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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자기 전에 와인 한잔 마시면 하루 피로가 싹 풀린다고
저도 아멕스 플렛에 오퍼가 떳길레 뭣도 모르고 무슨 클럽에 싸인해서 15 병인가? 암튼 왔어요
한병 마셔보고 아 이건 아닌것 같아 다음 병 따서 마셔봐도 흠... 자꾸 복분자 보다 못하단 생각만...
아직 맛을 몰라서 그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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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댓글
리노
2022-12-11 02:45:57
발효술이 안받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습니다. 숨쉬게 해두면 좀 낫긴 나아요.
shilph
2022-12-11 02:49:21
사실 와인이라는 분류에 묶여 있지만, 와인은 상당히 다양한 분류의 술입니다. 일반적으로 적/백으로 나뉘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하게 나뉘고, 또 거기에 스파클링인지 아닌지 라던가, 적도 백도 아닌 로제도 있고요.
사실 와인의 맛이라는게 되게 다양해서, 하나가 안맞는다고 다 안맞는 것도 아니고, 같이 먹는 음식에 따라서 그 맛이 달라질 정도로 복잡하기도 하고요.
와인을 어떤 맛으로 마시는가... 하고 물으신다면, 개인적으로는 그 날의 기분과 음식과 사람에 따라 다르게 먹을 수 있는 맛에 마신다고 하고 싶네요.
스테이크를 먹을 때 함께 마시는 좀 묵직한 풀바디의 적포도주 (cabernet sauvignon 이나 merlot 같은거) 를 마시면서 입안에서 퍼지는 고기의 맛에 입안에 감도는 알싸한 향을 더하고 목안으로 퍼지는 알콜의 부드러움을 더하면서 코로 숨을 내쉴 때 콧속에서 도는 복잡한 향을 즐기는게 좋고,
사람들과 어울려 있을 때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면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취하고 입안에서 터지는 탄산의 청량함을 느끼면서 가볍게 같이 먹는 크래커나 과일을 먹으면서 알콜로 생긴 조금은 텁텁한 맛을 지운 뒤에 다시 한 입에 머금을 때 다시 또 혀 위에서 터지는 탄산의 간질간질함도 좋고요.
그것도 아니면 더운 여름에 밖의 더운 열기에 땀이 살짝 날 것 같은 때에 조금 달달한 생그리아를 마시면서 조금은 떫었던 와인이 과일의 달콤함과 어울어져서 입안을 감도는 독특한 단맛을 느끼다가 차갑지는 않지만 조금 시원한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길 때 목 아래쪽에서 퍼지다가 온몸으로 감도는 전율같은 짜릿함도 좋지요.
그것도 아니면 저녁에 혼자서 한가로운 시간을 느끼면서 마시는 미디엄바디의 피노 노아를 우선 코로 그 향을 즐기고, 입안에 넣을 때 입안에서 우아하게 퍼지는 향을 다시 즐기다가, 목안으로 들어올 때 느끼는 조금 더 부드러워진 향을 즐긴 뒤, 한숨처럼 나오는 날숨과 함께 입안에서 다시 또다른 느낌으로 퍼지는 향을 즐겨도 좋지요. 이럴 때는 그 향 마져도 하나의 안주가 되고요.
개인적으로 이런거저런거 비싼거 싼거 다 즐기는데, 와인은 와인만의 독특한, 그리고 그 즐거움으로 즐기는거 같아요
후니오니
2022-12-11 03:56:28
글 정말 잘쓰시네요~~ ㅠ 멋져요.
사벌찬
2022-12-11 07:55:20
저도 댓글 읽으면서 글 잘쓰셔서 부럽다고 하려고 했는데 ㅋㅋㅋ 와
킵샤프
2022-12-11 09:12:30
미스터 초밥왕 정독 100번 하신 분인듯요ㅎㅎ
후니오니
2022-12-11 17:09:28
신의 물방울 아닐까요? ㅎㅎ 근데 사실은 러브러브인지.. 그 뭐시시 보시는 분이죠? ㅋㅋ
shilph
2022-12-11 19:32:18
미스터 초밥왕도 신의 물방울도 다 봤네요 ㅎㅎㅎ 러브라이브야 뭐... ㅎㅎ
nysky
2022-12-11 18:51:00
wineaccess ceo 가 매주 이메일에서 클릭할수밖에 없게 엄청난 표현으로 편지를 쓰는데, 실프님이 더 위네요. ㅎㅎ 글만으로도 저번 지인과 마신 화이트와인의 청량함이 다시 느껴집니다. ㅋ
shilph
2022-12-11 19:33:06
한글이라서 그런걸 겁니다 ㅎㅎ
주매상20만불
2022-12-11 22:30:46
와포자 였는데 이글읽고 다시 입문합니다
정혜원
2022-12-11 04:19:48
술 맛을 전혀 모르다가 우연히 나베지마 라는 사케를 맛보고 사케에 빠진 일인 입니다.
