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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에 자리펴고 앉아 손에 물감 범벅을 한 채 올려보는 2, 3호
싸게 파는 미술 세트를 덜컥 사서 보여주니
'메~'하고 등 돌린 1호와 달리 다행스럽게도 달려든 2, 3호.
매사 느리지만 꼼꼼한 2호, 자리도 손도 비교적 깨끗이
덜렁대고 급하지만, 열정적인 3호는 손도 자리도 물감칠 가득
섞어 부은 물감이 '닭 똥색' 단색이 된 캔버스에 다시 부어 색과 모양을 만든 3호
서로 만든 작품을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다 마친 듯.
한번 실패 끝에 마친 3호의 작품
물감 붓고 신중히 흘려 만든 2호의 작품.
1호 대신 만들었던 내 작품
"작품이 멋있다. 재밌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다."며 기대 이상 만족한 2. 3호
작품이 잘 마르게 들어 받침대를 깔아 두고 자리를 뜬 2, 3호
이제부터는 내 시간
아이들이 잡고 움직였던 순간이 남은 자리를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음미하고 기록하는 시간
"뚝뚝 떨어졌던 물감 방울에 당황하진 않았을까?"
"빨간물감 가운데를 꾹 눌러 짠 건 3호겠지!"
일어나 카메라를 수직으로 돌려 찍으면서
깔아 놓은 자리를 캔버스 삼은 그림 찾기
물감을 붓고 흘리면서 그림을 만든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물감을 흘리다 흘린 자리가
그림이 된 걸 알까 싶어
아이들에게 보여주려는 마음에 신경이 쓰였던 촬영
어쩌면 보여주더라도 내가 봤던 그림과는 다르게
물감이 떨어지고 흘렀던 순간을 먼저 되살릴지도
가늘지만 강한 생명력을 느꼈던 선, 아이는 캔버스에 얹기 전 흘렀던 당혹감을 떠올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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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Sikal007
2022-02-02 19:02:53
아이들 성격마더 나오는 결과물이 재밌네요~~ 중간중간에 3호를 1호로 쓰셔서 1호도 같이 했더라면 하는 오하이오님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하이오
2022-02-02 19:56:30
그러게요. 어차피 기법 따라 모양이 얼추 정해진 것 같은데 성격이 보이는 것 같아요.
이왕이면 세개 삼형제 나눠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말씀대로 그래서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얼른 고치겠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생강빙수
2022-02-02 20:11:52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의미를 담고 기록해주는 오하이오님
사진과 생각 공유해주셔서 삼형제가 가까운 이웃집 아이들 같아요.
오하이오
2022-02-03 01:20:32
찍는 순간 저만 즐거웠던 걸 보면 억지로 의미를 찾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근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작 이웃들은 이 사진을 볼 일이 없는게 아이러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