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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자기소개]
첫글 2주기(週期)자축과 사담(寫談) '갈등'

오하이오 | 2020.02.29 21:15:28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2016년 2월 29일 마일모아 게시판 여행기 분류에   칸쿤(Cancun) 2016. 1.1~7 로 첫 글을 올렸습니다.

하필이면(?) 이 날이 4년에 한번씩 오는 터라 오늘에서야 두번째 주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검색을 해 보니 48개월간 484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한달 평균 10개 정도 이고, 3-4일에 한개꼴인데 대부분 잡담이니 수다가 참 잦았네요.

 

많은 분들처럼 저도 도움을 받다가 감사한 마음으로 마모 회원으로 가입했지만

보답할 딱히 도움이 되는 글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해를 끼치지는 말자며 몇 가지 다짐을 했던게 기억납니다.

그중 하나는 마모(게시판)를 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던 드라마에서 주인공 엄마가 참던 화를 터뜨리며 '내가 너네들 감정의 쓰레기통'이냐고 절규했습니다.

남편과 자식들이 집에 와선 바깥 일상에서 겪었던 화나고 짜증났던 일들만을 이야기하며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엄마에게 쏟아내는 게 이어졌긴 때문입니다.  

다른 가족들은 아내니까 엄마니까, 당연히 받아줄 거라고 여겼던 거겠지요.

오래 그 노릇을 했을 그 엄마를 헤아리지 못했던 건 드라마 밖의 저도 그랬고, 반성하게 됐습니다. 

늘 도와주고 품어주는 마모지만 그런 엄마로는 대하지는 말아야겠다고 했던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첫글을 시작한게 우연히 4년 전 오늘, 그걸 기념하기 위해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 날이 오면 지난 게시물을 정리하면서 자기소개를 해 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첫번째로 소개하자면 저는 사람 보다는 사물 혹은 비생물 사진 찍는 걸 즐깁니다.

게시물 대부분이 아이,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사진이라 이 말이 언뜻 믿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주변의 자잘한 물건을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연필' 주어 모아 장례식을 치르는 기분으로 사진을 찍고, 

여행의 기억을 소화전에, 변기, 혹은 맨홀 뚜껑이나 쓰레기에 담기도 했습니다.

 

집안 일상의 흔한 물건에서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설거지 하다 말고 그릇을 들여다 보고,

해진 신발을 나와 아이를 이어 주는 매개로 여겼습니다.

아이 셋 태워 키우고 버리는 유모차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첫정 든 첫 자동차를 떠나 보낼 때도 착잡한 심정을 담았습니다.

 

자연과 주변도 자주 둘러 봤습니다.

일상을 '올스톱' 시킨 아이스 스톰에 얼어붙지 않고 돌아다녔습니다.

자연 현상을 추상미술로 이입해 자연이 그린 그림이라고 우기기도 했습니다. 

이러니 눈이 오면 눈 온다고 비가 오면 비온다고 눈 사진, 비 사진도 여럿 올렸습니다.

평범한 우리 동네는 어떻게 찍어볼까 고민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물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사람을 찍는게 불편해서입니다.

렌즈로 들여다 보는 대상으로 삼는게 뭔가 부적절해 보입니다.

그래서 종종 사람이 필요할 때면 제 자신을 찍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든 감상을 '누가 애이고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다 했고

미국 생활 시작하며 가진 스트레스를 스스로 연출해 찍었습니다.

 

가족은 이런 제 편향을 탈출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와 가족이 아닌 사람의 사진을 찍는 것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두번째로 저는 바른 글 쓰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외래/외국어 표준 표기를 정리해봤고,

세 낱말 단상(?)을 오롯이 유명세, 그리고 너무도 썼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바른 표기의 문제를 넘어

왜곡이라 판단한 언론, 기사를 비판하며,

오리올스가 양아치 짓? 한국 언론이 기레기짓!

'야동 규제'로 왜곡한 기레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세번째는 저는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 보는 일이 많습니다.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정운영, 장영희, 신영복, 기형도, 네 분을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네개 중 세개를 기일 전후로 썼습니다.

모두 돌아 가셨고 그제서야 제 삶의 울림이 컸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범인의 죽음도 제 일상에선 늘 생각하게 만듭니다.

한사람이었을 공동묘지의 비석을 사진에 담기도 했습니다. 

미술 책을 보면서도 바니타스에 주목 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나와 가족을 빼고 남의 얼굴에 카메라 들이길 꺼렸던 제가 

과감히 타인의 얼굴을 들여다 볼 수있었던 게 영정을 찍는 순간이었네요.

  

네번째는 위 개별 소개를 근거로 제 삶은 '여행, 걷기, 수집' 이라고 요약하겠습니다.

집 밖으로의 여행을 즐기지만 익숙한 길도 낯설게 가면 일상도 여행이라 여기며 삽니다.

그 여행은 대부분 걷기에서 시작해 걷기로 끝납니다.

그래서 2년 간 차로만 다니던 120여 Km를 걸어 미드웨스트 풍경을 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걷기는 수집을, 사진 찍는 것을 쉽게 해줍니다. 

 

다섯번째, 이 모든 것은 집으로 향합니다.

내가 지났던 많은 이 결국 집으로 향한 걸 깨달았습니다.

아울러 이 깨달음을 앞으로도 잊지 않길 스스로에게 바라며 소개를 마칩니다.

 

 

*

막상 써 보니 스스로를 드러내는게 어렵기도 하고

이전 게시물을 엮어 쓰자고 작정하니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예전과 달리 사진 하나 없는 횡한 글을 '등록' 누르자니

스스로 낯설어서 보완을 좀 하려 합니다.

 

갈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strife_01.jpg

칡을 뜻하는 갈과 등나무가 얽힌 모양이라는 갈등, 

 

strife_02.jpg

그렇듯 세상일이 하냐 마냐의 갈림길.

 

strife_03.jpg

아이가 생기자 부족한 수면으로 예상 못한 '동물적' 갈등.

 

strife_04.jpg

낯설긴 해도 새로운 갈등이 늘 칠과 등나무만인 줄 알았건만,

 

strife_05.jpg

어느 순간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깊어진 갈등의 폭 

 

strife_06.jpg

깊어진 만큼 내게 신랄했고

 

strife_07.jpg

포기를 내세워야 빠져든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던 갈등. 

 

strife_08.jpg

없애자고 없앨 수도 없고 줄지도 않던 갈등이

 

strife_09.jpg

스스로를 찢어버릴 듯한 지경에 이르러

 

strife_10.jpg

깨달은 갈등과 함께 사는 법.

 

strife_11.jpg

갈등을 한자리 모아 이야기를 시키고,

 

strife_12.jpg

포기가 아니라 이해로 포장해 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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