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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델타를 타고 남부 시골 마을 -> 아틀란타 -> 시애틀 여정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여행 중 가장 힘든 여정이기에 후기 남깁니다. 이전 @헤이즐넛커피, 님의 여행이 희망편이라고 한다면 절망편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첫 번째 항공 지연
날씨로 인해서 첫 번째 항공이 지연이 됐습니다. 한 시간 정도 레이오버 시간이라 출발 전부터 아틀란타 -> 시애틀 여정은 당연히 못타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대체표를 살펴보니 내일 출발할 수 있는 표가 보였습니다만 도착해야할 시간에 도착할 수 없어서 조금 고생하더라도 제 시간에 도착하는 표를 구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델타 지상직과 얘기를 나눠보니 먼저는 아틀란타에서 저를 기다려 줄거니까 걱정 말라고 합니다. 의구심을 품고 시애틀 편보다 더 늦게 아틀란타에 도착하는데 어떻게 가능하냐 하니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시스템 상으로 제 백업 표가 보인다고 하며 일단 아틀란타가면 아틀란타에서 아틀란타 -> LAX, ONT -> 시애틀 여정으로 바꿔 줄 것이라고 얘기해줍니다. 이 여정도 매우 이상했는데 일단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으니 믿고 탔습니다.
2. 아틀란타 도착
밤 9시 반쯤 아틀란타에 도착해서 지상직과 얘길 나눠보니, 백업표는 무슨... 시애틀 직항도 LAX 들렀다 가는 것도 다 스탠바이 리스트에만 올릴 수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여기서 LAX에서 또 스탠바이 해야한다는 말에 그 직원은 시애틀 직항 스탠바이 리스트 올리는게 더 나을거라 추천해줍니다. 그래서 시애틀 직항이 언제냐고 물어보니 다음날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고맙게 제 친구들과 저 (총 네 명)에게 15불 밀 바우처 6장을 주며 내일까지 쓰라고 줍니다. 하지만 늦은 밤이여서 모든 스토어들이 닫았고 살수 있는 것들이 없었습니다. 또, 저는 호텔가서 묵고 트립 인슈런스로 리임버스 받아도 됐겠지만 친구들이 여럿 있어 공항에서 노숙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T터미널 중앙에 괜찮은 소파들이 있어 거기서 자리잡고 잤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거기서 잔 것 같습니다. 나름 잘만했습니다...
3. 무기한 스탠바이
첫 번째 직항 DL 334 - T에서 A터미널로 향합니다. 제가 스탠바이 리스트에서 두번째 있어서 희망을 가졌지만, 오버 북입니다. 최고 2,200불까지 주는 발룬티어를 찾습니다. 첫 비행기라 그런지 사람도 많고 돗대기 시장이 따로 없습니다. 앞에서 5-6 명 쯤 되어보이는 가족들이 비행기를 놓치는 것을 보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렸지만 기회조차 오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직항 DL 656 - A에서 E터미널로 향합니다. 첫번째 비행기에 비하면 터미널 자체가 한산하고 여전히 스탠바이 리스트에서 두번째여서 기회가 올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까 비행기 놓친 가족들이 오더니 제가 여섯 번째로 밀립니다.. 델타 직원과 얘기해보니 자기도 시스템에서 리스트를 만든거라 어찌할 방법이 없답니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 잘못으로 놓친거고 제 친구들과 저는 날씨 때문에 놓친건데, 어떻게 그렇게 리스트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대체편으로 바꿔도 여전히 스탠바이 리스트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아무래도 못탈거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제서야 대체편을 찾습니다. 대체편 일정은 BOI (처음 들어봅니다.) -> 6시간 레이오버 -> 시애틀 편이였습니다. 이미 도착해야할 때보다 훨씬 늦었지만 그래도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어서 그 편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자리가 남아서 스탠바이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을 호명했는데, 우리 앞에서 끊기고 그 가족들은 운이 좋게 그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로 갑니다....
세 번째 직항 DL 508은 캔슬
네 번째 직항 DL 881은 제 대체편 보다 늦게 출발하여 저는 두 가지 옵션에서 결정을 해야했습니다.
1) 스탠바이 리스트에 있지만 직항을 타는 방법. 타지 못하게 될 경우 무기한 스탠바이 혹은 내일 대체편으로 가게 됩니다. 오늘 내로 못 타면 또 공항노숙 하는 거구요...
2) BOI로 가더라도 오늘 안에 확실히 시애틀에 도착하는 방법.
