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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컴플레인 많이 받는 교수.

복숭아, 2023-04-18 21: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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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모에 교수님들이 많으시니 더 많은 얘기를 해주시겠지요.

제 남편 얘기인데, 너무 속상해서요. 물론 제 남편이니 제가 객관화가 안되는거겠지만, 속이 너무 상합니다.

 

남편이 공대에서 adjunct lecturer로 인문학을 가르친지 1년 반이고, 이제 이사가니까 이게 마지막 학기죠.

(남편이 연구를 안좋아해서 교수가 되고싶어하진 않고 lecturer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교수님들 아시다시피, 첫 강의 준비할때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때 아기가 태어나고, 이 학교에 붙어서 3 클래스 x  1주 2회씩 x 2시간씩의 강의를 준비하느라 

남편은 애도 보고 강의준비도 하면서 진짜 거의 매일, 주말도 밤새고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는 삶을 살았어요.

처음 가르치는 과목이 있어서 공부하면서 강의 준비를 했고, 제가 그냥 교과서에서 주는 슬라이드 써서 대충 가르치라고, 다음 학기에 더 잘하면 되지 않냐고 해도 자기가 맡은 일인데 열심히 가르치고 싶다며 슬라이드를 매번 공부하며 새로 만들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첫 학기부터 학생들의 컴플레인이 심했습니다.

공대 애들이니 인문학 전공이 없고, 클래스가 너무 어렵다는 얘기가 제일 많았어요.

남편 수업이 재밌진 않을거라고 인정해요. 근데 그렇다고 못하는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Discussion은 거의 없고 그냥 남편이 강의하는거고, 남편 생각은 "대학은 가르치기 위해 있는 곳이니 나는 최대한 많이 가르칠것이다" 예요.

근데 다른 교수들의 인문학 수업들은 이 정도로 lecture이랑 exam위주는 아니고 보통 project와 discussion위주인가봐요 (easy A class).

그래서 남편은 컴플레인도 심하고 ratemyprofessor에 평점도 낮게 받았어요.

한번은 dean에게 한 학생이 남편이 싫은 점 리스트를 만들어가서 쭉 읽으며 싫다고 했다네요.

그땐 그래도 dean이 잘 넘겼습니다. 

 

그렇게 지난 가을학기는 대충 잘 넘기고, 다시 봄학기가 되었고,

이번엔 TA도 못받아 채점지옥에 빠져서 겨우겨우 지내고 있었는데..

 

어제, dean이 남편에게 오더니 한 학생이 남편 클래스 때문에 scholarship을 못받게 생겼는데, "enforce는 안하겠지만 걔를 fail한다면 너의 career에도 좋지 않을테니(???????) 최대한 붙게 해줘라" 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협박이죠..?

그리고 방금, 한 학생이 남편이 싫은 점 리스트를 들고와 14명의 학생이 같이 compile한거라며 45분간 줄줄이 읽어줬대요.

남편은 그냥 들으며 "그건 그럴 수도 있겠다" "그건 아니다" 이런 대답을 했더니 "you're just dismissive" 라며 계속 모욕을 줬나봐요.

 

네 뭐 두 학기 연속 반복된거면 제 남편도 문제가 있겠죠.

저도 매번 남편에게 수업을 좀더 재밌게 유연하게 하는게 어떠냐고 얘기했었고, 그걸 안들은 남편도 잘못이죠.

근데 그래도 저렇게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이렇게 모욕을 주고 협박(?)하는게 당연한건가요.

저 학생에게 그 리스트를 듣던 남편의 마음이 어땠을지,

너무 속상해요.

 

남편이 원래 teaching을 좋아했는데, 이 학교에서 일하고 부터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다른 일을 찾아보기로 한 상태입니다.

물론 그래도 할 줄 아는 건 teaching뿐이라 이사가는 데서도 새로운 학교로 가지만, 2년 계약직이라 거기서 일하며 다른 할일을 찾아보려 합니다.

 

제 남편이 모자란걸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왜 저렇게 못되진건지, dean은 또 왜 저런건지,

따지고보면 제가 남편을 이 학교에서 일하도록 이끈건데, 너무 속상하고 속상합니다.

남편도 다음 학교에서는 강의를 좀더 flexible하게 바꾸고, 다음 학교의 학생들은 좀더 나았으면 좋겠네요.

172 댓글

Comment Page Navigation

복숭아

2023-04-19 05:02:20

ㅋㅋㅋ감자가 뭔가 했어요.ㅋㅋㅋ

 

아무래도 댓글들 말씀대로,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 처음은 다 어려운거같아요.

말씀하신 젊은 교수님들이 제 남편이 맞는거같기도 합니다 ㅋㅋㅋㅋㅋ

제가 이 내용들을 잘 전달해서 많이 발전할수 있음 좋겠네요.ㅎㅎ

지지복숭아

2023-04-19 05:12:52

남편분께 학생은 감자라고 말해주세요..ㅋ 저도 교수님이 주시는만큼 배우고싶은데..교수님..전 감자에요.

동방

2023-04-19 16:34:33

"학생은 감자다" ^^

또 한번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지지복숭아

2023-04-19 18:45:49

ㅎㅎ 교수님이 정말 허망한 얼굴로 아직도 모르겠니? 하실때 ㅋㅋㅋ정먈죄송..ㅋㅋ 

MAGNETIC

2023-04-19 03:45:34

저는 강의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직업군이지만, 남편께 뭔가 공감은 되네요. 이 위치까지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학위도 이뤄놨는데 갑자기 수준을 확 낮추거나 좀 헐렁한???? 기준에 맞게 내 자신을 조절해야한다는게 상당한 거부감이 들거 같아요.

저도 졸업하자마자 머리속에 흘러넘치던 교과서 적인, 빡센 기준에 맞는 스탠다드를 맞추려 노력했지만 바쁜 현실에 그 기준을 모두 들이대다보니 그냥 제가 편하고 싶어서 약간 유한 기준을 갖게 되더라구요. 

일하며 얻은 교훈, 혹은 남편분께 드리고 싶은 위로?라면 '당신이 낮춘다고 아주 한참 낮춘 기준이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준일테니 걱정말고 확 낮춰라. 그래도 잘하는 거 맞다.' 라고 전해드리고 싶네요. 

복숭아

2023-04-19 05:04:00

남편이 정확히 그 생각인거같은데, 댓글 말씀들 보니 교수가 되려면 그래야하는건데 남편이 못한게 맞는거같습니다.ㅎㅎ

10년을 그렇게 공부하고 파고든건데, 낮춰야하는거라면 정말 답답하고 거부감 들긴 하겠지만 본인이 선택한 길이니 좀더 유해졌음 참 좋았을텐데요.ㅠㅠ

감사합니다, 남편에게 꼭 전달하겠습니다. 남편도 이해하고 들어주길..ㅋㅋㅋ

대추아빠

2023-04-19 04:01:08

다른걸 떠나서 학생들이 정말 매너가 없네요.

남편분이 상처 받지 않게 복숭아님이 잘 격려해주시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매너가 없는거지, 남편분이 잘못한 건 없잖아요.

복숭아

2023-04-19 05:04:51

감사합니다 대추아빠님 ㅠ.ㅠ

남편도 고집세게 군거 잘한거 없지만.. 참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저도 당연 안맞는 교수님들 만나봤지만, 그냥 "아 왜저래" 하거나 드랍하고 말지, 저렇게 면전에 대놓고 말하는건 또 처음 들어서..

