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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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학에서 한 학기를 마친 제 자식 이야기입니다.

1학년 1학기 성적을 4.0 만점에 1.6을 받아 왔습니다. 7과목 중에 3과목에서 겨우 점수를 받고 4과목은 아예 학기 중간부터 수업을 안들어 갔다고 하더군요. 중서부 주립 대학을 다닙니다. 집 근처이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너무 늦지 않게(!) 얘기하면 부모는 언제든 너를 도와주겠다, 고 이번 학기 내내 몇 번을 강조했습니다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될대로 되라고 내버려 두고는 이 결과를 받아왔습니다.

 

아이의 성향은, 좋아하는 것에는 제법 매달리지만 자기랑 안맞다 싶거나 좀 싫다고 느끼면 쉽게 손을 놓아버립니다. 학교에서 Marching band를 하는데 여기는 열심히 참여합니다.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 규율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역시 자유롭게 다녔지만, 대학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진 자유 및 그에 따르는 self management를 제대로 핸들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잠과 식사 모두 불규칙 합니다. 그래서 아침 수업을 번번히 빼먹고 밤참을 자주 먹습니다. 최근 들어 살이 많이 불어서 1-2년 사이에 근 40 파운드가 쪘습니다.

고2부터 음악으로 진로를 정해서 고등학교에서 AP 과목들도 듣긴 했지만 책상에 앉아서 각 잡고 공부해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평소에 책도 읽지 않고 취미는 게이머 유튜브 틀어놓고 PS4로 게임하기 입니다. 진단은 받아보진 않았지만 ADHD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는 전공이 아니라 음악이니까 대학에서 서바이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악기 다루는 것을 좋아해서 관악기는 웬만한 건 다 불 줄 압니다. 대학에 에세이 쓸 때에는 이것이 큰 장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이건 오히려 단점인 것 같습니다. 한 악기를 열심히 파다가 맞닥뜨리는 한계, 그것을 뛰어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다른 악기로 넘어가 버렸던 게 아닌가...

 

애와의 관계는 전혀 강압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가 알아서 할 일이다" 라는 말들이 이 어린 애에게 지나친 책임감으로 짓눌려 온 게 아닌가 하는, 돌이켜 보니 느껴지는 후회까지 들 정도입니다. 집안에 음악가가 한 명도 없어서 음악으로 진로를 정할 때도 많이 말렸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뜻을 존중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충분히 했습니다. 지금까지 사준 악기 값만 해도 ㅎㄷㄷ... 1.6 받아온 성적표를 보고서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았습니다. 학점 3.0을 유지 못하니까 너의 장학금이 날아갔고 앞으로 loan을 얻고 part-time job을 얻어야 할 거다 라는 정도 얘기를 했습니다. 미래에 수많은 문들이 여전히 열려있긴 하지만, 몇몇 중요한 문을 닫은 것 역시 사실이라고 얘기했습니다.

 

P2와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봄 학기 다니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계속 다니며 졸업을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드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장학금은 이미 날아갔고, 애초에 가난한 예술가가 되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기에 음악 학사학위 역시 저는 큰 미련이 없습니다. 다만 이 사건을 계기로 애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뭔가를 느껴서 각오를 다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은 너무 힘들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애랑 좀더 많은 얘기를 해봐야겠지만 지금은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충격이고 (본인은 2.x 정도는 나올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메타인지가 너무나 떨어집니다 ㅠㅠ) 힘든 것은 회피하고 싶어하는 성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애랑 얘기하면서 근본 원인과 처방이 나와겠습니다만 지금 P2와 얘기한 몇가지 방향은

- 내년 가을 또는 이르면 봄부터 휴학하고 gap year를 가지면서 본인의 길을 스스로 탐구해 나가기를 기대해 보기

- 집중 못하기, 회피적 성향 등을 고려해 볼 때 전문 카운셀러를 만나보기

- 각오를 듣고 action plan을 세워서 그걸로 봄 학기를 보내면서 잘못된 생활 습관 고치기

- (체력 테스트를 통과할지는 모르겠지만) US Army 같은 곳에 지원하기

 

본인도 혼란스럽겠지만 저 역시 갈피를 잡기 힘듭니다. 제 스스로의 경험에 비춰봐서 좋은 결과를 예상하고 뭔가를 해도 좋지않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책임감을 강조한 것 역시 그 한 가지 예입니다. 저로서는 제 자식을 이해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아재들은 다 아실 "프린세스 메이커" 라는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저는 애를 공주로 키우려고 매 턴마다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어느 순간 그 아이는 사냥꾼이 되어 있던 경험... 나는 애를 결코 공주로 키울 줄 모르는 사람인데.. 지금까지 최선이라고 했던 그 선택들이 애 입장에서는 최선이 아니었겠구나 하는 후회들...

 

게임이라면 다시 시작이라도 하겠지만, 이미 18살 먹은 한 애가 제 앞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인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님들께서는 어떻게 자식을 훌륭히 키워내셨나요? 이런 역경을 이겨내고 건실한 청년으로 자란 분들은 혹시 본인 얘기를 저에게 좀 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8 댓글

케어

2023-12-22 11:15:17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조언 드릴입장은 못되지만 자녀분이 학업을 계속하고싶은 의지가 있는 없는지를 알고계시다면 공유해주시는게 다른분들 의견주시는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부모 입장말고 학생 입장에서요.

제가 학생이었다고 가정해서 생각을 해보면 학업을 계속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한번더 시도해볼 기회를 주는게 좋을것 같고요.

아니라면 간단한 시간제 일이라도 찾아서 하면서 사회생활 감각과 생활습관도 기르고, 성취감도 경험하고 미래를 구상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습니다.

후지어

2023-12-22 11:20:30

네, 학업을 계속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아직 거기까지 얘기할 기회를 못가졌네요.. 계속 자기 방에서 안나오고 있는데 어떻게든 달래서 좀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케어

2023-12-22 11:28:31

좋아하는 식당에 외식을 간다던지, 좀 기분 전환할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다보면 생각하는대로 일이 잘 안될때도 많다고 보듬어 주세요.

재마이

2023-12-22 11:17:45

아이고 이렇게 긴 글을 적어주시니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거 같습니다.

저는 이 또한 젊은 시절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가서, 특히 집에서 살지 않는 상황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0 입니다. 교회 가세요 물론 이건 아니지만, 그 나이 땐 뭘 'fix' 하려고 시도하려고 할 수록 더 좋지 않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부모님 말씀 듣지 않았고요...

 

저는 2학년때 주로 전공을 듣기 시작했는데 수업시간에 이해가 전혀 되지 않고 성적도 나오지 않아서 나름 맘고생이 심했던 게 생각이 나더군요. 아무도 조언해줄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지만 제 스스로 교수님들과 면담을 하면서 지혜를 좀 얻었습니다. 하루는 너무 우울해서 집에서 비틀즈의 Here comes the sun 을 어머니와 함께 들었는데 그 때 맘이 아주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지금도 힘들 땐 조지 해리슨의 목소리를 마음속에 떠올려봅니다. 결국 부모님의 역할은 거기서 끝이라는게 좀 슬프기도 합니다. 특히 그나이 남자애들은 뭔가 록스타적인 삶을 꿈꾸기 때문에 열심히 일개미하며 일하고 있는 아버지를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딱히 조언해 주진 마시고 집에 있는 동안 함께 운동을 한다던가 그렇게 같이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아드님이 스스로 깨닫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시고요.