미국에서 사케 마시기도 유난스러워 보여서 중저가 와인 도전 중인데 아직 맛을 잘 모르겠네요.
노마드인생
2022-12-11 05:05:35
몇년전에 올려주셨던 글보고 저 또한 나베지마 신세계에 빠졌었네요~ 사케 잘 모르는데도 정말 훌륭하더라구요. 그시절이 그립네용
정혜원
2022-12-11 05:09:00
셋넷여섯번째 다 맛있더군요
안주로 입맛 버릴까봐 깡사케 마셔도 좋더군요
노마드인생
2022-12-11 05:24:04
세번째가 와인으로치면 리저브급이어서 비싸기도 했지만 으뜸이죠! ㅎㅎ 그때 파는 가게 수소문해서 쟈철타고 사케 사와 주욱 줄 한번 세워봤네요~~ 그리운시절 ㅋ
후니오니
2022-12-11 18:13:08
와인 글이지만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찾아서 마셔볼게요.
킵샤프
2022-12-11 04:29:18
정확히 어떤 오퍼인지는 모르겠는데 50-100불에 15병 같은 경우라면 절반 이상은 요리용 (퀄러티의) 와인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요즘 와인 가격이 나쁘지 않아요. 전면 레이블에 Napa라고 적혀있는 30불 안밖의 카베르네 소비뇽부터 시작해보세요. 그 정도면 Napa에서 가장 싼 와인급인데도 오퍼에서 받아보신 저렴 랜덤 와인하고 대단히 큰 차이를 느끼실거에요.
파즈
2022-12-11 04:53:22
La Spinetta Bricco Quaglia 기회가 되시면 드셔보세요. 병당 10불대 이지만 모스카토 중에선 아주 좋습니다. 와인 접한지 얼마 안된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는데 달달하니 맛있습니다 ㅎㅎ
백만송이
2022-12-12 01:58:03
la spinetta, vietti, saracco 세개가 한국에서는 소위 모스카또 3대장이라고 불립니다^^
ylaf
2022-12-11 05:11:41
그냥 술 자체를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는 1인으로서
나름 공감(?) 합니다.
스파클링 워터 사랑합니다~
trip
2022-12-11 06:10:00
저도 와인은 맛없어요. 회사사람들하고 저녁먹을때 아니면 (프렌치들이 섞여있는 그룹인경우 점심에도 -_-) 안마셔요. 사교용이죠 뭐.
저랑 안맞는거같고... 차라리 위스키 사우어나 moscow mule 같은 hard liquor 들어있는 칵테일이 훨 낫지만. 암튼 술은 별로.
Passion
2022-12-11 06:31:12
그냥 맛이 안 맞을수도 있어요. 원글님의 닉을 보니 커피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커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요.
동생이 와인광이라서 소믈리에 레벨3 자격증까지 따면서 매일 와인을 마시는데 전 와인은 근처도 안 갑니다.
주변에 위스키광들이나 IPA광들이 많은데 전 위스키나 IPA도 써서 싫어요.
이런것들을 계속 시도하다보면 acquired taste가 생길수도 있지만
이 세상에 먹을 것도 많고 마실 것도 많고 여가생활로 즐길 수 있는것도 너무 많기에
굳이 취향에 안 맞는것을 억지로 알아갈 생각이 별로 안 생기더라고요.
그대신 제가 좋아하는 진, 茶, 향수 같은 것을 즐기면 되니까요.
shilph
2022-12-11 06:52:14
차도 좋죠. 같은 잎인데도 누가 우리는가, 어떻게 우리는가 등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까요.
입에 들어가는건
그래봐야 다 뱃살로 가지만그 작은 차이로 참 즐겁고, 참 오래가는 떫은 맛으로 오기고 하고, 참 다양한 인생의 맛으로 다가오는거 같네요키트캐트
2022-12-11 22:57:46
아앗 진 좋아하시는 분을 뵙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저랑 P2도 진 사다가 매일 채워놓으면서 서로 송충이라며 깔깔대곤하는데 ㅎㅎ
배추
2022-12-11 08:09:44
저도 갠적으로 와인은 맛도 없고 비싼거싼거 구분도 못하는데..희안하게 가끔씩 땡길때가 있어요..ㅋㅋ
근데 따면 일단 빨리 다 먹어야한다는 강박이 생겨서 그게 좀 그런듯..와이프가 술을 못해서 혼자 한 병 다 마셔야하니..ㅜㅜ
후니오니
2022-12-11 18:14:39
공감입니다. 맥주는 혼술이 되는데 와인은 좀 힘드네여. 작은 사이즈 와인도 있다고 하지만 잘 안사게 되서
BBS
2022-12-11 17:56:22
싸구려 입맛에 와인 문외한인 저희 부부는 prosecco 스파클링 위주로 마십니다. 짠~ 하고 마실때 둘이 킥킥거리고 나름 재밌네요.