남편이 참 무던한 성격인데 마음이 많이 안좋아보이네요.ㅠㅠ

김박사

2023-04-19 04:01:43

다들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네요. 저는 티칭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처음 몇년간은 정말 내가 뭘하는지 모르고 가르쳤던것 같아요. 수업시간에 눈이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나고요, 업드려 자는 아이들을 보면 강의가 너무 지루해서인가보다 당황하고 자책하기도 했고요. 아직도 아이들이 강의중에 멍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힘이 좀 빠져요. 특히 코로나 이후 Zoom 강의를 할 때는 좀비같은 얼굴을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더 힘들어요. 그래도, 학기가 끝나고 감사하다고 카드를 손글씨로 써서 주는 학생도 있고요, Student evaluation Survey에 좋은 코멘트가 있으면 보람을 느껴서, 참 티칭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티칭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첫 시간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난 티칭을 잘 못한다. 좋은 강의를 듣고 싶으면 유튜브를 봐라.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이 좋은 강의 많이 올려놨으니까. 나도 모르른것이 있으면 그거 찾아본다. 내 역할을 너희들이 이 토픽에 대해서 스스로 공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대신, 난 이 분야에 경험이 많으니까, 교과서에 안나오는 거 그런것도 함께 짚어줄 수 있다."

 

뭐...사실입니다. 강의 못하고, student evaluation survey 점수도 그닥입니다. 하지만, 내 강의를 듣는 학생은 내 아이 같습니다. (사실, 이건 강의를 듣는 학생 수가 적어서입니다.) 한해 한해 지나면서, 아이들 한명 한명에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지가 중요하다는 것도 배웁니다. 뭐, 저도 컴플레인하는 아이도 만나보았고, 심지어는 제 박사과정 학생이 제 수업시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성적도 엉망이어서 포기하고 랩에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티칭을 '전달'이 아닌 (일방적) '대화'로 생각하면, 대화의 상대방이 보입니다. 대화의 상대방이 제 말을 잘 못알아들었다고 화내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좋지 않는 학점을 줄 때는 제 맘도 많이 아픕니다. 아직은 많이 모자란가 봅니다....

지지복숭아

2023-04-19 04:26:54

ㅋㅋ 교수님 강의가 지루해서 자는게 아니라 너무 그냥 잠이와용 흑흑..ㅜㅋㅋㅋㅋ 나는야 감자 학생 

복숭아

2023-04-19 05:07:46

강의도 사실 주고 받고인데, 당연히 아이들이 멍하거나 졸면 기운빠지고 당황스럽죠.ㅠㅠ 그건 몇년이 지나도 그럴거같습니다.ㅠㅠ

남편도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한번씩 좋은 코멘트 받으면 신나서 막 너무 좋아하더라고요.ㅎㅎㅎ

 

결국 다 사람대 사람 관계인데, 남편은 너무 수직관계로만 생각하는거같아요.

김박사님처럼, 내 아이 같은 느낌이 아직은 남편에겐 없는거같아요.

더 작은 학교로 가서, 더 친밀한 클래스를 들으면 좀 나아질수도 있을지 기대중이예요.

이걸 고쳐야 한걸음 더 나가는거겠죠.ㅎㅎ

 

제가 만나온 선생님/교수님을 생각해봐도, 항상 아이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대해주는 분들이 인기가 많았어요.

말씀하신대로 정말 사람대 사람, 대화로 생각해야겠죠,

잘 전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reature

2023-04-19 04:23:19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아서 저도 아주 각 잡고 읽었네요. 티칭 2년차라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제가 배운 지식들 다 학부 강의에 압축해서 알려주고 싶고 열정적으로 시작했는데 학생들이 일단 그것을 받아들일 capacity 준비가 안되어 있구요

남편분이 공부하신 것들은 다른 전공에서 박사급으로 공부하신 분들도 쉽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각자 살아온 인생과 지식의 종류가 다르니까요.

주변 분께서 조언해주시길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지식 수준이 접해야 배움이 일어나고, 그 접하는 양을 늘리는 것이 좋은 수업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강의평가 보면 가끔 한숨나올때도 있지만 이것도 배움이라 생각하고 제가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 고민해봅니다. 저는 최대한 lecture와 activity의 밸런스를 잡으려고 합니다.

남편분이 가르치시는 지식을 실제 activity로 경험해 볼 수 있다면 학생들 engagement가 높아지고, 그 지식의 접접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화이팅입니다!

지지복숭아

2023-04-19 04:24:39

교수님 학생은 감자라구욧 데헷

복숭아

2023-04-19 05:09:54

고생많으십니다.ㅠㅠ 강의평가는 정말.. 

저는 사실 강의평가 써본적도 없는거같은데, 여기 (혹은 요즘?) 애들은 너무나 말을 세게 하더라고요..

나에 대한 비평을 받는게 쉬운게 아닌데, 그걸 받아드는 제 남편이나 Creature님 마음은 어떨지 ㅠㅠ

 

저도 남편에게 계속 얘기한건데, 퀴즈나 activity/discussion을 넣어서 좀 재밌게 가르치라고 했어요.

새 학교에선 그렇게 하길 빌어봐야죠.ㅎㅎ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지식 수준이 접해야하고 그 양을 늘려야 좋은 수업이다 라니 참 심오하지만 좋은 말씀이네요.

감사합니다. :)

지지복숭아

2023-04-19 05:15:07

제가 한 십년전에졸업했는데 그때도 강의평가는꾸준히했던거같아요(뉴욕쪽). 그땐 학생이라 참 저도 생각이없어서 아주 솔직하게 있는그대로 교수님 수업 보링 해요. 근데 사람은 착해요. 이런거 쓴 적도 있다능..ㅠ

JoshuaR

2023-04-19 05:20:49

특히 탑스쿨일수록 강의평가 보면서 상처받기 쉽다 하더라고요..

제가 가르치는 학교는 그나마 상처받을 만한 얘기는 많이 안나오는거 같긴 합니다..

그래도 솔직하게 쓰여진 강의평가 보면 뼈아프죠 ㅠㅠ

Creature

2023-04-19 06:55:02

네 다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니 여과없이 이야기하는 경향이 더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평가하니 학생들도 저를 평가한다고 생각하고 필터링합니다. 

트위티케이

2023-04-19 04:38:42

복숭아님 남편분께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실 거라 생각해서 다른 것 보다는 위로를 하고싶어요. 저도 티칭쪽인데 (대학레벨은 아니지만) 들어가는 정성에 비해서 인정받는 것은 많이 적은 거 같아요. 흔히 말하는 기빨리는 상황도 많이 일어나고요 ㅎㅎ 화이팅입니닷.

지지복숭아

2023-04-19 04:52:19

앗..저희남편은 교수가아니고.. 복숭아님의 남편분께서 교수님..전그냥.. 학생..

트위티케이

2023-04-19 04:59:13

핫.. 두분의 복숭아한 닉넴을 헷갈렸네요 ㅎㅎ 수정했습니다.

복숭아

2023-04-19 05:11:06

저도 학생이기만 해봤으니 정말 티칭이란게 이렇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줄 몰랐어요..

거기다 댓글들 보니 정말 교수님들이 노력을 너무나 많이 하시네요.

