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 후기 6761
- 후기-카드 1816
- 후기-발권-예약 1241
- 후기-백신 79
- 후기-격리면제 28
- 질문 57162
- 질문-기타 20674
- 질문-카드 11679
- 질문-항공 10183
- 질문-호텔 5192
- 질문-여행 4034
- 질문-DIY 178
- 질문-자가격리 19
- 질문-은퇴 412
- 정보 24203
- 정보-자가격리 133
- 정보-카드 5215
- 정보-기타 8008
- 정보-항공 3826
- 정보-호텔 3231
- 정보-여행 1060
- 정보-DIY 205
- 정보-맛집 217
- 정보-부동산 39
- 정보-은퇴 259
- 여행기 3419
- 여행기-하와이 388
- 잡담 15469
- 필독 63
- 자료 64
- 자랑 722
- 금요스페셜 106
- 강퇴로 가는 길 11
- 자기소개 661
- 구라 2
- 요리-레시피 70
- 오프모임 200
- 나눔 2699
- 홍보 15
- 운영자공지 32
- 난장판.jpg (271.5KB)
- GTD.jpg.jpg (320.4KB)
오늘은 좀 부끄러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정리를 못하면 박스에 잘 넣어놓기라도 해라"
예전에 20대 후반에 저의 employer께서, 제 책상에 자꾸 이것저것 쌓여가고, 그래서 그걸 옆에 내려놓고 또 이것저것 쌓아놓고 하니까 지나가다 답답해서 하신 한마디.
그 한마디가 제 정리습관의 방향을 정하는 계기가 됩니다.
------
저는 제 물건 정리를 잘 못해요.
군대가면 관물대 정리하는 것부터 배우고, 군대에서는 누가 강제하니까 그 생활을 유지하는 법을 배웁니다만..
전역하면 초기화되더라구요.
정리를 못하는 나름의 변명은 있습니다.
"바닥에 다 늘어놓은 것처럼 보여도 다 어디 있는지 내가 알고 있어서 그렇게 두는 거니까 손대지 마세요 그럼 내가 그게 어디 있는지를 못 찾잖아요!"
어릴 때 방 꼴딱서니를 보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부모님이 정리를 해주시면 저는 늘상 그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사실이긴 했습니다.. 어지러워보여도 난 뭐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아는데, 부모님이 서랍장에 박스에 넣어놓으시면 전 또 그게 어디 있는지 한참을 찾아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바닥에 이것저것 늘어져 있는 방에 있으면 그걸 보는 타인도 심난하지만, 당사자도 정서적으로 심난한건 매한가지라는걸 언젠가부터 깨닫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 employer에게 그 말을 들은 뒤부터, 뭔가 정신없을 때마다 바닥에,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 박스에 담아서 일단 깨끗한 모양이라도 만들어놓으면 그 심난함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박스에 담긴 물건은 내일의 내가 정리해줄테니까요. (그 박스들을 안만들고 깨끗하게 하는 방법은, 아직 탐구하고 있습니다.. ㅎㅎ)
그러다가 조금 더 심난함이 깊어지면, 그날은 대청소하는 날입니다.
꼭 그 '청소'에 대한 동기부여는 한밤중에 됩니다. 밤 열시에 시작해서 새벽 두시쯤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를 보면 아주 스트레스가 다 풀리지요.
-------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 좋은 책도 영상도 많습니다만.. 경험적으로 생각해보면 몇가지의 원칙이 있겠습니다.
1) 평평한 공간에 물건을 두지 말것.. (곧 이것 저것 쌓이게 됨)
2) 물건은 항상 수납하고, 수납공간의 categorization을 잘 해서 물건 찾을 때 힘 빼지 말것 (레이블링이 도움이 되죠)
3) 작업공간과 수납공간을 분리해서, 작업공간은 항상 작업이 끝난 후 원상태로 되돌려 놓을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4) 수납공간보다 많은 물건을 소유하지 말 것 <-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데..
수학을 잘 하면, 각각의 조건을 수치화 해서 계산식을 만들어서 한 공간에서 보유할만한 적정한 물건의 양을 estimate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튼 인간은 아날로그한 존재이니까, 대충 보고 정리가 안되면 뭐가 안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그럼 그 조건들을 클리어해나가다보면 더 깨끗하게 살수 있겠지요.