 

ps. 개인적으로 이런 경우의 gap year 는 정말 피해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냥 시간낭비입니다. 그리고 루틴한 학교 일상도 적응못하는데 군대는 정말 아닌거 같네요... 

후지어

2023-12-22 11:23:01

재마이 님처럼 성적이 안나와서 맘고생을 하시고 교수님도 찾아가고 하면 걱정도 안하겠습니다만... ㅎㅎ

그마저도 안하고 손을 놓아버리고 문제 상황을 회피하려고만 하니까 제가 속이 상하네요...

함께 운동 하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잘 달래서 운동하는 루틴을 만들고 계속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재마이

2023-12-22 11:26:50

저도 친구들이나 부모님 앞에선 몰라 ㅈㄲ ㅅㅂ 될대로 되겠지 를 남발했었습니다. 속으로만 걱정했고요. 

저는 당구나 스타하면 맨날 돈만 뜯기는데 잘 못하니까 연습도 안하고 그만큼 남들처럼 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아드님도 잘 안되니까 그만큼 회피하려고 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어린시절엔 흔히 있는 일이고요.. 거기서 스스로 일어나가는게 남자의 아니 성인이 되는 길이겠죠. 어쨋든 지금 뭐라도 루틴을 만들어주는게 그나마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운전자상가

2023-12-22 11:19:11

National guard나 reserve 같은 파트타임 군대도 하나의 옵션 같네요.

후지어

2023-12-22 11:35:26

네 군대에도 마칭밴드 있으니까 거기라도 가고 싶은지 한번 물어볼게요. 감사합니다.

브룻이

2023-12-22 11:25:17

안녕하세요. 상심이 크시겠어요. 저는 애가 없지만 문제아(?) 동생을 부모처럼 돌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글 남겨봅니다. 저도 저희 동생이 미술을 하겠다고 고등학교때 그럴때 정말 열심히 지원했어요(포트폴리오 준비, 입시 학교별 전형 정리, 학원 찾고 상담가기 등등). 근데 글쓴분 자녀분처럼 마지막에 끈기있게 해야할때 힘들다고 그냥 아예 두손을 놓고 포기하더라구요. 결국 대학을 이상한 사진학과에

들어가게됩니다 (그림전공에서요^^;;). 그래도 저희 가족은 카메라 사주면서 지원했져. 근데 한학기도 전에 울고불면서 일진이 너무 많다며 못 다니겠다더라구요? 그래서 자퇴도 지원했어요. 그 이후에 공부를 하겠다고 반수를 합니다. 그동안 같은 독서실 다니면서 수학, 영어, 과학 직접 가르치면서 수학을 5-> 3등급까지 올렸는데 또 포기 막판에 하면서 수능 점수도 잘 못 받아왔어요. 아예 대학 지원도 안할려고 하더라구요? 제가 이젠 도저히 애가 폐인 될거 같아서 전문직 라이센스라도 딸 수 있는 전공 위주로 찾아보고 강제로 밀어붙이기로 생각을 바꿉니다. 저는 제가 직접 알아서 다 하는 성격이라 누가 억지로 시키면 비뚤어지는 타입인데 사람마다 다르더라구요. 


저런 의지약한 애들은 좀 억지(?)로 커리큘럼이 빡시고 밀어붙이면서 데드라인을 쪼는게 필요하더라구요. 애니웨이. 정시도 제가 지원해서 middle of no where 에 있는 간호학과 위주로 지원해서 두군데 합격 받습니다. 


이 고난이 끝난게 아니에요. 간호대 가서도 울고 불면서 못 한다하고 포기해서 결국 간호대를 때려치우겠대요. 도저히 안되겠어서 그러면 너는 너 알아서 해라 니인생이니.. 대신에 이제부터 니가 혼자 자립해야하고 집에서도 나가라. 아주 강경하게 나가니 자신이 보기에도 그게 더 답이 없었던지 결국 졸업하는데 (국시 볼 자격 미달 첫해 수업 하나 안들어감, 두번째해에 국시 합격) 간호사 못한다고 병원 마다 다 그만둡니다. 근데 돈 떨어지니 알아서 요양병원 찾아서 자기가 억지로 일하더라구요. 이런 친구들은 너무 자유를 줘도 안되고 풍족하게 돈을 주면 정말 플레이스테이션만 하고 노는 친구들이라서 좀 강경하게 대처하시는것도 방법이에요. 아무튼 저희동생이랑 아주 비슷한 성향인거 같아서 잘 대처하기를 바라요 ㅠㅠ 

후지어

2023-12-22 11:34:48

브룻이 님, 귀한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애만 그런 게 아니라는 데에서 위안을 얻네요 ^^

저 역시 브룻이 님처럼 다 제가 알아서 해서 저희 애가 더더욱 이해가 안가는 것 같습니다. 억지로 끌고 가면 저에게는 오히려 역효과였는데, 제 아들에게는 오히려 이게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규율이 강한 마칭밴드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시간표도 짜주고, 협박도 하고, 그렇게 강경하게 나가는 방안을 좀 찾아 보겠습니다.

알파카랑

2023-12-22 11:38:25

감히 상상이 안가는 답답한 마음이실 것 같습니다. 아이 본인도 충격을 받았다면 전문 카운셀러의 도움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후지어

2023-12-22 11:48:54

네 본인이 상담을 성실히 받으려고 하는지도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도부럽지가않어

2023-12-22 11:39:00

제가 군대/ 군인을 쉽게 보거나 도피처로 생각하고 말씀드리는 것도 아니라는 것과, 또 그렇게 보셔도 안된다는 걸 미리 말씀드리면서,

 

자제분이 어떤 instrument 를 연주하는지요? 위에 Marching band 라고 말씀하셨기에, 보통 marching band 에 들어가는 악기들은 군대, 특히 Army band 에 audition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음악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방법 중에 군대는 몇 안되는 옵션 중 아주 괜찮은 옵션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체력과 정신건강을 반 강제로 도모하면서, 고정된 수입을 가져갈 수 있고, 또한 군대에서 나오는 베네핏 까지 생각한다면, 뮤지션에게 이만한 직업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뮤지션들에게는 꽤나 competitive 한 직군이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자녀분께서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잘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이듭니다. https://www.bands.army.mil/

후지어

2023-12-22 11:44:56

네 유력한 옵션으로 얘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현재 마칭밴드에서 멜로폰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외 색소폰, 클라리넷, 플룻 등등 웬만한 관악기는 각종 밴드에서 다 불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shilph

2023-12-22 11:52:07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대학생 정도 되었으면 본인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대학생이 되고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독립을 했다면, 독립의 한자 뜻 처럼 "스스로 일어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모가 바로 옆에서 계속 "쪼아대지" 않는 이상, 어차피 멀리 떨어진 자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근본적으로 무언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후지어님도, 자녀분도 알고 계신데, 여전히 그렇게 "다 도와주신다면" 변화가 없겠지요. 그저 타인의 의견에 따라 흘러가고 의존하게 되는 것 뿐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그래도 아직 학생이고 부모에게 의존을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처럼 다 도와주시고 잡아주시면, 결국 마지막에는 그나마도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게 되지 않나 싶고요.

대학교 학점이라는게 받는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2점 미만이라는 말은 그냥 대충 다 F 라는 말입니다. 심지어 수업도 안들어갔는데 2점대가 나올거라고 믿었다면 그냥 무지한 것이라고 봅니다. 최소한 수업이라도 꾸준히 들어가고, 무언가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무슨 이유에서건 중간에 끊는다는 것은 의지도 의욕도 없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이리 강하게 이야기 하는 것은 후지어님도 "독한마음"을 먹고 정말로 강하게 나가셔야 하는데, 지금도 그냥 물 흐르듯이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 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계셔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자녀분에게 득이 되는게 아니라 독이 되는 겁니다. 감미로운 독이 든 사과를 계속 쥐여줘서 그냥 의지박약으로 남게 하는 것이지요.