제 남편은 그에 비하면 사실 아무것도 안한거같을 정도로요. ㅋㅋ;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정말 감사히 생각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awdaddy

2023-04-19 05:35:12

저도 티칭을 해서 공감이 많이 가네요. 제 경험(공대 전공) 공유합니다. 저는 첨에는 대학원 수업으로 시작했는데 첫학기에 evaluation이 생각보다 낮아서 좌절했어요. 그때는 대부분이 액센트때문에 알아듣기 어렵다. 수업이 너무 빠르다.. 뭐 이런 평가를 받았었던거같아요.. 그리고 자기는 4.0을 계속 받던 학생인데 왜 이과목은 B+줬냐교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A달라고 생때를 피던 학생도 있었죠. 이때 꽤 충격을 받고 한동안 이게 제 길이 아닌가보다..좌절했었죠. 다음년도에는 컨셉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더쓰고 수업 당 슬라이드를 줄였더니 학생 평가가 좀 좋아졌어요. 그러고는 학부 4학년 과정 수업을 했는데 수업들어가서 오늘은 뭐 배울꺼다 그리고 수업중에도 이건 중요하다..이건 다음 결과를 위해서 보여주는거다 (대부분 수학식) 그리고 이게 결과인데 이건 꼭 기억해라..수업 끝날때 오늘 중 기억할꺼는 요거요거다..이런식으로 수업을 좀 바꾸었서요..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주고 2-3주에한번씩은 수업 시작하고 10분씩 잡담도 하고. 학기 끝날때도 이 수업에서 몇가지 기억할꺼는 이거이거이고 이 컨셉을 이해해야 다른 과목도 이해한다라는식으로 remind를 시켜주고 했어요. 시험도 오픈북일때도 있고 평균이 낮으면 exam correction해서 extra credit도 주고.. 솔직히 이렇게 하면 준비할것도 많고 조금더 바빠지더군요. 그리고 중요한건 이런 이론과 이런 식들이 실제 industry에서 이렇게 쓰인다라고 예를 들어주면 아이들의 수업 참여 확률이 훨씬 더 높아져요.. 이런식으로 수업했더니 evaluation에서 어렵다, 엑센트때문에 못알아듣겠다는 코멘트들이 없어졌어요. 그리고 대부분 좋은 코멘트를 받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Dr. X is goated professor 라고..

 

암튼 이제 두학기 보내셨으니 여름에 쉬시면서 content에 변화를 좀 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저도 처음 1-2년동안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던거 같아요. 가능하면 주말이나 여름에는 푹 쉬셨으면 하네요. 이게 3-4개월씩 계속하는거라 학기중에는 너무 힘들거든요. (조그맣게 첨언하자면) 특히나 공대에서 인문학을 가르치시니 이 과목이 나중에 사회나가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나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공대쪽 일을하면 어떤 시너지가 있을지등을 추가하면 좋지않을까요? 충분히 잘하고 계신거 같은데요.

복숭아

2023-04-19 18:31:00

ㅠㅠ 제 남편도 딱 그런 상황이라 awdaddy님 첫 학기 기분이 이해가 가요.

결국 정말 준비할것도 엄청엄청 많고, 꾸준한 인내심과 이해심을 갖고 계속 리마인드 해줘야 하는거군요.

크 GOAT!!!이 되셨군요! ㅋㅋㅋ 

저도 남편에게 기왕이면 인문학이니까 이 theory가 실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이런거 좀 넣으면 재밌을거같다고 첨언했는데, 이번 여름엔 좀 넣어줬음 좋겠네요.ㅋㅋ

남편이 정말 주말 여름 쉼없이 달려왔습니다 사실.ㅠㅠ

이번 여름도 새 학교 강의 새로 준비하느라 빡세겠지만.. 최대한 변화를 주면 좋겠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awdaddy님도 ㅠㅠㅠㅠ

A.J.

2023-04-19 06:43:02

예전에 수업 때문에 너무 힘들었던 제 생각이 나서 그냥 갈까 하다가 몇 자 적습니다.

저는 N년차 교수입니다.

course evaluation은 잘 나오는 편인데 정말 높을 때는 98/100도 넘어 봤고 아무리 낮아도 보통 90/100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 편입니다.

위에 다른 선생님들이 기본적인 좋은 말씀 많이해주셔서 저는 제가 제 대학원생들한테 하는 얘기를 간단하게 해드릴게요.

 

저는 수업이나 논문이나 연구 제안서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즉 나와 내 수업을 들어줄 (or 내 글을 읽어줄) 청중이 있고 나의 목표는 이 사람들한테 어떤 내용을 전달(delivery)하는 것인데 이것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교수들마다 스타일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저는 제 학생들에게 항상 "좋은 이야기꾼(storyteller)이 되어라"라고 가르칩니다.

능숙하지 못한 이야기꾼들은 이야기를 하거나 내용을 전달할 때 보통 자신(화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본인들도 이것이 잘못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이런 분들은 보통 강의/발표 같이 청중들이 그닥 관심 없어하고 생소한 내용을 전달할 때 전체적으로 청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이유는 청중들은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화자/교수보다 적고 내용도 잘 모르는데 이 부분을 간과/무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이야기꾼들은 늘 청중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 하면 더 이야기를 잘 전달할지를 고민한 뒤에 강의에 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결과의 차이를 낳게 됩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라면 끓이는 법" 강의가 있다고 합시다.

능숙하지 못한 이야기꾼들은 보통 듣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 없이 메세지 자체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대강 수업내용도 라면 끓이는 법 레시피 그대로 읽어서 전달하는 수준으로 정보를 청중들한테 '던져'줍니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꾼들은 그 간단한 라면 끓이는 법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면 저라면 라면 끓이는 법 강의를 이렇게 할 것 같습니다. 보통 학생들한테 오늘 수업에서 제일 중요하게 배워할 것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보면서 시작부분에서 관심을 유도하면 좋습니다. 

 

"애초에 왜 라면 끓이는 법이라는 게 있을까요? 왜 이 방법대로 라면을 끓이는 법이 중요할까요? 다른 방법으로 라면을 끓이면 안될까요? 각 라면 회사에서 석박들 뽑아놓고 연구한 결과가 이 라면 끓이는 법인데 왜 그런 전문가들이 이런 방법을 제시했을까요? 예를 들면 라면 끓일 때 찬물이랑 면을 같이 넣으면 안되나요? 스프도 미리 넣으면 안될까요?

-> 결론은 어떤 실험이나 공정에서 factor control(변인통제)가 매우 중요한데 시작할 때 찬물에 면을 먼저 넣고 물을 끓이기 시작하면 '찬물의 온도'라는 중요한 변수가 집집마다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control이 안되고 따라서 조리시간이 달라져서 표준화된 레시피를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물이 끓은 다음에 면을 넣도록 한다면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요한 변인인 온도가 섭씨 100도에서 control되기 때문에 '끓는 물에 면과 스프를 넣고 5분 뒤에 불을 끈다'라고 하는 레시피를 제시하는 것이 make sense 하게 되죠"

 

두서없이 적었는데 짧게 결론을 드리자면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중심으로 강의를 꾸려가시면 점점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엔 강의평가 잘 받으셨다는 소식을 게시판에서 듣길 바랍니다 ㅎㅎ

 

nysky

2023-04-19 17:06:13

영화 왕의남자에서 광대들이 연산군앞에서 전혀 맥을 못잡고 벌벌떨면서 하다가, 막판 감우성이 연산군에 맞는 놀이를 했더니 좋아했던 씬이 생각이 나네요. 

복숭아님 부군께서도 나름 상처를 많이 받으셨겠어요.

조금만 틀어서 앞에 학생들이 연산군이다 생각하고 강의를 하시면서 맞춰주시는것도 좋을거 같긴한데요. ㅎ 말이 쉽지만.. ;;; 

 

저는 개발자이다보니, 개발자입장에서도 20대때는 본인의 개발지식으로 성능 내는것에 집착하는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오너가 원하는 빤짝이는 아이콘 하나에 더 신경쓰게 되죠. 

상처 안받으시고 잘 해결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복숭아

2023-04-19 18:34:13

결국 고객이 갑입니다 아차차

다 그런거같습니다.ㅎㅎ 

그러네요, 오래된 영화지만 왕의 남자로 얘기해주시니 또 이해가 더 잘 가요.ㅎㅎ

감사합니다. :)

복숭아

2023-04-19 18:33:13

크 course evaluation 점수 너무 멋지십니다.

 

Storytelling이 정말 중요하죠.

사실 저도 대학 다닐때 항상 재밌고 좋은 교수님을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들의 공통점이 storyteller이라는거였겠죠.

남편은 확실히 자기 중심으로 강의를 해간거 같아요.

