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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서북미 짝퉁 자연인 잭 울보스키 입니다.
요즘 스탁 마켓이 요동을 쳐서 심기 불편하신분들도 계실텐데 투자 무식자인 저까지 나서서 이런 영양가 없는 글까지 올려도 되나 망설였습니다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미국에서 공직생활을 한지 30여년이 넘었지만 은퇴구좌 (457b) 를 열고 투자를 시작한게 1990년이니까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말이 투자이지 저나 제 와이프나 실력도 지식도 없어 그냥 많지 않은 공무원 월급에서 여유가 되는대로 조금씩 떼어 그냥 주위에서 하는대로 따라 하는게 투자라면 투자였습니다. 투자 원칙이나 전략, 정보, 기술적 분석능력, 지식이 없다보니 감정과 성격에 따라 상황의 변화에 따른 대응을 하게 되더군요.
“바쁜 ‘벌꿀’ 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는 503님의 말씀도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어느 조직에서나 그 바쁜 ‘벌꿀’이 머리가 과히 썩 좋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부지런하기만 하면 결과는 좋지 않기 마련입니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저는 부지런한 성격이 아닙니다 (다행히 머리까지 나쁘다는 소리는 아직 안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저는 선택과 집중에 제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관심이 있는 분야는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며 파고 들지만 관심이 없으면 그냥 패스합니다.
제게는 재테크가 그리 큰 관심분야는 아닙니다. 공직이 보장해주는 잡 시큐어리티와 종신 연금 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 “뭐 굶어 죽지는 않겠지 “ 하는 아련한 희망이 섞인 미래 . 은퇴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최근에서야 공부를 하고 플랜을 검토하고 있다보니 아아… 요즘 배우고 알고 있는 것을 30년전에 알았다면 지금보다 재정상황이 달라졌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이런쪽으로는 관심도 별로 없는데다 게으른 제 성향이 그나마 이정도라도 지킬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내는 따로 본인의 457b 은퇴구좌를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에 대한 지식이나 철학이 없기는 저와 별 다를 바 없습니다만 저에 비해 성격이 좀 급하고 마켓이 요동칠때 마다 공포와 욕망사이에서 펜들럼은 수시로 왔다갔다 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게으른 저에 비해 썩 좋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불만의 화살은 제게 향합니다.
이런식입니다.
마켓이 떨어질때면 아내가 제게 이렇게 묻습니다. “ 여보 마켓이 떨어지네. 더 떨어지기 전에 스탁펀드에서 돈을 세이빙이나 본드펀드로 좀 옮겨 놓을까봐 “
제가 뭘 알아야 대답을 할텐데, (그 답을 알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벌써 은퇴를 했겠죠). 그래서 제 대꾸는 늘 “ 글쎄. 나도 잘 모르지. 좀 더 기다려 보든가” 그러다가 마켓은 계속 떨어지고 공포의 지수는 점점 오르고 불안해진 아내는 견디다 못해 바닥 근처에 팔아 버리고 진작에 팔지 못한 불만의 화살은 제게 향합니다. 본인이 원하는시기에 팔았을때도 마켓이 다시 반등하면 그때 왜 기다려 보라고 하지 않았어 ? 이러면서 제게 또 화살이…
반대의 경우에도 여지없이 은근히 원망을 합니다. 마켓이 올라갈 때 현금이나 본드에 있던 돈을 스탁에 옮겨야 하는데 계속 오르면 너무 늦었나 ? 그러다 떨어질까봐 망설이게 되고 결국 견디다 못해 돈을 옮겼을때는 고점에 물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Buy high, sell low 패턴을 답습하고 있었지요.
제가 신이 아닌 이상 마켓의 앞날을 어찌 예측하겠습니까 ? 하지만 그 원망은 은근히 제게 향합니다. 뭐 그렇다고 부부관계가 심각하게 망가지거나 하는일은 절대 아니구요 단조로운 일상에 가끔 있는 익사이팅한 이벤트 정도입니다. 본인도 답답하니까 제게 화풀이하는거라 생각하고 들어넘깁니다.