 

만약 제가 같은 경우라면 카운셀러 상담에 한해서"만" 돈을 내주고, 나머지의 재정적 지원은 다 끊어버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번에 끊는 것은 어려울테니 일단 지금은 학비+기숙사비만 이번 학기까지 내주고, 모든 용돈은 중단하고 + 혹시 자동차나 다른 지원을 해주신다면 그것도 끊고, 그때까지 학점이 2.8 이상이 안되면 학비도 다 끊어버린다고 하세요. 그리고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도 말씀하시고요. 

만약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고 점수가 그 모양이라면 그냥 단칼에 자르셔야 합니다. 자식인데 어찌 그렇게 매정하게 하냐.. 라고 하시지만, 지금처럼 계속 하시면 평생 갈 겁니다.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에요. 돈이 없으면 사람이 뭐라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돈을 벌면서 거기에서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거고요.

 

사족일 수 있겠지만 덧붙이자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자녀분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후지어님과 배우자분의 의지도 중요합니다. 자식이니 조금이라도 더 돕겠다고 하면, 자녀분의 인생 역시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지난 18년을 후회하신다고 하셨지만, 지금도 나중에 후회할 삶을 이어가시는 중이라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금은 부모라서 도우실 수 있지만, 사회 나가서는 부모가 돕지도 못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지금이 마지막 남은 4년의 기회 인 것 입니다.

후지어

2023-12-22 12:00:39

강하지만 진정성 있게 해주신 말씀 감사합니다. 이 지경까지 왔으니 독하게 마음을 먹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 같습니다.

봄 학기에 성적을 포함 아주 구체적인 생활 계획을 짤 예정이긴 합니다. 다만, 달성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네요. 말씀하신대로 단칼에 자르는 게 과연 최선일지, 아니면 학교를 그만두거나 gap year를 가져야 할지, 군대를 보내야 할지, 취직을 하게 해야 할지... 이런 부분에서 함께 논의하고 조언하는 차원에서 도와주겠다는 것이지 재정적 지원은 당연히 최소화할 예정입니다 ^^

주누쌤

2023-12-22 12:00:01

어떤 말씀을 드려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을것같습니다만 그냥 살~짝 저같은 생각이 들어서 글을 남깁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나름 부모님이 엄하게 공부를 시키셔서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짝 감옥처럼 과외 당하고(?) 방에 시간정해놓고 못나오게하고 하면서 좋은 성적까진 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마음을 먹는다면 회복이 가능할정도로 했었습니다. 항상 하고싶은것도 모르겠고 없고했어서 그냥 딴거 할건없고 수능은 봐야하니 그냥 적~당히 하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던것같은데 지금생각해보면 수능전과 후 게임 시간이 별로 차이가없었던것을 생각하면 정말 무기력 목표없이 살았구나 싶습니다.

 

대학교를와서도 사실 대충대충 하다가 뭐 B ~ B+정도 학점으로 그냥 하고 적당한선만 유지하며 제가 놀고싶은대로 놀았던것같은데 당시 여자친구 (현재 와이프)를 만나면서 180도 바뀌었던것같습니다. 이 친구는 저를 미래 배우자로 생각하고 전적으로 서포트를해주는데 저는 대강대강 놀고있자니 너~무 미안하고 나도 이사람이랑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싶고 제대로된 직장을가져야겠다는 뚜렷한목표가생겨서 저도 같이 어울리던 (좀 노는거좋아하던) 친구들 다 갈아치우고 제가 정말 어울리기싫어하던 일명 범생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학점 올리는데 매진한 결과 4학년때는 전액 장학금 평균 A이상을 받으며 졸업하고 현재 나름 가족들 먹여살릴정도로 벌면서 사는것같습니다.

 

제 삶은 이랬구요. 지금 돌이켜보면 아드님과 저의 공통점은 두가지정도인것같습니다. 하나는 완벽주의 또 하나는 목표 (하고싶은것)가 없다 인것같습니다. 지금은 조금 어려서 당연히 그럴수도있다고생각은 합니다.

 

제가 살짝 완벽주의가 있어서 최고가 되지않을것같으면 하지말자 라는게좀있습니다 (모아니면 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 유해지긴했으나 항상 이거때문에 인생이좀 고달팠던것같습니다. 예를들면 나는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했다고생각했는데 (적당한정도) 학점이 B가나옵니다. 근데 저는 완벽주의기때문에 할꺼면 아예 끝장을내서 A또는 A+가 아닐것같으면 내 자존심이 이걸 하고있는것 또는 내가 열심히했다는걸 친구들에게 보여지는걸 치욕스럽게 생각했던경우가 많았었던것같습니다. 그렇기때문에 허탈감이나 포기를 잘하게되는것같아요. 또 A+를 하자니 굳이 뚜렷한 목적, 목표가없이는 이 단계가 너무 고통스럽고 포기해야할것들이 많을것을 알기에 애초에 시도조차 무서워서 안했던것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딱히 하고싶은게없어서.. 현재는 가족들을 잘부양하는게 삶의 목표라서 그에해당하는 최선을 다하지만 사실 이것말고는 승진이나 출세의 욕망도 없습니다.

 

아마 자녀분도 제가 걸어왔던 이 고통을 느끼고있지않을까싶습니다. 본인도 분명 속에서는 그리는 자신의 모습이있는데 무언가때문에 이룰수가없고 어려울것같고 또 그것때문에 무기력해지고.. 그게 조금 반복 될수도있지않나 하는 생각이듭니다. 밖으로는 괜찮은척하지만 아마 속에서는 자괴감이 끓고있을수도잇죠.

 

제가 드리고싶은.. 또 제가 지금 부모님에게 감사한 딱 한가지는 그것인것같습니다. 자녀분이 정신을 차리고 이제 뭔가 제대로 해볼려고 할때 그게 언제든 25살이든 30살이든 정신을 차렸을때 그목표가 무엇이되었든, 최소한의 역량은 만들어주는것이 부모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것같습니다. 저희도 엄~청싸웠거든요 공부안한다고 죽니사니 정말 많이싸웠습니다만.. 제가 23살쯤 정신차리고 공부를할수있는 습관과 어느정도의 역량이있었기에 다시 일어날수있지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저나 부모님이나 그냥 포기했었고 공부든 뭐든 놓았다면 많이 힘들지않았을까 부모님원망도좀하고.. 하는 생각이듭니다. 한번 자녀분이 무슨 문제나 어려움이 있는지 이야기도한번해보시고 열심히 잘해결할수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중요한것 까먹었습니다. 혹시 아드님이 예민하신가요? 그렇다면 잠 불규칙한거 정말 최악입니다. 무조건 잠은 충분히 규칙적으로해야합니다. 예민한사람들은 잠불규칙하면 기능을 제대로할수가없어요.. 또 좀 예민하고그렇다면 루틴이 규칙적이면 아드님이 삶을 더 편하게?살수도있어요.