본인이 티칭을 좋아는 하지만, 잘 하진 못한게 맞는거같습니다.ㅎㅎ ㅠㅠ

그나마 다행인건 남편은 public speech도 정말 잘 하고, 재밌게 해야할땐 재밌게 잘 해요. 

저희 결혼식때 스피치도 농담 섞어가며 잘 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학생들도 가르치라고 얘기해야겠어요.

 

6개월 뒤 새 학교에선 덕분에 정말 잘 했다 라고 업데이트 하고 싶습니다.

자세한 팁 너무 감사합니다. :)

hogong

2023-04-20 10:01:38

정말 좋은글입니다 스토리 텔러가 되어라 맘에 가장 와닷네요 감사합ㄴ.다

 

AlwaysLucky

2023-04-19 07:12:20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공대생들이 타 전공 과목을 교필등으로 들을 때인데요. 일단 공대 수업들이 굉장히 intense하고 퀴즈/시험/실험 등이 계속 미친듯이 때려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솔직히 교필 등을 들을 때는 살짝 스스로를 내려놓고 싶어합니다. 또한 시험이야 한번 보고 말면 끝이지만 가령 랩은 하는데 시간도 들고 보고서도 써야하고 하는 부분이 있어서 교필에 easy A를 바라는 마음이 사실 좀 있습니다. 물론 부군이신 교수님께서는 Do your best 를 강조하시겠지만 공대생 대상 인문학 수업이 intense 하고 시험 빡세게 보고 make up 없고 하면 솔직히 에라 모르겠다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교양도 학점의 일부라 한들 전공만큼 중요하겠습니까? 저는 인문학 전공은 아니지만 소크라테스를 깊게 공부한다고 해서 인문학을 모두 아는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물론 패러데이의 법칙은 물리와 전기전자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어쩌면 인류 과학사의 탑 3에도 들 수 있는?) 발견일수도 있지만 인문학도에게 패러데이의 법칙을 가르친다면 이런 법칙이 있고 이런게 실생활에서 이렇게 쓰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정도만 하지 거기다가 맥스웰 방정식이 어쩌고 저쩌고 하게 된다면 속된 말로 내가 저걸 알아서 어따 써먹냐.. 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교육자로써 부군께서 가지는 마인드셋은 아주 훌륭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공대생 입장에선 내가 저걸 알아서 어따 써먹냐.. 라고 생각이 들수도 있거든요ㅠㅠ 가뜩이나 실험때문에 피곤하고 시험에 퀴즈에 미치겠는데 조금 가볍게 갈수도 있을 교필마저 intense 하면 포기하게 될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강의 스타일을 마음대로 바꾸실 분도 아니시겠지만 조금 학생의 입장에서 더 흥미를 가질 수도 있는 주제도 한번씩 던지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위에서 주신 많은 양질의 댓글처럼 AI의 발전과 인문학 등 실제로 공학도들도 철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좋은거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과학자로 여기는 많은 이들이 사실 철학, 과학, 기타 등등 많은 분야에 손을 댔었죠. 그래서 그런 공통부분들로 아이스 브레이킹하면서 인문학의 매력을 보여주면 학생들도 좀 더 귀기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복숭아

2023-04-19 18:36:49

저도 AlwaysLucky님한테 완전 동의합니다.ㅎㅎ

제가 인문학 전공인데 이과 수업 들을때 솔직히 easy A까진 아니어도 쉬운걸 듣고싶었죠. (그래서 들은게 calculus대신 프로그래밍이라는 아이러니지만 그 덕에 현재 직종으로 왔다는건 더 아이러니)

그래서 저도 좀 쉽게 가르쳐라, 실생활에 좀 도움이 되게 가르치는것도 좋겠다 라고 얘길 했지만.. 

이번 일로 충격을 많이 받았으니 남편도 좀 생각을 고치면 좋겠습니다.ㅎ

아직도 기분이 안좋대서 ㅠㅠ 주말쯤에나 마모 댓글을 compile해서 알려주려고요.

인문학 전공 입장에서 인문학이 돈은 못벌어도 기본 소양이라고는 생각합니다. 모든것의 바탕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남편이 잘 융합했음 좋았을텐데, 새 학교 가선 더 잘하길 기대해봐야죠.ㅎㅎ

 

rmc

2023-04-19 16:27:12

ta 5학기 해본 경험입니다. 프리메드, 프리널스, 자연대, 공대 필수과목.  "이정도로 수준 낮게 가르쳐도 되는가" 라고 본인이 생각되면 애들이 대충 알아 듣더군요.  지도교수에게 수업에 대해서 한번 물은적이 있는데 "나는 평균이 70~80점이 되도록 강의하고 시험문제 낸다"고 하셨어요.  제 생각은 학생들에게 "go"가 아니고 "follow me"가 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복숭아

2023-04-19 18:37:25

남편이 정말 수준을 너무 본인에게 맞게만 잡았나봐요.

기본적으로 평균 70 이상, 아주아주 쉽게 가르치라고 전하려고요.

학생들에게 수직관계가 아닌, 같이 성취감을 느끼도록 노력하라고도 전하겠습니다.

Wolverine-T

2023-04-19 16:56:08

어느 학교이신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레벨이 낮을 수록 학생들의 목표는 지식 습득이 아니라 쉽게 좋은 점수를 받는 것입니다. 보통 처음 강의를 하시게 되면 욕심이 많아지고 본인이 배우고 공부한 정도를 기준으로 학생들에게 강요하게 됩니다. 처음하시는 강의 이기 때문에 당연히 학생들에게는 족보도 없고 어려울 겁니다. 점수를 못받으면 불평불만이 많아지죠.... 강의를 할때 최대한 나올만한 내용들을  중간중간 알려주고 평균을 높이시는걸 추천합니다. 점수도 너그럽게 주시고요. 

 

인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공대생을 위한 강의라면 쉽게 쉽게 가시는걸 추천합니다.

somersby

2023-04-19 17:55:18

학교레벨이 us news ranking기준 30위권 안쪽이면 그래도 좀 학생들의 수준이나 태도가 괜찮아지나요.....?궁금하네요.

shine

2023-04-19 18:33:24

이건 단순히 랭킹문제만은 아닙니다. us news ranking 30위 안쪽에 대형 주립대들이 5-6개 있는 걸로 압니다. 문제는 그런 대형 flagship주립대에서 매 class마다 3천에서 많게는 5천명이상을 뽑아가죠. 그리고 이런대형주립대학에서는 1-2학년 교양강좌에 300명짜리 강의는 그냥 흔하죠. 

 

300명짜리 강의에서 학생들의 태도를 논하는것 자체가 무의미한게 어떤 태도인지 알수조차도 없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대형 강당에서 교강사가 뭔말을 하던 출석체크하고 본인은 랩탑이나 태블릿으로 매번 ESPN이나 SNS계정들여다봐도 그 누구도 터치 안해요. 그리고 그런 강의일수록 페다고지 측면에서도 딱 떨어지게 단답형 사지선다형 문제를 내서 나중에 학점때문에 말 나오는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고로 이러한 setting에서 어떤 학생 학점이 좋다고 해도 그 학생의 수업태도나 수업이해도가 높았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물론 class size가 30명수준으로 적어지고 upper division으로 가면 소위 상위권 대학 학교의 학생들이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Wolverine-T

2023-04-19 19:28:26

미국엔 6000 개가 넘는 대학교들이 있습니다. US ranking 30위 이외에도 너무나도 많죠 ㅎㅎ 학생들을 학교랭킹으로 나눠서 1등과 30등을 비교하는건 아니지만 예를들어 과학고 애들을 데리고 수업을 진행하는것과 공고생들을 데리고 수업을 진행하는데는 차이가 있습니다. 당연히 하버드에서 수업하는것과 동네 컬리지 학생들은 차이가 있습니다.... 직접 세미나를 해보신적이 있으시다면 학교 레벨에 따라 학생들의 참여도나 수준을 보실 수 있습니다. 

somersby

2023-04-19 20:21:26

제가 있는 학교가 그렇게 구린학교는 아닌거 같은데 수업태도가 진짜....이틀공부하고 시험을 왜 어렵게 냈냐고 항의하는 수준이라서요. 이틀 공부하고도 평균이 70점이 나오게 냈으니 진짜 제가 쉽게 냈어요 시험을. 근데도 클레임이 들어옵니다. 전공필수를 그렇게 대충 공부한다고? 싶어요.

