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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가해서 갑자기 생각난 얘기 하나 써봅니다.
제가 아무리 (레이싱) 트랙나가고 레이싱 운전 한다고 방방거려도 눈 하나 깜짝 안하던 집 사람에게 깨달음을 준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하와이 Hana에서의 운전입니다.
꽤 전에 Hana에서 돌아오던 길입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막내가 멀미를 많이 하는 편이라 좀 신경써서 (사실은 매우 정성스럽게)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멀미 심하게 하겠지 하고 생각해는데, 이놈이 속이 메스껍다고 하면서도 그럭 저럭 잘 버티고 있었습니다. 막내는 평소에 직선 프리웨이 한시간만 타도 멀미하는 정도입니다.
한 2/3 정도 운전하고, 잠깐 커피 한잔 하면서 쉰 후, 이번에는 집사람이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10분정도 갔나, 막내가 속이 안좋다고 신음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몇 분후에 바로 토해버립니다. 엄마가 울렁거리게 운전해서 토했다고 울면서 떠들어 댑니다.
차 세우고, 씻기고 차도 청소한 후에 다시 내가 운전대를 잡고 별일 없이 숙소로 돌아왔는 데,
집 사람이 저와 같은 속도로 갔는 데, 정말 자기 운전이 더 울렁거리는지 의아해 합니다. (사실 운전하는 사람은 예민하지 않으면 차이를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자기가 운전할때는 울렁거리는 것을 덜느끼니까요, 그러나 뒤에 타 있는 사람을 대번에 느끼지요)
여태까지 몇번을 말해도 전혀 머리 속에 들어 가지 않은 거 같습니다. 다시 레이싱 라인과 운전 방법을 설명합니다.
레이싱 운전법은 한마디로 같은 조건(속도등등)에서 (승차감이) 가장 부드럽게 운전하는 것이고, 그래서 같은 속도에서 가장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다. 같은 속도로 갈때 (기본)레이싱 라인이 훨씬 더 안전하고 차가 쏠리지 않아서 덜 울렁거린다....
예전에 설명할때는 "울렁거린다, 쏠린다"라는 말은 전혀 얘기 안했는데, 이번에는 이점을 강조합니다. 생애 최초로 집사람이 좀 알아 먹은 거 같습니다.
저의 취미하나가 실전에서 쓸모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집사람에게 증명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속으로 소리칩니다. 아싸 - 가오리..)
많이 아시겠지만, 레이싱 운전법(레이스 라인)의 기본은 대부분 같은 조건에서 차에 (주로 횡)가속력이 최소가 되게(또는 임계점을 넘지 않게) 운전하여 차의 미끄러짐을 최대로 피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좀 더 레벨이 올라가면 조금 변형된 라인을 쓰지만.) 그래서 같은 속도에서 횡가속력을 최소가 되고, 차의 롤링과 쏠림이 최소가 됩니다.
또한 차가 고성능이 될수록 차의 forgiveness가 줄어듭니다. 그러서 더 부드럽게 운전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일반 차들은 tolerance가 커서 운전대/브레이크/클러치를 급격히 조작해도 차의 여러부분에서 힘을 흡수하면서 차가 상대적으로 안 미끄러지고 최대 충격 힘이 타이어에 많이 걸리지 않는데 고성능/준-레이스 차는 샥/스프링/랙피니언 등등에 유격이 없고 단단해서 즉각 반응하면서 최대 충격량이 올라 갑니다. 보통사람이 트랙에서 준 레이스 카 빌려서 타면 흔하게 미끄러지는데, 대부분 급격한 조작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놈이 엄마에게 깨달음을 준 그놈 그때사진입니다. (기특한 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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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댓글
우미
2022-04-17 03:43:17
음... 이해를.... 못했 흑흑흑.
그러니까 두부를 배달갈때 물이 컵에서 안 넘치면 되는거죠?
항상고점매수
2022-04-17 04:13:22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운전할때 뒷자리 주인공이 커피 쏟아 버리지 않게 하는정도?
폭풍
2022-04-17 07:30:47
뭐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에 옆으로 작용하는 힘(가속력)을 최소화 하는 거죠.