후지어

2023-12-22 12:16:50

주누쌤 처럼 저희 애도 완벽주의, 자괴감 등을 갖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제 주위 사람들을 봐도 25이 되었든 30살이 되었든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게 되더군요. 다만 저희 애는 그 시기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 이렇게 조바심을 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잠에 대한 조언은 정말 감사합니다. 애가 많이 예민하고 잠이 불규칙합니다. 그래서 아침 수업도 빼먹고 숙제도 계속 밀리고... 그랬던 게 이번 학기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뭐든순조롭게

2023-12-22 13:12:05

저도 프레쉬맨 딸이 있어요. 너무 안타까워서 얼마전 아이한테 들은 얘기를 적어봅니다.  파이널시험대신 팀프로젝트(3명) 발표로 대신하는 과목이 있었대요. 팀원중 한명이 한국아이인데 준비기간에도 참여가 저조하더니 발표날 시간이 다되어가도 안와서 전화를 하니 그시간(오후1시경)까지 자고 있더래요. 다행히도 연락받고 앞팀 끝나기 직전에 도착해 무사히 발표는 했나봐요. 리서치가 부족하니 각 팀원에게 주어진 15분시간중 8분정도밖에 못했지만요. 이 아이가 학군좋은 고등학교의 발레딕토리안으로 졸업하고 입학한거래요. 대학와서 포커와 이것저것을 배워서 그거때문에 밤에 잠을 안잔대요.  피곤하니 자연히 학교생활이 엉망이 되고 그러다보니 성적도 떨어지고 그렇게 되겠죠. 자녀분이 지금 가장 시급히 고쳐야할게 뭔지 살펴보세요. 주위친구들 영향도 많을 나이니 이것도 보시구요. 뭔가 목표가 있어야할텐데 이건 사실 그나이에 갖고 있는애가 드물긴해요. 학교에서 일자리를 찾아 새로운 경험과 사람을 만나는것도 좋을거같아요. 그리고 7과목은 좀 많지 않나요?

후지어

2023-12-22 14:06:29

전부 음대 수업이고 1-2학점짜리도 있지만 7과목은 많지요. 거기에 가을학기 마칭밴드까지. 학기 시작 전 당연히 말렸지만 듣지 않았고 제가 좀더 강하게 말리지 못한 게 후회스럽습니다. 발레딕토리안 학생도 잠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 하는 얘기를 들으니 잠만큼은 규칙적으로 자도록 해야할 것 같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푸른바다

2023-12-22 13:22:13

18살이라면 드롭아웃이 되더라도 앞으로 18년간 놀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도 고작 36살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패하고 몇년을 낭비하고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충분히 어린나이라서 딱히 걱정할게 있나 싶습니다. 어른으로서 성숙되어가는 과정은 누가 대신해줄수 없습니다. 스스로 시간을 통해 어떤사람은 빠르고 어떤사람은 느리게 갑니다. 자녀분이 벌써 어른인데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것 같습니다. 각자의 인생의 이야기는 본인이 스스로 써가는 이야기입니다.

후지어

2023-12-22 14:19:29

지금까지 그런 마음으로 아이에게 많은 것들을 맡겨 놓았는데, 과연 그것이 이 아이에게 최선이었나 하는 회의가 들어서 이렇게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푸른바다

2023-12-23 10:22:15

자녀분은 성인으로서 아이가 아닙니다. 부모가 대신 해줄수 있는건 없습니다. 학교를 대신 갈 수도 결혼을 대신 할 수도 직장을 대신 다녀줄 수도 없습니다. 마약중독이나 정신이상으로 스스로 판단 할수 없는 정도로 삶이 망가졌다면 그것도 주위에서 도와주는것이 아닌 전문 시설에 도움을 청해야하죠. 

shine

2023-12-22 13:54:24

일단 지금 후지어님의 마음상태를 헤아리기에 위로의 말부터 드리고 싶네요. 자식키우는게 인생에서 제일 힘들고 어떨때는 그거 하나만 해내도 사람으로서 도리를 다 했다는 말이 실감날때다 많습니다. 물론 그래서 꼭 아이를 낳아 키우라는 말은 아니니 다른 분들은 오해하시지 말기 바래요.

 

대학에서 학부생들 가르치고 책쓰고 논문쓰면서 밥벌어먹는 사람입장에서 2가지 이야기 해 드리고 싶어요. 

 

1. 원론적인 "책임"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분들이 이미 잘 해 주셨으니 전 좀더 실무적인 말을 해 볼까 합니다. 원글에서 주어진 정보로 "유추"하기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2가지 있습니다. 음악 전공이고 수업이 무려 "7"개 였다는 점이요. 이 바닥 짬밥으로 추론하건데 자녀분께서는 1학년 1학기때 누구나 수강해야 할 교양필수 과목과 함께, 음악전공자가 수강해야 할 수업을 더하여 7개의 강의를 수강했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음악관련 수업보면 1,2학점짜리가 많죠. 아마 그래서 7개의 수업이 된듯 한데, 18세 학생에게 솔직히 이거 말이 안되는 load라 봐야 합니다. 아무리 1학점짜리라도 개별수업이기 때문에 학생입장에서는 7개의 서로 다른 수업을 manage해야 합니다. 30년전 제가 학부생일때 18학점을 수강해야 하고 모든 수업이 3학점인 시스템이었는데, 그럼 6개의 수업을 동시에 수강하는거죠. 돌이켜보면 이렇게 만들어놓고 학생들이 각 수업에 다 performance를 내기 바라는건 pedagogy측면에서 미친짓이라 생각합니다. 그걸 다 해내는 학생이 아웃라이어라는 겁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거의 99%의 학생이 4학점 수업 4개 =16학점을 학기당 취득합니다. 그 4개도 manage못해 나가떨어지는 학생 수두룩입니다. 지난 10월에 advising meeting에 course withdrawal form에만 4번 싸인했습니다. 4명의 학생이 수업 하나를 drop했다는 거죠. 

 

자식분이 왜 따라가지 못했는가를 생각하시면서 아울러 현재 다니는 학교의 학제가 자식분에게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중서부 주립이면 student body 2만명은 가볍게 넘길텐데 그런 학교에서 1학년 수업 아마 200+ size 가 수두룩일거요. 이런 수업 중간에 안나온다고 그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아요. 

 

만일 다른 형태의 대학을 고민하신다면 자식분이 힘들어할때 손이라도 내밀어 줄수 있는 학교를 부모가 미리 알아보시는것도 방법입니다. 18세의 1년은 긴 인생에서 아무거솓 아니거든요. 저라면 liberal arts college포함 여러형태를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LAC(liberal arts college)에서는 학생이 3회이상 빠지면 alert가 들어가고 학교에 report하게 되어있습니다. 최소한 왜 그러는지 알수 있고 그에 따라 부모가 대처할수도 있어요. 18세 "애"어른한테 이렇게 하는게 맞는가 아닌가를 떠나 그냥 방치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봐요. 

 

2. 이건 짧게 제 이야기인데요. 제가 후지어님 자식같았습니다. 저는 무려 2학년 2학기때까지도 개x반으로 학교생활했습니다. 부모님이 오죽 화나시면 6주 군대 훈련마치고 남들은 자식 고생했다고 부둥켜안고 우는데 저희 부모님은 2학년 2학기 1.6x 성적표를 들어와서 "이게 뭐냐"하시더라구요. 당연히 졸업하고 석사간다니 주변선후배들 "xx가 대학원에 간데"라고 믿기지 않는 눈초리에 2년뒤 유학간다니 더더욱 믿기지 않았던지 어떤분은 지금은 폭파된 싸이월드 제 방명록까지 오셔서 "난 아직도 니가 공부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라고 적어놓고 가셨습니다. 다 추억거리죠.  하고 싶은 말은,, 인생은 길고 후지어님 자식분은 후지어님같은 좋은 부모가 있기에 크게 걱정안하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힘내시기를. 

