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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오랜만에 은사님 한 분을 찾아뵌 적이 있었습니다. 메가스터디 회장 손주은 선생님입니다. 예전에 학원 강의를 하실 때, 제가 수능 성적에 좌절했을 때, 그 바쁜 와중에도 제게 설렁탕 한 그릇 사주시면서 다독여 주셨던 선생님이십니다. 지금껏 직접 하는 강의만큼 큰 행복이 없었다는 선생님은 미국에서 자리 잡고 사는 제자에게 문득 질문 하나를 던지십니다.
"너는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라 생각하니?"
글쎄요... 질문은 여러 번 생각해 봤지만 딱히 만족스러운 대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이어 말씀하십니다.
"인생이란 결국 잘 죽기 위해 살아가는 거야. 멋진 마무리를 위한 긴 여정이지..."
P2 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제게 참 충격과 같은 말씀이었습니다. 그 이후 10년간 의학을 프랙티스 하며 여러 번 그 의미를 곱씹게 될 때가 있었습니다.
육십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허리 통증으로 오셨습니다. 5년 전에 암 수술을 받고 제대로 경과 관찰이나 치료를 받지 않으신 분입니다. 허리에는 기존의 암이 전이된 듯한 병변이 관찰되었고 아주머니의 몸 곳곳에는 전이된 암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제대로 병식이 없을 정도로 정신이 맑진 않으셨지만 타주에 살고 있다는 자녀들의 전화번호는 끝끝내 알려주시지 않습니다.
아주머니 : "애들 바쁜데 뭐하러 전화하려고 해?"
나 : "아주머니 상태가 좀 안 좋으셔서 가족분들하고 꼭 이야기 하야 해요."
아주머니 : "됐어... 연락하지마."
5년 동안 아주머니를 돌보섰다는 간병인과 통화합니다. 지난 5년간 가족들과 어떠한 형태의 교류가 없었고 코비드가 창궐하면서 바깥 활동이 정지되면서 아주머니 정신 상태가 계속 안 좋아졌다고 하십니다.
가족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할 아주머니의 파일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머리 속에 아주머니의 마지막이 그려집니다. 이국 땅에서 어떤 사연인지... 남편분도 없으시고 자식들에게 버림 받고 결국은 어느 이름 모를 널싱홈에서 돌아가실 듯한 미래가요.
5년 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제 의대 친구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아직도 따뜻한 모습으로 살아있는 친구와의 기억들이... 생각하면 그립다는 마음이 떠오릅니다.
10년 전... 손 선생님의 말씀을 깊이 있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지금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또 선생님의 대답도 조금은 이해가 될 거 같습니다.
어떤 일인지... 이 아주머니가 예전에 다른 가족들에게 인간적으로 용서 받을 일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 일은 저지르셨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주머니의 마지막은 가족들과 서로 용서하고 떠나는 장면이었으면 하고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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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Heima
2022-04-06 21:41:28
마음에 많이 와 닿는 이야기 입니다. 저도 P2가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서 가끔 환자분들 사연을 듣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얼마전에는 60대 정도 되신 한국 분께서 암이 많이 전이된 채로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족들도 없고, 자세한 사연은 모르지만 어찌하다 보니 머나먼 땅에서 노점상을 하셨다고 하는데, 얼마 버티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통증이 꽤나 심하셨을 것 같은데, 그 다음에는 조금 더 편안한 곳에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 여정의 끝에 잘 도착 하는 일,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행운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좋은 생각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guestspeaker
2022-04-06 22:05:05
메가스터디 회장님 손주은 선생님이 참울타리님의 은사님 이셨군요. 손주은 회장님 강연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선생님 존함의 "주은"의 뜻은 "주님의 은혜"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결국 잘 죽기 위해 살아가는 것, 멋진 마무리를 위한 긴 여정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생각하시는, 손주은 선생님의 자문자답에는 함축된 여러의미와 허를 찌르는 명쾌한 식견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전 지금도 제 멘탈이 흔들리거나 정신력이 약해졌다고 생각될 때는, 손주은 선생님 강연을 일부러 찾아서 듣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손주은 회장님 정말 멋진 분이세요. 선생님 두 자제분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갑자기 하늘의 별이 되었을 때도, 장례를 치른 당일에도, 직접 현장에서 강의를 하셨고, 선생님 강의를 듣는 학생들 모두 그 자리에서 그 소식을 듣고 같이 고갤 숙여 울면서 선생님 수업을 들었다는 일화는 저에겐 잊을 수 없는 이야기 였습니다. 글에서 언급하신 아주머니 분의 마지막 길이 부디 가족분들과 서로 용서하고 떠나시는 길이 되길 바랍니다.
유저공이
2022-04-06 22:15:57
정말 마음에 와닿는 글입니다. 울타리님 글 읽으면 항상 가족에 대해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읽을때 마다 다짐니다.
혈자
2022-04-06 22:17:50
저도 손선생님 강의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분과 설렁탕을 같이 드셨다니 참울타리님께서 기억에 남는 제자셨나봅니다!
삶의 의미에 대한 한마디가 울림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건강한삶
2022-04-07 00:47:49
최근 주위의 장례 소식등을 통해, 결국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해 또 곱씹게 되었는데요. 참울타리님이 나눠주신 손주은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어떻게하면 충만히 살아내야할지 항상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충만한 하루가 모여 아름다운 마지막을 만들겠죠?
아주머니께서도 부디 따뜻한 마지막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저도 손주은 선생님 강의 들으며 공부했던 세대인데, 최근에 홍진경 유튜브에 나오셨었는데 여전히 넘 유쾌하시고 강의도 잘하시더라고요 ㅎㅎ 역시 명불허전 :) 손회장님이 본인 제자도 함께 출연하셨는데, 참울타리님도 그 제자들 중의 한분이라니 넘 신기하네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