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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사진 몇장을 보고 마음을 빼앗겨서 바로 비행기를 예약해버립니다.
1900년대 초반에 말라가 주변 산 속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인부들 작업용 아슬아슬한 길을 건설하고,
완공 후 당시 스페인 국왕인 알폰소 13세가 축하하기 위해 이 길을 지나갑니다.
네, 왕이 지나갔다해서 이름이 왕의 오솔길/caminito del rey/king's pathaway가 됩니다.
애초에 임시로 만든 길이었기에 허술했고 이후에는 사용계획이 없어서 방치됐으나...
경치가 좋다고 이름이 나니 용자들이 허술하고 무너진 길을 통해 등반을 하다 자꾸 사망을 합니다ㅠㅠ
그래서 3년 전에 스페인 정부에서 아예 이 길을 새로 제대로 닦아놓고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Caminito del rey가 목적이긴 했지만, 그 참에 파리를 base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Strasbourg와 Colmar도 다녀오고
Transavia를 타고 세비야에서 좀 놀다가 왕의 오솔길을 가기위해 말라가로 갑니다.
말라가에서 파리로 올 때는 Air Europa를 탔는데, 나름 Skyteam이라 기대했습니다만 무료음료조차 없고 LCC랑 똑같네요~
가기 전에 고민이었던 게 10월말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심해 근처까지 가는 기차가 끊겼다고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빨리 복구할 리가 없을테니 렌트를 해야하나 아니면 포기하고 그냥 세비야와 말라가만 즐기고 올까 고민했는데
고맙게도 12월 초쯤부터 사람들이 다른 방법을 발견해내서 인터넷 커뮤니티(유랑)에 퍼집니다!
말라가에서 버스를 타고 Alora라는 도시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면 El Chorro로 갈 수 있고, 거기서 셔틀버스를 타고 왕의 오솔길 입구로 갑니다.
기차로는 40분이면 가는 길을 버스 갈아타고 2시간 정도 가야했고요.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인터넷에 따르면 El Chorro역에서 입구까지 가는 길도 산사태로 막혀서 돌아가야해서 1시간 넘게 걸린다고 했는데요.
막상 가보니 그 길은 복구가 되서 셔틀 탄 후엔 20분만에 갔습니다~ 더군다나 돌아오는 길은 경로가 달라서 기차로 올 수 있었어요.
셔틀에서 내리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동굴을 통과해서 진입해야합니다.
동굴에서 나와서도 한 20분 걸어가야 검표 및 안내요원을 만날 수 있어요.
그래도 20분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게끔 수려하고 신비로운 경치가 펼쳐집니다.
일단 시작하면 one-way라 돌아올 수 없고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하더니 한 2시간도 안걸린 것 같아요.
가는길이 너무 황홀해서, 동행한 동생이랑 계속 사진이 이 경치를 담지못한다며 아쉬워했어요.
그런데 저희는 전혀 힘들지 않아서 쉬기도 애매해서 그냥 계속 갔더니 더 빨랐나봐요~
이렇게 경관이 멋지긴 하지만, 새로 넓게 닦은 길 말고 그 아래 있는 원래 있던 길을 보면 정말 위험했겠다 싶긴해요.
너무 잘 닦아놓은 길을 통해 편하게 가면서, 나는 왕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
이 길을 지나갔던 왕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편안하고 우아하게 절경을 감상하며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히 느껴졌어요.
게다가 내가 왕보다 낫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 계기가...
기차역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기차시간까지 1시간 반이나 남았는데, 기차역 앞에 단 한 개의 호텔이 있고 그 안에 레스토랑이 있는데요.
손님이 거의 없어서 문을 열었나 싶었는데 bar 쪽에 손님이 두 명 정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먹으려했더니 직원이 테라스로 안내해서 가보니... 이런 경치를 저희가 전세냈네요!