 

 

후지어

2023-12-22 14:25:40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먼 훗날 저희 애 역시 Shine님처럼 한 명의 성인으로 제 몫을 잘 해나가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저희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애 성향이 LAC에 맞을 것 같다고는 생각했습니다. 다만 현재 주립대학이 같은 도시에 있고 학비도 싸고 장학금도 주고 음대는 최고이고... 이런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선택을 했습니다. 애는 작년 이맘 때 동시에 붙었던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에 미련을 가지고 이번 한학기 생활한 것도 사실이구요. 뭐, 지금같은 생활 태도이면 버클리 음대이든 LAC이든 어떤 곳도 애를 구제하긴 힘들 것 같긴 합니다. 애랑 잘 얘기해보고 어느 정도의 구속이 합당한지 합의점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poooh

2023-12-22 15:17:06

아  정말  이분 말씀에  +1000  동의 합니다.

전에 저도 한학기 과락을 당해봐서...  ㅇㅎㅎㅎ 

 

그때에는 제가 정말 바보 같고 루저 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생각해보니...  이분 말씀이 다 맞는 것 같습니다.

학생마다 본인하고 더 맞는 학교가 있고, 대학에서의 학점은  공부도 공부지만,  management 라는 걸 아주 뼈아프게 알았습니다.

그리고 학교 마다 성적에 아주 짠 학교 부터  아주  유연한 학교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립대나 퍼블릭 education을 선호 하지 않습니다.  주립대가 싸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함에는 의의가 없으나, 

과연 그 학생이 얼마나 성공 하느냐는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지 학교는 그다지 관여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주립대 졸업생들은 학교에 그다지 정도 없고

도네이션도 그리 많이 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맞는 학교를 찾아 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 생각 하고, 아주 쉽게 쉽게 시작을 하는 것도 바람직 하다 봅니다. 

 

 

fleabass

2023-12-22 13:54:56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1. 아이와 상의 후 학업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2. 학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아이 앞으로 학자금 loan을 받으시고 해당 loan은 졸업후 아이가 갚도록 하시구요. 하교 생활 일체에 관여를 끊고 스스로 하도록 두세요. 조언을 구하거든 조언은 해주시되 결정은 해주지 마시고 본인이 알아서 하게 하세요.

3. 경제적 지원은 기숙사비 및 굶지 않고 먹고 사는 정도로만 타이트하게 지원해주시고, 기타 비용 등은 본인이 파트타임 잡으로 충당하도록 하시구요. 

4. 경제적 지원 여부도 기존에 장학금 지속 기준 처럼 학점 얼마 이상 넘지 않으면 끊으신다 하시고 실제로 끊으시길 바랍니다.

5. 학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혹 앞으로 얼마간의 과정을 거쳐 실패하게 되더라도 2-4에 걸쳐 실패하게 두시길 바랍니다. 실패가 없는 인생은 완전한 인생이 아니라 그만큼 도전이 없는 인생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집 밖에서의 과정 (학교, 사회)을 오롯이 주도하고 체험토록 하시고, 계획도 본인이 알아서 하도록 두세요. 그리고 실패해도 돌아와도 언제는 기쁘게 집에서 기다리겠다고 얘기해주세요.

후지어

2023-12-22 14:28:48

"실패해도 돌아와도 언제든 기쁘게 집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씀이 와 닿네요. 제 마음은 그렇지만, 막상 애한테 얘기하려면 좀 오글거려서 자주 못해준 얘기이긴 합니다 ㅎㅎ

extreme

2023-12-22 14:03:51

본인이 학교를 꼭 가려고 하는게 아니라면 봄학기에 다시 학교를 보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집에서 계획을 잘 세워줘도 아이 생각이 변하지 않는이상 그 계획은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저도 대학때 헤매고 쉬면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여러개 했는데 그려면서 느끼고 배우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 이후로 제 의지로 복학하고 졸업했구요. 


글을보면 이런저런 옵션들을 생각하시는데 이거 하라고 하시기 전에 먼저 아이와 대화해 보시고 그 옵션들을 스스로 생각해보게 도와주시는건 어떤가요?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본인이 생각한게 아니면 그냥 부모님이 하라고 한것이니까요.

 

본인이 별 생각이 없거나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재정적인 지원을 끊고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지어

2023-12-22 14:29:38

옵션을 제공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도와주는 것,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playoff

2023-12-22 14:12:47

주위에 비슷한 케이스가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을 드립니다.

더 늦기전에 성인 ADHD 검사를 받아보시고 맞다면 약물 치료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위의 많은 분들께서 조금은 충격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하기를 원하시지만 저의 의견으로는 이정도면 전문 검사를 먼저 받는 것이 순서라고 보입니다. 

후지어

2023-12-22 14:34:02

저 역시 약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개인의 의지로 극복하도록 둬선 안된다 라고 믿고 있습니다. ADHD 검사를 적극 검토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ainman

2023-12-22 14:19:42

완전 학창시절의 저를 보는것같네요.. 좋아하는 과목은 4.0 받고 싫어하는 과목은 수업 안가고 파이널 보기싫어서 그냥 놓아버린적도 몇번 있습니다. 전 그때 제 자신한테 문제가 있는줄 알았어요. 한참 지나고 서른이 되서야 제가 ADHD 라는걸 알게되었습니다. 높은확률 아니 99%이상 ADHD 로 의심됩니다. 일단 자신을 잘 파악하고 ADHD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는게 중요해요. 전 게임중독때문에 20대가 날아갔어요. 대학 졸업하고 5년동안 폐인생활 했었구요. 휴학을 하던지 학업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는방법도 있구요. 여유를 가지고 ADHD를 받아들이고 필요하다면 약물치료도 병행하시고 극복하고 살아가는게 중요합니다. 전 엔지니어고 200k 가까이 벌지만 아직도 struggle중이에요. 회사도 몇번 layoff당했었구요. 꼭 공부가 답이 아닐수도있어요. 성공 할수 있는 길은 많아요.

후지어

2023-12-22 14:55:43

ADHD라고 알게 되면 자신을 잘 파악하게 되는 장점이 있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제 아이가 이 시기를 잘 보내고 Rainman님처럼 어엿한 성인으로 제 역할을 해내길 바랄 뿐입니다.

여행사랑

2023-12-22 14:28:01

후지어님 얘기를 듣고 참으로 미숙했던 아주 오래전 제 대학1학년 생활까지 돌아보게 됩니다. 한국 입시제도가 고등까지 열심히하고 대학가서 실컷 놀자 주의라 대학 가자마자 경험해보지도 못했던 자율에 맡겨진 삶에서 뭘해야하는지도 모르면서 우와좌왕하다가 1학년을 보냈던거 같아요. 말 그대로 뭘 몰랐는데, 그 와중에도 열심히 학교생활하고 학점 잘받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4년 장학금을 약속받고 입학했던 대학생활에 1학년 B 학점 유지를 못해서 모두 취소되었던 그 악몽이 생각납니다. ㅜ.ㅜ