대체로 4번은 그 자체로 문제일 뿐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더 심화시키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수납공간보다 물건이 많다 = 어딘가 물건이 던져져 있다 는 뜻일테니까요.
-------
대체로 부부가 살때는 좀 나은데, 자녀가 생기면 장난감, 책, 육아용품 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더군요.
저희는 장난감을 그렇게 많이 사는 편이 아닌데도, 주변에서 주시는 것들만해도 점점 쌓여서 어느새 적정량 이상의 물건을 갖게 됩니다.
아이는 갖고 노는건 잘해도 치우는건 잘 안하려고 하니까.. clean up 교육을 시켜도, 무질서도는 점차 증가하게 마련입니다.
하루는 애기 씻기고 재우고 거실로 나왔는데..
사실 뭐 이게 하루이틀일은 아니죠.. 정도는 다르지만 육아의 고충중 하나는 물건정리가 아닌가 싶어요.
정리하는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데 어지르는건 한순간..
샤워야 보통 제가 해줘도 엄마에게 애기 재우는걸 보통 부탁하니까, 거실 뒷정리는 제몫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왠지 확 치밀어오르더라구요...^^
13갤런 봉투 하나 꺼내다가 다 집어넣고, 저기 보이는 문 열고 side porch에 치워버렸습니다.
다음날 딸아이가 나오더니
"어.. 자동차들이랑 공룡이 어디 갔지?"
하더니 아빠 눈치를 슥 보더니 그냥 다른 거 갖고 놀더라구요..
글쓰다보니 왠지 눈치보게 해서 미안하지만, 정리할 수 있을만큼의 장난감 숫자를 유지해주는 것도 부모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걸 어떻게 다시 풀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박스에서 쓰봉으로 바뀌었네요..^^)
--------------
unfinished 지하가 있는 단층집으로 이사온 후, 지하에는 자꾸 박스가 늘어갑니다.
대충 플로우 차트는 이렇습니다.
1) 일단 만만한 방부터 바닥을 깔끔하게 치운다
2) 로봇청소기를 돌린다
3) 로봇청소기 경로를 예측해서 박스 들고 다니면서 바닥에 있는 물건들 담는다.
4) 모든 박스는 내 서재로 모인다.
5) 당장 매일 쓰는 물건들 다시 꺼내서 원위치 시키고, 애매한 물건들은 지하로 내려보낸다.
6) 1~5를 반복한다.
이렇게 청소하니 일단 좋은 것:
1) 집이 금방 깨끗해진다. 아무리 어지러워도 로봇청소기보다만 빠르게 움직이면 일단 집 바닥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누가 뭘 어지르던.. (저희는 주로 저와 제 딸이 그럽니다..)
2)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언젠가 자연스럽게 지하로 간다. 집에는 항상 필요한 물건만 남는다.
안 좋은 것:
1) 박스가 지하에 쌓인다.
2) 어쩌다 가끔 쓰는데 꼭 필요한 것을 찾기 어렵다..
지하실에 카펫이 하나 있는데, 한달에 한번씩 박스 다 엎어놓고 보물찾기를 합니다.
몇번 하다보니 categorization도 잘 되어 있지요
1) 아이 물건
2) 전자제품 및 부속
3) 공구
4) 각종 잡화
5) 영수증, 청구서, 체크
그래서 요즘은 좀 발전되어서, 지하실에 각각의 물건들을 위한 구역이 있습니다. 틈틈히 접이식 책상 펼쳐놓고 물건 분리도 합니다.
그런데 몇번 해보니까 가끔 현자타임이 오지요. 이렇게 쌓아두고, 박스에 넣어놓고 안쓸 것들을 왜 샀나.
요즘은 지하실에 쓰레기봉투 큰거 하나 두고, 한달에 한번씩 버릴 물건들, 굿윌로 버릴 물건들 나눠서 의식적으로 정리합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아마 지하실에 평생 박스 몇십개 쌓아두고 살지 않겠나 싶습니다..
나중에 그 임플로이어 분께 기회 되면 여쭤봐야겠습니다.
"이제, 박스에 넣는건 제법 잘하는데, 그 다음엔 뭐하면 될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담으로, work flow organize 방법 중의 고전인 Getting Things Done에 이런 차트가 있습니다.