좀 상위권 학교(프라이빗과 퍼블릭 아이비)는 더 나은가 싶어서요,

복숭아

2023-04-19 18:40:04

랭킹 낮은 학교는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나온 학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들어봤는데 너무나 똑똑한 애들이 많아서 남편에게 학생들 진짜 brilliant하고 좋을거야 라고 했는데..

이렇게 되버려서 더 미안하기도 해요.

근데 정말 남편이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리고 자기 기준에서만 가르친게 맞네요.ㅋㅋㅋ 

그래도 어제 reddit 찾아보니 남편 수업 얘기가 하나 있던데 he isn't terrible and just follow the slides라고 쓴 글이 하나 있더라고요.

그런걸 보니 정말 열심히 하는 애들은 남편껄 잘 받아먹지만 (10~20%겠죠) 나머지 80~90%는 그냥 쉽게 듣고싶은데 남편이 그렇게 안해주니 뿔이 나겠죠.

다음 학교에선 쉽게 가르치게 강의를 바꾸길 기대하려고요.

남쪽

2023-04-19 19:00:23

앗, 요점은 쉽게 가르치라가 아니라, 애들 하고 조금 더 engagements 를 해야 하는거 같은데요. 토론도 하고, 오늘 공부하려는 주제와 조금은 다른 얘기도 하면서, 학생들이 학생이 아닌 미래의 동료 라고 생각 하면, 좋을꺼 같은데요.

복숭아

2023-04-19 19:31:26

넵 더 중요한건 engagement지만, 수업의 레벨도 좀 쉽게 바꿔야하는건 맞는거같습니다.ㅋㅋ

너무 많은걸 한꺼번에 집어넣은것도 맞는거같아요.

그렇게 얘기할게요!

Wolverine-T

2023-04-19 19:34:03

네. 학생들은 강의 자료를 읽는 것으로 강의를 하면 당연히 참여도가 떨어집니다... 그냥 파워포인트로 혼자 공부하는게 편할테니까요... 수업을 진행하실때 슬라이드는 간단하게 만들고 예를 들어서 설명해서 학생들이 슬라이드에 내용을 추가할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시도록 수업 방식을 조금 바꿔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교양이기 때문에 쉽고 적은 양의 과제, 시험, 좋은 점수도 중요합니다. 결국은 학생들이 점수가 나오기 전에 리뷰를 하기때문에 학생들이 시험이 어렵고 숙제가 많아서 이번 학기는 망했다는 생각이 들면 좋은 리뷰를 받기 어렵습니다.  

복숭아

2023-04-19 19:35:01

완전 동의합니다.

이쯤되니 제가 남편 강의를 만들고싶네요 ㅋㅋ 너무 좋은 팁들이 많아서 제가 쓰고싶어요 ㅋㅋ

꼭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검은양벽

2023-04-19 19:01:04

어떤 인문학인지는 모르겠지만 공학에 관련할수있는 예제같은것은 어떨까요? 이상한 예제이긴하지만 양식중 라비올리를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비빔밥위 고추장의 필요성보다 만두와의 유사성에 관심이 갈거같아요. 교수님이 고추장전공이더라도요. 만두국, 물만두, 튀긴만두, 등등 만두요리들이라면 더 관심이 가고 연결고리가 생겨서 라비올리를 튀겨보자 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않을까요? 기초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는데 첫 숙제는 학생들의 관심사들을 사용하고 있어요. 첫 디스커션에 자기소개를 써서 올리라고 하고 재밌었던 과목과 취미 등 fun fact 세개를 같이 올려야 점수를 받는거에요. 이 디스커션후에 숙제중 한문제가 "자신이 쓴 fun fact 를 사용해서 리스트에 좋아하는 주제로 무언가 다섯개를 넣어보세요" 인데, 자신이 애니메를 좋아한다고 한 학생은 애니메 제목 다섯개를, 롤을 즐겨하는 학생은 챔피언 다섯명을 쓰는거에요. ChatGPT는 철학자인가, AI는 국가가 규제해야 하는가, 혹은 웹접근성이 왜 필요할까 - 손을 움직이기 어려운 유저들을 위한 웹어플을 디자인해보세요 라는 주제들도 디스커션으로 쓰고 있어요. 

복숭아

2023-04-19 19:34:05

크 항상 학생이기만 했던 입장에서 이런 재밌는 숙제 너무 좋아요. 

가르친다는게 정말 그냥 간단히 지식을 설파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엄청 창의적이어야 하는거같아요.

이번 여름엔 저도 남편 강의 준비를 도우며 이런 창의적인걸 저도 생각하고 제안해봐야겠어요.

너무나 자세한 예시 정말 감사합니다!

 

푸른바다

2023-04-19 19:38:24

대학교라는 비지니스에서 학생은 고객/클라이언트입니다. 스스로 노력과는 별개로 얼마나 고객이 만족하는지가 중요하겠지요. 이런 관점으로 보게 되면 단순히 점수를 잘 주라는것이 아니라 일단 고객이 싫어하면 아무리 좋은 강의라도 의미가 없지않나 생각이됩니다.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것이 아닌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좀 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가면 더 커리어에서 성장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학생이 단순히 점수를 잘 준다고 좋은 교수라 평가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가장 문제점은 그 수많은 피드백 (수많은 학생과 DEAN이 이야기했다면)을 듣고도 크게 변화가 없는듯 합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dean이 이 사람은 이쪽 커리어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을 내릴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가장 큰 힌트는 이 부분인것 같습니다 - "너의 career에도 좋지 않을테니(???????)" 회사에서는 해고들어가기 바로전 Performance Improvement Plan (PIP)인것 같은데 분발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렉쳐러이며 리서치쪽 교수가  아니라면 성과라고 할 부분은 티칭밖에 없을텐데 고객이 싫어한다는데 그 커리어를 계속 할 생각이 있다면 크게 고쳐야할 부분이 많지않을까 생각합니다. 

복숭아

2023-04-19 21:17:56

넵, 동의합니다. 점수를 잘 주는건 + 요인이겠지만 당연히 잘, 재밌게 가르치는 교수가 좋은 교수라 평가받을거같아요.

어차피 떠나는 학교라 뭐 별 문제는 없지만 그냥 그런 협박이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다음 학교에선 피드백을 다 수용하고 마모 댓글들까지 수용해 좀더 발전된 모습으로 이 글을 업데이트 하면 정말 좋겠어요.ㅎㅎ

사벌찬

2023-04-19 21:38:40

뜬금없는 내용이지만 복숭아님 글은 내용도 흥미롭고 유니크하고 (인기도 많으시고!?) 해서 댓글이 항상 빨리/많이 달리는것 같아요 ㅎㅎㅎ 부럽습니다!!

