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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패혈성 쇼크로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1) - 1 프롤로그/발병 편

쿼카 | 2023.08.16 17:06:0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안녕하세요, 유학하며 마일모아에서 많은 도움 받고 있는 쿼카입니다.

지난 4월부터 몇개월 동안 말 그대로 제 인생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일인데요,

무슨 말이냐면 저는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패혈성 쇼크(Sepsis shock)으로 인한 괴사로 왼손 엄지와 발가락 마디들을 잃었고,

한국에서 판정된 기준으로는 경증 장애인입니다. (예전에는 1급~6급으로 나뉘던 것이 몇년 전부터 중증/경증 구분으로 나뉘었습니다.)

배에는 9인치짜리 수술 흉터가, 팔뚝 한쪽과 허벅지 한쪽에도 비슷한 길이의 수술 흉터가 남아있고 

왼 손가락들이 펴지지 않습니다.

 

더 심각한 장애가 있으시거나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으신 분들은 그까짓거 갖고 제목에 장애인을 달아 자극적이게 하냐 싶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만 저는 제가 앞으로 작성할 글들이 보편적으로 경중증 장애인을 위한 일이라 믿습니다.

경/중증 뿐만 아니라 장애의 타입에도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그동안 마모에 장애 혹은 장애인 관련 글들은 주로 지적장애에 관련된 글들이 많은데요,

앞으로 올릴 글들을 통해 마모에서 이전보다 장애에 관련하여 도움이 되는 정보를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진득한 사심도 있습니다. 

 

 

사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어디서부터 어떤 정보글을 써야할 지 감도 잘 오지 않습니다.

아마 크게 발병/미국병원 입원/한국 병원으로 전원/재활/장애인 편의시설 관련한 글들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제가 저에게 필요한 결정을 내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때

몸에 영구적인 불편한 점을 갖게된다는 것이 분명 누군가에게는 일어날 수 있는 일,

좀 더 심하게(?) 말해 누구에게나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일이라는 점에 비해

저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장애인(특히 보행이 어려운)들이 비장애인과 같이 그저 평범하게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더군요.

많은 분들이 제 글들을 통해 적절히 필요한 정보를 찾고,

휠체어 이용자분들 그리고 보호자분들이 이용이 수월한 장소를 찾아 편의시설을 즐기고,

비장애인분들은 생각보다 많은 장애인 인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셨으면 합니다.

물론 저처럼 미국 유학중에 갑자기 몸이 아파 처음으로 급히 병원을 이용하시게 된 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느낀점이라면

우리나라, 특히 중장년 층은 아직도 장애를 수치스럽게 여기십니다.

큰 쇼핑몰을 가도 장애인 화장실을 찾으려면 온 층을 헤짚고 다녀야 하기 일쑤고요

요즘 힙하다는 까페는 하나같이 NO장애인존이라도 되는 마냥 경사로 하나 없이 턱도 높습니다.

(속으로 미국이었으면 벌금이 얼마야,,, 하고 지나갑니다)

저는 현재 보행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휠체어 사용시 불편한 점만을 적었지만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도 매한가지입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또 하나 걱정되는 사실은,

장애인이 겪는 많은 불편한 점들이 고령자가 겪는 불편함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한 명도 빠짐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늙어갑니다.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려면 꼬박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데,

나이가 들어가며 몸 이곳저곳이 불편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허리수술이나 건강검진을 위해 한국으로 오시는 분들 글은 자주 보았는데,

저처럼 수술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인 상태로 한국으로 오신 글은 잘 보지 못했네요.

매순간 여러가지 옵션을 두고 가족들과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뭔가 백퍼센트 정보성 글이라기보다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선택지들과 제가 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중심으로 써내려보려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긴ㅋㅋㅋㅋ경험들도 있네요.

 

혹시나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강의순서는 

1. 미국병원 편 

2. 한국이송 편

2. 한국 3차병원 편

3. 재활병원 편

4. 퇴원 후 장애인 편의시설 편

이렇게 나뉠 것 같네요. 

 

 

- 발병 후 입원

4월 6일 목요일 즈음부터 속이 좋지 않고 열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해도 감기나 끽해도 장염이겠거니 해서 그냥 집에 있는 상비약을 먹고 버텼는데,

다음날부터 입맛이 뚝 떨어지고 정말 마치 모든 소화기관이 다 파업한 마냥 먹는 족족 바로 설사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토요일엔 열도 37.5도쯤으로 오르고 정말 물 한모금을 마셔도 화장실에 가게 되니 미치겠더라구요.

미국인 남자친구는 이 정도 열은 별거 아니라고 하는데(이...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언급할 기회가 ㅠㅠ) 

살면서 소화기관이 이렇게 맛이 간 게 처음이라 어떤 약을 먹어야하나 ... 열심히 검색하다가

도어대시로 Pepto Bismol과 Pedialyte 를 주문해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아 이거 뭔가 심각하다'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계기가 하반신에 감각이... 없어졌어요.

주말이라 일단은 남자친구가 의사 친구에게 전화도 해보고 했는데 그 때도 장염/무슨 bug가 유행이라 했는데 그런거 아니냐 하는 의견만 듣고...

그 동안 남자친구가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미역국을(ㅋㅋㅋ) 해다 주고 과일도 갖다주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저를 부축해주어 화장실에 겨우 도착을 했는데 몇일만에 처음으로 불을 딱 켰더니

정말 살아있는 사람 얼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핏기가 하나 없이 누런...색인 겁니다.

