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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寫談), 영정

오하이오, 2018-11-03 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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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portrait_01.jpg

이웃집 한 벽에 부부의 양가 가족 사진들이 가득하다.

 

1103portrait_02.jpg

남편의 할머니. 한창 예쁠 때 흑백 사진에 색 입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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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모습도  가장 멋진 시절의 모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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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적집 벽에 걸렸던 할아버지 할머니 사진들은 무서워 보이기까지도 했던 노년의 모습이었다. 

 

1103portrait_05.jpg

5년 전 지역 한인 어르신들 영정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었다. 친척집 벽에 걸린 영정 사진을 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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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까지 싸온 고운 한복을 차려 입으셨지만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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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인물에 더해지는 '뽀샵질'을 거부해왔지만 이 때만은 달랐다.

 

1103portrait_08.jpg

주름을 펴고, 떠지지 않을 만큼 줄어든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1103portrait_09.jpg

한복을 입지 않아도 곱게 보이게 열심히 다듬었다.

 

1103portrait_10.jpg

"제가 이렇게 예뻐요?" 수줍게 웃으신다. 훨씬 예뻤을 20대를 담아드리지 못해 죄송했다.

 

1103portrait_11.jpg

그래서 원본 사진을 감추고 내민 사진이 지금 모습이라며 거짓말을 했다. 

 

1103portrait_12.jpg

두 달여 걸쳐 만든 30 여 어르신의 사진을 드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1103portrait_13.jpg

십시일반 모았다며 돈 봉투를 내미신다. 돈 받지 않는 걸 알면서도 치레는 해야하는, 영락 없는 한국 어르신이다.

 

1103portrait_14.jpg

어르신들 양해를 얻어 (어르신들은 보시기 힘든 먼) 전시장에 걸었다. 모아 만든 터라 꽤 커졌다.

 

1103portrait_15.jpg

장례식에 쓸 사진을 제 손으로 찍고, 게다가 받아들고 환하게들 웃으며 죽음을 준비하는.

 

1103portrait_16.jpg

찾은 미국 사람들은 그런 한국 문화가 작품 크기 못지 않게 크게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1103portrait_17.jpg

아, 그런데 정작 내 일은. 몇년 전 큰 비로 상한 아버님 영정 사진을 거두었다.

 

1103portrait_18.jpg

이제 고작 양복 한벌 해드렸는다. 체면 치레에 남 일엔 열성이던 아버님 성격을 나도 닮았나. 정말 싫었는데...

 

 

28 댓글

shilph

2018-11-03 21:15:55

멋지네요. 저도 요즘은 아버지의 모습을 지금이라도 좀 찍어야 싶네요.

아버지께서 쓰러지신 이후에 보니 마지막으로 건강하셨을 때 사진은 저희 결혼식 때 사진이더군요. 큰애가 어렸을 때, 작은 애가 갓난쟁이였을 때, 안고 계셨던 모습을 왜 안찍어둔건지... 싶은 때가 종종 생기더군요. 건강이라는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데, 그때는 왜 몰랐는지 모르겠네요

오하이오

2018-11-03 21:19:17

좋은 생각이네요. 지금이라도 찍으시면 되죠. 어르신들 모습은 심지어 고운 내일 보다 험한 어제가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jeje

2018-11-03 21:34:43

코끝이 찡~~~하내요.

곧 멀지않을 나의 모습이라 그럴까요? 좋은일 하시는 오하이오님

감사합니다. 

오하이오

2018-11-03 21:41:06

좋은 일 했다고 하기엔 제가 얻어 좋은 게 많았습니다. 칭찬 말씀 감사합니다.

TheBostonian

2018-11-03 21:59:46

에고... 좋은 일 하시는 모습에 흐뭇하기도 하고,

또 어르신들 사진 보면서 그분들 생각하니 또 애잔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저도 살아계실 때 효도 많이 해드려야 하는데 ... ...

오하이오

2018-11-03 22:18:08

예, 애잔했어요.

어르신들 얼굴에 삶의 굴곡이 유난히 많으신 분들이 계셨어요. 

특히 많은 분들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잡은 자식들 멀리 보내고는

정작 혼자 혹은 내외가 단촐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안타깝기도 했어요.

더러는 이제 한국말 다 잊어버린 자식들과 말도 통하기 힘들다 하시니...