아내도 잘 알고 있듯이 은퇴구좌에 돈이 전혀 없더라도 경제적인 노후는 충분히 보장됩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경험하고 있는 쓸데없는 감정의 낭비입니다.
아내를 도울 방법을 모색하던중 @도코 님의 Asset Allocation 의 글을 읽고 , 바로 이거네 하고 아내에게 읽어 보라고 보내 주었습니다.
도코맨의 장기 투자 전략: Asset Allocation 아세요?
글을 꼼꼼히 읽어본 아내의 반응은 “ 맞는 말이네. 그럼 난 이제까지 반대로 해온거야 ? 그러니까 기계적으로 AA 하다보면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게 되겠네. “ 이러더군요.
그리고 그동안 상황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왔다갔다 했던 AA 비율을 현재와 노후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정해 놓고 최대한 충실히 따르기로 서로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주…. 마켓이 급락을 거듭하며 요동을 칠 때 예전과 같았으면 진작에 돈을 안전한곳으로 옮겨 놓지 못한 탄식과 함께 아내의 불평을 감수 했어야 했는데 신기하게도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포트폴리오의 자산금액은 줄어들었습니다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보다 목표를 정해놓으니 위기가 기회가 될 수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거 같습니다.
마켓이 요동치고 급락, 급등하는 이런 현상들은 저같은 소시민들은 control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control 할 수 있는것은 무엇일까요 ? 이런 위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는 오로지 각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감정에 치우친 반응으로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누구는 이성과 정해진 플랜에 따라 계산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이번 마켓의 파동을 지켜보며 Asset Allocation 에 관한 글을 다시 한번 떠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게 퇴근후 편안한 안식을 되찾아 주신 도코님을 비롯해 마모의 집단지성 여러분들께 이 기회를 빌어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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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댓글
HappyJenny
2020-03-01 15:39:56
앗싸 일등 ! 선 댓글 후 정독 할께요!!!
잭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잭울보스키
2020-03-01 15:56:36
제목만 보고 들어오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19금 글 아닙니다. ㅎㅎㅎ
도코
2020-03-01 16:06:55
내심 기대한 분 여기 없을거에요.. (도망)
HappyJenny
2020-03-01 16:17:33
내심 기대하고 들어왔는데.. 약간 실망입니다. ㅋㅋ
어제 저희 남편한테 왜 다 나한테 그러냐는 소리를 들어서 내심 뜨끔 하지만.. 잭님께서 달리 이야기할데가 없으니 하는 푼념정도라 이해해주셨다니.. 저희 남편도 그러리라는 상관관계없는 기대를 해봅니다.
좋은 경험 글로 남겨주셔서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프리
2020-03-01 15:43:21
글 감사합니다 잭님.
잭울보스키
2020-03-01 16:45:58
네. 프리님도 화이팅 !
확걍
2020-03-01 15:45:18
감사합니다~~ 너무 잘 읽었어요...!! AA 중요하다 !!! 다시 한번 마음에....
잭울보스키
2020-03-01 16:46:53
네. 진작에 알았더라면 덜 스트레스를 받았을텐데 .. 이제라도 잘 해봐야죠.
shilph
2020-03-01 15:45:20
한 줄 결론: @도코 님이 한 집안 구하셨네요. 나이스샷저도 워낙 오징어 지표라 그냥 반쯤 포기하고 삽니다 ㅎㅎㅎ
최근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은것은 비밀도코
2020-03-01 16:08:13
어이쿠, 저는 그냥 얕은 지식 공유한 거고, 잭님 집안은 스스로 잘 하신 것입니다.