그걸 보고는 바로 ER로 직행

 

그렇게 4월 9일 일요일 밤 11시에 ER에 입성

저를 휠체어에 앉히고 여러 인적사항을 물어보는데 정말 단 하나도 귀에 안들어오고 고개가 이리저리 푹 푹 꺾이기 시작합니다.

가족없이 혼자 미국에서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제발 항상 insurance card(신분증은 당연)를 들고 다니세요.

응급실이 아무리 '응급'실이라지만 정말 촌각을 다투는 극단적인 사고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그래도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보험사항을 대부분 확인하고나서야 접수가 가능합니다.

또한 보험사항을 확인하고나면 병원에서도 가능하면 보험회사 in-network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니 병원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또 드릴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응급실에 대기중인 환자들이 꽤 있었는데 모든 간호사들이 저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아 씨 나 X됐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침대에 눕혀져 이송되는 중에 감각이 없던 하반신에 갑작이 통증이 생겼습니다.

마치 쥐났을 때 누가 치면 약간 죽을 것 같잖아요...? 그 느낌이 한 천배 강하게 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평소에 통증에 굉장히 둔한 편인데, 진통제 맞기는 무섭고 아픈건 너무 아파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닥터가 들어와서 네 배에 뭔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으니 일단 복강경을 해보려한다, 그거로도 안되면 배를 쨀 수도 있는데 괜찮으냐 하더라구요.

(패혈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증상만으로는 사실 바로 패혈증이라고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살면서 이런 선택의 기로에...놓여본 적이 없어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수술 자체도 무섭지만 그냥 제 상황 자체가 너무 무서웠어요. 

결국 진통제를 맞고 조금 진정된 상태로 부모님께 영상통화를 걸어서 짧게 설명을 하고

'엄마, 하는게 맞겠지?' 했더니 어머니는 이미 눈물 바다이십니다... 

나중에 수술 경과를 부모님께 말씀드려달라고 부탁하며 같이 온 친구에게 부모님 카톡프로필을 보내드리고,

남자친구의 손을 딱 잡은 것이 제가 기억하는 수술 전 마지막 기억입니다.

 

사실 그저 심한 장염/감기같았던 증상이 이렇게 큰 결과로 이어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주중에 병원을 갈까도 했었는데 조금만 기다려보자 했던 것이 이렇게 되었네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패혈증이란 것이 빠른 진단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괜찮았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버티던 것이...

 

제가 알기로는 아직 상용화된 패혈증 진단 키트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패혈증 진단에 사용되는 혈액검사는 반나절, 길게는 3일까지도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고,

각종 미생물/병원균에 감염되어 급격한 염증반응이 일어나는 거라

가장 이상적인 것은 어떤 균에 의해 어디부터 감염되었다 라는 것이 바로 감지되면 좋겠지만

모든 미생물/병원균을 감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로 인해 염증반응이 일어난 것이 혈액검사로 나타나야 알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마약성 진통제에 절어 있다 들은 것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라 정확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보다 정확히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따라서 증상만으로 패혈증이라 바로 진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 저는 짐작하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마모 여러분, 진단이 어려우니 어쩔 수 없네요 할 수는 없어 최대한 아는 바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의 경우 IUD(자궁 내 피임장치) 혹은 탐폰에서부터 발생한 것으로 주치의는 보고 있습니다.

3월 초에 IUD를 삽입했고, 아프기 10일 내에 생리를 하여 생리대와 탐폰을 번갈아가며 사용했습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바라며 적습니다만,

IUD의 경우 삽입을 하는 의사가 제대로 sterilize 된 상태로 삽입을 한다면 안전한 피임방법입니다.

호르몬/구리 타입 중에 호르몬 타입을 사용하였는데 두 타입 모두 제 주변인들은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IUD 때문이라면 이건 네가 시술을 받은 클리닉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미국 병원에서 주치의가 말씀하시더라구요.

실제로 수술 중에 IUD를 제거하였는데 거기서 균이 검출되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젊은층 보다는 대개 고령의 환자분들이 수술 중에 감염되어 사망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탐폰 때문이라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TSS(독성쇼크증후군)으로 인한 것인데

실제로 원인이 어떤것인가에 대해서는 저도 나중에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더 자세히 여쭤보려 합니다.

의식이 돌아오고 나서는 가만히 누워있는 것도 쉽지 않았거든요...

무튼 탐폰의 경우 탐폰을 오래 사용하면 (탐폰 회사에서는 4시간 이상 사용을 삼가라고 하고 있습니다. 최대 8시간이라고도 하네요) 

황색 포도상구균에 노출될 확률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균이 만드는 독소 자체에 감염될 수도 있고, 균이 혈액에까지 침투하여 독소를 분비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생리 중에는 질 내부가 매우 민감한테 면역력이 약할 때 생리 중 상처가 나거나 하여 균이 들어간다면... 네

저의 경우 생리혈 양이 많은 날만 탐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절대로 3시간 이상 사용은 안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폰때문이라면 ... 조금 생각이 많아집니다.

혹시 본인이나 자녀가 탐폰을 사용한다면 3시간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시기를 저는 권장합니다. 의사도 뭣도 아니지만..

 

 

다음 편에서는 한달 간 미국 병원에서 지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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