복숭아

2023-04-19 21:48:53

아 전혀 그런게 아니라 공감을 잘 받는 주제들이라 그런거같습니다 ;.; 

저도 요즘 생각한건데 게시판에 카드, 발권 이런 글들은 정말 아는 분들만 답변을 주실수 있으니 좀 댓글율이 저조하고 저도 그런 글들에는 댓글을 잘 못다는데,

이런 생활형 주제(?)는 쉽게 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고급 지식이 필요한 글엔 댓글을 못달지만 제가 공감하고 위로할수 있는 글에는 최대한 댓글을 답니다 ㅠ.ㅠ

근데 사실은 제가 마모 게시판의 주제와는 많이 벗어나는 주제만 쓰는거죠 따흑 ㅠ.ㅠ

(+월급루팡 시절 버릇을 못버려 마모 죽순이로 사느라 제 댓글이 빠릅니다 ㅋㅋㅋㅋㅋ)

범꼬리통통

2023-04-19 21:48:45

저도 티칭관련된 일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미국에 와서 다시 학생에 되니 확실히 제 티칭스타일에 대해서 많이 되돌아보게 되더라구요. 저 역시도 학생은 아직 지식의 구성자이기보단 지식을 흡수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티칭을 해왔었고 그만큼 준비도 엄청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노력과 준비를 많이 하는 만큼에서 오는 저만의 프라이드도 있었고, 그리고 사실 어떤 면에서 학생에게 저같길 요구하는 심리적인 기대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타협이 안되기도 했구요. 하지만 막상 갑자기 늦은 나이에 학생이 되어서 수업을 듣다보니 저같은 스타일의 티칭은 본인이 정말로 굉장히 뛰어난 스토리텔러에 매 시간 배우는 내용이 학습자에게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 이상  지식이 흡수되기도 전에 제가 감자가 되버리고 말더군요. 저도 놀랍게도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기도 하구요. 이래서 적절한 비율로 수업을 구상하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분도 지금은 받아들이기 어려우실 수도 있지만, 이번 일이 분명히 티칭 커리어에 성장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일찍 깨닫지 못하게 되어 좀 아쉽습니다. 사실 주변에서-학생, 동료 등등- 이래저래 힌트를 줘왔긴 한데 그걸 받아들이고 깨닫는 건 다른 문제더라구요. 

복숭아

2023-04-19 21:53:41

역시 역지사지를 해봐야 아는걸까요 ㅎㅎ 

저는 반대로 항상 학생이었다가 (제가 가르치는 입장이 된건 아니지만) 남편이 고생하는걸 보니 참 티칭도 쉬운게 아니라는걸 처음으로 느꼈어요.

남편이 준비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잘못된 쪽으로 했고, 너무 본인의 레벨에 맞춘 강의를 한거같아요.

다음학기부턴 그 밸런스를 잘 맞추면 좋겠습니다. ㅎㅎ

트리없는마음

2023-04-19 22:19:59

다른분들이 비슷한 의견 많이 주셨지만, 강의를 듣는 청중이 누구냐에 대한 고민이 좀 필요한거 같습니다.

마냥 대학생들이니 "대학은 가르치기 위해 있는 곳이니 나는 최대한 많이 가르칠것이다" 를 적용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어요.

학생들이 흡수를 해야 최대한 많이 가르치는 효과가 날테니까요.

대상이 저학년인가 고학년인가, 전공인가 교양인가 등등 생각해볼 요소가 있을테구요.

 

제가 이런댓글을 남기는 이유는 대학교때 (교수님의 의도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기 떄문에...

2학년 공학 기초과목이었는데, 교수님이 "너네들 이정도는 당연히 알지?" 식으로 진도를 빼고 설명도 후루룩...

결과는 미드텀 시험 평균이 35점이 나오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물론 난리가 났죠.... 

이 모든 학생들 다 fail 줄 수는 없기에 파이날때 커브적용이니 makeup이니 어쩌니 저쩌니 해서 과목 자체는 대부분 패스를 하긴 했어요.

하지만 덕분에 그 기초과목을 기반으로 한 3,4학년 과목을 싫어하는 계기가 됐고, 배우는 공학 분야중 가장 취약 및 기피하는 분야가 됐습니다.

같은 클래스에서 비슷한 사례가 많았구요.

3학년 과목 들을때 교수님이 "너네 반은 왜 기초과목 기반이 잘 안되어 있니" 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하...

복숭아

2023-04-19 22:30:36

그 공학 기초과목때의 상황이 제 남편 클래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ㅋㅋㅋㅋㅋ 

ㅠㅠㅠ 참 그 교수님 잘 만나는게 그 향후를 결정하는것도 신기하죠..

제 남편에게 찾아와 뭐라한 그 아이와 14명의 아이들도 이제 이 과목을 엄청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ㅋㅋㅋ

이 얘기도 전해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성게

2023-04-20 07:28:34

여담이지만 제 지인이 허준이 교수 아버님 수업을 들었는데.. 항상 학생들한테 '이거 모르겠어요? 난 쉽게 설명한 건데...'란 말씀을 하셨다고...

수학/공학 쪽 교수님들이 좀 이런 성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ㅜㅜ

ori9

2023-04-20 08:57:26

제가 나온 한국의 대학교와 대학원은 대부분의 시험에서 평균이 40-50% 나오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리고 최종학점은 보통 석차로 자르고 전체수준에 맞춰 조정을 하는 식이었죠. 미국와서 그렇게 했더니 학생들이 단체로 멘붕에 빠지더군요. 계속 그게 의도한 거라고 환기시켜주고 시험 볼 때마다 학점 커트라인을 알려주니까 멘붕하는 친구들은 많이 줄었고 강의평가에서 모든 교수가 이 방식을 썼으면 좋겠다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학생들이랑 기대치에 대해 커뮤니케이션만 확실하게하면 결국은 학생들이 적응할 거라고 믿습니다.

somersby

2023-04-20 18:06:12

저도요. 저도 한국에서 학부-대학원을 다닐때 보통 평균은 60점 아래로 나왔던거 같아요 그게 당연한거구요. 그 낮은 점수를 통해학생들은 보통 겸손함을 배웁니다ㅎㅎ

근데, 미국 학교들은 절대 평가 아닌가요? 한국처럼 상대평가해서(a는 30프로 이하, b 40프로 c이하 30프로 이상) 평가하면 더 좋을텐데 여기는 절대 평가하고 학점을 퍼줘 그런지 a가 40프로 b가 50프로는 되는거 같습니다. 그렇게 인플레 안해주면 클레임 엄청 들어오던데요.

ori9

2023-04-21 00:40:25

절대평가라서 적당히 성적분포와 전반적 수업 태도 및 퍼포먼스를 고려해 비율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절대점수가 낮으니까 대부분 기대보다 학점이 높아서 그런지 아직까지 컴플레인은 거의 없었네요. 물론 경계에 걸린 친구들은 종종 찾아오더군요.

트리없는마음

2023-04-20 19:03:52

평균 40~50이 보통이었다니요 ㄷㄷ

그래도 의도한바를 알려주시면 괜찮을거 같네요.

제가 얘기한 저 교수님은 그런말도 없고 그냥 냅다 진도를 나갔어서... 시험이 어려운건 괜찮은데 기본에 대한 설명 자체가 이미 알고있는거 후딱 리뷰해줄게 식으로 진행했던걸로 기억합니다 ㅎㅎ

토토로친구

2023-04-19 22:41:46

다른 이야기지만...근데 복숭아님은 댓글마다 의견을 정말 모범적으로 적어주시네요. 남편 분께서 한국어를 잘 모르시는 것 같지만, 만일 언젠가 이 게시글을 읽으실 기회가 있다면 진심으로 기쁘고 자랑스러우실 것 같아요.

복숭아

2023-04-19 22:51:18

예전에 제 댓글들을 보고 답정너라고 뒷담화를 들은적이 있습니다.ㅋㅋ

조언이 필요해 마모에 물어봐놓고 제가 봐도 제가 답정너이긴 했어요. ㅋㅋ;

그래서 이번에 마모에 돌아오면서는 일면식도 없는 저에게 귀한 시간 내서 적어주신 답변들을 정말 잘 받아들이고 싶었어요.

남편은 한국어 1도 못하죠 (literally 낫 놓고 기역자도 모릅니다 아차챀ㅋㅋ)

어디가서 돈주고도 못 들을 이 조언들을 다 정리해서 번역해서 얘기해주려고요. 