절대로 책임을 질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칭찬도 쿨하게 바이바이 ㅠ
샹그리아
2020-03-01 15:48:01
Asset Allocation (분위기 파악 못하고 아아를 쓰다니... 죄송합니다.) 의 실생활 적용 후기이네요. 멋진 은퇴계획 응원드립니다.
잭울보스키
2020-03-01 16:47:12
감사합니다. 그리님도 화이팅.
shilph
2020-03-01 16:56:26
똑같은 AA 인데, 다른 AA (항공사) 는 왜 저런걸까요?ㅇㅅㅇ???케어
2020-03-01 17:37:07
날라다니는곳에서 여기좀 들어와 monitor 해줬으면 합니당.
대박마
2020-03-01 15:54:31
딴지 아닌 딴지.....
거의 대부분의 아내은 남편이 개으르다고 할 것 같아서....
잭님은 부지런한 분인 걸로....
남편이 안 게으른 분은 손....
잭울보스키
2020-03-01 16:01:45
아내가 돈을 옮겨 말어 하고 물어 볼때 마다 나도 잘 모르는데 그냥 놔둬 보든가 하고 대답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귀찮아서 그랬던적이 더 많았습니다. 하루종일 직장에서 결정을 내리고 지시를 따르고 하다 집에 오면 그런 과정을 또 반복해야 한다는게 피곤해지고 그냥 머리를 비운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거든요. 그런 면에서 Asset Allocation 은 emotion 을 배제한 좋은 투자 습관이라 생각합니다.
도코
2020-03-01 16:05:44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중립적으로 받아드리기 힘들겠지만, 사모님 참 멋지시네요!!
두분께서 욕심과 공포 사이에서 잘 운항해나가시는 모습 너무 멋져보입니다.
저부터 그 때 썼던 글을 다시 읽고 마음을 가라 앉히기 위해 잠시 가보겠습니다... 쿨럭.. ; ;
그리고 그다음엔... 펜션 주는 직장을 구해볼까 싶습니다. (이게 잭님께서 예상했던 제 반응이 아니었겠죠? ㅎㅎ)
대박마
2020-03-01 16:07:30
유럽 가시면 됨다. (이게 도코님께서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겠죠?)
도코
2020-03-01 16:08:58
ㅋㅋ 잘못해석해서 혼자 가면 안되겠죠?
잭울보스키
2020-03-01 16:23:30
도코님 댓글보고 제가 궁금해서 펜션을 주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구글을 해 보았습니다.
포츈 500 기업중 트레디셔날 펜션을 주는 기업
1998년 : 59%
20년 후인 2017년 : 16%
와리가리
2020-03-01 16:18:12
잭님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 시기에 무덤덤하게 지켜보며 AA조금씩 하고 있는데 그게 도코님 라이트닝님 외에 좋은 분들께 잘 배워서 그런거 아닌가 싶습니다.
잭울보스키
2020-03-01 16:24:35
그렇죠. 마모분들 현명하고 좋은분들 참 많습니다. 재능기부도 많이 하시고.
svbuddy
2020-03-01 17:15:48
하하, 저희집하고는 약간 반대의 상황이군요.
저희집의 경우 모든 자금관리는 제가 하고, P2는 집안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를뿐더러 관심도 별로 없습니다.
본인 용돈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만, 전체 은퇴자금에 이정도로 관심이 없는지 신기할 정도인데요.
(
아, 물론 제가 돈관리를 너무 잘해서 믿고 맡긴다는 그런 이야기가 좀 들리기도 하고 ㅎㅎ)저도 예전에는 매일 자금현황을 체크하면서 스스로의 천당과 지옥을 만들곤 했었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은퇴자금 변동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평정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적극적인 AA는 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남은 예상수명과 은퇴자금을 분석해보고 나름 보수적인 방향으로 자금을 꾸려가고 있지요.