아마 비슷한 식으로,, 정리 flow chart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전체
- 후기 6761
- 후기-카드 1816
- 후기-발권-예약 1241
- 후기-백신 79
- 후기-격리면제 28
- 질문 57162
- 질문-기타 20674
- 질문-카드 11679
- 질문-항공 10183
- 질문-호텔 5192
- 질문-여행 4034
- 질문-DIY 178
- 질문-자가격리 19
- 질문-은퇴 412
- 정보 24203
- 정보-자가격리 133
- 정보-카드 5215
- 정보-기타 8008
- 정보-항공 3826
- 정보-호텔 3231
- 정보-여행 1060
- 정보-DIY 205
- 정보-맛집 217
- 정보-부동산 39
- 정보-은퇴 259
- 여행기 3419
- 여행기-하와이 388
- 잡담 15469
- 필독 63
- 자료 64
- 자랑 722
- 금요스페셜 106
- 강퇴로 가는 길 11
- 자기소개 661
- 구라 2
- 요리-레시피 70
- 오프모임 200
- 나눔 2699
- 홍보 15
- 운영자공지 32
31 댓글
ReitnorF
2023-12-20 10:08:30
뜨끔. 저한테 하신 말씀인 줄……. ㄷㄷㄷ
음악축제
2023-12-20 10:27:27
아니 마모 1번 정잘알께서 이게 무슨 말씀이세요..
으리으리
2023-12-20 11:12:14
저도지하실있는집을사야겠어요!ㅋㅋ
음악축제
2023-12-20 15:01:04
빌리셔도 됩닏...
복숭아
2023-12-20 11:14:45
저한테 하시는 말씀인줄....
제 방법은.. 저는 쓰레기 바로바로 버리고 정리도 바로바로 하는데 남편은 좀 모아뒀다가 청소하는 스타일이라
결국 남편이 다 청소하게 시킵니다 호호호 ^.^;
음악축제
2023-12-20 15:01:34
그래서 제가 요즘 청소를 점점 더 하나봅니다! 와이프의 지혜...
MCI-C
2023-12-20 11:16:33
저도 비슷하게 하고 있습니다.
집안 정리를 해도 정리가 안되면 물건 갯수를 줄이면 되더군요.
저도 대충 박스에 놔뒀다가 6개월 정도 뒤에 다 버립니다.
organization 은 필요한 위치에 놓는게 20% 필요없는 것을 버리는게 80% 라고 봅니다.
음악축제
2023-12-20 15:27:13
그렇죠. 그 6개월은 진짜 가끔 쓰지만 다시 쓸 물건을 살려내는 과정... 박스 둘데 있으면 괜찮죠 머..
정혜원
2023-12-20 11:34:40
박스에 넣는 것보다 버리는 거 추천드립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또 사면 된다 주의입니다
https://www.amazon.com/Life-Sale-author-John-Freyer/dp/B000BZ9A14
주제는 좀 다르지만 재미있는 책 추천드립니다
음악축제
2023-12-20 15:27:27
돈 들이기 싫어서 안버리는듯요..^^ 감사합니다.
비건e
2023-12-20 11:36:32
저도 정리를 잘 못해서 솔루션이 최대한 안 사는 것입니다.
음악축제
2023-12-20 15:27:39
아멘.. 진리의 말씀이십니다.
어떠카죠?
2023-12-20 11:38:56
저도 물건을 버리는 이유는 더 가치가 있는 공간을 얻는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니멀리스트는 못되었지만, 린한 물건 구성이 좋더라구요. 패턴만 생기면 어질러지지않으니 정리할 이유도 청소할 이유도 없습니다.
서랍 열면 노트하나 자하나 펜슬 하나..
음악축제
2023-12-20 15:28:09
제가 그래서 얼마전에 옷장을 그렇게 정리하고, 매일 입는옷 빼고 다 다른 구역으로 치워버렸습니다.. 3일에 한번씩 빨래해서 각각 4세트..