과찬 감사합니다 :)

성게

2023-04-20 07:24:33

글과 댓글들을 쭉 읽고... 제가 사실 최근에 MBA 과정을 끝냈던지라 어떤 수업이 기억에 남았냐고 물어보면 아마 Project나 Discussion이 많은 수업들이었던 것 같아요. 혼자 리포트 쓰고 조원들과 프로젝트 진행하는데 물론 시간은 많이 걸렸고, 발표 준비도 하고 교수님 피드백도 받고 했던 그런 수업들이요.

물론 강의 위주의 수업들도 많았고 스토리텔링을 진짜 컨설턴트처럼 잘 하는 교수님들도 계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ㅜㅜ 그리고 A 받은 수업들도 뭘 배웠냐 물어보면 딱히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많고요. 결국은 Hands-on Experience가 아닐까 합니다.

인문학이라 물론 프로젝트나 리포트 등의 커리큘럼을 꾸리기 한계가 있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윗분들 말씀처럼 재밌는 리포트나 과제도 좋을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저는 MBA 과정 중 COVID가 터진 케이스였습니다. 그 때 갑자기 기말고사 대신 'COVID-19가 소비자 행동 변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란 당시 한창 언론에서 썰 풀 주제로 리포트를 쓰라면서 갑자기 1주일 데드라인을 줘서.. 참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막 썼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복숭아

2023-04-20 17:15:39

사실 저도 engagement가 더 많은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해요. 교수 혼자 일방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하는건 사실 재미도 없고 어렵죠.. ㅎㅎ;

인문학이 오히려 더 이런걸 하긴 쉬울거같은데, 특히 코비드로 영향받고 이런거를 잘 썼음 좋았을텐데, 

남편이 너무 잘못된(?)쪽으로만 열심히 일한거같습니다.ㅋㅋ 

다음학기엔 꼭 이런 hands-on experience를 포함시키도록 강요(?)하겠습니다.ㅎㅎㅎ

eunpa7

2023-04-20 09:32:52

교수님과 학생의 수준이 맞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유학 후에 지방 사립대 교수로 가시면 학생들의 과제나 프로젝트를 보고 문화충격을 받으시는 분들이 꽤 계시나 보더군요,,,

 

저는 사실 교수님이 그 학교 수준에 맞춰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석사 시절에 제 지도교수님은 '이게 이해가 안되냐?' 이런 식의 수업과 설명이셨고, 교환수업으로 간 옆 학교 교수님은

같은 과목을 거의 고교시절의 학원선생님처럼 설명해 주시더군요, 제 세부 전공은 그 옆 학교 교수님을 통해서 다 배운 것 같습니다. 

그 연구실 학생들한테 들어보면 인성적으로 그렇게 훌륭한 교수님은 아니셨는데 정말 수업은 최고셨어요,,,

그에 반해 저희 교수님은 인성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지금도 종종 찾아 뵙고요 ㅎㅎ

복숭아

2023-04-20 17:19:52

사실 남편은 그전에 주립대에서 가르쳤는데 그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습니다..ㅋㅋ 애들이 왜이렇게 못하냐고..

그래도 그땐 강의평가가 이렇게 나쁘진 않았어요. 더 기초 수업이라 그랬을수도 있고요.

아무튼 그러면서 사립학교로 가면서 제가 그럼 애들 수준 더 높을테니 더 잘할거다 라고 했는데.. 

결국 남편의 문제가 맞는거같습니다.;;

제 남편의 태도가 "이게 이해가 안되냐?" 인거 같아요.

 

신기하게 인성과 가르치는 실력이 반비례 하시는 분들이셨군요.ㅋㅋ

제 남편은 인성도.. 약간.. 보통 사람들에겐 정말 자상하고 착한데, 학생들에겐 기대치가 크고 힘들어서 그런가 좀 차가운거같긴 해요.

그래도 지난번 학교에선 아기 낳는다니까 학생들이 선물도 주고 (전혀 바란것도 아니지만) 그러더니, 이번에는 정말 힘드네요.

모쪼록 다음 학기부터는 학생들에게도 좀더 친절하고, 같은 수준에서 눈높이를 맞춰주는 교수가 되면 좋겠어요.

2루리

2023-04-20 11:12:24

보통 학생들이 교수를 욕하는 이유는 수업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자기 성적을 잘 안줘서일 가능성이 커요

웃긴 건 수업이 정말 나와 안맞았어도 성적이 좋게 나오면 성적으로 미화된다고도 하니... 자기가 노력 안한 건 생각하고 교수를 원망하는거죠

그러면서도 또 아이러니하게 수업이 쉬워도 하나도 얻어가는거 없는 수업도 싫어하고요 까다롭죠

 

가르칠 때 중요한 건 '이걸 왜 배우는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공대 학생들이다 보니 인문학이 뭔지도 모르겠고 이걸 왜들어야 하냐 이런식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다른 분들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공학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이런식으로 시작하면 아무래도 훨씬 흥미롭겠죠 

개강날 학생들과 수업에서 expectation을 나누는 방법도 추천드려요  

이번 기회로 더 좋은 교수가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복숭아

2023-04-20 17:22:38

아무래도 학생들의 final goal은 사실상 성적이니까요.ㅎㅎ "이 수업에서 평생 남는 뭘 배워가야지" 일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요..ㅎㅎ

 

오 다른분이 말씀하셨듯 개강날 survey처럼 expectation을 나누는것도 좋네요.

근데 저도 학생일때 교수님이 expectation을 물어본 경험이 있는거같은데 그때 제 생각은 "성적 잘받아 졸업" 이었던거같네요.ㅋㅋㅋㅋㅋ;;;

저부터도 대학을 "배움"의 장소가 아닌 "졸업"의 장소로 생각했던것도 맞는거같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좀 더 기계적으로 외우고 공부하기보단 "배울"걸 이란 후회를 많이 해요.

 

남편이 학생들을 정말 "배움"의 길로 이끄는 교수가 되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김미동생

2023-04-20 17:11:24

제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좀 충격적이네요. 대면해서 싫은점 리스트를 학생이 낭독했다는건가요? 45분간? 이건 의견개시가 아니라 무례같은데.

복숭아

2023-04-20 17:24:15

저도 옛날 사람이라 많이 놀랐어요. 

저도 물론 싫어하는 교수들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대면해서 막 뭐라 할 용기도 없었고, 드랍할 생각도 없었고 (스케쥴을 보통 원하는 날들로 짜니까) 그냥 공부했거든요...;;

뭐 싫은 점 리스트는 "you just read off of powerpoint slide" "you don't teach well" 이런거였다나봐요.

그걸 면전에서 듣고있었을 남편 속을 생각하면 아직도 많이 속상합니다. 에휴.

트리없는마음

2023-04-20 19:09:29

222

45분간 싫은점 낭독했다는건 좀 충격이었어요

요즘은 저런게 정상범주 인건가... 라는 고민이 드네요

Livehigh77

2023-04-21 00:55:17

저도 이글에 달린 많은 댓글들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그래도 그 부분은 꽤나 학생들이 무례하고 공격적인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졸업한지는 좀 되었지만 작년 가을까지 이런저런 일로 3개의 다른 학교에서 일년에 한 두 세 과목은 온라인 및 현장에서 들어 왔거든요. 적어도 제 분야에서는 교수에게 그 정도로 나가는게 상상이 잘 안 가네요.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느끼부엉

2023-04-20 22:44:21

저는 교수는 아니지만, 대학원 과정에서 TA 했던 경험으로 도움이 될까 싶어 댓글 드립니다.

저는 한국에 있는 한 대학에서 학-석-박 과정을 모두 마쳤고,

해당 대학은 모든 대학원생(졸업준비하는 고년차 제외)이 TA를 필수적으로 1과목 맡아야 했기 때문에

꽤 여러 과목을 TA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과목이 학부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공필수과목이었는데,

여러 교수님들이 같이 한 과목을 담당하는 과목이었습니다.