KeepWarm
2022-04-17 03:56:49
그래서.. 이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배워보고 싶네요 ㅎㅎ
폭풍
2022-04-17 07:55:27
많은 사람들이 안전운전을 배우려고 트랙에 옵니다. (물론 일생에 한 두번 올꺼 같지만)
근처 트랙에 나가는 club(NASA, SCCA, NCRC, On Grid,...)을 알아보시구 등록할 때 처음이라고 하시면, 드라이빙 스쿨 group배정할 겁니다. 드라이빙 스쿨에서 처음 배우는 것이 앞차/인스트럭터 카 를 일정 간격으로 따라가면서 레이싱 라인 배우는 것입니다. 처음 1-2 session만 이렇게 하고 그 다음session부터 혼자서 달릴 수 있습니다. 처음 트랙(드라이빙 스쿨)에 갔을 때의 감동이 생각나내요, 집에 오는 2시간 동안 혼자 운전하며서 막 웃었습니다. 너무 가슴 벅찬게 터진것 같고, 시원하고, 통쾌하고, 눈앞에 평평하게 지평선에 만나는 탁 트인 트랙에서 WOT(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는 것)로 6000RPM의 엔진 굉음을 내며 달리던 느낌이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땅부자
2022-04-17 05:09:56
음... 그래서 울 큰녀석이 내가 운전하면 멀미하는군요. ㅠㅠ
Dokdo_Korea
2022-04-17 05:15:07
꼬불 꼬불 꼬부랑 산길에서 반대편 차 안올 때 중앙선 살짝 넘으면서 레이싱라인 따라 신나게 달리다가 경찰한테 잡힌 적 있습니다 ㅎㅎ
술마셨냐고;;;
폭풍
2022-04-17 07:31:28
ㅎㅎ 공도에서 중앙선 넘으시면 아니되지요..
라이트닝
2022-04-17 05:57:15
중요한 것은 "같은 속도"인 것 같습니다.
보통은 속도를 덜 줄이려고 레이싱 라인을 타게 되는 것 아닐까요?
폭풍
2022-04-17 07:39:05
그렇죠, 기본 레이싱 라인은 횡가속력을 최소화해서 코너에서 속력을 더 내어도 미끄러 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죠.
(하지만 조금 레벨이 더 나아가면, 전체적으로 더 빠르기 위해, 코너에서 일시적으로 더 작은 회전반경을 취하기도 하지요.)
라이트닝
2022-04-17 08:49:24
요잉을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 말씀이시죠?
횡가속력은 회전 반경 영향이 아주 크기 하죠.
폭풍
2022-04-18 04:37:51
Yaw rate은 횡가속력에 linearly 정비례해서 (차가 안 미끄러질때까지), 스티어링을 많이 돌리면 요잉이 당연히 커지겠지요?
차를 빠르고 않 미끄러지게 하는게 주 목적인 레이싱에서는 코너를 빠져나올때 (그리고 그 코너후에 직선 코스가 있을때), 가속을 0.1초라도 빨리하는게 전체 트랙타임에 유리해서 코너 초반에 차를 더 많이 감속시키고 코너 중반에 작은 회전반경으로 돕니다. 코너에서는 기본 정석대로 가는 차(회전반경이 큰차)가 더 빠르지만 그 다음 직선 코스의 끝에서는 턴을 일찍마치고 가속을 일찍 시작한 차가 더 빠릅니다. (직선코스가 길 수록 유리.) 요잉이 많이 발생하지만 요잉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턴을 빨리 끝내는 게 목적인 경우 입니다.
차를 돌리고 미끄러뜨리는 게 목적인 드리프트에서는 요잉자체가 목적인 경우입니다.
라이트닝
2022-04-18 08:16:20
레이싱의 세계는 머리로도 이해가 힘든데 몸으로 느끼기는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shilph
2022-04-17 11:48:50
저희는 그래서 그냥 키미테와 비슷한 제품을 사서 붙이고 탔.....
레이싱이고 물리고 뭐고, 약이 최고 입...폭풍
2022-04-18 04:50:20
트레이더 조에서 머리 하얀 아주머니가 생강 사탕 먹으면 멀미 안한다고 하더군요.
먹여보니 효과 있는거 같아요. 그리고 약보다 부작용도 더 적다고 하더라구요.
졸린지니-_-
2022-04-18 08:52:42
그러게 토픽과 이슈를 막론하고 P2의 공통된 특징은 P1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P1이 하는 말이 P2 귀에 들리는 경우는 원글님처럼 피부와 와 닿는 경험과 연결되거나, 다른 P2에게 같은 이야기를 듣고 와서 입니다. (예를 들자면 저희 집 P2가 다른 집 P2에게 듣고 와서 자기 사리 10만을 빨리 만들어달라고 했던 것처럼.......)
shilph
2022-04-18 17:05:45
죄송합니다. 저도 반성 중입....기다림
2022-04-18 17:10:57
이런 윗들들은 심지어 그림포함 이해가 않되다...
이글에서 이해가 팍오면서 무릎을 제가치네요.
위대한 석학이 여기 계셨군요. 깨달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폭풍
2022-04-19 08:09:05
아주 정곡을 찌르십니다. 듣는 P2분들 기분 나빠하지시 마시고, 아하~~ 그런면이 있었네 하고 웃자고 하시는 말씀이시겠지요?
사실 이거는 P1/P2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본성이 가까운 사람 말로 교육 받는 것을 엄청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예: 고등학교 아이 수학 가르치기, P2 운전 가르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