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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딸과 아들이 있습니다.
남들은 딸바보 라지만, 저는 아들바보 입니다.
=========
2000년 7월.
미국이민 1년 9개월쯤 지날때 둘째이자 첫아들이 우리집에 찾아왔습니다.
뒷 목부터 왼팔 까지 용모양의 거뭇한 Birth Mark까지 가지고 태어난 용띠 즈믄동입니다.
아들은 개구장이지만, 건강하게 잘 커주었습니다.
특히 "엄청 바뻐 엄청 바뻐! " 소리치며 아빠랑 뛰어가며 잡기 놀이를 즐겨했습니다.
5살 무렵에도 아들과 "엄청 바뻐" 놀이를 즐기고 숨이 차 헉헉대는 아들을 보다가
"우리 아들 얼마나 숨을 가쁘게 쉬나 볼까?"하고 왼 가슴에 손을 대어보았습니다.
..........
..........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귀를 대보았습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순간 제 가슴이 더 빨리 뛰기 시작합니다.
한국서 대형병원에서 일할때 들은 풍월이 있습니다.
저는 귀를 오른쪽 가슴으로 옮깁니다.
'쿵쾅 쿵쾅' 아들의 심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날 밤은 아내에게도 얘기를 못한채 컴퓨터가 있는 방에 들어가 밤을 꼴딱 새웠습니다.
'Situs Inversus'
선천성 희귀증상으로 태어날때부터 심장 및 모든 장기가 거울에서 보듯 반대로 위치한 증상.
또 다른 내용도 있습니다.
심장만 바뀌어 있고, 다른 장기는 정상인 경우 심장기형을 동반하며 20세 이전의 사망율이......
전자의 경우 장기만 바뀌어 있을뿐 정상인과 동일하지만, 후자의 경우 심각한 건강이상이 초래된다는 것.
아들은 달라스에 위치한 저소득층이 다니는 큰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났지만
태어났을때 아무런 이야기도 병원으로 부터 들은 바가 없었습니다.
저희 부부도 아이가 5살이 되도록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요.
다음날 아내와 이 문제를 상의했습니다.
아내는 걱정어린 눈빛으로 아이의 상태를 점검해 봐야 하는것 아니냐고 했지만
저희는 영주권도, 의료보험도, 가진 돈도 없는 빈약한 상태였습니다.
아는 의사를 통해 알아본 바로도 검진비로만 만불이 훌쩍 넘을것 같다는 얘기에
그저 자포자기 할뿐...
한국에 가게되면 좋은 병원에서 몽땅 다 검사해 보자고 애둘러 아내를 안심시켰습니다.
아내가 잠자는 아들방에 자주 들어가 보던것도 그 시절입니다.
아들이 7살 무렵 아버지께서 건강이 위독하셔서 한국에 나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온 가족이 한국에 가게 되었고, 사전에 대형병원의 소아과장님께 진료를 예약했습니다.
심장과 장기와 관련된 모든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를 보러 갔을때 60대초반의 소아과장님이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허참, 고놈 귀한 놈일쎄... 35년 소아과 생활에 두번째 케이스입니다."
다행이 아들은 Situs Inversus 였고, 기형없이 거울에서 보는것 처럼 모든 장기가 좌우가 바뀐 상태였습니다.
장기만 좌우로 바뀌었을뿐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고맙게도 내 나라의 병원은 보험없이도 이 모든 검사를 싸게 해주었습니다.
저의 크레딧 카드엔 진료비로 $1500이 찍혀 있었습니다.
아들은 너무도 바른 품성으로 사랑스럽게 커주었습니다.
18세가 되었을때 아들의 선물로 목걸이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목걸이는 의식이 없는 응급상황시 의료진에게 내 심장과 장기의 위치를 알리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들은 누가 권하지 않았는데, 간호학을 공부하겠다고 자처하고 대학 간호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에피소드로 수업중 교수님이 희귀케이스로 Situs Inversus에 대해 강의할때
혼자 키득대며.. "내가 그건데... ㅋㅋ" 하기도 했다고...ㅎㅎ
내일은 아들의 대학 졸업식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학교에서 Nursing Pinning Ceremony가 있었습니다.
아들은 Pin을 목에 걸어줄 사람으로 아빠를 지목했습니다.
단상 위. 나는 이쪽에서 아들은 반대편에서 걸어와 가운데서 만나 Pin을 목에 걸어줍니다.
아들이 성큼성큼 나를 향해 다가옵니다. 목에 Pin을 걸어주고 아들을 껴안습니다.
순간.
내 심장과 꺼꾸로인 아들의 심장이 서로 맞닿아 쿵쾅댑니다.
잠시였지만... 정적이 흐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아내가 아들에게 말합니다.
"따뜻해. 나한테 꼭 맞게 따뜻해"
어디서 많이 듣던 말입니다.
30년전 아내는 연애시절 내 손을 잡고
"따뜻해. 나한테 꼭 맞게 따뜻해" 라고
같은 말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한 세대가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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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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놂삶
2023-12-15 17:16:43
축하드립니다! 너무나도 멋진 아버지에 멋진 아들이네요.
블스
2023-12-15 19:55:22
눈물나요. 아들이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너무 감사하네요.
monk
2023-12-15 20:19:08
아침에 읽고 눈물 또르륵...
얼마나 맘 졸이며 키우셨을지, 지금 얼마나 대견할 지 가슴으로 느껴지네요.