다행히 한국 등록금은 미국과 비교안될 만큼 적긴하지만 형제들도 많았고, 그 당시 부모님에게는 대학등록금이 만만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빠가 참 보수적이고 항상 무서웠던 분인데, 항상 했던말이 "대학은 앞문으로 들어갔다가 뒷문으로 나와도 반드시 가야할 곳이고 무사히 졸업해야한다" 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고, 그때는 그말이 황당하고 듣기 싫었는데, 이제 제가 나이가 들어 돌아보니, 그 나이에는 실패라는 단어가 붙을 수 없는 것이라는게 지금 돌아보니 맞는 얘기 같습니다.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한다는 말보다는 그 나이에 경험해야할 일들이 좋은 일이던 안좋은 일이던 그 아이가 나중에 겪을 삶에 비하면 가치있는 경험이 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2학년 때부터는 주위를 살폈던거 같습니다. 학교에 충실하고 학점을 잘 받는 아이는 어떤 생활을 하는지 보게되고, 저보다 1학년때에 더 학점을 못받았던 친구들도 보면서, 중요한건 우리 모두가 비슷한 수준으로 입학했던 아이들이였드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보다도 한국은 정말로 비슷한 성적의 아이들이 같은 곳에 모이게 되는데, 어떻게 대학생활을 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장학금 받고 들어왔다가 나보다 못한 학점으로 동일하게 장학금이 취소된 애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다시 재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후지어님 아이의 생각이 제일 중요할거 같아요.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재정에 대한 너무 큰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요.. 제 장학금 취소되었을때 처음 든 생각이 아빠한테 맞아 죽겠구나.. 했는데.. 너무 뜬금없게도 아빠는 등록금 얘기보다는 앞으로 B 학점을 받기위해 노력하라고 해줬습니다.

후지어님 아이에게 다음학기에는 가능한 최소한의 수업을 듣게하고 무리하지 않게 스케줄을 함께 짜서 가능한 오전 수업은 받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리 노력한다고 다짐해도 한순간에 마음만으로 습관이 고쳐지지 않습니다. 최소한 학점을 듣게하고, 가능한 오후 수업으로 해서 아이가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으면 그 후에는 자율성이 생기게 되고 자신감도 붙을 수 있을거 같아요. 만약에 어린시절 저에게 "실패"했다고 그 어린시절 부모님이 너무 심각하게 걱정했다면 아마 저는 어떻게 그 시절을 보냈을지 상상하기도 힘이 듭니다.

일단 아이가 잠자는 습관에 문제가 있으니, 그 습관을 고쳐가되 피해를 최소한 할 수 있게 오후 수업을 듣고, 듣는 수업에 힘이 부칠 경우에 과외도 하면서 극복하는 길을 제시해주면 어떨가 싶어요. 자신감이 생기면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거예요.

후지어

2023-12-22 14:58:07

실패에 대한 말씀 소중하게 잘 듣겠습니다. 정말, 18살은 '실패'라는 딱지를 붙이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이지요. 내년 봄학기에는 자신감, 성공에 대한 경험 이런 것들을 경험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PreciousFriend

2023-12-22 14:36:06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 백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도 대학교 1학년을 통째로 날려먹었는데 2학년때부터 올에이 맞고 졸업하더군요. 심지어 기숙사에서 파티하다가 불까지 냈었고 성적은 1.2인가 였던걸로 기억하네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앞선 사람(?)과의 만남이나 교제일 것 같습니다. 단정하여 말할 수는 없지만 너무 바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닌가 합니다. 이미 대학교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을 만나서 좀 더 먼 미래를 본인이 계획하고 그려볼 수 있다면 현재에 일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누가 저한테 ADHD 냐고 하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요 또 내가 그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나중엔 더 게을러지는 핑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구요. 자녀분이 무슨 일이든지 오랫동안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저는 ADHD라고 생각 안할 것 같아요..

후지어

2023-12-22 15:12:18

그냥 공부하는 학과를 갔으면 동기부여가 안되었다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본인이 바득바득 우겨서 들어간 음대에서 이런 성적을 받아오니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감을 잡기가 힘듭니다. 그나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애는 관악기 연주하는 게 좋아서 음대를 갔는데 각종 이론, 청음, 피아노 이런 수업을 듣게 되니까 흥미를 잃었다, 이 정도인 것 같은데... 이러면 앞으로도 졸업은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드는 것이지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 이런 방황의 시기를 거치고 다들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걸 보면, 내가 애의 가능성의 싹을 너무 일찍 자르려고 하는 건 아닌가 그런 고민이 들고 있습니다. 좀더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너무 사이가 벌어져도 안될 것 같고, 그러려면 재정 지원을 너무 매정하게 해서도 안될 것 같고... 디테일에서 고민할 것들이 너무나 많네요 ㅠㅠ

작성

2023-12-22 15:32:50

저희 아이와 비슷하네요. CD 시들시들을 첫 학기 때 받아왔지요. 18살이라고 해도 아직 자신을 직접 경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분 그냥 놔두면 실패, 아니 참패합니다. 결국 어느 정도 부모님이 함께 카운셀러와 상담하는 것을 강추합니다. 왜냐면,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카운셀러가 대신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제 3자의 입장에서 상담하기에 부모와 아이가 보지 못한 부분도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학교 카운셀러만 잘 써도 C는 면하더라고요. 그러면 그 다음 학기는 괜찮았나?  당연 또 똑같은 실수를 하더군요. 그래서 중간고사 마치고 또 카운셀러 만나고 부모가 자꾸 관심 가지고 봐주니 좀 낫더라고요.  그러면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1년 정도 하면 그 다음에는 그래도 뭔가 이해(?)를 해서 스스로 하더라고요.  저도 1년만 더 이렇게 해보고 갭이어 가지라고 할 생각이에요. 


중요한 것은 부모님 욱 하는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이게 이 게임의 승리의 비결입니다. 그래서 전 무지 걷습니다. 그러다 안되면 무지 뜁니다. 그랬더니 달리기 선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렵겠지만, 그래도 아직 기회가 있어요. 그리고 막말로 대학 좀 실패해도 인생 실패는 아니니 염려마세요.


잘 하고 계십니다. 토닥토닥 응원합니다. 모든 부머님을!

후지어

2023-12-22 23:39:18

학교 카운셀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해보았군요! 언젠가는 마라톤에 도전하시길 기원하며 조언 감사드립니다~

지지복숭아

2023-12-22 15:34:24

가난한 예술가라... 가난한 예술가라 함은 기본적으로 능력 부족인 예술가라 생각합니다.

저는 디자인전공이라 순수예술은 아니고, 남편이 클래식 음악 석사하고 사는데 저는 90-100k 정도 수입이되고 남편은 150k 정도 되는데 아주 잘버는 사람들 눈엔 아무것도 아닌거 같겠지만 미국 미디언 인컴에 비하면 먹고사는덴 지장없습니다. 그리고 15세기에도 팬티랑 옷은 입고 살았고, 21세기 인공지능이어도 다들 팬티 양말 옷은 입고 살더군요. 음악도 듣고요. 인공지능이 옷을 만든다고 하는데, 과연 그럼 바지에 민망한 끼임 이런건 우쨰 해결해줄런지..ㅋ

 

거두절미하고 가난한 예술가=집에서 어느정도 도움이 되니 홈리스도 안살아도 되는 애들, 아니면 대부분 예술 전공들은 먹고 사는거에 치여서 학부때 3-4학년때부턴 무료 노동(..)하러 인턴이니 온갖프로젝트를 다 하며 사는게 평범했습니다. 오히려 예술전공은 작품하나를 만드는게 실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원하는 구상이나 기대치가 높아 몇날몇일, 길게는 한달씩 밤을새고 거의 거지꼴로 교양 수업들으러가면 교수님들이 미안해 하실정도였습니다. 여기에 학교장 추천으로 취업하고 싶음 정말 교양수업도 기를 쓰고 학점 받는애들많고요... ㅋ 그리고 예술 전공은 학점이 그냥저냥이면, 보통 취업이나 공모전과 실제 사회 경력을 쌓는다고 기를 써서 성적이 낮은 경우 아님 정말 나몰라라 하고 사는 친구들이 낮게 받았습니다.