저는 두 번의 경험으로 스탠바이 리스트에서 제가 탈 수 있는 확률은 적다는 것을 느꼈고 2번 옵션을 택했습니다. 친구들 중 한 명은 1번 옵션을 택해서 만약 타게 된다면 도착해야할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기에 1번을 택했습니다. 저는 지금 BOI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고 그 친구가 먼저 시애틀에 도착해있길 바랍니다.... (이 친구는 결국 못타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ㅠㅠ) 결국 가장 승리한 사람은 어제 딜레이 되고 스스로 델타 앱에서 표를 바꿔 시골 -> 아틀란타 -> LAX -> 시애틀 여정을 택한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이미 시애틀에 도착했다고 들었습니다. 잘못된 정보였습니다. 이 친구도 LAX에서 스탠바이 하다가 결국 표 바꿔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승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업데이트) 4. BOI 공항 도착
BOI 공항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공항이고 적당히 북적입니다. 그리고 처음 와본 동네인데 날씨도 선선하고 산들이 주위에 보이는게 꽤나 평화롭습니다. 여지껏 만난 직원 중 가장 친절한 델타 직원한테 너무 힘들다 투정 부리니 거듭 미안하다며 델타 컴포트+로 배정해줘서 마지막 여정은 조금이나마 편하게 갈 수 있어 기쁩니다. 이렇게 확정 받으니 벌써 마음은 시애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로 마음으로 위로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이렇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계속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글 말미에 몇가지 팁을 적어보면,
1. 델타 지상직보다 본인 델타 앱에서 보이는 대체편을 직접 구하는 것이 쉽고 확실하고 빠릅니다. 계속 업데이트 하다보면 새로운 표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니 계속 업데이트 하셔서 제일 좋은 표를 찾는게 좋습니다.
2. 주말 스탠바이는 최대한 피하시길 바랍니다.
3. 아틀란타 델타 라운지들은 일찍 닫습니다. 10시 반이면 다 닫는 것 같습니다. 터미널 E 델타 라운지에는 샤워시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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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댓글
별하나
2022-05-22 23:41:36
아이고 고생 많으셨네요 ㅠㅠ 지상직이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나보네요. 마지막 여정까지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ㅠㅠ
Greenhouse
2022-05-22 23:45:25
위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쪽
2022-05-22 23:56:33
델타 라운지에 들어가실수 있다면, 거기 에이전트들이 똘똘하게 일 잘 합니다. 그 분들 덕에 못 탈던 비행기 여러번 타봤습니다.
Greenhouse
2022-05-23 00:01:38
아 그렇군요... 어제 문닫을 때 쯤 라운지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문닫을 시간돼서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더 시도 안해봤는데 더 시도해볼걸 그랬습니다 팁 감사드려요.
남쪽
2022-05-23 00:07:51
네 제가 한창 출장 많이 다닐때, 아틀란타 여름 날씨 때문에, 딜레이 되면, 리라우팅을 뉴욕/보스톤/미니애폴리스 를 다 다니면서도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게 해 주시는 분들 이라서, 비슷한 상황이면 전 무조건 다시 라운지로 들어 갑니다.
Greenhouse
2022-05-23 03:29:42
이런 여행을 다시 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여행이 또 있을땐 꼭 델타 라운지로 가야겠습니다. 플랫을 유지해야할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헤이즐넛커피
2022-05-23 00:00:39
어머나... 읽기만 해도 제 어깨가 (스트레스로) 뭉치는 느낌이네요... 그래도 BOI로 가는 비행기를 타셨더니 다행입니다. 부디 남은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시길 바래요.ㅡㅡ ㅠㅠ
Greenhouse
2022-05-23 00:02:46
헤이즐넛커피님이라도 잘 처리돼서 다행입니다! 위로 감사합니다.
마일모아
2022-05-23 00:08:55
아이고 요즘 진짜 항공 여행 만만치 않네요. 그나마 운항실적이 제일 reliable하다는 델타가 이러면 다른 항공사들은 말도 못하겠네요.
고생 정말 많으십니다. 남은 여정은 무사히 마치시길 바랍니다.
Greenhouse
2022-05-23 03:24:26
정말 델타가 이러니 다른 항공은 어떨지 감이 안오네요... 위로 감사합니다. 다행히 BOI에서는 자리 배정 받았습니다.
케어
2022-05-23 00:19:54
고생하십니다. 요즘 항공편마다 탑승율이 높고 crew 문제 등등으로 delay/cancel 도 많아서 주말이고 주중이고 standby 로 여행할려면 사람 피말리는 경험이더라고요.
Greenhouse
2022-05-23 03:28:00
옆에 앉은 사람하고 얘기할 때마다 요즘처럼 딜레이 많이 된 적 없다고 하더라구요. 케어님은 이런 피말리는 여행 피하시길 기원합니다
쿠드롱
2022-05-23 04:30:24
아.. 읽기만 해도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입니다. 제가 다음 주 한국가는 UA 분리발권 편을 모니터하고 있는데, Ontime 은 거의 없고 2~3시간 Delay 가 많이 되고 심지어 취소도 됩니다. 상황을 보면 첫 출발지에서부터 계속 delay 되는 시간이 누적되면서 delay 가 잦고, 심지어 취소도 되는 경우도 있더군요. 가급적 분리발권을 지양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는 가능한 delay 를 감안해서 처음부터 넉넉한 연결시간으로 발권을 하거나 변경을 해 놓는게 그나마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UA/DL/AA 모두 상황이 비슷하니 가급적 저가항공사는 피해야 겠구요.
Greenhouse
2022-05-23 10:00:50
네 맞습니다. 저도 이번 경험을 통해 운전하더라도 되도록 직항을 타고, 연결편이 있다면 레이오버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위로 감사드리고, 쿠드롱님 항공 여행이 순조롭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