교수님들마다 2~3주씩 맡아서 강의+실습을 하고 (각 교수님들마다 담당 TA가 있었고요),

마지막 1달여간은 그간 배운 내용들을 활용해서 학생들이 각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발표하는 특이한 수업이었습니다.

제가 있던 학과가 바이오 융합 관련 학과라서 교수님들 세부분야들이 정말 다양한 편인데... (Bioinfo, Biophysics, BioMEMS, etc)

이게 교수님들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

학생들도 관심있는 분야도 있겠지만, 관심없는 부분은 거의 교양과 같은 느낌으로 듣게 되는 과목이었습니다.

가르치는 교수님들이나 저희 TA들 입장에서는

이를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과 교양같은 느낌으로 듣는 학생이 섞여있어서 한쪽 수준에 맞추기 힘든 과목이었죠.

 

제가 학부과정일 때도 해당 과목을 들었는데, 잘 모르는 분야 섹션에서는 따라가기가 벅찬 느낌이었습니다.

2~3주만에 한 분야 내용을 공부하고 실습을 완료한다는 게 엄청 빡빡했죠.

그래서 실습이 밤 늦게까지 이어졌던 일들이 빈번했습니다.

워낙에 빡센 과목으로 유명했고, 전공필수과목이라 피할수도 없었고요....ㅎ

 

제가 이 과목 TA를 맡게 되자, 담당 교수님께서 실습내용은 제가 전담해서 구성해보고 (물론 최종적으론 본인 컨펌 후에 진행 하셨지만),

나중에 실습 점수만 잘 리포트 해주면 된다고 하셔서,

그 때 나름 신경을 써서 실습 내용을 짜보았는데요...

위에 언급했다싶이 해당 분야에 관심이 적은 학생들과 많은 학생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난이도를 어떻게 맞출지가 큰 고민이었습니다.

아싸리 관심 없는 학생들만 모아 두던가 관심 많은 학생들만 모아 뒀으면 좀 더 쉬었을 텐데 말이죠...

 

제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방법은

제가 담당한 실습 마지막에 제출해야 할 문제를 처음부터 알려주고,

이를 제대로 돌아가게 제출하면 우선 기본적인 점수를 받고,

제출한 결과의 정답률을 랭킹을 매겨서 상대적으로 점수를 추가로 주는 식을 택하였습니다.

 

실습 앞부분에는 최대한 쉽게 이를 어떻게 구현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 내용을 알려주었습니다.

거의 메뉴얼을 구성해서 해당 부분을 따라하면 일단 결과는 나올 수 있게요...

그리고 뒷부분에는 그 후에 결과를 후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학생들이 고민을 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후처리 기술들을 본인들이 찾아내야 했고,

이 부분을 어떻게 하느냐가 정답률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었죠.

그리고 실습 마지막 날에는 학생들이 본인들의 결과를 최대 3번까지 TA에게 제출해서 매번 정답률을 확인하고,

최종 제출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 날은 TA들도 밤 늦게까지 실습실에 남아서 학생들 지도하고, 정답률 확인했습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거의 앞쪽 기초부분을 완료해서 일단 결과는 나올 수 있게 한 후,

후처리 부분은 적당히 해서 일찍 제출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답률 확인 할 수 있는 기회 3번도 다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

해당 분야에 관심이 높거나 점수를 조금이라도 높게 받으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은

후처리 부분을 어떻게든 잘해서 정답률을 높히려고,

처음 제출한 다음에 정답률을 확인하고, 한동안 고민하고 이것저것 다른 방법들을 적용해서 다시 정답률을 확인해서

최대한 정답률을 높여서 제출하더군요.

정말 열심히 하던 학생들은 밤 늦게 TA들이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도, TA들 붙잡으며 조금 더 있다가 가주시면 안되냐고 하더라고요...

 

최대한 모든 학생들의 니즈에 맞추려고 구성한 실습이었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직접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TA과목을 여러번 했었으나, 해당 과목 TA했을 때는 학생들 컴플레인이 없었습니다.

 

해당 분야 관심없는 학생들은 그래도

해당 분야의 기술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배우고, 이를 기본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었을 것 같고,

본인들이 시간 투자해서 정답율을 더 높여도, 더 열심히/잘 하는 학생들을 넘어서긴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는지,

최대한 시간을 아껴 기본적인 부분만 마치고 일찍 제출하였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점수는 받아가니까요)

그 학생들은 아마도 본인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적당히 점수 받고,

본인들 전공 분야 부분에서 점수를 높히려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점수에 욕심이 있는 학생들은 본인들이 시간 써서 노력하면,

그때그때 정답률이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정답률로 채점하는 부분은 상대평가였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보다 더 잘하면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는 경쟁심에 더 열심히 하게 되었던 것 같고요.

위에 언급했듯이 마지막 실습 때는 TA들이 실습실에 늦게까지 학생들과 있으면서 지도해 줬는데,

저희가 소개하지 않은 후처리 기술들도 가져와서 질문하기도 하고, 적극적인 학생들이 몇몇 있더라고요.

 

그 때는 학부를 졸업하지 얼마 안 되었던 대학원생 때였고,

해당 수업도 학부과정에서 들었었기 때문에,

좀 더 학생들 니즈에 잘 맞출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학생들 수준을 잘 파악하고, 학생들 니즈에 맞춰서 수업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숭아님 남편분 학생들이 찾아와서 45분간 맞지 않는 점들을 읽어줬다는 부분은 저한테도 충격적이었으나,

그정도로 적극적으로 어필했다는 것은 분명

학생들이 수업에 기대했던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식의 수업 구성을 하시고 계신게 아닌가 조심스레 말씀드려 봅니다.

학생들이 기대하는 수업 구성이나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하시고, 이를 조율해 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편분 기분 상하신 부분은 풀 수 있게 복숭아님께서 잘 도와주실 것 같고요 ㅎ

복숭아

2023-04-20 23:59:05

오랜만입니다 느끼부엉님, 자세한 댓글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방법 같아요. 모두가 적정 점수를 받을수 있어 아무도 fail은 안하지만, 정말 노력한다면 좀 더 reward를 받을 수 있는거요.

제 남편도 진작 이렇게 했음 좋았을걸, 

여전히 남편이 너무 안쓰럽고 슬프지만 한편으론 남편이 수업을 잘못된 방향으로 가르친거 때문에 그 학생들도 남편 과목을 더 미워하게 되지 않았나 걱정도 됩니다.

진작 이렇게 했더라면 좋았을걸, 너무 아쉬워요.

 

저도 여전히 너무나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프지만, 남편에게 그렇게 얘기해줬어요.

그래도 당신을 교수라 생각하고 기대했기에 찾아와서 그런 얘기를 한거라고.

물론 걔가 잘한것도 아니고 너무 밉지만, 그래도 당신을 교수로 인정안하고 완전 무시했다면 이런 코멘트도 안주는게 현실이라고요.

다른 방식, 다른 방법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이번 일로 남편이 좀 깨닫는 계기가 될거같아요. 

 

느끼부엉님 얘기도 전달해서, 다음 수업은 이런식으로 만들어보는것도 어떻냐고 얘기해볼게요.

다행히 Liberal Arts college로 가게 되어 전공학생이 더 많을거라 기대하지만, 그것도 모르는거죠 사실.ㅎㅎ

감사합니다.

느끼부엉

2023-04-21 00:31:46

남편분께서 너무 자책하시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남편분이 수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르쳤다기 보단,

학생들이 기대했던 부분과 차이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편분의 수업 스타일에 만족한 학생들도 있었을 수도 있죠 ㅎ

 

Liberal Arts에서 학생들은 또 기대하는 게 다를수도 있으니,

이를 잘 파악하시고 유연하게 수업내용 조정해 가시면,

점점 학생들이 좋아하는 수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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