 상품명이 궁금합니다

| 질문-기타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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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ynred 2024-04-24 3687
new 114148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으로 누군가가 계속 로그인을…

| 질문-기타 4
미치마우스 2024-04-25 674
updated 114147

한국에서 한달 이상 거주하실때 보통 어디에서 숙박하시나요? (서울/수도권, 숙소, 지역, etc)

| 질문-기타 5
마파두부 2024-04-25 1143
new 114146

오퍼 전에 승인난 휴가에 갑자기 note가 필요하다는데, 제가 줄 필요가 있나요?

| 질문-기타 24
지지복숭아 2024-04-25 1874
updated 114145

어디 은행의 체킹 어카운트 쓰시나요?

| 질문-기타 28
망고주스 2024-04-24 1728
new 114144

아시아나로 LA도착후 시애틀까지 로컬 비행기 갈아타기 쉬울까요?

| 질문-항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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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idams 2024-04-26 129
updated 114143

생애 첫 비즈니스 탑승기(대한항공 A380) 및 불쾌했던 한국TSA경험담

| 정보-항공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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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호 2016-09-21 10825
updated 114142

[핫딜] 델타원, 5월 초순부터 여름 성수기 미국<>ICN 구간, 편도당 12.5만~15만 (아멕스 델골이상 카드 소유시 15% 추가할인)

| 정보-항공 77
  • file
헬로구피 2024-04-24 5165
new 114141

투자를 위한 경제/투자 공부 방법?

| 질문-은퇴 10
콜럼버스준 2024-04-25 811
updated 114140

신부전/투석중인 80대 아버지와 마지막? 해외온천여행 어떨까요

| 질문-여행 20
비니비니 2024-04-25 1778
updated 114139

괜찮은 글로벌 1년짜리 data 전용 e-sim업체 추천 레퍼럴글타레 (마모님 승인 완료)(내용추가)

| 정보-기타 131
AVIATOR 2023-07-17 11739
updated 114138

대한항공 SKypass US Bank 카드 정보를 정리해 보았어요. 첨언 부탁드립니다.

| 정보-카드 30
디디콩 2023-05-31 15569
new 114137

미국 여권에 띄어쓰기가 있구요 아시아나 계정에는 없는데 탑승 문제가 될까요?

| 질문-항공 6
  • file
atidams 2024-04-25 437
updated 114136

코스코 Gazebo aluminum roof를 Shingle로 교체

| 정보-DIY 14
Almeria@ 2024-04-25 923
new 114135

질문 - 눈 위 떨림 (질끈 감고 떳을때)

| 질문-기타 13
junnblossom 2024-04-25 963
updated 114134

Bilt 아... 빌트여 (부제. Fraud)

| 후기-카드 14
Stacker 2024-04-11 1926
new 114133

칸쿤 Hilton Mar Caribe - Enclave upgrade 위주 간단 후기입니다.

| 후기 8
doubleunr 2024-04-25 411
new 114132

차량 50mph 이상에서 발생하는 진동에 관한 질문 (휠 밸런싱 or 다른 문제의 가능성?)

| 질문 8
음악축제 2024-04-25 264
updated 114131

캐피탈 원 마일 버진항공 말고도 잘 쓰시는 분 있으신가요?

| 질문-카드 11
  • file
스타 2024-04-25 1357
updated 114130

테슬라 보험 어떤가요? 보험료가 너무 올라서 고려 중 입니다.

| 질문 16
FBI 2024-04-16 2525
updated 114129

HHKB 해피해킹키보드 화이트 무각 리뷰

| 후기 56
  • file
커피자국 2024-04-20 2538
updated 114128

자동차 에어컨 냄새는 어떻게 없애나요?

| 질문-기타 28
빠빠라기 2022-04-26 3630
new 114127

[In Branch Starting 4/28] 체이스 사파이어 프리퍼드 85k / 사파이어 리저브 75k Offer

| 정보-카드 10
Alcaraz 2024-04-25 1273
new 114126

Limited Boeing 747 소재 Delta Reserve 카드

| 정보-카드 5
  • file
랜스 2024-04-25 830
new 114125

아멕스 델타 블루를 골드로 업그레이드 한 뒤, 델타 어카운트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 후기-카드
호숫가에텐트치고 2024-04-25 112
new 114124

또 델타 항공권 질문입니다. (이 씨앗 얼른 써서 없애고 싶은데..... 또 남겨야할 지도.. ㅠㅠ)

| 질문-항공 4
플라타너스 2024-04-25 317
new 114123

P2가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다른 차를 살짝 받았다고 합니다

| 질문-기타 4
트레일믹스 2024-04-25 951
updated 114122

Southwest 스케쥴 열렸습니다: 1/6/25 까지 예약 가능 합니다.

| 정보-항공 16
요기조기 2024-03-21 1316
updated 114121

MR > 버진 30% 프로모 관련해서 소소한 질문: 제 경우에는 마일 넘겨두는 것도 좋을까요?

| 질문-항공 14
플라타너스 2024-04-24 965
updated 114120

Orlando 호텔후기 -Signia & Conrad

| 후기 9
웅쓰 2024-04-23 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