 

밍키

2018-11-03 22:03:54

이런 의미 깊은 전시를 하셨었군요. 보면서 제 마음도 숙연해집니다. 

오하이오

2018-11-03 22:21:06

의미가 깊다고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양해를 구했다고는 하나 '꺼리'를 그냥 못 넘기고 잇속을 챙긴 것 같은 제 얄팍함을 드러낸 것 같아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dope

2018-11-03 23:58:28

오랜만에 댓글을 다네요. 늘 사진과 글 감사히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오늘 글은 더욱 마음에 닿네요. 감사합니다.

오하이오

2018-11-04 07:14:15

저도 감사드립니다. 마음에 닿는 구석이 있다고 하니 기쁘기도 하네요.

초보여행

2018-11-04 00:02:01

오하이오님은 두루두루 다 잘하시는 능력자 시네요....

오하이오

2018-11-04 07:16:45

감사합니다. 어릴 적에 엄마에게 들었던 말씀이 기어나네요. 두루두루 하기는 하는데 밥벌이 할 만큼 똑 부러지게 하는게 없다고. ㅎㅎ

서울

2018-11-04 02:44:47

음~~~사진속에 어르신들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하니 감동이에요...수고하셨네요.

오하이오

2018-11-04 07:19:06

예, 많이들 좋아하셨어요. 덕분에 저도 뿌듯했고요. 근데 그게 벌써 5년 전인데 그 사이 사진 쓸 일이 어느분에게도 없었길 바랍니다. 가능한 천천히 쓰여지길...

마음힐리언스

2018-11-04 07:43:50

영정사진 미리 찍으시고 수의도 미리 맞추시면 더 건강히 오래사신다는 속설이 있죠.. 다들 건강히 만수무강하시길 바라고 좋은일 하시는 오하이오님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오하이오

2018-11-04 07:54:46

예, 그런 속설이 있지요. 속설이 진실이 돼서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히든고수

2018-11-04 07:53:23

아버지가 더 미남 

오하이오

2018-11-04 07:55:28

감사!

NHKitty

2018-11-04 08:13:10

사람답게, 멋지게 사시는 오하이오님, 따스한 글 보니 오늘 마음이 꽉 찹니다. 멋지세요.

오하이오

2018-11-04 13:01:31

감사합니다. 사람답게 사는게 저마다 달라 느낌도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전 큰 격려를 받은 느낌이네요.

맥주는블루문

2018-11-04 16:44:20

아 정말 뭔가 마음에 잔잔한 울림이 생깁니다. 정말 의미있는 사진전을 하셨네요. 

오하이오

2018-11-05 10:09:52

감사합니다. 저야 의미를 두고 만들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받아 들여진다 하시니 다행이네요.

svbuddy

2018-11-04 16:58:43

굳이 젊은 시절 사진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오하이오님이 곱게 단장해 주시니 더 좋아보입니다.

고생하신 흔적은 보이지만 다들 인상이 편안해 보이시네요.

좋은 일 하셨어요 ^^

오하이오

2018-11-05 10:11:46

감사합니다. 어르신들이 다들 좋아하셔서 좋은일 했구나 싶긴했습니다. 

Monica

2018-11-04 18:22:42

맞아요.  한국의 영정사진과 수의라고 하나요..돌아가실때 입는옷..자기 죽음을 자신이 준비하는 문화, 어찌보면 참 슬픈데 또 그처럼 현실적인게 없네요.  

오하이오

2018-11-05 10:13:12

그렇죠. 요즘은 심지어 제 장례비도 미리 붓는 어르신도 많더라고요. 상조회사의 번성도 그런 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요.

비행기야사랑해

2018-11-05 10:13:56

좋은 일 하시면서 그것도 작품이라니 좋네요. 영정사진 찍으면 오래산다고 하잖아요.

아버님 사진에 머리카락 한올도 흐트러짐이 없으시네요.

60세면 요즘에는 참 일찍 아버님을 잃으셨네요.

밖에 비내리는데 이 글읽고 갑자기 엄마.아빠도 보고싶네요.

 

오하이오

2018-11-05 10:23:26

감사합니다. 아버님께서 일찍 돌아가셨어요. 

즐거운 기억 보다 바쁘고 힘들게 산 기억이 많은데

지금 계셨으면 즐거울 기억을 많이 담을 자신이 있는데 아쉽네요.

여기 비는 그쳤는데 여전히 흐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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