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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낱말공부, 소천(召天)과 선종(善終) 그리고 입적(入寂)

오하이오 | 2021.11.21 19:13:4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외래(국)어 표준 표기( https://www.milemoa.com/bbs/board/4610261 ), 오롯이 유명세, 그리고 너무 ( https://www.milemoa.com/bbs/board/5606350 )와 가금류( https://www.milemoa.com/bbs/board/7207440 )에 이어 저의 네번째 '낱말공부'네요. 그러니 거의 2년 만에 새 '낱말 공부'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적겠습니다.

 

동창 모임을 주도하는 친구에게 단체 문자를 받았습니다.

"아무개 모친 소천, 발인 언제, 무슨 병원"

부고 받는 일이 흔해져 그런지 덤덤하게 부의금 보낼 방법부터 궁리했습니다.

그리고 나니 문득 "왜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고를 알린 친구는 종교가 없고, 돌아가신 친구 어머님께서는 절에 다니셨는데...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부쩍 '소천(召天)'이란 표현을 자주 봅니다.

저는 5-6년 전만 해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말이었습니다. 

친구 문자를 받기 전에는 단지 제 주위에 기독교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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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뜻하는 소천은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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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사전이라 없나 싶어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을 검색해봤지만 여기에도 소천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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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전을 거쳐 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개신교에서 죽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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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을 보자고 검색한 뉴스 기사에는 목사 등 교인에 한해 소천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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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의 '선종', 불교의 '입적(혹은 열반)' 처럼 소천은 종교마다 달리 죽음을 일컫는 말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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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독특하게 망자가 '종'하고 '입'하는 능동의 형태인 것과 달리 '소천'은 피동의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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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소천의 원형은 최근 한 부고에 쓰였던 '하나님의 부르심'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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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피동의 뜻을 지닌 이 낱말에 '하다'를 붙여 동사를 만든 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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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크리스천투데이'는 일관되게 '받았다'는 말을 붙여 동사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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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부를 소(召)'를 써서 만든 말을 예로 따져보니, 

법원은 소환하고 증인은 소환받고

소대장은 소집하고 소대원은 소집 당하고

하나님은 소천하고 망자는 소천받는게 자연스러우니

크리스천투데이의 표현(소천받다)이 옳아 보입니다.

 

(저는 이 조어(造語)가 애초부터 엉터리였다고 생각해요

기존 낱말의 사례를 보면 '소'뒤에 말은 목적격이 되던데요. 

낱말 뜻대로 해석하자면 '하늘을 불러들이다'가 될 것 같네요.)

 

이쯤 되니 쓰기도 헛갈리고, 망자도 본인도 기독교인도 아닌 친구는 왜 '소천'이란 말을 썼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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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소천'이란 말의 쓰임새를 몰라서 그랬을 것이고, 다음은 어머님의 죽음을 더 숭고하고 엄숙하게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고, 한자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한국어는(적어도 영어에 비하면) 죽음을 뜻하는 말이 상당히 많습니다.

사망, 작고, 운명, 별세, 영면, 타계, 서거, 붕어, 승하, 순국이나 산화에 '유명을 달리한다' 말고도 훨씬 더 많은 걸 압니다.

이게 다 죽음에 맞는 격을 다루자면서 생겨난 말인 것도 압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알몸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돌아간다고는 하지만, 알몸만 같을 뿐 환경 따라 다르게 인생을 시작하는 게 현실인데 달랐을 삶만큼 죽음까지도 다르게 부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죽음은 사망이고 누구는 타계고 서거가 되었습니다.

차별에 시달리고 차이로 구분되는 인생이었더라도 죽음만큼은 고르고 편안하게 써도 되지 않을까요, 쉬운 말로요.

 

국어사전은 '죽다'의 높임말로 '돌아가다'를 보여줍니다. 

한자어는 아니지만, 충분히 정중하고 고르게 쓸 수 있는 쉬운 말입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부고 돌린 친구에게 말하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모친 소천' 보다는 "어머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가 좋았을 것 같다는 말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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