수려한 경치와 음식을 즐기며, 왕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했네요^^
식사 우아하게 하고 기차로 편하게 돌아와서 말라가의 뜨거운 연말을 잘 보내다 어젯밤 돌아왔습니다~
스트라스부르, 콜마르, 세비야, 론다, 말라가 등은 다른 분들도 많이 다녀오셔서 후기가 필요 없을듯하지만,
왕의 오솔길은 아직 새로운 여행지인지라 여행기 써봤고요.
hot한 말라가의 연말 분위기 느껴보시라고 짧은 클립 하나만 공유합니다~ 2000년대 초반 명동인줄...
https://drive.google.com/open?id=1PeQyXHKFLRlz4Wyciuw2y1C6PCIpLaQ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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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댓글
조약돌
2018-12-24 15:01:00
스페인에 이렇게 멋잇는 곳이 있군요! 꼭 미 서부 어디랑 비슷한 느낌같기도. 식당에서 경치보는 처자는 티라미수님입니까 동생입니까? ㅎㅎ
티라미수
2018-12-24 15:06:39
원래 저기가 그 동생 자리였는데 사진 찍으려고 잠깐 바꿔앉았지요~
조약돌
2018-12-24 15:38:04
우아한거 인정!
티라미수
2018-12-24 23:53:53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진이 뭐가 보이나싶어서 소심하게 손을 봅니다 ㅋㅋ
철이네
2018-12-24 15:02:35
1등.저 테라스에 앉아서 먹으면 왕의 진수성찬이 따로 없겠어요.티라미수
2018-12-24 15:07:23
그런데 사실 맛은... ㅋㅋ 그래도 기차역 앞 다른 스낵바는 너무 허접해보여서 분위기로 만족했습니다~
Applehead
2019-09-19 01:58:06
테라스 식당 정보 좀 알수 있을까요? 티라미수님 글보고 왕의 오솔길때문에 스페인 남부 여행계획결정하고 3개월도 전에 바로 모든 동선 교통 숙박 렌트카 각종 투어까지 다 예약끝냈는데 며칠전 왕의오솔길도 예약을 해야된다는걸 알고 부랴부랴 등록할랬는데 역시나 마감 ㅠㅠ( 알함브라보다 더 예약잡기 힘들다는 말이 있어요) 저처첨 왕의 오솔길 쬐려보시는 분들은 티켓예약 꼭하셍요! 그래서 3배금액주고 가이드투어라도 겨우 겟했답니다.
티라미수
2019-09-19 06:56:43
그사이에 바뀌지않았다면 거기 식당이 딱 두개예요. 기차역 앞에는 매우 간이식당 같은 분위기고 기차역을 바라보고 오른편에 보면 호텔이 있어요. 호텔 1층 식당에 갔습니다.
티켓은 조금 아쉽지만, 가이드투어도 그렇게 비싼 건 아니고 갈수 있는게 다행인것 같아요! 날씨나 도로 사정 땜에 못가기도 하니까요. 저는 좋아하는 분위기였는데 사람마다 다르니 너무 크게 기대하진 마시고 나중에 어땠는지 말씀해주세요~
nysky
2018-12-24 15:02:50
오 멋져요!!
이제 마적단분들이.. 점점더 깊이 가는거 같아요. ㅋㅋ 예전엔 하얏이 이끄는 이런거였는데 ㅋㅋ
저도 곧.. 갑니다~ 전 세비야로 ;;; 알폰조13세 왕 호텔로 갑니다~~
티라미수
2018-12-24 15:09:14
저는 첫 스페인 여행지가 바르셀로나였고 그 후 마드리드(톨레도), 그라나다(네르하/프리힐리아나), 그리고 이번에 세비야, 론다, 말라가였는데요. 호텔에 대한 만족도가 점점 높아지네요! 세비야랑 말라가 호텔들 가격 대비 너무 좋아요~ 알폰소 13세 왕 호텔 후기 기대할께요!
티메
2018-12-24 15:50:36
여윽시 스페인! 제 버킷리스트 입니다. 꼭갈거에요..20년도에..