비숑대디
2022-12-11 18:40:54
한번 버건디나 보르도 지방에서 생산한 50-100 불대 와인도 한번 시도해보세요. Complex 한 맛의 신세계가 느껴질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사실 와인은 페어링이 중요하기때문에 이 부분도 생각하시면서 찾아 드시면 더 좋을거에요! 스테이크에는 가끔 말벡도 너무 잘 어울리긴 합니다.
김미동생
2022-12-11 18:53:25
아르헨티나 멘도사산 말벡이 아사도같은 스테이크 요리에는 제일 잘 어울리는거 같아요. 그 묵직한 바디감이 와우.
키트캐트
2022-12-11 23:11:29
50-100불대면 남부 Rhone 쪽의 Chateauneuf du pape도 아주 좋습니다! 카라멜이나 흑설탕 같은 은은하고 구수한 단맛도 있고 향도 스파이시하고 복잡한 편이라 제 최애 중 하납니다 ㅎㅎ
명이
2022-12-11 20:14:48
저도 처음에 아메리카노 블랙 마셨을 때 쓴 한약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근데 카페인의 효용성 때매 마시다보니 차츰 맛의 차이가 느껴지면서 호불호가 생기고, 캡슐커피를 지나 지금은 세미오토 커피머신을 사는데 이르렀네요.;; 근데 와인은 아직 저도 맛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병을 따면 일단 모두 마셔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욱 더 시작하기 힘드네요. 아마 자주 접하다 보면 좋아할 지 모르겠지만, 알코올의 효용성은 저에게 별로 필요가 없어서..ㅎㅎ
키트캐트
2022-12-11 22:53:30
와인이 어려우시면, 포도 품종부터 취향에 맞으시는 걸 하나씩 찾아가시는게 좋아요~ 복분자가 좋으시다면 기복이 없는 캘리포니아 쪽의 Pino Noir부터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베리향이 특징이고 화사하고 떫은 맛이 적어서 안주없이 그냥 마시기도 좋습니다.
레드에서는 카베르네소비뇽(탄닌감, 대체로 풀바디, red meat와 잘 어울리는 편) / 메를로(탄닌감은 적지만 바디는 꽤 있는 편, 질감이 매끄럽고 단맛이 강하지않은 편) / 피노누아(탄닌감 적고 바디는 산뜻한 편, 딸기, 베리류로 대표되는 과일향) / 시라(톡쏘는 듯한 스파이시, 신맛도 약간 있고 대체로 한국사람 입맛에 맞는 요리들과 궁합이 좋은편)가 대표적 품종이고 화이트는 샤르도네/소비뇽블랑이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품종입니다.
아 참 저는 개인적으로 와인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께는 진판델 (Zinfandel) 로제를 많이 권해드리는데, 살짝 달달하고 도수도 꽤 있는 편이라 삼겹살이나 갈비 같은 한식 육류요리에 잘 어울립니다. 진판델은 대체로 차갑게 먹는 편이니 다른 레드 처럼 온도나 에어링 신경안쓰셔도 되고고, 아로마나 부케도 상당히 직관적인 편이라 와인이랑 친해지기 좋습니다.
Polaris
2022-12-12 01:50:43
와인이나 위스키같은 주류들은 입맛이 학습 돼 있지 않으면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좋고 비싼 술들이 오히려 더 맛이 없을 수도 있고요.
처음엔 좀 달달한 와인으로 시작하시는 것이 좋고요. 익숙해지면 조금씩 드라이한 술이 점점 입맛에 맞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화이트 와인은 모스카토나(아주 단 와인) 리슬링(적당히 단 와인/중국음식이나 타이음식에 패어링하기 좋음)같은 걸 추천 드리고 좀 더 드라이한 것이 좋으시면 피노 그리지오가 편안히 마시기 쉽습니다.
레드는 Apothic Red 나 Menage a Trois Red가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Gateway wine입니다. 요즘은 좀 더 달달한 Bourbon Barrel aged 레드와인도 많이들 드시더라고요.
광고를 많이하는 와인클럽은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초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와인들이 대부분 가격이 많이 부풀려 있어 질도 생각하시는 것보다 좋지 않습니다.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도 시중에서 구할 수도 없고요. 대부분 가격을 60-70% 부풀려서 파는 Private label입니다.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할 수 없게 하기 위한.
BeMyMelody
2022-12-12 23:28:35
섭스크립션으로 받는 와인들은 좋은 품질을 기대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예전에 wine insider 로 시킨 15병 너무 맛없어서 대부분 샹그리아/뱅쇼 만들어 먹었어요. Vivino 라는 앱깔고, 라벨 스캔하시면 와인 평점이 나오는데, 리뷰 1,000개 이상+4점대 이상이면 맛이 나름 보장된 와인이라 그런것들로 시도해보셔도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