알파카랑
2023-12-20 15:16:14
이 글보고 갑자기 오피스 데스크를 다 치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배우자는 결혼 후 처음에 제가 '난 잘 못치워서..' 라고 하면 못 치운건 없고 안 치우는거라더군요 처음엔 그 말이 너무 열받았는데 받아들이려고 하니 옛날보단 훨씬 (잘) 치우게 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음악축제
2023-12-20 15:29:30
아아 그렇군요 이 글은 중생을 구제하러 서천에서 왕생하신 살아있는 글입니다.와이프님께 좋은 피드백 많이 얻으시길요 저도 그러려고 합니다 :)
알파카랑
2023-12-20 16:56:09
하하하.. 제가 와이프고 배우자가 남편이라는 점.....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음악축제
2023-12-20 20:33:44
아 죄송합니다 ㅜㅜ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알파카랑
2023-12-21 10:06:38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ㅋㅋㅋㅋ
슈퍼맨이돌아갔다
2023-12-20 15:28:06
정말 발 디딜틈 없는 서류들과 책들 사이로 닌자처럼 걸어다녀야 하는데, 그 교수님은 자기가 놓은 서류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있다 하더라고요. 전 여친은 조교 초기에 청소한번 했다가 눈물 쏙 빠지게 욕먹고 2년동안 본인 책상외엔 청소한번 안했다죠 ㅋㅋ
음악축제
2023-12-20 15:29:56
딱 제가 예전에 요렇게 쌓아놓고 살았던... (예전이라 그러면 와이프가 코웃음 치겠네요.. ㅎㅎ)
Aeris
2023-12-20 15:29:23
“혹시나” 하고 놔두는것은 결국 99% 안쓰게 되더라구요. 건망증 탓도 있….ㅠㅠ
음악축제
2023-12-20 15:30:23
조만간 트럭몰고 굿윌 한번 다녀와야 합니다.. 근데 겨울이라 추워서 몸이 안움직여지네요.. ㅎ
DorkusR
2023-12-21 00:28:19
매년말 대청소하면서 몇박스이상 도네이션 하던 옷들과 신발들도 이젠 한 박스 정도로 줄어든 건 사실 중간중간 계절 바뀔 때 버리거나 도네이션해서기도 한데요. 아니 사는 건 별로 없는대 어디서 맨날 안 입고 하는 옷들이 마냥 생기고 옷장안에 옷들은 늘어가는지. 음악축제님처럼 계획을 세워 착착 치워나가야 겠어요. 말씀대로 한번 치우기 시작하는 버릇을 들이면 금방 또 치우기 쉽고, 마냥 놔두다 한꺼번에 치우려면 너무 치울게 많아 더 힘들고 더 귀찮고 한 것 같아요. 또 그래서 더 게을러지고 그러니 더 싸이고. 저도 내일부터 정리정돈 들어갑니다.
음악축제
2023-12-21 11:45:52
정리를 주기적으로 잘 하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
Opeth
2023-12-21 10:18:03
완전 제 저희 부부 이야기네요. 안 그래도 연말연시에 아이들 필요 없는 장난감이랑 옷들 도네이션하고 집도 좀 싹 치우려고 합니다. 그나저나 저는 또 오피스 데스크는 진짜 엄청 깨끗합니다 ㅋㅋㅋㅋ 매주 닦기도 하고.. 안 그래도 최근에 영수증이나 기타 종이들 정리했는데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카드 열면 날아오는 종이들이나 프리미엄 카드들 간지나는 박스들은 왜 그대로 두고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음악축제
2023-12-21 11:45:26
곤마리의 정리법을 다시 생각할 시간입니다.. ㅎㅎ 카드 종이들은 그래도 중요한 베네핏은 어디 적어놓고 버려야죠. agreements는 남겨둬야 하고..
Opeth
2023-12-21 12:10:15
곤마리 육아 시작하면서 정리 포기했답니다!!!! ㅋㅋㅋㅋ
음악축제
2023-12-21 17:34:52
예 그 이야기도 봤습니다. 애 셋에 장사 없다고.
그래도 포기하면 안되죠.
Melody
2023-12-21 11:41:10
저도 2년 주기로 지난 2년간 손 안댔던 물건들은 앞으로도 쓸 일이 없다 생각하고 다 버립니다. 원래는 쌓아놓고 사는 성격이었는데, 30대가 되면서 심플하게 살고싶어져서 생각해낸 방법이에요. 참 신기한게 주변이 정리가 되니 일상에서의 시간 분배가 절로 되더군요.
음악축제
2023-12-21 11:44:43
마지막 문장이 정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듯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