 

근데, 졸업하고 10년차쯤 되어보니 그런 친구들이 자기만의 속도로 예술을 파면서, 인스타그램 이런곳에서 굉장히 주목을 받으며 동기들중에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예술가가 된 친구도 있고. 거의 낙제하던 영국 친구는 이제 소더비에 나올정도로 성공한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예술이라는게 무조건 열심히 잘하는 학생들은 거진 100프로 안정적인 직업이나 혼자 먹고 살기 지장없을 프리랜서 일이나 삶의 기술, 태도를 배우는 반면에 낙점하는 애들중에서도 잘먹고 잘 살고, 아니면 아예 때려치우고 자신의 성향을 받아들여 회계사가 된 애들도 있습니다. ㅋ그러니 한번 진지하게 지금 진로를 생각해라고, 함꼐 진로도 찾고 전문가와 대화도 하면 어떨까요?

 

저희 남편은 비올리스트인데, 남편은 헝가리 벨기에를 거쳐 미국에서 석사를 두번이나 했습니다. 두번다 학교에서 올 장학금이었고, 한번은 학교에서 내세울만한 졸업생이 필요하다 해서 정말 얼굴만 내비추고 석사받았습니다. 교수진이 제 남편 친구거나 남편과 같이 일하는 직장동료..ㅋ 였습니다. 근데 남편이 하는말이, 교양이나 이론을 어느정도 알긴 알아야하는데 그게 그렇게 하기싫음 압도적으로 연주를 잘하고, 성실히 시간맞춰 오케 단원들에게 누를 안끼치고, 인간관계 정치질을 잘하며, 약속한 연주 알바/레코딩/콘서트에 펑크내지 않는 책임감, 나이대에 상관없이 그 누구나 가르칠수있는 선생이자 연주자로서의 가르침?이있으면 수업 점수가 뭐같아도 교수들이 추후에 연주하며 얼굴 마주칠테니 점수를 잘 주는 편이라고 합니다. 옆에 남편한테 물어보니, 부모가 물어보면 연주자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음악하는 애들은 연주만 하다보니 말로서 자기를 표현하는데 어려움도 겪으니 이 방면에 이골이난 음악 전문 선생, 코치, 연주자와 상담하고 문제점을 부모님이 듣는게 어떨까..하네요. 저희 남편말로는 미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유스 심포니, 미국 탑급 음악대학 들어가는 애들보면 연습으로 이 경지까지 끌어올린애들은 솔직히 음악인보단 관련 특기를 살려 다른 전공을 하며 매니지먼트일을 하면 잘될거같고, 연습이나 정신머리가 안되서 실력은 떨어지는데 막상 재능이 특출난애들은 부모님의 엄청난 서포트가 있다면 연주자로 먹고사는덴 문제가 없다네요. 

참고로, 온갖 인공지능이니 뭐니 해도.. 심금을 울리는 음악, 유명 팝스타 콘서트 배경 음악, 넷플릭스 속 배경 음악, 심지어 벨소리, 요가 명상 소리 조차 음악인을 필요로해서 남편생각엔 아마 능력만 있다면, 평생일할수있다고 하네요. 이 업계내에서도 잘버시는 스타급은 당연이 말해뭐해..하는 연봉이시고요. ㅎ 회사원이 되거나 다른 직업들도 몇몇 직종 말고는 아주 높은 연봉을 받거나 장기적으로 일할수있는 직업은 한정적이니, 아이와 잘 이야기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전 다시 돌아가면, 의류 디자인 안했을거같아요..^^ㅋㅋ 디자인일이라는게 비슷한 점도 많은데 왜 하필 저는 그떄 의류를 한건지.. 그떄 잘 아시는 분들이 오지랖부려서 절대하지말라고, 떠오르는 ui/ux 하라고 해서 전공을 바꿨다면 좋았을텐데 ㅠㅠ 하는 30대의 넉두리였습니다..ㅋ

 

후지어

2023-12-22 23:43:06

애가 어릴 때부터 따르던 악기 선생님과 계속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지복숭아님 조언처럼 그 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 같네요. 음악가 남편분의 생생한 말씀을 전해주셔서 많이 감사드립니다.

Candlelight

2023-12-22 18:27:36

성인 ADD로 고생해본 제 경험으로는 약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해야하는 양 자체가 많지 않아서 좀 비효율적으로 공부해도 괜찮았는데, 대학에 올라가서 공부할 것도 많고 시간 관리도 잘 해야하는 부담에 굉장히 좌절을 겪었어요. 제 경우에는 ADD가 집중을 오래하면 뇌의 불이 훅 꺼지는 증상으로 나타나서 결국 버티다 버티다 2학년이 돼서 우울증으로 문제가 나타나더라고요. 그 이후로 휴학을 한 뒤 약 먹고 상담을 받아서 어렵사리 생활 습관을 고치고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약을 추천하는 이유는 일단 약을 복용하면 집중력이 정말 스스로 느껴질 정도로 개선이 돼서 같은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건데도 훨씬 효율이 좋더라고요.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약 먹을 필요가 없어져서 그 이후로 약 없이 잘 살고 있어요. 약이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닌데 제 경우에는 식욕이 저하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서 덕분에 다이어트도 잘했습니다 ^^;; 물론 약 자체가 해결책인 건 아니고, 정체되어있는 상황에서 첫 길을 뚫어주는 정도의 효과로 보셔야해요! 제일 중요한 건 제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일을 미루지 않고 매일 조금씩 계획을 짜서 해결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는 거니까요.


대학생 쯤 되면 알아서 해결해야한다고 말씀들 하시지만 사실 전두엽은 24살까지 아직 완전히 성숙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요. 많이 힘드시겠지만 자녀분이 제 길을 찾을 때까지 조금만 더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후지어

2023-12-22 23:45:34

저 역시 약의 도움을 받는 것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봄학기 관련해서 이러저러한 약속을 받고 주 단위로 체크를 하고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보고서도 문제가 지속된다면 의사를 만나보는 걸 적극 고려해볼까 합니다. 귀중한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No설탕밀가루

2023-12-22 18:38:53

자녀분이.. 저보다 훨씬 나으십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학교 1학년 1학기…. 올 F맞으면 학비 돌려준다는 헛소리를 듣고.. 2과목 D받은것도 교수한테 이메일 보내서 올 F 받았습니다 당연히… 학비는 못돌려받았구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미국에 와서 대학 들어갈라고 성적 증명 띠니까 F는 안나오더라구요? 그래서 1학년 1학기는 그냥 blank…?)  그리고 2학년때부터는 맘 잡고 장학금 받으면서 학교 다니다가 미국행..

우선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고등학교 한창 공부 해야할때 저도 음악한다 요리 한다 등등 딴길로 많이 샛지만 지원해 주셨고 하지말라고만 안하시고 그저 믿어주셨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원망 하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선택한 일에 대한 일은 저에게 책임도 따른 다는 것을 몸소 배웠어요..