왕의길 이름 진짜 간지나네요.
최선
2018-12-24 16:01:08
멋지게 버스로 새로운 루트로 여행을 완성하셨네요. 대단하시네요 ^^ 또 한 수 배우네요. 후기와 정보 감사합니다
어쩌라궁
2018-12-24 16:49:55
일단 스크랩.. 스페인을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후기네요.. 감사합니다
Mrs.Darcy
2018-12-24 22:15:19
저도 여기 지난주에 다녀왔어요~ 정말 멋지더라고요. 여길 갔다가 론다에 가니 다리가 눈에 안 들어오더라는 ㅠㅠ
티라미수
2018-12-24 23:50:08
저는 론다 다녀온 다음날 여기를 갔어요. 론다도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꾸로 가면 다르게 느껴지나보군요ㅠ
라임나무
2018-12-24 22:26:13
오오 멋집니다. 스페인 또 가고 싶네요
똥칠이
2018-12-24 23:37:27
멋지네요 연말인데 막 화창하네요 레어여행기 감사드려요
티라미수
2018-12-24 23:52:37
말라가는 낮에 섭씨 20도까지 올라가서 바닷물이 찬데도 종아리 정도는 담그고 놀만했어요. 스페인은 여행 내내 모든 도시가 화창한 날씨여서 점점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요기조기
2018-12-25 14:58:37
오 멋지네요
뉴욕사진가
2019-09-19 04:38:50
말라가 갔는데.... 이런 멋진 곳이 있는지 몰랐어요!!!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
티라미수
2019-09-19 07:00:28
저는 겨울에 가니 참 좋더라고요. 스페인 남부 언제 또 가실 일 있겠죠~
o2africa
2019-11-10 16:29:02
티라미수님 글보고 가고 싶은 곳 리스트에 넣어 두고 있다가 마침내 지난 주, 덕분에 정말 멋진 곳 다녀왔습니다.
짐 관련해서 후기를 더한다면.. 결론은 짐없이 가는게 최선인거 같애요. 하이킹 끝나고 언급하신 호텔 식당 (아마도 Complejo Turístico Rural LA GARGANTA) 에서 쉬었다 갈 계획으로, 호텔 프론트에 짐을 맡아 줄 수 있냐 했더니 안된다고 하더군요. 하이킹 후에 식당을 이용 할거라 해도 안되구..돈을 낸다해도 못해준데요..직원은 해주고 싶은 맘에 수퍼바이져 한테 물어봤는데 호텔 팔러시에 어긋난다네요.. 혹 눈감아 줄 수 있는 직원이 있다면 모를까 원칙은 안되는 거 같아요..
여튼 호텔 직원이 귀뜸해줘서 왕의 오솔길이 끝나고 핼멧 반납하는 곳에 여차저차해서 맡기기는 했어요.. 하이킹 시작 전에 기차역에서 7분 정도 걸어가서 맡기고 또 하이킹 끝나고 또 7분을 걸어 기차역에 와야하기때문에 번거롭지요..
나중에 생각난건 기차역 바로옆 간이 식당에 맡기는 건데.. 맡아 줄런지는 모르겠네요.. 영어로 대화가 안되니 google translate 미리 준비하시고.. 받아주면 고맙고 안되면 위에 언급한 헬멧 반납 장소로 가는 수 밖에요..
저는 일정상 론다에서 택시로 출발, 하이킹 끝나고 기차로 세비야갔는데요..렌트카로 다니거나 짐없이 말라가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게 가장 좋습니다.
티라미수
2019-11-10 22:18:54
어이쿠, 짐 땜에 고생하셨군요. 저는 말라가 기차역에 맡기고 다녔어요. 왕의 오솔길 주변엔 별 편의시설이 없어서 마땅치 않을 수 있겠네요. 태그해주신 덕에 간만에 다시 사진을 보니 분주한 일상 중에 그때 여행의 낭만과 에너지가 떠올라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