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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정선 태백 동해 1

사리, 2020-07-16 22: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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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찐빵의 원조 할머니는 안흥에 없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 그러려니 하며 동네에 우후죽순 늘어나는 다른 찐빵집과 함께 했지만

자기 이름까지 베낀 찐빵집까지 등장한 순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안흥찐빵축제 멤버에서도 빠졌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찐빵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매번 안흥에 도착하고나서야 깨닫고,

이번에도 찐빵 먹기는 글렀다는 생각으로 지나친다.

물론 안흥찐빵이 안 먹곤 못 버틸 맛은 아니다.

 

 

허영만의 식객에 나왔다던가.

80년대 강원도 평창에 처음으로 부임 받은 전라북도 출신의 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구비구비 언덕을 지나 막국수 한 그릇을 뚝 먹고는 

다시 멀미 나는 그 길을 돌아갔다고 한다.

언젠가 중간고사 채점하러 짱박힌 팬션이 이 마을에 있었는데,

그는 그곳의 막국수를 먹어보라 했다.

 

오후 네댓시 됐을까.

가게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테이블엔 모두 다 먹은 그릇들,

아니면 먹고 남긴 그릇들이 그대로 남겨진채로,

조금전까지 사람들이 북작북작 있었던 상태인 것 같은데

바퀴벌레 걸음마 소리도 안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눈앞의 장면은 시끌벅적한데 인기척이 하나도 없는 적막함. 

 

그때는 한참 피바람이 부는 범죄물을 영화며 드라마며 팟캐스트며 몰빵할 때여서 그런지,

그곳에선 뭔가 엄청난 학살이 일어난 건 아닐까 섬뜩해했다.

조심스럽게 안을 살피길 시작했다. 

주방도 들어가보며 사람을 찾았지만 결국 실패. 

112에 전화를 해야하나...

카운터 앞에 서서 이 이해 못할 상황을 짚어 봤으나 어떤 것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카운터에 놓여 있는 명함. 핸드폰 번호.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공포는 증폭됐다.

잠시 뒤 그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아야 하는가...

받았다. "뉘요?"...."막국수 집이죠?" "네.." "지금 왔는데 아무도 안계셔서요..." "아... 오늘 내가 갑자기 계 모임에 와서.. 오늘은 장사 이제 끝이에요.." "네..." "내일 오세요"

 

대학살이 아니라 계모임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강원도 동쪽을 지날 때면 부러 그곳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번에도 그랬고, 메밀 만두와 막국수 하나를 했다.

오래된 가게는 오래된 음식이 아니라 오래된 기억들이 겹쳐진다.

정작 그 주인은 모르는 기억들을 말이다.

 

 

낙동강이 시작된다는 황지연못.

아무리 생각해도 동어 반복이다. 황연못연못.

전설의 레전드, 느낌적인 느낌, 어둠의 다크니스, 혼돈의 카오스,

기적의 미라클, 기억의 메모리, 운명의 데스티니, 폭풍같은 스톰.

이딴 지명이 바로 황지연못이다. 

태백은 맛나분식 쫄면과 군만두죠.

태백은 초막고갈두의 두부조림이죠. 

 

물론 태백엔 태양의 후예 송중기 송혜교도 있어요...

아무리 봐도 동상 제작하는 사람이 하기 싫어 죽겠다는 티를 팍팍 내서 만든 그 동상이 아직도 있어요.

드라마 촬영후 세트장을 부쉈는데, 지자체에서 관광 상품으로 세트를 다시 지었다죠.

세트장에 대한 세트장인 거에요... 

황지연못. 세트의 세트. 태백 지자체의 에토스란 동어반복이 핵심인 것 같다.

 

강원랜드가 들어선 정선. 

할말이 엄청 많지만 언젠가는 정선으로 며칠 떠날 것인지라 아껴둔다.

강원랜드로 들어가는 길에는 빨간 간판에 '고한마사지'라고 써 있다.

이 동네 이름이 고한.

 

동해 바다나 보러 갈까?

하늘아래 첫번째 대학이라고 하는, 학생들을 산신령이라고 부른다는,

학교를 학 타고 다니냐는 그런 학교.

학교 입구 앞에 '낙석주의'라고 써 있고, 실재로 길에는 떨어진 돌들이 살벌하게 있었다.

강원대학교 도계 캠퍼스. 

아무것도 없는 산자락 안에 있는... 길이 끝나는 그곳.

교문에 들어서자 경비 아저씨가 마스크를 쓰며 '어떤 일로 오셨나요?'

한번 구경하려고요.... 코로나 때문에 지금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네....

홍대 클럽에서 당할 입뺀을 삼척 산꼭대기의 국립대학에서 당해버렸다.

 

4년전 동해시에서 먹었던 물회 좀 먹어야겠는데... 그 집이 어디더라.

아무리 봐도 기억이 안났다. 주택가였는데... 장사가 잘되어서 그 근처로 좀더 크게 이사했단다.

식당 아주머니들은 또 미스터 트롯 출연자들이 나오는 걸 틀어 놓았다.

그 사람들의 가족관계며 나이까지 읊어대고, 취향까지 티비를 보며 읊는다.

전국민 아이돌 팬심 프로젝트는 이렇게 완성되나보다.

우리집에도 이찬원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생물학적 관련자들이 있다.