넘 훌륭한 부모님, 진짜 멋진 아드님,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아티우스
2023-12-16 00:40:19
감동입니다... ㅠㅠ 가족의 사랑이 그대로 보여지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실겁니다~^^
달라스초이
2023-12-16 01:53:47
너무나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어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여러분의 감사의 말씀은 아들에게 잘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송구스러워서 많은 댓글에 일일히 답글을 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남깁니다. 대신 어제 pin ceremony 에 이어 오늘 아들의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힘차게 도약하는 아들의 사진을 감사의 인사로 갈음하겠습니다. * 아들은 내년 2월부터 원하는 병원에서 실제 간호사로 일하게 됩니다. ^ㅡ^
sonnig
2023-12-16 12:14:24
원하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게되었다니 더 경사네요!
좋은 동료들 만나 인정받고 사랑받고 존경받으며 일하게될거예요!!
뽐뽀미
2023-12-22 13:40:42
아버지의 담담하게 깊은 사랑이 전해져서 글읽는 내내
뭉클함과 감동을 안겨주네요
멋진 간호사님 기대합니다👍
여름이좋아
2023-12-16 05:48:09
읽으면서 제가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자랑스런 아버님과 아드님의 건강한 앞날을 위하여~~~
아카스리
2023-12-16 11:07:04
우연찮게 읽은 글인데 너무 감동받았습니다. 소중한 가족이야기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앞으로 간호사로서 활약할 아드님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_^
랑조
2023-12-16 12:17:09
멋진 아버지와 아들이네요! 아드님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blu
2023-12-16 12:48:18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글도 감사합니다~
음악축제
2023-12-16 22:06:15
멋진 글과 따뜻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미스터선샤인
2023-12-16 22:29:54
너무나 따뜻한 글이네요. 제목만 보고 연애소설인가.. 하고 생각한 저를 꾸짖습니다 ㅠㅠ
AQuaNtum
2023-12-16 23:57:02
너무 멋진 글입니다 :) 축하드려요!
포틀
2023-12-21 23:57:43
아드님의 졸업 너무 축하드립니다! 함께 찍으신 사진을 보니 제가 다 뭉클해지네요..
나한테 꼭 맞게 따뜻해 란 표현이 서정적이고 아름답네요.
원하는 병원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니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아드님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일라이
2023-12-22 01:03:15
뭉클해지네요. 측하드립니다.
뉴욕좋아
2023-12-22 01:59:01
읽으면서.. 막 걱정 됬는데.. 마지막은 훈훈하게~~~
넘 좋네요!! 축하 드립니다!!!!
돌팔매
2023-12-22 06:58:11
참으로 자상한 아버지시네요. 어린 아들의 심장 소리를 들어보고 심장이 일반인과 다른 것을 미리 알 수 있단 사실만으로도요. 따뜻한 글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이 느껴지는 향기 듬뿍 받았씁니다. 건강하시고 화목한 가족이 되길 기원 함니다.
조던맘
2023-12-22 09:28:34
아드님 졸업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한국에 계신 저희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는 날이네요.
달라스초이님과 가족분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어나더레벨얍얍얍
2023-12-22 12:33:42
너무 뭉클하고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아들분 졸업 축하드리고, 가족분들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ㅎㅎ
doomoo
2023-12-22 12:58:24
처음 증상을 발견하시고 2년 후에 한국에서 문제가 아니라는 확정을 받으실 때까지 얼마나 가슴을 졸이셨을지 같은 부모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아드님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Aeris
2023-12-22 13:25:24
이 글을 이제야 보았네요. 감동스러운 마음에 눈물이나네요. 아드님이 정말 자랑스러우시겠어요! 달라스초이님과 아드님 모두 정말 축하드립니다!
수도선부
2023-12-22 15:00:29
따뜻하신 부모 아래 사랑을 듬뿍 받은 훌륭한 아이가 자라났네요. 사회에 꼭 필요한 마음을 가진 인재가 되도록 응원합니다!
돌나무
2023-12-22 17:13:02
이런 글을 이제서야 보네요. 눈물이 납니다. 성탄주간 보내며 참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 건강하게 아름 다운 삶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windycity
2023-12-22 17:34:04
아 눈물날뻔 .. 책임지세요… ㅜㅜ 감동적입니다!
눈뜬자
2023-12-22 20:29:44
너무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아들의 앞날에 좋은일 가득하길 바래요. 가족 모두 건강하세요!
당첨왕
2023-12-23 08:33:09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아드님도 장하고 달라스 초이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축하드려요!
lovedave
2023-12-23 09:43:41
정말 감동적이예요. 그래서 달라스 초이님 글에 항상 따뜻함이 묻어 있었나봐요...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들..
favor
2023-12-25 21:26:46
되어서 정말 좋습니다! 축복합니다.
짱돌아이
2023-12-26 07:22:34
무슨 필력이… 글쓰시는 직종이신가요 ㅎㅎ
태양의후예
2023-12-26 09:25:20
자상하고 따스한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아드님 앞날을 응원합니다.
올랜도마스터
2023-12-26 10:05:31
정밀 감동입니다!!
밤이핑크
2023-12-26 11:13:33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아드님도 달라스초이님도 꽃길만 걸으시길...
염담허무
2023-12-26 11:41:00
일하다가 읽고 울컥했습니다.
아들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사랑스런 아버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말괄량이
2023-12-26 13:27:22
축하합니다. 글 제목이 너무 좋아서 이제목으로 책내셔도 될듯 해요~
앞으로의 삶도 축복합니다
13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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