결국 늦은나이 미국 와서 쌩고생 하며 ESL부터 시작해서 피터지게 공부 했습니다 (그때도 이렇게 공부했음 서울대 갔을거라며ㅋㅋ)

후지어님 자녀분도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 입학하실 정도면… 본인이 맘잡고 다시 시작할때까지.. 믿고 기다려주세요 네.. 그동안 속 터지고 배터지고 힘드시겠지만 ㅠㅠㅠ 

저를 돌아보면 저희 부모님도 정말 힘드섰겠구나를 새삼 느낍니다;;; 그래도 끝까지 믿어주시고 기도해주시고 응원해 주신점에 너무 감사드리고 그래요 

자녀분이 맘 먹는 그때에 훌륭히 잘 이겨내시고 해내시고 멋진 분이 되실거라 믿어요 :)) 



후지어

2023-12-22 23:51:00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선택한 일에 대한 일은 저에게 책임도 따른 다는 것을 몸소 배웠어요" 이렇게 저희 아이가 느끼길 바라는 게 제 뜻입니다. 그래서 별로 푸쉬한 것도 없고 아이의 결정에 웬만하면 따랐지요. 오늘 저녁에 얘기를 좀 했는데 본인도 봄 학기에 뭔가 각오를 다지긴 했습니다. 이 경험이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귀중한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Gooner

2023-12-22 20:51:43

조금 늦게 철들어서 20대 중반에 대학에 진학한 케이스입니다. 지금은 고등학생 큰아이를 둔 입장에서 후지어님 걱정이 이해됩니다. 저를 지원해주시고 기다려주신 부모님께 늘 감사한 마음 가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제 부모님, 가난으로 국민학교에서 더 배움이 멈추셨고, 더 배우실 상황이 안되셨기에 저에 대한 실망이 엄청  크셨을거 같에요. 솔직히 제 아이가 저같은 길을 갔다면 전 아이에게 어떤 반응이었을지 잘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시는거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전 잘 모르겠습니다. 부디 힘내시고, 사랑으로 격려해주시길 바랍니다!

후지어

2023-12-22 23:54:38

저희 애 역시 지금 대학 공부를 멈춘다고 해도 20대 중반쯤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다시 뜻을 두는 그런 미래만 되어도 저는 충분히 만족할 것 같습니다. 기다리면서 사랑으로 격려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츄츄

2023-12-22 23:24:53

악기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학 초년생이 7과목을 듣는것이 일빈적인가요?

제가 대학을 다닐때는 대부분 3~4과목 듣는 학생들이 많았던걸로 기억하는데...

꼭 full-time status를 유지해야 되는것이 아니면 다음학기에는 2~3과목만 수강하며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을 조금 가져 보는것은 어떨까요?

후지어

2023-12-22 23:56:30

1, 2학점 짜리도 있어서 그렇게 듣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완전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 학기인데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봄 학기에는 과목을 좀 줄이고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기로 대략 얘기를 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것들 역시 앞으로 이야기 하면서 계획을 세워봐야 할 것 같아요. 조언 감사합니다.

달라스초이

2023-12-23 00:25:12

후지어님의 맘씀이 걱정되어 잠시 글을 남깁니다. 다른 분들이 좋은 말씀 해주셨으니.. 그저 저의 의견만 몇가지 남길께요. 자제분이 대부분의 관현악기를 다 불줄 안다면 굉장한 달란트를 가졌네요. 잘 하는 것을 중심으로 칭찬해 주세요.  나무라지 마세요. 따져 묻지 마세요. 자녀분과 시간을 함께 가지시되, 이것저것을 부모님 입장에서  물어보듯이 시간보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답답하시겠지만 그냥 부모님 의견을 (가급적 편한 어조로) 말씀하세요. 부모님 미국생활에서 고생하셨던 얘기도 해주세요. 저도 딸 아들 키우며 17-20세 즈음에 아빠의 입장을 강하게 전달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제 생각이 반드시 옳았다고 생각되지 않더라구요.  또 하나 자녀분의 1학년 대학 성적은 어떻게 아시게 되셨나요? 자제분이 먼저 부모님에게 말씀하신건가요? 아니면 부모님이 자제분께 물어 보셨나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도 궁금합니다만, 저의 경우는 아이들이 대학 졸업을 하는 4학년이 되어서야 제가 물어보았지, 그 전까지는 아이들의 성적을 물어본적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자녀분을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시고, 자주 껴안아주세요. 부모님의 사랑을 자녀분도 몸소 느끼게 될겁니다.

후지어

2023-12-23 13:32:44

나무라거나 묻기 보다는 내 의견과 경험을 이야기 하라는 말씀 잘 새겨 듣겠습니다. 학기 초에 student portal에 저도 로그인할 수 있게 세팅해 두었기에 성적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어기영차

2023-12-23 12:01:14

위의 많은 분들이 여러 말씀 주셨으니, 저는 후지어님과 배우자분의 마음고생을 위로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자제분께서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리라고 믿습니다.

후지어

2023-12-23 13:33:00

위로에 감사드립니다. 늘 평안하세요~

DorkusR

2023-12-23 12:30:05

혹시 여건이 되어진다면, 한국이나 일본 데학으로 교환학생 한번 보내보세요. 특히 일본은 음악을 잘 하고 하면 써클 활동도 하면서 사람들과 잘 친해지고 많은 교환 유학생들과 해외 유학생과도 친목이 쉽게 이루어져서 일단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영어권 우대 경향이 있어 뭔가 아드님이 하고 싶다는 의욕이 쉬울수도 있어요. 한번 고려해보세요. 지금 삶이나 헉교 생활이나 인간관계가 좋아야 앞으로도 힘든 인간관계 그런거 있슬때 대처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십대는 젓가락만 굴러가도 웃는다" 라고 할 정도로 긍정적이고 조그만 일에도 더 즐거워해야 할 나이인것 같아요. 쉬기 보다는 일단 환경을 바꿔서 대학 생활을 시도해보면 어떨까해서 답글 올려봅니다.

후지어

2023-12-23 13:34:27

교환 학생도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본인도 일본을 좋아하니까요. 봄학기에도 지금 학교에 적응을 힘들어 하면 gap year보다는 이렇게 1년을 보내보는 방안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Oneshot

2023-12-23 16:22:16

경험이 적을수록 무리하게 (할수있을거 같아서) 스케줄잡았다가 스트레스받으면 다 놔버리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잠수타는 경우도 많고요. 아드님이 특별히 이상한건 아니니 스스로 감당할수 있을정도를 계획할수 있게 도와주시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본인이 100% 노력하면 할수있을거 같지만,  그건 본인 생각이고  닥치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믿지 마시고 70% 정도의 능력으로 힐수 있게 조정해 주는게 필요한거같아요. 

Melody

2023-12-24 01:17:16

제가 아드님이랑 똑같은 성향이었는데 조용한 adhd였어요. 머리는 나쁘지 않아서 대학 졸업도 하고 취직도 하긴 했는데요, 꼭 adhd가 아니더라도 이미 의지의 영역을 벗어난 일이라 (그런 패턴이 뇌에 이미 각인 된 프로세스가 되어버리는 데다가 반복 된 실패 경험이 실패자로서의 자아상이나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치거든요.. 우울이나 불안도 동반 되구요. 이게 성적만 놓으면 차라리 다행인데, 일상에서 재미 없고 부담 되는 것들을 내 앞에서 다 치워버리게 됩니다. 예를 들면 장기적인 인간관계.. 세상에 내가 관심있고 재미있어 할만한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럼 내가 해야할 과업은 둘째치고 그런 활동만 주로 하게 되죠.) 상담이든 약물이든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한 번 자녀분한테 진단을 받든지 카운셀링을 받아보자고 (드라이하게) 설득 해 보세요. 의외로 이런 게 신체적 문제인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강하게 나가지는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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