 

묵호. 

왜 한동안 잘 나갔던 동네를 비유하는 곳에는 항상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식으로 말하는지 모르겠다.

짧게는 울산과 거제부터, 길게는 여수와 군산 그리고 이곳 묵호도 그러하다.

아무리 지금 강남이 돈을 싹싹 긁어 모으고 있다고 해도

강남 사는 개가 단돈 천원짜리라도 물고 다니는 꼴을 단 한 번도 못봤는데

한때의 부귀영화는 늘 개가 돈을 물어야 레토릭으로 완성되는 것 같다.

 

묵호를 조금 지나 카페. 

오늘 처리할 메일들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은 내 앞의 학부생으로 보이는 두명. 

각기 다른 학교 재학중인 것 같다.

그리고 각자 이번 학기 들었던 수업의 교수들을 돌아가며 깐다.

재수없었는데 학교도 사회생활이니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며

자기 사회생활 잘 하지 않냐고 으스대기도 한다.

 

한 학기 동안 참 즐거웠다는 학생의 이메일도 와있었고,

지난 학기 강의평가보다 점수가 푹 떨어져 온 강의평가와

학생들의 코멘트 처음 두개는 쌍욕에 가까웠다.

학교 수업을 하면서 조금 무력해지는 부분은

생활형 일베들이 너무도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방림만두IMG_2408.jpg

 

방림막국수IMG_2409.jpg

 

맛나쫄면IMG_2425.jpg

 

맛나만두IMG_2424.jpg

 

태양IMG_2414.jpg

 

송송.png

 

황지연못IMG_2428.jpg

 

태백시내IMG_2429.jpg

 

고갈두IMG_2440.jpg

 

고갈두IMG_2442.jpg

 

고갈두IMG_2441.jpg

 

육전IMG_2445.jpg

 

산IMG_2446.jpg

 

벌초대행IMG_2455.jpg

 

묵호IMG_2456.jpg

 

물회IMG_2459.jpg

 

고한IMG_2435.jpg

 

 

18 댓글

후이잉

2020-07-16 23:02:51

일순희???

사리님 글은 늘 재치가 넘치고 잼나네요!!!

프리

2020-07-16 23:15:12

오 후기 감사합니다. 수필 한편 읽는 기분이에요. 

Go백홈

2020-07-16 23:20:13

못간지 10년이 넘은 고향을 마모에서 보네요. 

티모

2020-07-17 01:49:57

동상 한번 야합니다. 참 잘만든것 같아요.

역전의명수

2020-07-17 08:08:44

헉 맛있겠어요 

육절금

2020-07-17 10:33:03

좋은글과 가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어 반복으로 역전앞, 새신랑, 새신부 정도가 생각나네요 ㅎㅎㅎ 

AJ

2020-07-17 10:35:56

사리님 글 잘 읽었어요. 마지막 두번째 사진 음식은 뭔가요?

 

송중기/송혜교 동상은 자기들이 자비를 들여서라도 없애고 싶겠네요!

 

동어반복 이어가기: 처가댁

육절금

2020-07-17 10:44:41

어우 진짜 저 동상은 좀 그렇겠어요  

AJ

2020-07-17 10:47:05

제가 쓴 글 다시 읽어보니 "자기들이 자비를 들여서" 반복을 하고 있군요

육절금

2020-07-17 11:17:53

아하! 자기들이 비용을 들여서 라고 해야겠군요. @.@

사리

2020-07-17 23:45:51

가자미 물회..

쿠드롱

2020-07-17 11:07:30

지난 글에 이어서 잘 읽고 있습니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렇게 좋은 글과 사진으로 대신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대리햇반

2020-07-17 12:39:39

막국수 집 일화는 스릴 뒤에 반전이 있네요 ㅋㅋ 글이 너무 재밌으셔요. 

한국가면 강원도도 가보고 싶어지네요. 

탄산수

2020-07-17 14:53:35

아 음식 사진 끝내주네요.

cucu

2020-07-17 19:57:33

너무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이 일편이라는 걸 밝혀주셔서 또감사해요. 이편의 소망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언제 한국 자유롭게 나가게 되면 여행하신 장소들 다 둘러보고 싶어요.

zion

2020-07-17 20:10:42

아, 묵호. 저 묵호중학교 나왔어요. 그립네요. 오징어 말림길...그 냄새..@@; 누굴만나도 거리감 형성시키는 그 냄새 ㅎㅎ  좋은 글, 그리고 향수 충만 사진들 감사합니다^^

외로운물개

2020-07-17 20:53:02

아..............

한국 먹방..........................

Kailua-Kona

2020-07-17 23:44:24

오랜만에 사리님의 필력을 느낍니다.

최근 여름방학이라는 예능을 보면서 여름에 동해안에 놀러가서 오징어회며 히라시(방어의 fake같이 사이즈는 비슷하지만 가격은 월등히 싼) 같은 것들을 마음껏 사먹었던 기억이 스쳐지나갔었는데, 다시 한번 이 글이 제 옛 감성과 기억을 떠오르게 하네요.

묵호항이 제 최애 항구였는데 말이지요. 그리 크지 않아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지는 않지만 아는 사람들은 꼭 들러서 오징어며 회를 시장에서 사서 길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었지요.

오랜만에 좋은 추억처럼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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