지난달 막판에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긴 했지만 예전에 없었던 일도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피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
잭님 부부는 직장도 그렇고 두분이 돈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아주 모범적인 은퇴생활을 하실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잭울보스키
2020-03-01 19:00:38
공감이 많이 가는 댓글입니다. 그리고 svbuddy 님은 이미 플랜을 잘 해 놓으셨기 때문에 여유있게 은퇴를 즐기실수 있고 부럽습니다. 저 역시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어오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아내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 비행기타고 갈때 기체가 난기류를 만나 흔들릴때마다 착륙했다 다시 뜨고 하지는 않는것 처럼 마켓을 믿고 꾸준히 투자를 하면 결과가 좋을거라고 말합니다.
샹그리아
2020-03-02 17:11:57
미국에서 한국 비행기타고 갈때 기체가 난기류를 만나 흔들릴때마다 착륙했다 다시 뜨고 하지는 않는것 처럼 마켓을 믿고 꾸준히 투자를 하면 결과가 좋을거라고 말합니다. - 명언이십니다.
Monica
2020-03-01 17:52:52
너 나은 정신건강을 위해 Financial adviser 추천드립니다.
제이유
2020-03-01 17:57:40
우와 이정도면 돈낼만 하네요!
성실한노부부
2020-03-01 21:11:10
(p2)
monica 님이 내용을 지우셨나보네요. ^^
잭울보스키
2020-03-01 19:02:40
축하드립니다. FA 를 잘 만나셨네요. 그러잖아도 이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컨설팅을 받아볼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잔잔하게
2020-03-01 21:06:19
은퇴 가즈아!
잭님은 많은 분들에게 롤모델이 되시는것 같아요.
직장일이나 여행기나 생활이 달인 분야까지 ㅎㅎ
이제 은퇴분야도 한자리...
잭울보스키
2020-03-01 23:20:56
감사합니다. 은퇴는 제 2의 인생이라고 하던데 가보지 않은길이라 저도 호기심이 많습니다. 짝퉁에서 진정한 달인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겨울바다
2020-03-01 22:56:23
뭔가 사모님을 디스하시는것 같은 글인데.. 이상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며 보게 되네요?? ㅎㅎ
읽다보니 제가 요새 그 바쁜 벌.꿀.이 아니었나 싶어요... 괜히 꿀통을 바쁘게 이리 옮겨 놓고 저리 갖다 놓고... 주식하락장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이상하게 바쁘더라고요. ㅋ
잭님 글 덕분에 마음에 좀 뭐랄까 평화가 다시 찾아오는거 같아요 좋은 글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잭울보스키
2020-03-01 23:30:10
감히 제가 어떻게 저보다 힘이 센 와이프를 디스하겠습니까 ? 부부가 함께 투자를 하다보면 의견이 달라 부딪히는 일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이문제로 관계가 어색해진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아마 둘다 이분야에 지식이 없다보니 둘중에 누구도 잘났다는듯이 의견을 주장하는 일이 없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라이트닝
2020-03-01 23:07:51
AA가 별 것인가요.
주가가 떨어지면 돈 (본드 등등)이 많아졌네. 주식 좀 사야지.
주가가 오르면 돈 (본드 등등)이 줄었네, 주식 좀 팔아야지.
뭐 이런거죠.
그리고, 금액보다 배당금/이자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주식이 떨어지니 배당률이 올라갔네, 좋은 기회니 좀 더 사야지.
주식이 올라가니 배당률이 떨어졌네, 좀 팔아서 좋은 기회를 다시 봐야지.
이런 긍정적인 생각이 좋은 것 같아요.
잭울보스키
2020-03-01 23:33:11
동의합니다.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이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Asset Allocation 을 몇대 몇으로 해야 하나였는데 일단은 정해놓고 나니 마음은 편하네요.
Nanabelle
2020-03-02 00:30:13
역시 AA가 중요하군요!
알면서도 반대로하는 저는 ㅋㅋㅋ
랏님의 말씀처럼 긍정적인 마인드 좋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잭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